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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화

#10화

 

 

 

 

 

비록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사실 동동이 형제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타고난 장사 체형이네. 그것도 셋 다….’

 

전생에 내가 속했던 살수회에도 저런 체형을 가진 놈들이 더러 있었다.

 

물론, 장사형 체형은 은신, 잠행, 추적술을 펼쳐야 하는 살수에 적합하지 않지만 외문무공을 연성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신체다.

 

특히 첫째 일동은 인세에 보기 드문 탁월한 체형의 소유자였다.

 

골격 넓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박투술의 근본인 손목이며 발목도 굵직한 데다, 목은 황소 모가지만 했으니 웬만한 일격엔 끄떡도 없을 맷집이지 않을까?

 

‘저런 몸을 가지고도 고작 왈패 짓이나 하다니.’

 

새삼 인생은 ‘운’이 반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동동이 형제같이 뛰어난 무재들이 명문가 자식으로 태어났어도 왈패가 됐을까?

 

아닐 것이다.

 

나만 해도 그렇지 않나.

 

전생에 살수였던 내가 어쩌다 생긴 딸내미 덕에 시장에서 물건도 팔고 복덕방 영감을 찾아 집도 사보고, 청소며 밥이며, 심지어는 옛날이야기에 자장가도 불러보고.

 

결국 인간은 환경에 따라 상황이 생성되고 의식 또한 존재가 규정하는 게 이치인 모양이다.

 

“너… 나랑 장난하는 거지? 멸치 대가리 같은 새끼야?”

 

물론.

 

그렇다고 내가 동동이 형제를 이해해 줄 필요는 없다.

 

어쨌든, 놈들은 콧김을 뿜으며 날 씹어먹을 눈으로 노려보고 있으니.

 

“내가 너희랑 장난을 왜 해?”

 

당장이라도 멧돼지처럼 달려들 듯한 저들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전생에는 살인 기계처럼 살았던지라 웃을 일이 없었는데 이번 생은 매번 매 순간 웃음의 연속이다.

 

“형님들! 더 이상 말 섞을 필요 없습니다. 제가 저놈 박살 내겠습니다!”

 

그때, 셋째로 추정되는 삼동이가 우락부락한 이두에 핏줄을 세우며 다짜고짜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투다다다닥!

 

평범한 사람보다 무게가 두 배는 나갈 법한 삼동이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멧돼지가 떠올랐는데, 나는 가볍게 횡으로 이동해 삼동이의 돌격을 피하고 놈의 발목에 다리를 슬쩍 걸어 넘어뜨렸다.

 

쿵!

 

그러자 쇳덩이가 떨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삼동이가 바닥을 굴렀다.

 

“이 육시럴 새끼가!”

 

하나 삼동이는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덤볐는데 이번에는 솥뚜껑만 한 주먹을 좌, 우로 휘두르며 내 얼굴을 노렸다.

 

나는 이번에도 별다른 경동 없이 그저 몇 보 뒷걸음질 치다 횡으로 이동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 사방을 밟는 것으로 주먹질을 모두 피해줬다.

 

그제야 삼동이는 물론이고 이동이와 일동이의 얼굴에도 긴장이 떠올랐다.

 

“너 대체….”

 

무려 열두 번이나 헛손질을 한 삼동이 허탈하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나, 뭐?”

 

“누구냐?”

 

“오늘 이사 온 동네 주민.”

 

이번엔 내 차례다.

 

나는 동동이 형제의 나무뿌리만 한 목둘레를 유심히 봤는데 저 두꺼운 목이 충격을 어느 정도 낮춰줄지 궁금해졌다.

 

쐐애애액-!

 

해서, 꽤 묵직한 경력을 실은 주먹을 삼동의 목울대에 꽂아 넣었다.

 

강권(剛拳)의 ‘일격필살류’는 아니지만 삼동이가 숨을 들이쉬는 ‘들숨’ 찰나에 찔러넣은 주먹이니 날숨 상태보다 충격이 5배는 클 터였다.

 

쾅!

 

“커허어어억!”

 

역시.

 

아무리 몸이 좋아도 ‘들숨 주먹’은 못 참지.

 

삼동이는 예상대로 일권을 버티지 못한 채 헛숨을 들이켜다 엎드려 캑캑거렸다.

 

“커어억, 커어어억!”

 

아마 한동안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거다.

 

사실 내력을 사용하지 않는 민간 싸움의 영역에선 이 꼼수가 체급을 씹어먹는 훌륭한 전법이다.

