던전 인 무림 17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78화
178. 시작해볼까?
역사적으로 전쟁의 발단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밑바닥에 숨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진실이지만 대개 명분은 따로 있었다.
얘네들 또한 별 시답지 않은 이유겠지만 생판 모르는 내게 바로 알려주지는 않을 터였다.
비밀이란 것이 대부분 그렇듯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약점과 같은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얘들, 날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냐?’
아무리 대공이 물러나라고 했다고 해도 난 적성국의 초인이었다.
그런데 두말없이 물러가 단둘이 남게 했다.
‘아무리 대공에 대한 믿음이 크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완전히 날 무시하는 거잖아?’
내 생각을 날벼락에게 말했더니 실실 쪼개며 전음을 보내왔다.
-사부,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아니면?
-이런 저택이나 성에는 대부분 마력왜곡진이 설치되어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동 마법을 통한 적의 기습에 속수무책이니까요. 대공의 저택이면 당연히 설치되어 있겠죠.
마력이 봉쇄당한 초인은 그저 칼 잘 쓰는 일반인과 다름없다는 뜻.
마력도 없이 수천 명 이상의 병사들을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도 있는 법. 마력왜곡진이 만능은 아닐 것이다.
-그걸 푸는 마법이 있을 것 아냐?
-당연하죠. 하지만 이런 성에 설치된 마법진에 저항하려면 최소한 초인급 마법사는 되어야 해요. 그런 사람이 쳐들어오면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렇다고 해도 마법사가 초인인 대공을 상대하긴 어렵겠죠?
-흐음……! 그래서 부하들이 안심하고 물러갔다? 그럼 너도 마력을 봉쇄당했겠네?
-예, 대공이 들어오면서부터 움직이지 않았어요.
-쯧! 마력왜곡진이 나랑은 상관없다는 걸 알면 얼마나 허망할까.
-호호호! 그러게요.
날벼락이 웃는 이유는 쥐꼬리만 한 20년의 내공은 봉쇄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내공 역시 말짱했고.
시험 삼아 마력으로 치환해 보니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마력과 내공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성질이라는 뜻이겠지.’
어쨌든 마력왜곡진은 내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내게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으로 대공과의 대화가 단절되었다.
막상 부하들을 물렸으나 대공도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과연 내가 어디까지 알고 무얼 알고 있는지 모르니까 조심스러운 거다.
‘이럴 때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예의겠지.’
주제를 확실하게 좁혀줘야 상대도 편했다.
“사실 에나스 광산의 사실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에나스 광산에 관해 말을 꺼낸 게 우리가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남녀의 입을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대공도 내 말의 의미를 알았는지 침음성을 흘렸다.
“이제 저도 대륙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건의 전모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대공이 이채를 띤 시선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따라오게.”
“어딜 말입니까?”
“우선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자네도 나와 겨뤄보기 위해 들린 것일 테니 사양하지 말게.”
대공과의 비무는 어찌 보면 예정된 순서였다.
“역시 정문 테스트만으로는 부족하신 겁니까?”
“난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아주 훌륭한 인생관이십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잘 됐군.”
나 또한 피할 이유가 없었다. 남자들은 위아래가 정해지면 대화도 순조롭게 흘러가는 법이었다.
“예, 가시죠.”
십여 분을 걸었으나 한 명도 볼 순 없었다. 이 큰 저택에 사람이 없을 리는 없으니 우리 방문을 비밀로 하기 위해 다 물렸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대공이 데려간 장소는 초등학교 운동장만 한 연무장이었다. 바닥은 흙이었는데 얼마나 밟아 다졌는지 도자기처럼 맨들맨들했다.
저벅저벅.
대공은 말없이 연무장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무방비 상태로 등을 보인 대공은 날 전혀 경계하지 않는 듯했다.
‘저러다 당하면 정말 아픈데......쯧!’
뒤를 따라가며 날벼락에게 물었다.
-여긴 왜곡진의 영향을 받지 않네?
-예, 일시적으로 차단했을 거예요.
연무장의 중앙에 멈춘 대공이 날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난 창을 쓰네. 자네는?”
“검을 씁니다만 일반적인 검보다는 작습니다. 그리고 좀 많습니다.”
그동안 잘 사용하던 크라크의 대검이 3황자의 마장기에 의해 부서졌다.
그래서 이젠 할 수 없이 무림의 작은 검을 사용해야 했다.
‘설마 단검으로 보진 않겠지? 그건 그렇고, 창이라……. 골치 아픈 상대를 만났군.’
무림에선 백일도 百日刀, 천일창 千日槍, 만일검 萬日劍이라는 말이 있다. 도를 배우는데 100일, 창은 1,000일이 걸리고 검은 10,000일이 걸린다는 뜻이다.
언뜻 생각하면 도보다 창이, 창보다는 검이 강하다는 뜻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닌 병장기를 숙련하는 어려움을 뜻하는 말이었다. 일정 이상의 고수에게 병장기의 종류는 별 상관이 없으니까.
‘더구나 상대가 초인이라면 더더욱 상관없지.’
문제는 대륙인의 리치와 병장기의 길이였다.
대륙에서 사용하는 검이 2m 정도였다. 그렇다면 창은 최소 1.5배는 되니까 단창도 3m가 넘는다는 뜻.
‘그런데 장창이라면?’
