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화
#6화
“내가 바보로 보여?”
“무, 무슨 소릴….”
“백년연실은 은자 300냥은 족히 받을 수 있는 물건이지. 한데 100냥?”
나도 모르게 은연중, 살기(殺氣)를 피웠나?
전생에 이런 사기꾼들과는 상종할 일이 없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참으로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보게! 이런 영약은 값이 비싸 취급하는 약방이 흔치 않네. 게다가 언제 팔릴지도 모르니, 이 정도 흥정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흥정과 사기는 다르지. 그리고 날 언제 봤다고 대뜸 하대해?”
“그, 그거야….”
약방 주인은 겁을 내는 와중에도, 끝끝내 사기로 일관했다.
백년연실이 언제 팔릴지 모르는 영약이라고?
단언컨대, 저잣거리에 좌판을 깔고 호객을 하면 촌각도 되지 않아 최소 은자 300냥은 받을 것이다.
하나 굳이 약방을 찾아온 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역겨운 놈이네.’
약방 주인의 따귀를 후려치고 싶었다.
본래 내 성정 자체도 좋은 편이 아닐뿐더러, 전생의 나는 항상 ‘폭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며 살았다.
물론 이번 생은 도리를 지키며 살 생각이지만, 이런 사기꾼에게까지 자비를 베풀 마음은 없었다.
“아빠야, 화나써?”
하지만.
나는 따귀를 후리지 못했다.
“…….”
“아빠아! 화나써?”
소윤은 낮게 가라앉은 내 음성과 찌푸려진 미간을 보고 화난 감정을 읽은 모양이었다.
어린아이라 사리 판단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소윤이를 너무 얕본 것 같다.
“화 안 났어. 가자, 소윤아.”
나는 하는 수없이 무례한 약방 주인을 뒤로하고 소윤의 손을 잡은 채 약방을 나섰다.
하나 입구를 넘어서는 순간, 그의 중얼거림이 귓가를 스쳤다.
“제길! 별 거지 같은 것들이 재수 없게!!”
놈은 그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적어도 ‘것들’이란 표현은 삼갔어야지.
소윤이까지 욕되게 하는 언사에 인내력의 한계가 찾아왔다.
팡-!
탄지신통(彈脂神通).
검지와 중지 사이에 밀알만 한 내력을 둥글게 유형화시켜 약방 주인의 콧잔등에 발출했다.
“크아아아악!”
그러자 주인은 비명을 뱉으며 제 코를 감싸더니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아이고오! 아오….”
아마 십중팔구 코뼈가 부러졌을 거다.
내력을 더 주입했다면 안면이 뚫렸겠지만, 내게 그 정도 내력이 없기도 했고 소윤에게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기 싫어 적절히 힘 조절을 했다.
“아빠야. 저 아저씨 왜 저래에?”
그때, 비명을 듣고 고갤 돌린 소윤이 통증에 설설 기는 약방 주인을 보며 궁금한 눈으로 물었다.
나는 소윤의 머릴 쓰다듬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저 아저씨는 거짓말을 해서 코가 커진 거야.”
“응?! 거짓말하면 코가 커져?”
“그래. 그러니까 소윤이는 거짓말하면 안 된다.”
“응. 소유니는 거짓말 안 해.”
“근데 소윤아.”
“왜에?”
“거짓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응.”
“뭔데?”
“거짓말은… 소유니가 아빠를 싫다고 하는 거야.”
진소윤.
너 천재 맞구나.
* * *
“영약… 사십쇼.”
수군수군-.
“백년연실 있습니다…. 사십쇼.”
몸이 뜨거워진다.
얼굴이 붉게 물들고 식은땀도 삐질삐질 흐르는 게.
“종남산에서 직접 캔, 상질의 백년연실 사십쇼.”
전생의 내 삶은 핏물로 얼룩진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이 지X을 할 필요는 없었다.
돈이 필요할 땐, 마교의 행정을 총괄하는 금의당(金意堂)에 요청만 해도 한도 없이 돈이 나왔으니 언제 아쉬운 소릴 해봤겠나.
하나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당장 백년연실을 팔지 못하면 소윤이를 데리고 노숙하는 불상사가 생길지 몰랐다.
