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2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7화
#27화
나는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만약 내가 보편적인 가정에서 남들처럼 자랐다면 활발하고 재밌고 엉뚱하게 성장했을 거 같긴 한데….
아무튼 그건 가정일 뿐이고, 결국 나는 고아 거지에 마교로 납치되어 살수가 됐으니 영혼의 결도 살수처럼 냉철하고 차가워졌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흥분을 잘 안 한다.
대개, 살인에 있어 흥분은 때때로 살인을 성공시키는 동력이 되지만 목표물을 은밀하게 죽여야 하는 살수의 경우, 독이 된다.
때문에, 나는 죽는 순간에도 심적 충격만 받았을 뿐, 흥분해서 날뛰지 않았다.
만약 당시, 흥분해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면 청마왕의 모가지를 비트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고.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이 순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솔직히 이런 격한 감정은 처음이다.
단순히 화가 나거나 분노가 이는 걸 넘어, 내 감정은 초조, 불안, 공포로 젖어 들었다.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흑도의 생리를 안다.
흑도를 지향하는 자들 중에는 금수보다 못한 자들이 수두룩하고, 또 어떤 놈들은 마교보다 훨씬 잔혹한 짓을 벌인다.
차라리 마교는 힘과 무(武)를 숭상하는 자들이니 나쁜 짓에 논리라도 있지, 흑도 새끼들은 진짜 X같은 짓을 이유도 없이 벌일 수 있단 말이다.
물론, 모든 흑도가 그런 건 아니다.
전통 때문에 표면적으로 흑도에 적(跡)을 두고 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색채가 흐려져, 지금은 중도에 가까운 ‘녹림채’나 ‘장강수로연맹’도 있고, 흑도를 지향하면서도 노인, 여자, 아이를 건드리지 않는 나름 선을 지키는 세력도 존재하니까.
그러나, ‘흑사회’는 다르다.
아니, 다를 것이다.
비록 흑사회의 복면인 다섯을 보았을 뿐이지만, 딱 봐도 놈들의 냄새는 역겨웠고, 내 직감은 대체로 맞는 편이니, 놈들이 추악한 쓰레기인 건 자명하다.
그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놈들이 내 진신 정체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또한 내게 소윤이가 있음을 인지한 상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도 나는 타초경사(打草驚蛇)하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흑사회’ 같은 비열한 놈들이라면…….
소윤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형님…….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석가장에서 놈들의 동태를 면밀히 살피는 중입니다.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섬서의 백도 문파 중 여러 곳이 이미 흑사회를 주시하고 있으니 적당한 때를 봐서 그들을 일망타……”
“연우야.”
“형님….”
“네 말 알아들었고 이해도 했다.”
“형님…….”
“거기다 당장 흑사회 조지겠다는 내가 얼마나 미X놈처럼 보일 줄도 안다.”
“…….”
“하지만 해야겠다.”
“형님. 뭘 걱정하는지 압니다. 소윤이 때문에 그러는 거잖습니까? 하나 놈들이 형님을 노린다는 의미는, 형님이 지난 몇 달간 장안의 악당들을 처단했기에 그에 관한 소문이 파다해져 놈들이 냄새를 맡고 움직이려 한다는 거지, 형님의 형편을 고려해 당장 공작을 한다는 게 아닙니다.”
“알아.”
“그럼 자중하는 게 낫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아니.”
“…….”
“알면서도 나서려는 거야.”
“형님!”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 나는 만에 하나, 천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움직이는 거다.”
“아…….”
“소윤이는 내게 그런 존재야.”
나는 들끓는 속내를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연우도 처음과 달리 조금 낯빛을 바꾸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리고 형님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러니 말리진 않겠습니다. 단! 날이 밝으면 저와 석가장의 무인들을 대동하고 같이 쳐들어갑시다. 형님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흑사회는 일인의 힘으로 박살 낼 수 없는 곳입니다.”
“흑사회가 그렇게나 강한 곳이냐?”
“네. 물론 이제 막 준동하여 세가 크다고 할 순 없지만, 몇 번의 격돌과 입수한 정보를 취합하건대, 그들의 실력은 최소 녹림의 산채 하나와 맞먹습니다. 게다가 놈들은 점 조직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총단이 애매하고 회주의 거처도 명확지 않습니다. 알아낸 거라곤, 분타 세 곳의 위치뿐이에요.”
