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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7화

#17화

 

 

 

 

 

“히히. 선생니마! 소유니가 그러케 똑또케?”

 

“하하, 소윤아. 내가 너보다 몇 살 많은 수재들을 가르쳐봤지만, 걔들도 너만큼 이해력이 빠르진 않았다. 너 정도면 장안 최고 천재가 틀림없다!”

 

글 선생의 입꼬리가 귀에 닿을 듯 승천했고 소윤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질 줄 몰랐는데….

 

그 와중에도 나는 글 선생의 한 마디가 거슬렸다.

 

뭐?

 

소윤이가 장안 최고의 천재라고?

 

섬서 전체도 아니고, 고작 장안 최고?

 

염병할….

 

소윤이는 장안도, 섬서도 아닌 그냥 중원 최고의 천재다.

 

물론 내가 소윤이를 천재라 믿는 까닭은 단순히 말 좀 잘하고 글공부의 진척이 빨라서가 아니다.

 

소윤이는 그런 자잘한 부분을 차치하고도 모든 면에서 또래를 압도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윤이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독심술의 달인이다.

 

내 기분이 우중충할 때면 어찌 알았는지 일부러 과도한 애교를 떨어 마음을 풀어줬다.

 

게다가 나이에 맞지 않는 탁월한 상황 판단 능력은 덤이고.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 살 때, 소윤이는 이 선생과 나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흐를 때면 어김없이 먼저 나서 훈풍을 불어넣기 일쑤였다.

 

뭐, 남이 들으면 천진난만한 아이가 우연히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또는 아이들은 원래 다 그렇지, 하며 치부할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나는 소윤의 그런 행동 기저에 깊은 이해력과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걸 몸소 느꼈다.

 

그건 내가 소윤이 아빠라서 누구보다 잘 안다.

 

“글 선생 양반.”

 

나는 공부를 마친 예린과 소윤이 마실 나간 사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챙겨 퇴근을 준비하는 글 선생을 불러 세웠다.

 

“네, 소윤 아버님.”

 

“벌써 가시는 거요?”

 

“네. 아직 소윤이는 어리지 않습니까? 게다가 예린 소저도 이제 막 글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수업이 길어지면 지루할 겁니다. 해서, 점진적으로 진도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뭐….

 

일리 있는 말이다만.

 

그래도 저 양반 월봉이 얼만데.

 

노동 대비 너무 꿀 빨려는 거 아닌가?

 

“음…. 그건 선생께서 알아서 하시고. 어떻소? 소윤이를 가르쳐 보니.”

 

나는 글 선생의 입에서 무슨 대답이 튀어나올지 알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전문가로부터 자식의 총명함을 확언받고 싶은 심정이랄까?

 

“하하하. 아까 수업하실 때 다 들으셔 놓고 물어보십니까, 아버님?”

 

근데 좀….

 

민망하긴 했다.

 

“그거야 소윤이 기 북돋아 줄 심산에 일부러 칭찬한 거 아니오?”

 

“아닙니다, 아버님. 소윤이는 총명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새삼, 아버님이 소윤이를 데리고 절 찾아오셨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 아버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내가 뭐라고 했소?”

 

“아직 소윤이는 글공부하기에 어리다는 제 권유에 우리 딸은 천재라 괜찮다고 말씀하셨죠. 그때만 해도 저는 속으로 아버님을 팔불출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지금은 아버님 덕분에 소윤이 같은 아이를 가르치게 되어 기쁘달까? 물론, 예린 소저도 공부를 열심히 하니 뿌듯합니다. 제가 두 사람 다 잘 지도할 테니, 아버님은 마음 놓으십쇼.”

 

“이리저리 고생이 많소. 아무튼 잘 부탁하오, 글 선생님.”

 

“네. 소윤 아버님.”

 

짤막한 담소를 끝으로 글 선생은 행낭을 챙겨 대문 밖을 나서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그를 불러 세웠다.

 

“선생님.”

 

“네?”

 

“한 가지 정정합시다.”

 

“뭘… 요?”

 

“소윤이가 장안 최고의 천재일 거란 발언. 그 발언은 아무래도 정정해야 할 듯싶소.”

 

“네? 하하. 그거야, 소윤이가 원체 똑똑하니 마구마구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말고요.”

 

“네?!”

 

“장안 최고가 아니라, 중원 최고.”

 

“……???”

 

“일단 그쯤 해둡시다.”

