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93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93화
193. 달려서 왔어
황제와 약속한 마지막 밤이 되었다.
‘사실 낮에 찾아가도 되는데 왜 꼭 밤에 가는 건지 나도 이해할 수 없네. 쩝!’
막말로 날짜만 약속했지 시간까지 정하지는 않았었다. 오늘 새벽에 가든 대낮에 가든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낮에는 퍼질러 자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밤중이 되어서야 어슬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밤이 으슥해진 다음 약속대로 황궁을 방문했다.
‘사람 생각은 어디나 똑같다니까. 쪽수가 많으면 실력을 떠나 안심은 되는 법이니까. 흐흐. 그나저나 인의 장벽이라더니 대체 이건……!’
어제와 달리 황궁 내에는 인산인해 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사람으로 벽을 세워 발 디딜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이 많은 사람이 어디에 다 숨어 있었던 거야? 이래서는 사람에 치여 잠입할 수 없잖아?’
황궁의 크기에 맞춰 생각하면 최소 몇십만 명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전부 병사나 무인일 리는 없었다. 아마도 어중이떠중이까지 전부 끌어모아 인의 장벽으로 맞설 생각인 듯했다.
“아니, 이렇게 해서 날 발견했다고 치면 공격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날 공격하면 주위 사람이 휩쓸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물리면 내가 알아채니까 기습의 의미가 없었고.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일 테니까.
인의 장막을 두른 사람들은 이를테면 인질인 셈이었다.
‘하! 새끼! 정말 악랄하게 나오네. 그렇다고 내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의 장막을 하늘까지 두르진 못했으니까 하늘로 날아가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다.
‘어풍비행이나 허공답보를 놈들이 모를 리도 없겠건만.’
둘 다 화경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화경 고수가 여덟이나 되는데 그 사실을 모를 턱이 없었다.
“아하! 날 하늘로 오라고 강요하는 거구나! 그렇다면 화살이네!”
황제의 대비책을 알 듯했다.
‘설마 화살이 먼저 떨어지나 내가 먼저 지치나 시험할 생각은 아니겠지?’
흔히 화경은 무한 내공이라고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단지 텅 빈 단전을 채우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빨라진다는 뜻이었다.
소주천으로 채울 수 있는 내공은 1/10.
따라서 소주천은 임시방편이고 응급처방이었다.
완전히 텅 빈 단전은 대주천을 해야만 다시 풀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초절정 고수가 소주천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반 각 정도.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대주천은 아무리 빠른 심법이라고 해도 2각 정도는 필요했다. 최소 30분을 운공해야 풀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화경은 반 각이면 대주천을 할 수 있었다.
‘소주천은 그야말로 숨 고르는 시간만 있으면 될 정도고.’
소주천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단전의 크기도 초절정의 배 이상은 되니까 소주천만 해도 차이가 크지.’
그렇지만 전투 중엔 대주천이나 소주천이나 운기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투에서는 1분은커녕 단 1초가 생사를 결정하는 법이니까.
‘더구나 운기를 하는 순간은 무방비가 되니까.’
화경이라도 호법을 세우지 않는 이상 전투 중엔 소주천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날 허공에 띄워놓고 내력을 말리겠다는 뜻이었다.
‘과연 뜻대로 될까?’
화경 고수에게 웬 화살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화경은 금강불괴를 이루었으니까 말이다.
내력이 실린 검에도 멀쩡한 몸뚱어리를 겨우 병사의 화살로 뚫을 수는 없었다.
최소한 강기가 실린 화살이나 되어야 금강불괴를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강불괴 역시 만능은 아니었다. 과장이 심한 이들의 언어로 금강에 불괴였지 실제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만일 실제로 그렇다면 화경 고수는 죽는 일이 없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죽는 사람이 나오는 거다.
더구나 아무리 병사들의 화살이라고 해도 조금의 타격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미약한 타격도 그 수가 수십만 발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말려 가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황제 측근의 화경 고수들이 황제를 말리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그 점 때문일 거다. 자신들이 당해도 아찔할 테니까.
‘더구나 화경 고수들이 날린 화살이나 암기가 섞여 있다면?’
내가 방어에 급급한 상황을 엿보며 공격에 가세할 생각일 거다.
“흐흐! 과연 어떻게 되나 볼까?”
마교주도 황군의 궁병을 조심하라고 했었다.
그러나 나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마교주의 충고를 한 귀로 흘리고 황제의 승부수를 정면으로 받아 주기로 했다.
황제가 숨은 곳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인의 장막을 두른 것으로도 부족해 이번에는 침실이 아닌 비처 秘處에 숨은 듯했다.
‘한마디로 황궁식 세이프하우스인가?’
그러나 만리추종향과 주변에 포진한 화경 고수들의 기감으로 인해 소용없었다.
‘어쩌면 궁수를 포진하기 위한 장소 선택일 수도.’
아무래도 좋았다. 내겐 쏟아지는 화살 세례를 피할 수 있는 비책이 있었으니까.
“그럼 가볼까? 오늘 만나면 어떤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볼까?”
팟! 파바박.
지면을 박차고 황제가 숨은 곳을 향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오늘도 만월은 아니지만 달이 밝았다. 휘엉청 둥근 달 속에 내 신형이 나타났다.
황제가 숨은 전각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일제히 사격하라!
