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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2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2화

#22화

 

 

 

 

 

“자… 장부요?”

 

“…….”

 

“…….”

 

또냐?

 

또 그런 표정에 그런 눈빛들이야?

 

이쯤 되면 내 사고체계가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 게 아닐까 스스로 의심할 필요가 있겠다.

 

당최 왜 내가 별생각도 없이 지껄이는 말에 타인들은 이런 반응일까?

 

하나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연화각을 접수하기로 마음먹은 건, 판을 키우기 위해서고 그러고자 한다면 청방 만큼 좋은 먹잇감이 없다.

 

말인즉슨, 나는 여기 털어먹으러 왔다는 뜻이니 장부를 살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장부. 무엇을 언제 얼마나 팔아먹었는지. 또한 조직원 목록과 관리하는 반점, 기루, 주루, 객잔, 상가, 포목점 등 모든 업장과 그에 종사하는 민간 직원의 목록도 빠짐없이 가져와. 참고로 꼼수를 부리거나 특정 부분을 누락 할 시엔 형벌을 내릴 생각인데 판단은 자유니까 니들이 알아서 하고.”

 

나는 사람을 협박하는 방법을 잘 안다.

 

내 나이 열두 살 때.

 

나는 살수회에서 3급 살수 훈련을 받았는데, 당시 수련 과목 중 고문과 고도 심리 전술이 있어 협박을 심도 있게 수학했다.

 

그때 알았다.

 

대개 사람들은 불같이 화내며 협박을 일삼지만 외려 차분한 어투에 상상력을 심어주는 협박이야말로 진정 무섭다는 걸.

 

때문인지, 살벌한 어휘와 대조되는 내 조곤조곤한 말투에 청방 놈들은 새파랗게 질려 곧장 행동에 착수했고, 그 와중 너무 맞아서 거동이 불편해진 놈들과 아직 혼절해서 깨어나지 못한 두목 멧돼지를 아울러 나는 다시 말했다.

 

“지금부터 서로 묶어라.”

 

일단 나는 놈들의 수족을 포박하고 아수라장이 된 장내를 정리한 후 사후 방안을 모색할 작정이었다.

 

 

 

 

 

* * *

 

 

 

 

 

‘정말 많이도 해 먹었구나….’

 

연화각의 장부를 본 나는….

 

정확히, 연화각의 장부라기보다 청방의 실체를 문서로 살펴본 나는 내심 기함했다.

 

당최 한 지역의 왈패 조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놈들의 수익이 막대했던 것이다.

 

게다가, 명단에 적힌 조직원의 수는 내가 오늘 정리한 120명을 웃돌아 근 200명에 달했는데 나머지 80인은 장안 곳곳의 업장에 대기 중인 모양.

 

“…….”

 

그때.

 

기절했다가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정신을 차린 두목 멧돼지가 슬그머니 눈을 뜨더니 멍청하게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깼냐?”

 

“…….”

 

“보다시피 상황 끝났다.”

 

“…날 어찌할 생각인 게냐?”

 

“어쩌긴 뭘 어째. X신으로 만들어줘야지.”

 

“차라리 관청에 날 넘겨라. 국법의 심판을 받겠다.”

 

“이럴 땐 또 국법 찾고 싶은 모양이지만 안 된다. 너 같은 놈은 개구멍 만들어서 도망칠 소지가 다분하거든. 대신 한 번의 기회를 줄 의향은 있다.”

 

“뭐?”

 

“삼동아.”

 

나는 두목 멧돼지와 대화를 나누다 대뜸 삼동이를 불렀다.

 

“네, 소천 형님?”

 

“너. 두목 멧돼지랑 한판 떠라.”

 

“네?”

 

“당장 싸우란 게 아니다. 판을 깔아 줄 테니 청방 조직원들과 장안 상인들,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두목 멧돼지와 무지성 결투를 펼치는 거다.”

 

일순, 청방 놈들과 동동이 형제의 안면에 의문과 당혹의 빛이 교차로 번졌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이건 사전 조율도 없이 즉흥적으로 생각한 거니까.

 

하나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방을 와해시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제2의 청방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장안을 흡수해야지. 그러려면 동동이 중 하나가 직접 두목을 때려눕히고 지역에서 인정받는 게 좋다.’

 

나는 청방이 점유한 장안 바닥의 모든 업장 운영을 장차 이동과 삼동에게 맡길 생각이다.

 

일동이는 무학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내가 옆에서 개같이 굴리면 몇 년 안 돼 고수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려면 나와 함께 산지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유리할 터.

 

반면, 이동과 삼동은 일동에 비해 끈기도 부족하고 재능도 못 미치니 무리하게 굴리기보다 점진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게 낫다.