 

순간, 날 바라보는 글 선생의 눈에 수많은 감정이 담기는 듯했는데 대충 해석하자면,

 

‘적당히 해라’, ‘생각보다 실없는 사람이네’, ‘은근히 역겹네’, ‘뭐 이런 등신 팔불출이 다 있지?’ 정도 될 것 같다.

 

하나 나는 순수한 진심을 전달했으니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 * *

 

 

 

 

 

“대체 얼마나 퍼마신 거냐?”

 

정오 무렵이 되어서야 동동이 형제는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녀석들 꼴이 가관인 게 얼굴은 주독(酒毒)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눈두덩이가 부은 것이 간밤에 지독스럽게도 퍼마신 모양이었다.

 

“형님. 모처럼 회포 푼다고 과음 좀 했습니다.”

 

일동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순간 나는 녀석의 뒤통수를 용조수의 수법으로 대신 긁어주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단번에 머리털과 두피가 벗겨져 뒤져버릴 것 같아 참았다.

 

“…내가 술 한 잔씩들 하라고 하긴 했다만. 분명 오늘부터 수련을 시작할 거라고도 덧붙였는데.”

 

내 냉랭한 음성에 이동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소천 형님. 우리가 비록 과음은 했지만, 무공 수련은 끄떡없어요. 그러니….”

 

“이동아.”

 

“네, 큰형님.”

 

“너는 무공 수련을 똥개 훈련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물론 수련에도 여러 방법이 있고, 개중에는 그리 힘들지 않은 수련도 있지만.”

 

“네….”

 

“예컨대 평생에 걸쳐 칠십이종의 무공을 익히는 소림이라든가, 권법으로 유명한 강동 사자문(獅子門)은 고된 육체 수련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지만, 도가(道家)에 적(跡)을 둔 문파는 육체 단련보다 정신 수양과 관념의 깨달음에 중점을 둬서 상대적으로 초짜들이 체감하는 피로도가 적을 수 있지.”

 

“아…. 뭐, 그렇군요.”

 

“물론 너희한텐 쇠귀에 경 읽기겠지만, 그런데도 내가 이런 사례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까닭을 혹시 아는 사람?”

 

내 물음에 역시나 동동이 형제는 꿀 먹은 벙어리 흉내를 낼 작정인지 합죽이가 된 채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들을 향해 다시 말했다.

 

“바로 내 수련 방식을 통보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내가 추구하는 수련 방향은 방금 든 예시 중, 어떤 것에도 속해 있지 않다.”

 

내 말에 이번에는 삼동이 고갤 갸웃하며 물었다.

 

“하면 형님의 수련 방식은 어떤 겁니까?”

 

“지옥.”

 

“네!?”

 

“내가 추구하는 수련 방식은 지옥의 빗장을 열고 현세에 그 지옥을 실현시키는, 처절하고 끔찍한 고통이 내재 되어 있다.”

 

그러자, 또 한 번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동동이 형제는 당최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물론 그렇겠지….

 

사실 나도 있어 보이고 싶어서 대충 장황하게 지껄인 거니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너희는 X 됐다는 거다.”

 

“혀, 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요?”

 

다짜고짜 겁박을 일삼자 일동, 이동, 삼동의 안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히 서렸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그 정도 각오는 해야지.

 

“일동, 이동, 삼동아. 너희는 무공을 익히기에 좋은 육체를 타고났다. 하나 무공이란 모름지기 10세 전부터 익혀야 세월과 함께 무르익는 법. 약관이 지난 지금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때문에, 그런 너희를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쓸만하게 만들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꽤 진지한 음성으로 열변하니 동동이 형제의 눈에도 결의 같은 게 번들거리긴 하는데.

 

“그건 바로 X나게 하는 거다. X나게 한다는 말이 우습게 들리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X나게란 말 그대로 ‘X나게’로써 존재하기 때문에 너희는 아마 오늘부터 X나게 힘들 거다. 뭐, 이렇게 들어도 지금은 체감이 안 되겠지만 앞으로 한 시진 뒤엔 말뜻을 알게 될 거야.”

 

“혀, 형님….”

 

“가자. X나게 하러.”

 

 

 

 

 

* * *

 

 

 

 

 

“끄응….”

 

“거, 너무한 거 아니요?”

 

“형님! 첫날부터 이랬다간 몸살 나서 드러눕겠수!”

 

역시 나는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

 

살수로 살며 워낙 많은 사람의 모가지를 비틀었기 때문일까?

