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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2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3화

#23화

 

 

 

 

 

“소천문?”

 

“소천문?!”

 

일동의 말에 나보다 먼저 이동과 삼동이 반응을 보였고 나 역시, 이내 ‘소천문’이란 이름을 곱씹어 봤다.

 

소천문이라….

 

어차피 개파를 생각하던 터고, 개파 후엔 더 이상 ‘현상금 사냥꾼’ 같은 이름으로 스스로를 명명할 수 없는 노릇이라 문호는 필요했다.

 

때마침 일동이 나쁘지 않은 생각을 떠올렸으니 나는 고갤 끄덕이며 이동과 삼동에게 물었다.

 

“나는 괜찮아 보이는데 니들 생각은 어때?”

 

그러자,

 

“저도 찬성입니다, 형님. 어차피 우리는 큰형님 믿고 뭉친 사내들 아닙니까. 소천문이라. 딱이지요, 딱!”

 

“흐흐. 뭐가 됐든 이름이 생겨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저는 소천문 공식 서열 3위이자, 3석에 해당하는 강삼동이 되는군요? 낄낄!”

 

이동도 이동대로 긍정적인 반응이고, 삼동은 아예 설레발을 칠 만큼 반색해 보였다.

 

나는 짝! 박수를 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이제 이걸로 우리는 소천문의 일원이 됐다. 나는 당연히 소천문의 1대 문주고, 니들 서열이나 감투 같은 건 니들이 알아서 정해라.”

 

“소천 형님! 저는 그럼 부문주하겠습니다!”

 

“저는 수석 장로가 좋겠군요!”

 

“아니, 이 형님들이? 문주에 부문주에, 수석 장로까지 다 해 드시면 난 뭘 합니까? 정작 두목 멧돼지랑 싸움은 내가 하는데.”

 

아주 지X들이 났네, 지X들이 났어.

 

과연 이것들을 데리고 문파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인생은 못 먹어도 가는 거라서 달려볼 수밖에 없다.

 

 

 

 

 

* * *

 

 

 

 

 

예상대로 삼동과 두목 멧돼지가 한판 뜬다는 소문이 퍼지자, 저잣거리 상인들은 물론, 장안 주민들이 죄다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연화각 앞은 인산인해가 되었다.

 

“지… 진짜였네?”

 

“진짜 청방 놈들이 초주검이 됐잖아?”

 

“세상에…. 정말 저 현상금 사냥꾼들이 일을 내도 단단히 냈구먼. 한데, 저 강일동, 강이동, 강삼동 형제는 예전에 청방 패거리 아니었는감? 격세지감일세.”

 

사람들이 저마다 수군거렸다.

 

저들 중 평소 청방에게 시달렸던 이들은 청방의 몰락을 진심으로 기뻐할 거고, 또 청방의 패악질을 통해 반사 이익을 누리던 자들은 적잖이 아쉬울 것이다.

 

하나 사람들 반응이 어떻든 간에….

 

나는 그저 그럴 뿐이다.

 

어차피 내가 청방을 정리한 까닭은 나와 동동이들의 이익을 위해서지, 애초에 공익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나쁜 놈인가?

 

그건 또 아니다.

 

인생을 두 번 살아 보니 알게 된 건데, 목적이나 동기는 중요한 게 아니더라.

 

세상은 오직 결과만으로 귀결되고 나와 동동이 형제가 사익을 위해 한 일이 결과적으로 ‘공익’을 담보한다면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고로, ‘소천문’은 좋은 문파다.

 

“자! 다들 들어서 알겠지만, 지금부터 전(前) 청방 두목이었던 멧돼지와 현(現) 연화각의 책임자, 소천문의 3대장, 향후 장안의 질서를 위해 인생을 바칠 나 강삼동의 비무가 펼쳐질 거요.”

 

…….

 

저게 지금 뭐라는 건가?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일동이와 이동의 얼굴도 수치심에 붉게 타들었다.

 

심지어 포박당한 채 끌려 나온 청방 놈들과 장안 주민들까지 황당한 기색인데, 제일 어이없어하는 건 삼동과 대결을 치를 당사자, 두목 멧돼지였다.

 

“진짜 미친 새끼네. 뭐가 어쩌고 어째?”

 

두목은 콧방귀를 뀌면서 삼동을 비아냥거렸다.

 

하긴, 저놈은 격전을 치를 때, 종일 혼절한 상태였으니 지금 삼동의 실력을 알 리 없다.

 

알면 저런 반응은 못 보일 텐데.

 

“이, 이런 육시럴 새….”

 

그때.

 

삼동이 두목을 향해 쌍욕을 퍼부으려는 찰나, 나는 녀석에게 전음을 보냈다.

 

[자중해라, 삼동아. 이제 너는 어제의 왈패 삼동이 아닌, 소천문의 일원이다. 적어도 장안 주민들 앞에선 묵직할 필요가 있다.]

 

[아… 그러네요, 형님.]