 

그 때문에 이동, 삼동에겐 살림살이를 맡기고 나와 일동은 외부 확장에 힘 써볼 요량이었다.

 

그때,

 

“뭐, 뭣이라?! 이 내가… 강일동도 아닌 강 씨 형제 중 막내 애송이인 삼동과 결투를 펼치란 말이냐?”

 

두목 멧돼지는 뭐가 억울한지 눈을 부라리며 악다구니를 썼는데 나는 냅다 녀석의 눈알을 탄지신통으로 튕겨버리려다, 갑자기 격분하는 삼동을 보고 가만히 있었다.

 

“애송이?! 야 이 멧돼지 새끼야! 내가 오늘 몇 명이나 조졌는 줄 아냐? 내 손에 강냉이 털린 놈이 열 명도 넘는다 이 새끼야. 네 눈엔 아직 내가 소싯적 똘마니 짓 하던 강삼동으로 보이냐? 시커먼 멧돼지 같은 새끼가, 진짜!”

 

워….

 

원래 삼동이가 다혈질 기질이 있긴 한데.

 

이제 보니 욕도 잘하는구나.

 

“가, 강삼동. 너 진짜 미쳤느냐?”

 

“입 닫아라, 멧돼지 새끼야. 입에서 돼지 냄새 X나 나니까.”

 

좋고.

 

저만하면 삼동은 두목 멧돼지와의 촌각토론에서 승리를 쟁취한 셈이다.

 

나는 두 사람을 만류하고 다음 작전에 돌입했다.

 

“삼동이도, 두목도 그만해라. 어차피 너흰 곧 죽도록 싸울 테니 벌써 힘 뺄 필요 없다.”

 

“네, 소천 형님.”

 

“알겠다. 붙여만 다오.”

 

서로 으르렁거리는 삼동과 두목을 보니 웃음이 나왔지만 자중하고 나는 일동에게 넌지시 말했다.

 

“일동아. 나는 우선 지부대인을 만나고 나서 청방이 점유한 나머지 업장과 왈패들을 정리하마. 너는 이놈들 뒷간에 가두고 그사이 연화각을 포함한 이 길목의 모든 상인에게 삼동과 두목의 결투를 알려라.”

 

“네, 소천 형님.”

 

“그리고 전달해. 오늘부로 청방은 해산한다고. 더불어 그간 청방에게 상납했던 부당한 금전과 노동력 또한 더 이상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함께.”

 

 

 

 

 

* * *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요, 내 인생의 신조다.

 

나는 다시 한번 새삼스레 그 말을 절감했다.

 

‘나… 어쩌면 천재일지도?’

 

나는 칼 밥 먹고 사는 무림인 치고 학문 수준이 높고, 마교 출신 중 가장 도량이 넓은 사람이라 자부하지만, 영악하지 못하고 복잡한 걸 싫어하는 단순한 성정의 소유자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청방을 흡수할 거라 예상했다.

 

하나 구멍가게 수준인 줄 알았던 청방이 큰 이권을 지닌 조직임을 알게 되자, 막상 내 두뇌는 명석한 회전을 일으켜 많은 복안을 떠올려 냈다.

 

덕분에 나는 발 빠른 일 처리를 해냈는데, 우선 관청으로 향해 지부대인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지부대인. 청방을 접수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장안은 물론, 섬서에 기생하는 악당들을 하나둘씩 정리할 계획입니다.”

 

“그, 그게 정말이오, 진 대협?”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말하시구려.”

 

“당분간 강호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한 일을 묵인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살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 섬서의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필수불가결입니다.”

 

“정말 진 대협이 섬서의 치안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소?”

 

“또한. 악당들 중 벼슬아치와 연줄이 닿은 자가 수두룩합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이 부분입니다. 본래 관무불가침이니, 향후 벼슬아치들이 저를 모함하려 하면 대인이 막아 주십쇼.”

 

“최선을 다하겠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장안 곳곳에 흩어진 나머지 청방 조직원과 상가들은 정면으로 돌진하여 규합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진소천이다. 며칠 전, 니들 두목에게 의사를 전달했고 그 의사를 오늘 실행했다. 지금 연화각에 두목을 가둬놨으니 직접 확인해도 좋다. 아무튼 오늘 이후, 너희는 해산한다. 물론 너희를 곱게 보내 줄 생각은 없다. 하나 순순히 내 지시에 응하면 병X으로 만들진 않을 테니 고분고분 따라라.”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미친 새끼가!”

 

“안 되겠네. 좀 맞자.”

 

퍼퍼퍼퍼퍼퍼퍽-!

 

그 와중, 번거롭게도 나는 많은 폭력을 사용했다.

 

하나 언제나 그렇듯 폭력은 잘못 쓰면 독이요, 잘 쓰면 약이다.