“영약 사십쇼!”
용기를 내서, 고함을 질렀다.
남들이 들으면 꼴값 떤다고 욕하겠지만, 내겐 화산파 장문인을 암살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행위였다.
나는 생애 처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장 한복판에 좌판을 깔아버렸다.
“영약 사십셔! 백년연시리에여! 영약 사십셔! 헤헤.”
하….
이건 계산 못 했는데.
내가 소릴 지르니 소윤이도 신이 난 얼굴로 흉내를 낸다.
어느새 중인들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우리 부녀를 힐끔거렸고, 어떤 이들은 날 정신병자 쳐다보는 듯한 눈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장사… 참 힘든 거네.’
정확히 말하면 장사가 힘든 게 아니라 ‘아빠 노릇’이 힘든 거겠지?
장담컨대, 아빠가 되는 건 고금제일살수가 되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상질의 백년연실입니다. 복용하는 순간, 내력의 상승을 도모하며….”
한데 이 호객 행위란 게 또 하다 보니 묘한 재미가 있었다.
어느새 나는 노련한 장사꾼처럼 말에 살을 덧붙였고 소윤이는 흥겨웠는지 연신, 헤헤 웃으며 제자리에서 쿵쿵 뛰기까지 했다.
소윤아.
근데 쿵쿵 뛰는 건 좀….
부끄럽다, 야.
“무림인이 복용하면 내력을, 병약한 이가 복용하면 장수를 돕는 상질의 영약입니다”
“영약이에영!”
이쯤 되니 우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던 사람들마저 미소를 머금었다.
하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먹고 사는 일에 귀천이 따로 있나.
“어라?”
그때.
멋진 백삼을 걸치고 영웅건을 두른 사내가 멀리서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진짜 백년연실이네? 그것도 완전 상등품이잖아?”
꽤 눈썰미가 좋은 모양이다.
복장을 보니 명문가 자제 같았고, 보폭의 일정한 규칙과 전신에 흐르는 도도한 기도(氣道)를 보니 제대로 무공을 익힌 것 같은데.
“약초꾼이신가요?”
그가 흥미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약초꾼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팝니다.”
“……?”
대답이 좀 허접했나….
아무튼 나는 이 사내가 백년연실을 구매할 것임을 직감하여 영약을 불쑥 들이밀었다.
자고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법이다.
마침 밥때도 되었고, 대충 팔아치우고 소윤이 밥 먹일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뭐… 어찌 됐든, 물건은 확실하네요. 이런 상등품은 우리 고장에서도 보기 힘든데. 대형! 이거 얼마에 파실 생각이에요?”
“…….”
얼마를 불러야 하나.
내가 알기로 백년연실은 은자 300냥 내지는 400냥의 값어치다.
거기다 기왕 좌판 깔고 호객 행위를 한 수고비까지 더 해서,
“…은자 사백삼십 냥에 팔겠소.”
다소 높은 가격을 불러봤다.
“비싼 값은 아니네요. 좋아요. 제가 사겠어요.”
하나 사내는.
아니, 손님은 은자 430냥이란 거금이 아깝지도 않은지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전표예요. 정확히 은자 430냥.”
“고… 맙소.”
“하하. 보아하니 영약을 처음 파시나 보네요. 혹시, 또 이런 상품의 영약을 구하게 되면 그때도 제게 파세요.”
“의원이오?”
“아뇨?”
“한데 이런 영약을 또 사오?”
“아. 저희 집이 무가(武家)라서요. 이렇게 품질 좋은 영약이면 얼마든지 구매하겠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무가의 자제였군.
하나 대답을 하진 않았다.
어차피 이번처럼 영약을 팔 일이 또 있겠나.
“왜 대답이 없어요? 혹시, 값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럼 말씀하세요. 더 드릴 테니. 우리 가문은 이런 데 돈 안 아껴요.”
“알겠소. 다음에도 영약이 생기면 손님 가문에 팔리다.”
나는 더 이상 말 섞기 귀찮아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를 뜨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삽시간에 은자 430냥이 거래되는 진풍경에 중인들의 시선이 쏠린 터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저기!”