 

[그러니까 분풀이는 비무 시작하고 나서 주먹으로 해. 혓바닥으로 설치는 건 없어 보이니.]

 

[네!]

 

내 전음을 들은 삼동은 슬쩍 어깨를 돌리며 싸움을 준비했다.

 

그러자, 두목은 여전히 삼동이 우스웠는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말했는데,

 

“강삼동. 내 비록 진가 놈에게 당해, 모든 걸 잃고 폐인이 되게 생겼지만 뒤질 때 뒤지더라도 네놈 목줄은 따고 뒤지려니 각오해라, 이 새끼야.”

 

이게 또 삼동의 대응이….

 

정말 압권이었다.

 

“하하핫! 이것 보시오. 말이 심한 거 아니오? 내 그대의 악랄한 심보를 호되게 응징해 장안 백성들에게 귀감을 주려 하오. 각오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오.”

 

“……???”

 

나는 그렇다 치고.

 

순간, 일동은 막냇동생의 개소리를 듣다 듣다 못 참아 주먹을 말아쥐고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칠 기세였는데….

 

다행히 내가 제때 나서 일동을 만류했다.

 

“일동아, 참아라.”

 

“혀, 형님…. 저 새끼 저거 완전 돈 거 아닙니까?”

 

“원래 없이 살던 놈이 돈 생기면 눈알 돌아서 한동안 미친 짓 하는 법이다. 저놈도 평생 동네 삼류 건달 나부랭이로 살다가 어설프게라도 무림인 되어 가는 중이니 그러려니 해라.”

 

“후…. 알겠수.”

 

“그리고 일동아.”

 

“네.”

 

“너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야. 내가 보기엔 너나 이동이나 삼동이나 도긴개긴이니 혼자 멀쩡한 척하지 마라. 좀 역하다.”

 

“……?!”

 

 

 

 

 

* * *

 

 

 

 

 

결투가 시작되기 무섭게 삼동은 내 지시대로 싸움을 이끌었다.

 

삼동의 신체에 내재 된 자연결 속성은 화(火) 속성이다.

 

화 속성 덩어리는 순간적인 내기(內氣) 폭발에 탁월하고 심리에 쉽게 감응하여 빨리 발현되는 장점을 지닌다.

 

‘육탄신공’이야말로 삼동에겐 가장 효율적인 출수가 되는 것이다.

 

콰아아앙-!

 

삼동이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무지성으로 돌진하여 두목 멧돼지를 들이받았다.

 

멧돼지가 멧돼지를 후려 깐 형국이니 꼴이 우습긴 했는데, 그것도 보는 사람 입장이지 당하는 두목 멧돼지는 경악을 금치 못할 터였다.

 

쿠웅-.

 

삼동의 육탄신공을 처맞은 두목은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일장 이상 하늘로 솟구쳤다가 이장 가까이 나가떨어져 바닥에 처박히는 수모를 겪었다.

 

동시에, 장안 주민들은 와! 하며 감탄사를 터뜨렸고 청방 놈들은 죽상이 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

 

“끄으응….”

 

두목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녀석도 황당할 터다.

 

왜 안 그렇겠나.

 

놈은 비대하다는 말이 부족할 체형을 지녔다.

 

그것도 말랑말랑한 집돼지가 아니라 숫제, 산 멧돼지가 생각나는 단단한 체형이니 육탄전에서 낙엽처럼 나가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하나 이것은 내력(內力)을 운용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절대적 차이므로 웬만하면 극복할 수 없다.

 

물론 노련한 싸움꾼이면 부족한 내력을 상쇄할 기술로 승부를 뒤집겠지만, 고작 왈패 두목이 그럴 리는 없고.

 

“이제 알겠지? 내가 옛날의 강삼동이 아니라는 걸.”

 

삼동은 내 쾌경보를 흉내 내며 냅다 달려가 두목과의 거리를 좁혔다.

 

쾌경보를 가르쳐 주긴 했는데 복잡한 무리를 지닌 신법이라 펼치는 삼동의 모습은 행동 모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 그거면 족했다.

 

이장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 삼동이 이내 솥뚜껑만 한 주먹으로 두목의 턱주가리를 쳐올렸으니.

 

콰앙!

 

“끄윽!”

 

삼동의 주먹이 제대로 들어갔다.

 

하나 그대로 피떡이 될 줄 알았던 두목이 이번엔 맞는 순간, 바로 반격을 감행했는데 이제야 나는 멧돼지가 어떻게 두목이 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저놈도 타고난 싸움꾼이긴 하네.’

 

나는 싸움꾼을 판별할 때 먼저, ‘투지’를 본다.

 

골격, 완력, 민첩성,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사실, 싸움은 투지로 시작해서 투지로 끝나니까.

 

그런 점에서 삼동의 무지막지한 솥뚜껑 권격을 처맞고도 바로 손을 내뻗는 두목의 투지는 봐줄 만했다.

 

하나….

