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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화

#18화

 

 

 

 

 

동천, 석가장.

 

가주실.

 

석가장은 동천에서 손꼽히는 재력가다.

 

가주, 석대방은 탁월한 수단으로 대형 객잔과 약방을 운영하는 동시에 운송 사업에도 뛰어들었는데, 지역 내의 입지가 적잖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석가장이 상계 가문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었다.

 

석가장은 화산파의 속가 중 한 곳이라, 엄연한 무가(武家)로 분류됐고 화산파 7대 검객인 청문도장을 사사한 가주 석대방은 무공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부에 대한 충심도 대단해서 스스로를 화산의 일원이라 여겼다.

 

때문에, 청문도장은 속가 제자인 석대방을 본산 제자들과 조금도 차별하지 않고 근자엔 화산의 내부 정보 또한 기탄없이 공유하며 또, 함께 논의하고는 했다.

 

“대방아.”

 

“네, 사부님.”

 

“상황이 좋지 않구나. 장문 사형을 포함하여 많은 백도 고수들이 암살당했다. 물론, 무림맹이 조사단을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다만… 나는 이 암살의 배후에 마교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성성한 백발과 팽배한 주름으로도 청문도장의 안면에 걸린 근심과 걱정은 감출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자신에겐 사형인. 당대 화산의 장문인이 ‘암살’당했으니 그 심정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합니다, 흉수를 밝히진 못했으나, 흉계의 배후가 마교란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그래서 두렵구나….”

 

“어찌 약한 소리를 하십니까?”

 

“나와 내 사형제들은 태평성대에 태어나 이렇다 할 환란 없이 많은 걸 누렸다. 그 때문에 죽어도 여한이 없으나, 자라나는 후대의 아이들과 강호의 후배들이 피로 얼룩진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사부님….”

 

“대방아. 해서 노부는 남은 인생을 걸어서라도 이 시대를 지키려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백도(白道)인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게다. 내 반드시 너와 네 자식이 살아갈 세상을 난세로 만들지 않으마.”

 

“사부님. 저 역시 최선을 다해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석가장 가주 석대방의 말에 청문도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고맙구나. 하나 나는 네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네가 마교의 일에 연루되어 위험에 빠진다면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게다. 하니, 너는 너의 영역에서 무림맹을 돕거라.”

 

“저의 영역이라면… 어떤?”

 

“너와 석가장은 엄밀히 말해 백도의 중추 세력이 아니다. 말인즉슨, 백도무림의 선봉에 서 있지 않다는 게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전면에서 목숨을 걸고 피를 뿌리며, 맞서는 것은 내게 맡겨라. 너는 그저, 화산이 무림맹과의 협력에 집중하는 사이, 발발하는 흑도 세력을 주시하고 섬서 전체의 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해다오. 물론,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군사께 듣기로, 최근 마교는 대놓고 신(新) 흑도 세력을 준동시키고 있다더구나.”

 

“이를테면 며칠 전, 본가를 기습했던 흑사회가 있겠지요.”

 

“그렇다. 본래 마교는 마도(魔道)를 추구하며 힘을 숭상해 흑도와는 거리를 둔 채, 오직 마도천하(魔道天下)를 갈망했다. 하나 당대 교주는 전(前)대 교주와 결이 다른 자다. 그자는 무림일통을 이루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일 잔혹한 자이니라. 네게만 하는 말이지만 나는 장문 사형을 살해한 흉수가 바로 당대의 교주일 거라 생각한다.”

 

순간, 석대방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마, 마교 교주가 직접 말입니까?”

 

“그렇다. 비록 장문 사형이 천하제일의 검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검(劍)으로 지고한 경지에 오른 고수셨다. 그런 분을 본파의 성지라 불리는 연화봉에서 소리소문없이 살해한다? 그 정도의 무공과 결단력, 더불어 본파에 살의(殺意)를 가진 인물은 오직 천마가 유일할 것이다.”

 

“아…!”

 

석대방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에게, 화산파 장문인은 너무나도 높고 아득해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최고의 검수.

 

그런 장문인을 다른 곳도 아닌 화산의 성지, 연화봉에서 살해한 흉수가 마교 교주란 생각을 하자, 새삼 지독한 두려움이 전신을 엄습했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청문도장 어르신도 아직 계셨군요.”

 

그때, 영웅건을 두른 청년이 가주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청문도장과 석대방을 향해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돌아왔구나.”

 

“허허. 연우야. 오랜만이구나.”

 

청년은 바로, 석대방의 아들 석연우였다.