 

딱 몇 번 주물러 보면 그 사람의 ‘견적’이 나오는데 나는 일전에 일동, 이동, 삼동을 개 패듯이 패 봤기 때문에 그들의 견적을 완벽히 뽑은 상태다.

 

일단, 동동이 형제의 골격과 근질, 체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아마 어릴 적 소림사로 들어가 머리 빡빡 밀고 중이 됐으면 못해도 나한전 십팔금강동인이 되어 온몸에 금칠하고 부처님 흉내를 냈을 것이다.

 

해서, 나는 녀석들의 수련 경도를 마교 ‘살수회’ 수련의 3할 정도로 설정하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우선, 첫 번째로 나는 녀석들을 한 시진 동안 쉬지 않고 뛰게 했다.

 

그저 뛰기만 하는 건 삼척동자도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달리기’야 말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수련 방편이다.

 

물론, 처음부터 녀석들이 한 시진을 모두 뛴 건 아니다.

 

이동은 중간중간에, 구역질을 하다가 어제 먹은 술과 음식을 모두 토했고 삼동은 몇 번이나 드러누워 혼절 직전까지 갔다.

 

그래도 맏형이라고 일동은 참아내며 거의 완주를 했는데 나는 이 또한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세 동동이 중 일동이는 나머지 두 사람과 차원이 다르다.

 

일단 목 굵기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녀석은 목이 거의 없다.

 

어깻죽지와 승모근, 모가지가 완벽한 삼각 대칭을 이루고 거기서 파생되는 맷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인간 자체의 근성이 쇠심줄처럼 질겨 웬만하면 맞아 죽을 일 없는 인재 중의 인재인 것이다.

 

“아직 ‘X나게’의 ‘X’도 안 했다. 벌써 엄살을 피우면 어쩌자는 거냐?”

 

“혀, 형님. 하지만….”

 

“이건 그냥… 미쳤는데요.”

 

내 말이 청천벽력으로 들린 걸까?

 

이동과 삼동의 눈에 경악의 빛이 번뜩 떠올랐다.

 

“달리는 건, 다다익선이다. 뛰고 뛸수록 너희는 강함에 한 발짝 다가설 테니 불평들 하지 마라.”

 

“후…. 소천 형님. 이렇게 무식하게 뛰기만 한다고 무공이 늡니까? 당최 이해가 안 됩니다.”

 

이동이가 흐르는 육수를 닦으며 힘겨운 음성으로 딴죽을 걸었다.

 

나는 그런 이동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말했다.

 

팍-!

 

“아야! 아! 큰형님! 너무 때리지 마십쇼.”

 

“이동아.”

 

“네.”

 

“정말 정신 상태가 썩어빠졌구나.”

 

“갑자기요?”

 

“병법에서 이르길 삼십육계 줄행랑이야말로 최고의 전법이라 했다.”

 

“그건 또 뭔….”

 

“무림인 행세하며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강한 놈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 해야 할 일이 뭘까?”

 

“음. 강한 놈이라… 그럼 몰매를 때려 버려야죠?”

 

참 덜떨어진 대답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나는 고갤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불과 어제 알려줬는데 오늘 까먹어버린 기억력에 찬사를 보내며 다시 말해준다. 그럴 땐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수련하는 거다. 잘 달리면 강한 놈을 만났을 때, 도망갈 수 있고, 약한 놈이 도망갈 때 추격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대단한 단련이 존재하겠냐?”

 

내 질문에 일동, 이동, 삼동은 꺼림칙한 얼굴을 하고서 뇌까리듯 읊조렸다.

 

“아….”

 

“일 리는 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수련은 이런 게 아닌데.”

 

“음….”

 

아무래도 녀석들은 내 지론이 못 미더운 눈치다.

 

상놈의 새끼들 같으니라고.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걸 증명해 왔는데 아직도 불신을 해?

 

“못 믿겠나 보군. 그래.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몸소 체득시켜줄게.”

 

“네?”

 

“지금부터 나는 너희를 X나게 팬다. 오늘 수련한 ‘달리기’를 이용해 최대한 도망가라. 그러다 보면 얼마나 ‘달리기 수련’이 중요한지 절감할 거다. 물론, 사적인 감정은 없다. 이상.”

 

“…형님?”

 

“소천 형님?!”

 

“그게 무슨….”

 

나는 말없이 녀석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그럼, 구타 시작한다.”

 

두 번째 수련은 ‘구타’.

 

말은 등신같이 했지만, 사실 ‘구타’는 필요한 수련이다.

 

나는 녀석들의 임독양맥을 ‘물리적’ 방법으로 타통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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