텅! 피슝! 파바밧!
장수의 명령에 따라 수만 명의 병사가 한꺼번에 활시위를 놓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그리고 병사들은 순차적으로 계속 활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어이구야!”
그리고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수만 발의 화살.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부러 전각 지붕과 같은 높이로 떠 있었다. 그랬더니 전후좌우 前後左右는 물론 상하 上下마저 화살 세례를 받게 되었다.
시야에는 온통 화살의 비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화살의 수가 많다 보니 선 線이 아닌 면 面의 공격이었다.
피할 곳은 아예 없었고 평범하게 쳐내기도 무리였다. 호신강기로 버티라는 암묵적인 강요였다.
‘하지만 그건 수비할 때의 이야기고.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도 있잖아?’
상대는 겨우 병사들이다. 그들이 쏜 나약한 화살에 수비나 하면서 내공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진공검 眞空劍!”
날벼락의 무공에서 힌트를 얻은 진공검이었다. 일대 종사의 고유능력은 새로운 무공까지 만들어 냈다.
촤르륵!
열두 자루의 검이 허공에서 튀어나와 내 주변을 감싸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열두 자루의 검이 만들어 낸 회전은 순식간에 내 몸 주위를 진공 상태로 만들며 화살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화살의 수는 너무 많았다.
원래라면 호신 강기에 막혀 지면으로 떨어졌어야 할 화살들이었다.
하지만 추진력을 잃고 진공 상태에 갇힌 화살들은 그대로 허공에 떠 있었다.
결국, 화살들은 첩첩이 쌓이며 나를 둘러쌓아 자연스럽게 방패를 만들어 냈다.
새로이 날아오는 화살은 그 방패에 박혀 들뿐 진공 상태의 공간에서는 힘을 잃었다.
병사들의 화살 틈에 섞여 있던 화경 고수들의 암기 역시 진공 상태를 통과하며 위력을 잃어 호신 강기에 막혀버렸다.
“자! 이제 진격이다!”
난 그 상태로 서서히 전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화경에겐 흔한 무공인 허공답보로 한 걸음씩 서서히 목을 죄어갔다.
회심의 준비가 물거품이 되어버리자 아랫동네에선 난리가 났다.
질서정연하던 궁병대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지둥 대며 의미 없는 화살만 날려댔다.
결국, 천은사화를 비롯한 관복을 입은 여섯 명의 화경 고수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멈추세요!”
천은사화의 말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멈출 것 같으면 오지도 않았어! 이거나 받아!”
파방! 파바바바박!
나를 감싸던 화살의 방패가 폭발하며 일제히 전각을 향해 쏘아졌다.
병사들이 쏜 화살과는 질적으로 다른 화살 세례를 받게 된 여섯 명의 화경 고수는 저마다 호신강기를 펼쳐 방어했다.
처음부터 이들과 드잡이를 할 생각이 없던 나였다.
그 틈을 타고 칠성둔형을 펼쳐 황제가 숨은 전각으로 바람처럼 달려들어 갔다.
쐐액!
“나중에 보자고!”
콰광! 콰과광!
“으악악!”
이번엔 소리 없는 잠입이 아니었다.
황제가 숨은 곳을 향해 걸리적거리는 것은 전부 부숴가며 일직선으로 달렸다.
벽이 막으면 벽을 부쉈고 사람이 막아서면 목을 베었다.
그리고 마침내 황제의 앞에 설 수가 있었다. 한 손엔 검을 들고 흉신악살의 모습을 한 채로.
밀실인 듯한 곳에는 두 명의 노인이 황제와 함께 있었다.
기세를 살펴보니 어제 백 장 밖에 있던 두 명의 화경 고수가 이들이었다.
얼른 정보 열람해 보니 역시 고만고만한 화경이었다. 연륜은 있어도 밖의 여섯 명보다 낫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이 황제가 믿는 마지막 보루인 듯했다.
경악한 표정으로 노인들의 등 뒤로 숨은 황제에게 반갑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
“또 보게 된 걸 보면 어째 지난밤에 좋은 꿈을 꾸진 못한 것 같네?”
“어, 어떻게?”
“응, 달려서 왔어.”
그러자 황제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두 명의 노인 중의 한 사람이 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무엄한지고! 감히 황제 폐하에게 그런 망발을…….”
기세를 풀로 올리고 노인의 말을 자르면서 물었다.
“상황에 따라서 죽일 놈인데 반말 좀 하면 어때? 그건 그렇고 노인네들이 내 손에서 황제를 살릴 수 있으려나? 난 무엇보다 먼저 놈을 먼저 죽일 생각이거든? 어디 막아 봐! 차핫!”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첫날 밤에 소리소문없이 죽였을 거다.
살려서 내 말 듣게 하려고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벌인 거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뻥카를 날려본 거다.
곧 달려올 여섯 명과 노인네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려면 나도 힘드니까.
황제를 노리는 듯한 기습 공격에 노인네들은 황급히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런 노인네들에게 천겁겁화도와 빙백마라강을 선사해 뜨겁고 찬 맛을 보여줬다.
“칠성둔형!”
그리고 일곱 걸음 안엔 천하무적이라는 칠성둔형을 펼쳐 노인네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턱!
다시 황제의 뒷덜미가 내 손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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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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