 

물론 ‘들숨’을 유도하고 찰나를 놓치지 않아야 성공시킬 수 있는 까다로운 공격이지만 일단 적중만 하면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단타에 부수는 살상 기술이 되는 것이다.

 

“동동이들. 이번엔 같이 덤벼. 빨리 끝내자.”

 

나는 믿지 못하겠단 눈을 한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일동과 이동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 * *

 

 

 

 

 

‘애들…. 근성은 정파 나부랭이들보다 낫네.’

 

나는 동동이 형제에게 또 한 차례 놀랐다.

 

분명 삼동이가 떡실신하는 걸 지켜본 터라,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협공할 줄 알았는데 꼴에 사내라고 일대일 승부를 걸어오는 게 아닌가.

 

뭐, 물론 다음 순번인 이동이 또한 삼동이와 다를 것 없이 ‘들숨 주먹’ 단 한 방에 명치를 부여잡고 쓰러졌지만 놀랍게도 맏형 일동이는,

 

“으! 뒈져라, 이 새끼야.”

 

휘이이익-!

 

턱주가리를 처맞은 상태에서 곧바로 반격을 내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슥-.

 

머릴 흔들어 피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괴물 같은 주먹에 강타당할 뻔했다.

 

‘일동이 이거… 재밌는 새끼네.’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대개 인간은 턱을 맞게 되면 절대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아마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무림인도 내게 턱을 맞으면 십중팔구 쓰러질 텐데.

 

아무래도 일동의 맷집은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듯했다.

 

해서, 이번엔 꽤 강력한 일격을 일동의 안면에 꽂았다.

 

콰아앙-!

 

팔꿈치.

 

팔꿈치는 육체를 무기로 치환했을 때, 검(劍)에 해당하는 부위로 일초일살의 날카로움을 머금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 때리면 살갗을 찢어발기기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동의 마빡도 쭉 찢어져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혀, 형님!”

 

“일동 형님!”

 

그러자,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던 이동과 삼동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아직 안 끝났다!”

 

아우들의 외침에 힘입은 걸까.

 

피가 터진 와중에도 일동은 투지를 꺾지 않고 내 어깨를 붙잡기 위해 몸을 밀착시켜왔다.

 

“일동이 너 맷집만 좋은 게 아니라 심장도 야수구나?”

 

놀리는 것 같지만 사실 근성에 탄복해서 내 나름의 칭찬을 내뱉었다.

 

하나 일동은 기분 나쁜지 쌍욕을 지껄이며 연신, 날 붙잡기 위해 무모한 돌진을 시도했다.

 

나는 그 돌진에 뒷걸음질 치며 어딜 때릴지 궁리를 했다.

 

“이 나뭇가지 같은 새끼야! 언제까지 미꾸라지처럼 도망 다닐 생각이냐?”

 

아….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나?

 

그냥 ‘들숨’ 각 재고 있던 건데.

 

아무래도 일동은 속전속결을 원하는 듯하니 전법을 바꿔야겠다.

 

덥석-.

 

놈이 화끈한 승부를 원해서 나도 그냥 3보 내디뎌 그의 어깨를 맞잡았다.

 

한마디로, 나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일동과 힘겨루기하는 형세가 된 것이다.

 

“크크. 이 새끼야. 이제 끝이다.”

 

“지X.”

 

“아예 납작하게 눌러주마, 쥐 새끼야.”

 

일동은 완력에 상당한 자신이 있어 보였다.

 

당연할 터다.

 

덩치만 봐도 살면서 한 번도 남한테 힘으로 밀린 적 없어 보이니까.

 

게다가 실제로도 그의 완력은 가공할 정도였다.

 

내력 한 줌 없는 인간의 힘이 이 정도라는 건 듣도 보도 못했으니.

 

하나 당해줄 순 없는 노릇.

 

애당초 이 무지막지한 놈과 엉겨 붙었을 땐 그만한 계산이 있었다.

 

“끄으으응!”

 

“일동아. 용 써봤자 소용없다.”

 

내 몸은 자연결의 다섯 가지 속성 중 역(力) 속성을 타고났다.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서 처음 자연결을 토납했을 땐 밀알만 한 크기였지만, 그간 무던히 노력해 지금은 거의 손톱만 한 역 속성 덩어리를 하단전에 심어놓은 상태다.

 

그러니 내가 힘으로 밀릴 리 있나.