 

“네. 그나저나 제가 장안으로 출타한 지 꽤 시간이 지나 아직, 청문도장께서 계실 줄 몰랐는데…. 정말 잘 됐습니다. 어르신! 전에 알려주셨던 칠절매화검의 기초를 다시 한번 지도해 주시겠습니까?”

 

“허허. 요 녀석아. 본파의 절기를 그리 쉽게 훔쳐먹을 작정이냐? 좋다. 내 석가장에 며칠 더 머물 테니 기거하는 동안 살펴주마.”

 

“하하. 감사합니다, 어르신.”

 

“연우야.”

 

“네, 어르신.”

 

“이제 앞으로 나를, 태사부라 부르거라.”

 

“태, 태사부 말씀이십니까?”

 

석연우가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원칙적으로 석연우가 청문도장을 태사부라 부르는 것엔 문제가 없지만, 강호의 관행상 대형문파의 고수가 속가 제자의 슬하 자녀까지 챙기는 일은 흔치 않았던 까닭이다.

 

“왜? 싫은 게냐?”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늘부터 태사부로 모시겠습니다.”

 

“허허. 모시기는 뭘 모신다는 말이냐. 그저 날 대할 때 편히 하라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태사부님!”

 

석연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태사부.

 

별 의미도 없을뿐더러, 석연우가 화산의 정식 제자가 아닌바, 특별한 지위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강호 바닥에서 ‘태사부’란 단어는 많은 것을 함의했다.

 

적어도 화산 7대 검객 청문도장을 태사부라 칭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석연우의 입지는 한참 올라갈 터였다.

 

“아! 그런데, 아버지. 혹시 흑사회 놈들이 본가를 습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석연우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다급히 물었다.

 

일전, 흑사회의 협박을 상기한 탓이었다.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저도 놈들의 습격을 받았으니까요.”

 

“허! 그게 사실이냐? 해서. 어찌 되었느냐?”

 

“보시다시피 무탈합니다.”

 

“허…! 신분을 숨기고 동태만 살피랬더니. 어쩌다 그리되었어?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놈들이 만만치는 않았을 텐데.”

 

“도와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게 누구냐?”

 

“소천 형님이요.”

 

“소천? 처음 듣는 이름인데. 어디 문파의 고인이시냐?”

 

“문파… 고인… 그런 거 아닙니다.”

 

“……???”

 

“소천 형님은… 그냥 소윤이 아빱니다.”

 

 

 

 

 

* * *

 

 

 

 

 

두 달 후.

 

“거 진짜 너무한 거 아니요? 우리가 무슨 짐승도 아니고, 이 땡볕에 물도 안 마시고 묘시(卯時)부터 유시(酉時)까지 수련만 했수.”

 

“소천 형님! 최소한 사람 취급은 좀 해달란 말입니다.”

 

“소천 형님! 쥐새끼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우. 이대로면 나도 정말 어찌 될지 모른다고요!”

 

어느덧 속세로 내려와 장안에 자리 잡은 지 두 달이 흘렀다.

 

그간 내 삶도 많이 변했다.

 

일단, 소윤이는 말과 행동이 더 풍부해져 이젠 도저히 4살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총명해졌고 다소 어두웠던 예린의 분위기도 나날이 밝아졌다.

 

또한, 글 선생 역시 열과 성을 다해 소윤을 가르쳤으며 동동이들은….

 

“니들 많이 컸구나. 반항도 할 줄 알고.”

 

정말 많이 커버렸다.

 

새삼, 처음 동동이 형제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나한테 뒤지게 처맞은 후, 녀석들은 한동안 끔찍이도 공손했는데.

 

내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건, 물론 불구덩이에 뛰어들라면 당장 뛰어들 것처럼 충심을 내비치던 놈들이….

 

“형님! 이건 반항이 아니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뭔 놈의 반항이요! 그거 아슈? 무려 팔월이우, 팔월. 이 폭염에 물 안 마시고 수련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냔 말이요!”

 

이젠 날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볼멘소릴 털어내는 동동이 형제를 보고 있노라니….

 

“안 되겠다. 지금부터 광양산 꼭대기까지 무지성 달리기 시작한다. 1등에게 줄 상은 없지만 2등과 꼴찌에겐 토악질 나오는 체력단련을 부여할 생각이니 열심히 하든 설렁설렁하든 알아서 판단해라. 시작.”

 

괜히 빡쳤다.

 

“와! X발,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안 해. 나 못 해!”

 

물론 말만 저리할 뿐이지….

 

“둘째, 셋째야. 일단 나는 살고 보련다. 먼저 간다!”

 

“이, 일동 형님!”