그 순간, 손님이 다시 날 불러세웠다.
“네?”
“하하. 재밌는 분이시네. 우리 가문이 어딘지도 안 듣고 가시려고요? 그럼 다음에 물건을 어떻게 팔려고요?”
“아. 손님 가문이 어디요?”
“동천에 있는 석가장. 이곳 장안에서 멀긴 하지만 운송비 감안해서 값을 후하게 쳐줄 테니 꼭 우리 가문에 파세요. 대형. 그럼, 보중!”
손님은 경쾌한 표정으로 영약을 챙겨 들고 신형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 순간 소윤이가 애교 섞인 음성을 뱉었는데.
“헤헤. 손님! 안녕!”
그러자, 손님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다가오더니 소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이름이 뭐야?”
“진소유니예요.”
“소윤이? 하하. 다음에 또 보자.”
“히히. 손님 예뻐요!”
“하하하. 예쁜 게 아니라 잘생긴 거겠지.”
저 두 사람… 장단이 잘 맞네.
왠지 손님의 친화력 높은 성격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소윤이를 상냥히 대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좋은 아빠가 되려면 목석같은 성격부터 개조해야겠다.
* * *
“아빠야. 이거 모야?”
“당과.”
“완전 마싯네?”
“많이 먹으면 이 썩으니까… 딱 하나만 더 먹자.”
“네에!”
지난 삶 27년.
이번 생 다섯 달하고 일주일.
나는 그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깨닫지 못한 인생의 진리를 깨우쳤다.
‘돈이란 게 참 좋네.’
미처 몰랐지만.
돈은 지닌 힘이 매우 셌다.
나는 영약을 팔기 무섭게 포목점으로 향해 가장 비싼 원단의 옷을 골라 소윤에게 입혔다.
옷이 날개라고, 그러잖아도 앙증맞은 소윤이 예쁜 옷을 걸치니 선녀가 따로 없었다.
내친김에 나도 한 벌 장만했다.
검정 무복에 검정 장포를 걸쳤는데, 본래 진소천의 체형이나 얼굴이 봐줄 만해서 나쁘지 않은 행색이 되었다.
말인즉슨, 누가 봐도 산에서 내려온 사람 같았던 우리 부녀가 때를 빼고 광을 낸 것이다.
더불어 소윤이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당과며 월병 같은 것도 잔뜩 사서 먹이고, 영롱한 옥가락지도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어떻게 가난한 사냥꾼의 딸이 이렇게 귀티 나고 귀여운 거지?’
새삼, 그 점이 신기했다.
한껏 꾸민 소윤은 정말이지 부잣집 막내 같은 귀티가 줄줄 흘렀다.
‘돈… 많이 벌고 봐야겠다.’
사실 걱정이다.
사람 모가지 따고, 머리통 깨부술 줄만 알았지, 내가 돈을 벌어봤겠나.
하나 이것도 아빠의 임무라면 임무니 충실히 수행할 생각이다.
그렇게 온종일 소윤과 돈지X을 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원래 거주할 집부터 알아볼 생각이었지만 소윤이 데리고 시장 구경을 하다 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장안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객실을 빌려 소윤이를 안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래봤자, 상고시대 설화 몇 가지와 강호의 영웅담 정도지만 소윤이는 눈을 말똥거리며 귀 기울이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제야 나는 소윤이를 눕히고 달빛에 비치는 장안교 물살을 안주 삼아 죽엽청 한 병을 들이켰다.
‘…힘드네.’
전생에 온갖 시련을 겪은 내게도 육아는 중노동이었다.
하나 새근새근 잠든 소윤을 보니 피로는 금세 사라졌다.
챙챙챙-!
한참 술병을 들이키던 와중.
창밖의 풍경이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로 소란스레 변했다.
백삼을 걸친 인영 하나와 복면을 뒤집어쓴 장한 다섯의 대치라.
누가 봐도 뻔한 선악의 대결 구도인데.
딱히 내 일이 아니니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한데,
“클클. 석가장의 애송아. 너는 결코, 장안을 살아나갈 수 없다!”
“네놈들은 누구냐?”
한데.
저 백의공자….
낮에 백년연실을 사간 ‘손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