 

이런 왈패들에게 사용하는 폭력은 약이고 나는 놈들에게 효과적인 보약을 선물한 셈이니 양심에 거리낄 게 없었다.

 

그때,

 

“저… 대인. 저는 이 반점에서 10년째 주방을 보고 있는 주방장입니다만… 정말 청방 두목이 무릎을 꿇은 겁니까? 정말 청방이 사라진단 말입니까?!”

 

저잣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큰 규모의 반점을 정리하던 중 나는 주방장의 질문을 받게 됐다.

 

“그렇소. 청방은 없어졌소. 말인즉슨 이제 업주들과 직원들의 월봉을 갈취하고 인력을 착취할 왈패들이 사라진 셈이오.”

 

“대, 대인…!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요!”

 

“정말 감사하오?”

 

“다, 당연히 그렇지요.”

 

“그럼 한 가지 부탁 좀 합시다.”

 

“어떤…?”

 

“오늘 밤 술시(戌時). 인근 주민들과 장사꾼들을 최대한 대동하여 연화각 앞으로 모이시오.”

 

“아… 그거면 되는 겁니까? 그러겠습니다. 한데… 왜?”

 

“재밌는 구경을 시켜주겠소.”

 

“재밌는 구경이요?”

 

“누가 그럽디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거리가 싸움 구경, 불구경이라고.”

 

 

 

 

 

* * *

 

 

 

 

 

“쫄았냐?”

 

“소, 소천 형님. 농담이 지나치시우.”

 

“그럼 안 쫄았냐?”

 

“쫄긴 뭘 쫍니까. 그간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데. 이젠 형님이 알려주신 호흡법인지 뭐 시긴지를 통해 내력도 제법 잘 모읍니다. 까짓 청방 두목한테 털리겠습니까?”

 

“자신감 좋다. 항상 강조하지만 싸움은 기선제압이 반이다. 시작하자마자, 돌진해서 두목을 들이받아라. 니 덩치에 자연결의 힘이 어우러지면 멧돼지도 못 버틴다.”

 

“육탄전은 제 전문입니다. 걱정 마십쇼.”

 

“압도해야 한다. 그래야 니들 위신이 서니까. 앞으로 너랑 이동은 쓸만한 놈들을 거둬서 무공도 가르치고, 청방이 갖고 있던 상권도 정리해서 나눌 건 나누고 취할 건 취하면서 장안에서 군림해.”

 

“소, 소천 형님?”

 

“형님?!”

 

연화각으로 돌아온 나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최상층 귀빈실에서 동동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내 말을 듣자, 이동과 삼동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안다. 자신 없겠지. 무식하게 사람 멱줄이나 비틀 줄 알았지, 간단한 숫자 놀음도 못 하는 니들이 그런 걸 할 수 있겠냐? 하나 걱정 안 해도 된다. 괜찮은 총관 몇 놈 붙여 줄 테니 그놈들 부리면서 관리만 해라.”

 

그러자, 이동은 살짝 근엄한 표정을 지었는데 입꼬리가 슬그머니 치솟는 걸 보니, 속으로 우쭐대는 느낌이고.

 

느낌이었는데….

 

“키야. 소천 형님. 그럼 이제 제가 청방의 두목이 되는 겁니까요?”

 

삼동은 또 선을 넘으며 ‘나대기’ 신공을 시전하는 것이었다.

 

쾅!

 

“아아악!”

 

나는 기가 막히고 말문도 막히고 혈압도 치솟아 대꾸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냥 삼동의 정수리를 후려치며 말했는데,

 

“청방의 두목? 야이 새끼야. 우리는 표면상 백도도 흑도도 아닌 중도 지향의 세력이 돼야 한다고 몇 번 말했냐? 그래야 대형 문파의 견제 없이 밑바닥부터 발라먹는 거라고. 앞으로 청방이란 이름은 머릿속에서 지워라. 우리는 왈패단이 아니라, 엄연한 무림 세력으로 거듭나야 된다. 그게 판을 키우는 거고, 그게 제대로 무림인이 되는 길이니까.”

 

“아, 진짜! 형님. 그럼 우리는 우리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네?”

 

“…….”

 

듣고 보니 그러네.

 

막상 청방을 정리하고 나름 세력 구축의 발판을 만들긴 했는데….

 

우리는 앞으로 우릴 뭐라고 불러야 하나.

 

그렇다고 ‘악당들 털어먹는 악인’, ‘현상금 사냥꾼’ 같은 소름 돋는 이름을 계속 쓸 순 없는 노릇이고.

 

“소천문(昭天門)! 소천문이 어떻수?”

 

그때.

 

일동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소천문이라….”

 

고작 생각해 낸 게 내 이름인가?

 

근데….

 

희한하게 근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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