 

“와! 진짜 사람 아니네, 진심.”

 

이내 일동, 이동, 삼동은 엉덩이에 불붙은 원숭이처럼 미친 듯이 광양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 먼저 정상에 가 있을 테니, 어서들 와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1등 해도 뭐 없다. 그냥 2등, 3등이 X될 뿐이지.”

 

나는 놈들을 향해 피식, 조소 짓고는 쾌경보를 시전하여 길을 앞섰다.

 

내 수련이 이렇다.

 

나는 내력을 사용해 경공을 펼쳐도 되지만, 동동이들은 내 허락 없이 내력을 사용할 수 없다.

 

물론 녀석들이 지닌 내력이라 해봤자 아직 쥐 꼬리 수준이라 별반 쓸 것도 없지만, 그 쥐꼬리라도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은 천지 차이다.

 

팔월(八月).

 

나는 이 폭염 속에 동동이들의 ‘급수’를 끊어 버렸다.

 

물론 체력 단련하는 날에만 국한된 이야기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 내력을 배제하고 심폐, 근력, 지구력만 이용해 광양산을 오르는 녀석들은 아마 지금 지옥을 체험 중일 것이다.

 

하나 나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건 바로 동동이 형제의 비약적인 성장 때문이다.

 

두 달.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동동이 형제가 언제 저리 강해진 걸까.

 

지금 내가 일동, 이동, 삼동에게 시행 중인 체력단련은 마교 살수회 3급 살수의 체력단련 강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말인즉슨, 웬만한 정파 후기지수들은 흉내조차 못 낼 지독한 고련이란 뜻이다.

 

그 힘든 일을 지금 동동이 형제가 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덩치만 컸지 민간인이었던, 그 동동이 형제가 맞나?

 

일순, 가슴이 웅장해져 나는 더욱 보법에 속력을 붙였다.

 

그러자, 어느새 사방이 탁 트인, 광양산 정상이 시야에 펼쳐졌다.

 

나는 이내 봉우리 한복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연결의 호흡을 토납하며 명상에 빠져들었다.

 

 

 

 

 

* * *

 

 

 

 

 

명상은 무림인에게 좋은 수련법이다.

 

물론, 정파 나부랭이들은 이 좋은 명상을 쓸데없는 망상으로 채워서 문제지만, 나 같은 경우는 주로 누군가를 설정하고 그와 목숨 걸고 싸움하는 상상으로 채우기 일쑤다.

 

전생자가 된 이후, 나는 명상에 잠길 때마다 단 한 사람만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교주였다.

 

교주는 내가 아는 한, 가장 강한 사내였고, 전생의 나는 평생 그를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내가 본 교주는 귀재니, 천재니, 하는 말로 설명이 불가한 미증유의 인간인데, 아마 무신(武神)이 존재한다면 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나는 그와의 결전을 곱씹고 상상한다.

 

결코, 그를 무공으로 넘을 수 없을지언정 언젠가 그와 마주쳤을 때.

 

나는 기필코 그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헥… 헥!”

 

“형님… 진짜 죽겠소.”

 

“이젠 때려죽여도 못 뜁니다. 정말입니다. 네!”

 

그때, 동동이 형제가 초주검이 된 행색으로 정상에 당도했다.

 

그나저나 벌써 도착하네?

 

교주 생각에 빠져 내가 명상을 오래 한 건지, 아니면 저놈들이 그만큼 빨라진 건진 모르지만 아무튼….

 

이 정도면 대단한 거 인정.

 

“1등 가릴 것 없이 동시에 들어왔네. 고로, 2등과 꼴찌에게 부여하려 했던 추가 단련은 없던 걸로 해준다.”

 

“후….”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겁니까, 소천 형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큰형님.”

 

나는 나름 녀석들한테 선물을 줬는데, 반응이 영 시답잖다.

 

그렇다고 한 번 더 뛰라고 하면 아마 두 발로 지면을 뛰는 대신, 산 정상에서 뛰어내릴 기세라 그건 참기로 하고.

 

“일동, 이동, 삼동아.”

 

“네, 형님.”

 

“말씀하세요, 큰형님.”

 

“네, 소천 형님.”

 

“말은 안 했지만 두 달간 너희는 발전했다. 이제 웬만한 왈패 놈들은 니들 손가락, 발가락 하나 못 건드릴 정도로.”

 

칭찬에 인색한 내가 칭찬 비슷한 걸 해주니, 녀석들의 안면에 미소가 걸렸다.

 

놈들이 느낄 성취감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서 나도 킥킥거리며 다시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우리도 슬슬 판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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