 

그런 투지도 어느 정도 비빌 수 있을 때야 통하는 거고.

 

“이놈이?”

 

삼동은 허공에 좌장을 날린 두목의 멱살을 움켜쥐고 원형을 그리며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두목의 비대한 몸이 삼동에게로 확 쏠렸는데,

 

“어?”

 

어! 하는 순간, 삼동은 그대로 두목의 바깥다리를 걸어버리며 그를 왼쪽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쿠웅-

 

“낄낄. 멧돼지야. 이게 입식유술(立式柔術)이다. 뭐, 너 같은 삼류 시정잡배가 어찌 알겠냐마는.”

 

“…….”

 

이번 일격으로, 삼동과 멧돼지 간의 싸움은 전세가 완전히 기울었다.

 

입식유술.

 

이는 내가 동동이들에게 지난 몇 달간 죽도록 수련시킨 기술이다.

 

유술은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 사실 두목 같은 삼류가 아닌 명문정파의 일원이라도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정파를 지향하는 백도인들은 적수공권의 싸움에서 오직 타격을 고집하기에 상대의 몸에 몸을 붙여 꺾고, 조르고, 부수는 ‘유술’에 대해 문외한일 수밖에.

 

그러고 보니 내가 동동이들한테 좋은 건 다 가르쳐줬다.

 

뭐, 아직 어설퍼서 센 놈 만나면 맞아 죽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저만하면 단기간 배운 것치고 흉내는 잘 낸다고 할 수 있겠다.

 

“뭐, 뭐 하는 거냐?”

 

그 순간.

 

두목을 완전히 바닥에 처박은 삼동의 다음 출수는 내 예상을 뒤엎었다.

 

나도 의외란 생각이 들었으니 당하는 두목은 오죽할까?

 

“멧돼지 새끼야. 오늘 네 관절 마디마디를 죄다 부숴주마!”

 

삼동은 바닥에 처박힌 두목을 향해 몸을 던져 그의 신형을 깔아뭉갠 후, 곧장 놈의 팔을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척추를 든 채 땅에 누웠다.

 

‘팔 가로누워 꺾기를 쓸 모양이네.’

 

‘팔 가로누워 꺾기’는 내 유술 중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의 팔을 부러뜨리는 기술인데 솔직히 이 상황에선 심력 낭비에 가까웠다.

 

삼동은 기립한 채였고, 두목은 땅에 널브러진 채였으니 내가 삼동이라면 굳이 함께 누워 유술을 쓸 바에 발로 안면을 지근지근 밟든가 불알을 차든가, 고관절을 밟은 채로 천근추를 써서 뼈를 박살 냈을 텐데.

 

뭐, 그거야 싸우는 놈 마음이라 뭐라 할 건 못 되고 아무튼 저 기술이 들어간 이상,

 

“끄아아아아아악!”

 

승부는 결정 났다.

 

“요놈아. 아프지? 그래. 당연히 아프겠지. 이 새끼야. 끌끌.”

 

두목의 팔을 붙잡은 삼동은 몸을 더욱 젖히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마 실전에서 유술을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일 테니 신기하면서도 얄궂은 성취감이 일었을 것이다.

 

“놔라! 놔라, 이놈아!”

 

두목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중인들의 표정도 제각각 변했는데 십여 년이나 청방에게 착취당했던 업주들, 직원들, 무고한 백성들은 대체로 고소해 죽겠다는 얼굴이 됐고, 청방 놈들은 ‘이제 끝났구나.’ 하는 절망을 안면 근육으로 완연히 그려냈다.

 

“삼동아.”

 

그때, 나는 신나게 두목의 인대와 팔을 바스러뜨리는 삼동을 불렀다.

 

“소천 형님! 말리지 마십쇼. 이런 악당은 한 번 단죄할 때 후회 없이 묵사발을 만들어야 하니….”

 

“말고.”

 

“네?”

 

“다리도 마저 분지르라고.”

 

“아….”

 

“기왕 하는 김에 양팔, 양다리 다 부수고, 갈비뼈도 두어 개쯤 부숴줘라. 그러다 죽으면 그것도 제 팔자니, 신경 쓰지 말고.”

 

“네….”

 

“그리고.”

 

“네?”

 

물어오는 삼동을 향해 나는 전음으로 답했다.

 

[앞으로 이렇게 사람들 많을 땐 웬만하면 형님 말고 문주님이라 불러라. 그러잖아도 우린 현상금 사냥꾼 출신이라 사람들 인식 바꾸는 데 신경을 써야 할 판인데.]

 

[아… 맞지요, 형님.]

 

[문주님이라니까.]

 

[아! 네, 문주님.]

 

[그래. 하던 거 마저 집중해서 야무지게 해라.]

 

[……???]

 

[두목 새끼 병X 만들란 소리다.]

 

[피도 눈물도 없으시군요, 문주님.]

 

[네가 더.]

 

[형님이 더.]

 

[문주님이라니까. 그새 또 까먹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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