됐다.
이로써, 내 행보는 더욱 명확해졌다.
‘녹림 산채 하나 정도의 실력이라…….’
녹림의 산채 하나는 사실 강호의 어지간한 소형 문파 하나와 맞먹는다.
그러니, 연우의 눈엔 혼자서 놈들을 치겠다는 내가 미X 새끼로 보이겠지.
하나 나는 실제 전생에 녹림 산채 하나를 작살 내 본 적이 있다.
당시, 임무 수행을 위해 청해성에서 무위산을 넘는 와중, 통행세를 지불하라는 채주의 겁박을 받았고 그게 빡쳐서 그 자리에 있던 70인의 산적을 죄다 앉은뱅이로 만들었던 사건인데….
물론, 지금 내게 그럴 힘은 없다.
나는 아직 전생의 힘 중 3할을 채 복원하지 못했으니 그런 무쌍의 기염을 토해낼 순 없겠지.
그러나, 인생은 그런 정량적 판단만으로 재단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살 수도 없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연우야. 정녕 날 돕고 싶으면 해줄 일이 있다.”
“뭡니까.”
“날이 밝으면 강 씨 형제가 찾아올 거다. 놈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동벽 선생께도 이 일을 알려 미리 방비할 수 있도록 조치해라. 물론, 네가 석가장의 무인들을 대동해 소윤이를 지켜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형님! 안 된다니까요.”
“부탁한다.”
“아니, 진짜! 형님. 말 들어보세요. 본가를 포함한 섬서의 백도에서 파악한 흑사회의 정보는 고작 놈들의 분타 세 곳입니다. 장안엔 놈들의 본거지도 없단 말입니다.”
“세 곳이 어딘데?”
“서안, 흥평, 함안요. 그리 멀진 않지만 당장 질 좋은 말을 타고 출발해도 반나절에서 하루 걸리는 거립니다. 그러니, 날 밝으면 같이 가자니까요?”
“그거면 돼.”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나도 당장 홀로 흑사회를 치는 것보다, 연우 말을 듣는 편이 효율적임을 안다.
하나 알면서도 안 되는 게 있고, 모르면서도 되는 게 있는데 지금 내 상황은 알면서도 그냥 무지성으로 달려야 할 때였다.
“간다.”
“혀, 형님!”
* * *
연우는 길을 나서는 나를 끝까지 잡고 보내주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혼자서라도 따라오겠다며 악다구니를 써댔는데,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 연우 실력으론 발목이나 안 잡으면 다행일 터였다. 그 때문에 만류하고 대신 흑사회의 세부적인 위치와 그들에 관한 정보만 소상히 물었다.
‘후…….’
이후, 나는 곧장 쾌경보를 전속력으로 펼쳤다.
다시 느끼지만, 내 경신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컨대, 순간적으로는 쾌경보 보다 빠른 경공이 있을 수 있지만(교주의 천마비행술이라든지, 곤륜의 운룡대팔식이라든지, 무당파의 제운종 같은) 시전할 때 사용되는 내력과 구동되며 소요되는 체력을 감안했을 때, 쾌경보는 능히 ‘천하제일신법’이라 부를 만했다.
그렇게 쾌경보를 전속력을 시전하자, 몸은 마치 하늘을 나는 새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밤하늘의 달빛을 수평으로 갈랐다.
하…….
기분 좋게 한잔 걸치다, 칠흑 같은 새벽에 사람 대가리 부수러 달리는 심정이란…….
말해 뭐할 거며, 누가 알아주랴.
하나 생각해보면 굳이 남이 알아줄 필요는 없으니 상관없다.
이는 오직 내 가슴이, 내 심장이 시켜서 하는 일이고 어쨌든 놈들과 대치하면 그땐 내 직감이 상황을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 * *
연우에게 들은 ‘흑사회’의 분타는 서안, 흥평, 함안에 위치했는데 나는 우선 서안을 목표로 잡고 달렸다.
그 이유는 서안이 대도시인 데다, 섬서의 중심지니 아무래도 회주 놈의 거처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진을 달려 나는 놈들의 서안 분타인 ‘장수상단’에 당도했다.
전생 같으면 반 시진 만에 도착했겠지만, 지금 내겐 이게 최선이고 이마저도 중간에 한 번도 안 쉬고 달렸더니 힘들어서 헉헉거리기까지 했다.