무조건 4m가 넘을 거다. 검만 해도 상당한 거리가 벌어지는데 장창이면 대체 얼마나 거리가 벌어질지 상상해봤다.
물론 길이가 긴 만큼 약점도 존재했다. 거리를 주지 않고 안으로 파고들면 대응하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초인이나 되는 놈이 쉽게 파고들게 하겠냐고?’
더구나 검강이 맺혀 있을 창끝이 일으키는 변화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 여러모로 상대하기 곤란한 상대였다.
‘하지만 곤란한 거지 당한다는 뜻은 아니거든?’
일단 대륙 100강의 초인 선배에 대한 예의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꺼냈다.
촤르륵.
열두 자루의 검이 차례로 나타나자 대공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많다고 하더니 열두 자루밖에 되지 않네. 많다고 하더니 비도술치곤 적지 않은가?”
‘시발! 단검이 아니라니까!’
대뜸 비도술이라고 했다. 역시 대공의 눈에 무림의 검은 단검으로 보였나 보다.
그렇다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라 포기하고 대답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겁니다. 준비하시죠?”
“알겠네. 난 원래 대륙 100강의 순위는 믿지 않는 사람이네.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대공께서도 조심하십시오.”
스팟! 척.
대공은 자신만만한 날 향해 씩 웃어 보이고 아공간에서 창을 꺼냈다.
‘역시 기네! 더구나 일반적인 창도 아니잖아?’
흔히 삼지창이라고 하는 창두 槍頭가 세 갈래로 갈라진 창이었다. 갈라진 하나하나가 거대한 도끼를 붙여놓은 듯했다.
‘창 길이 4m 정도에 리치 2m. 그냥 6m는 먹고 들어가는군.’
한 걸음이 1m라고 볼 때, 여섯 걸음 밖에 상대가 있다는 뜻이었다. 최소 네 걸음 안으로 파고 들어야 상대의 손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말.
저벅저벅.
척!
아니나 다를까 대공은 서너 걸음 걸어간 뒤 날 향해 창끝을 겨누었다.
“시작해볼까?”
일단 자신의 거리를 갖고 마력을 끌어올리자 대공의 모습이 일변했다.
물렁물렁해 보이던 중년 회사원이 일약 UFC 선수로 변한 듯했다.
스스스. 팟!
대공이 겨눈 창끝에 새파란 강기가 맺혔다. 대공은 말한 대로 진심으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진심인 상대에겐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법.
대공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머리 위에 띄운 열두 자루의 검 중에 하나를 골라 잡고 말했다.
“작은 고추가 매운 법입니다. 제 검은 무언가를 베지 않고는 끝나지 않으니 조심하십시오! 차앗!”
스팡!
차가운 검강이 청강검을 두르고 쭉 뻗어 나갔다.
거의 3m에 이르는 검강.
이제 거리의 차는 두 걸음으로 좁혀졌다. 3m는 쭉 뻗는 검강을 보고 대공의 시선이 흔들렸다.
스팟! 챙!
창끝에만 맺혀 있던 검강을 서둘러 창대까지 둘렀다.
슈왁!
창끝이 아무 변화 없이 일직선으로 찔러왔다.
선공은 대공이었다. 무림처럼 선배가 몇 수 양보하는 따위의 미풍양속은 없는 모양이었다.
무심하게 찔러오는 뾰족한 창끝이 커다란 망치처럼 시야를 가득 메웠다.
“횡소천군!”
양발에 힘을 주고 우뚝 서서 그 유명한 삼재 검법의 한 초식을 펼쳤다.
내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치려 하자 대공 역시 피하지 않았다.
창끝은 변화를 일으키는 대신 맺힌 강기의 색채가 짙어졌다.
대공 역시 힘으로 누를 생각이었다.
횡소천군의 초식이 찔러오는 창끝을 베었다.
찌르는 사람이나 베는 사람이나 일체의 변화 없는 단순한 공격.
하지만 단순한 찌르기와 베기도 강기가 더해지면 얘기는 전혀 달랐다.
꽈광!
마력과 내공이 부딪치며 커다란 폭음이 터졌다.
‘베지 못했다!’
대공의 강기를 파괴하고 창신을 벨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공을 너무 만만하게 본 모양이었다.
창로가 1m 정도는 밀려 벗어났으나 대공의 창은 멀쩡했다.
‘무림인이나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쩝!’
대공 역시 강기를 한 점에 집중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그래서 내 일격을 방어할 수 있었던 거다.
“음!”
“으음!”
대공과 나의 입에서 서로 다른 의미의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간 보기 일 합 一合에서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뜻.
서로 상대에게 감탄했으나 그렇다고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비무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패앵! 슈와악.
대공의 창신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세 갈래의 창끝이 함께 돌아가며 거대한 압력을 만들어냈다.
압력의 세력권이 점점 넓혀지면 주변의 공기마저 끌어들이고 있었다.
파팟! 팟!
“칠성둔형!”
일곱 걸음 안에 무적이라는 칠성둔형을 펼치며 창끝이 일으키는 압력의 중심으로 향했다.
‘태풍의 눈은 고요한 법!’
“일섬!”
쐐액!
그리고 압력이 중심이 되는 창두를 향해 직선으로 찔러 갔다.
[연재]던전 in 무림 1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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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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