했는데…….
‘그놈…… 눈빛만 봐도 딱 개X끼네, 개X끼야.’
‘장수상단’의 대문 앞에서 보초를 서던 털보 하나가 예리한 눈으로 날 노려보는 중이었다.
“여보쇼.”
한 차례 거친 숨을 몰아쉰 뒤, 나는 털보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입을 뗐다.
그러자, 털보가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꺼져라.”
???
악당 아니랄까 봐, 손님 대응하는 것도 참 지랄 같네.
“보쇼. 여기 상단 아니요? 내 좋은 물건이 있어 상단주랑 흥정하려고 왔는데, 다짜고짜 꺼지라니. 너무하는군.”
“여기 상단 아니니까 그냥 꺼지라고. 확, 창자를 뽑아서 모가지에 감아버리기 전에.”
“오…….”
목소리 쫙 깔고 눈알 부라리는 게 왕년에 협박 좀 하고, 폭력 좀 휘두르고, 사람 목줄 한 두어 번 따본 솜씬데.
안타깝게도 내 눈에는 마냥 귀엽게만 각인됐다.
“정말 안 꺼져? 뒤지고 나서야 염라대왕 앞에서 읍소를 할 테냐?”
“워……. 흥분하지 마시고.”
“뭐?”
“흥분하면 순간적으로 고통이 줄어들 수가 있거든. 그러면 아깝잖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통을 곱씹으면서 서서히 뒤지는 편이 너 같은 놈한테 어울리기도 하고.”
“개X끼가!”
털보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들고 있던 장창을 내 복부에 쑤셔 넣으려 했다.
나는 그대로 장창을 잡은 뒤, 완력으로 치켜올렸는데 그 탓에 털보가 창의 손잡이에 턱주가리를 강타당했다.
털썩-.
순간, 털보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엉덩이를 찍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의 정수리에 주먹을 휘둘렀는데, ‘자연결’의 역 속성을 가미한 것이라, 처맞는 털보 입장에선 쇠망치로 대갈통을 찍히는 느낌일 터다.
쾅-.
“켁.”
한데…….
쇠망치로 대갈통을 찍히는 느낌은 아닐 듯한 게…….
고통을 곱씹기도 전에, 털보는 드러누운 채 몸을 부르르 떨며 입가로 거품을 흘리는 게 아닌가.
이건 명백히 실수다.
나는 이 싹퉁바가지 없는 털보가 피칠을 한 채 살려달라 애원하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권풍(拳風)이 발산될 정도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 까고 말았던 것이다.
“끄으으…….”
털보의 입에서 나지막한 괴성이 흘러나온다.
아마 두개골이 부서지면서 뇌를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뭐, 이만하면 안 죽더라도 병X은 확정인 셈이라, 널브러진 놈의 몸뚱이를 뒤로하고 나는,
콰아아앙!
‘장수상단’.
아니, ‘흑사회’의 현판과 대문을 발로 차,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이리 오너라!”
지금 시각 새벽 인시(寅時).
이 야심한 시간에 대뜸 대문 박살 내고 기어들어 와서 ‘이리 오너라!’ 하고 고함을 지르는 내 모습이 저들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솔직히 궁금한데 물어보려면 우선, 놈들의 수족 몇 개쯤 끊어놔야 가능한 부분이라 자중하고.
“누, 누구냐?”
“뭐냐?”
“어떤 미X 새끼야!”
그야말로 촌각도 되지 않아 흑사회 놈들은 각자 병장기를 휴대한 채 신속히 날 감쌌는데, 이것만 봐도 놈들이 평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단 걸 유추할 수 있었다.
“회주 어딨냐?”
나는 그런 놈들을 향해 건조하게 말했다.
그러자, 무리 중 가장 깡마르고 강퍅한 인상을 가진 쥐새끼 같은 놈이 물어왔다.
“너…… 혹시 또라이냐?”
“또라이는 아니고.”
“뭐?”
“음……. 그냥 정상은 아닌 것쯤으로 해두자.”
“이, 미X 새끼가!”
“내가 무협 소설을 꽤 봤는데. 꼭 너처럼 초반에 설치는 새끼들은 뒤지거나 아니면 병X 되더라. 너는 그중 뭘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