 

지금 나는 웬만한 정통 외가공의 고수와 완력 대결을 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터였다.

 

“이, 이놈이!”

 

일동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악다문 입 새에서 단내가 풍겨 나왔고 찢어진 이마에선 피와 땀이 범벅 되어 비처럼 쏟아졌다.

 

아마 녀석은 지금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고 있을 거다.

 

“일동아. 세상엔 너보다 힘센 사람이 많단다.”

 

꽈아아악-!

 

순간, 일동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가락 마디마디에 역(力) 속성의 기운을 슬쩍 주입했다.

 

그러자 내 손가락은 소림의 대력금강지 같은 압력을 실어 일동의 어깻죽지를 사정없이 누르고 비틀고 졸랐다.

 

“크으으…!”

 

하나 일동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일부러 뼈가 상하지 않는 부위를 비틀었지만, 근육과 인대를 직접 건드린 터라 고통은 골절보다 외려 극심할 텐데.

 

그런데도 일동은 여전히 날 밀어내려 용을 쓰고 있었다.

 

‘이놈… 힘으로 굴복시키려면 그냥 팔을 통째로 뽑아야겠는데?’

 

좀 황당했다.

 

정식으로 무공에 입문한 적도 없는, 그냥 덩치만 큰 곰탱이가 이런 격통을 참는다고?

 

어젯밤 나한테 처맞고 빌빌 기던 흑사회 놈들과 비교하면 일동은 금강불괴 수준의 정신력을 가진 놈이었다.

 

‘그렇다고 진짜 팔을 뽑을 수도 없고.’

 

일동을 불구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동네 왈패일 뿐, 흉악범도 아닐진대, 민간인을 병X으로 만드는 건 너무하잖아.

 

콰아아앙-!

 

그 때문에 나는 완력 대결을 그만두고 대번에 일동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이건 일동이 아니라 대라신선도 못 참을 것이다.

 

세상천지에 사타구니를 걷어차이고 참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크으으으윽!”

 

역시 일동의 입에서 가는 비명이 터졌다.

 

비명이 가늘다 해서 고통도 가는 건 아니다.

 

외려 너무 아프니 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는 거겠지.

 

꽈아아아아앙-!

 

이번에는 양 주먹을 당랑권의 형태(중지를 빼꼼히 세운)로 말아쥔 다음 일동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내 귀에는 꽈앙! 하는 타격음이 들렸지만, 일동에겐 째앵! 하는 징 소리가 울렸을 것이다.

 

휘청-.

 

관자놀이를 맞은 일동은 금세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관자놀이가 이렇게 무섭다.

 

보통 싸움꾼들은 신체의 가장 약한 급소로 낭심, 인중, 명치를 꼽지만 일동이처럼 맷집이 아득한 놈은 관자놀이를 타격해 정신부터 흔드는 게 최선이다.

 

파, 파파팡-!

 

그러나 훈육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정도로 일동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엔 부족하단 판단이 들었다.

 

“꾸웨에에에엑!”

 

나는 쌍권을 번갈아 내지르며 일동의 복부를 일곱 차례 가격했다.

 

그러자 일동은 먹은 걸 죄다 토해내며, 그 토사물에 얼굴을 처박는 추태를 보였는데.

 

“형님!”

 

“일동 형님!”

 

그 순간, 이동과 삼동이 일동을 일으키기 위해 대뜸 달려왔다.

 

나는 놈들의 배에도 무릎과 퇴법을 이용, 각각 두어 방씩 보기 좋게 먹여줬다.

 

“꾸웨에에엑.”

 

“커어어어억.”

 

역시 이동과 삼동도 일동이처럼 욕지기를 못 참고 구역질을 쏟아냈다.

 

“붙어봐서 알겠지만, 너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내 털끝 하나 못 건드린다. 말인즉슨, 어설프게 복수한답시고 또 들이댔다간 진짜 병X 된다는 소리다.”

 

나는 자비를 베풀었다.

 

전생 같으면 그냥 단도 한 자루 쥐고 경동맥 슬쩍 따 버리는 것으로 놈들을 황천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하나 이번 생은 불필요한 살인을 하지 않을 거고 이 소담골은 앞으로 소윤이가 성장할 곳이기에 웬만하면 피 보는 일을 안 만들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 동네 치안은 내가 책임진다. 술 처먹고 남한테 시비 걸지 말고 괜히 건들건들 눈에 힘주고 다니지 마라. 동동이 형제.”

 

나는 여전히 쓰러져 토악질하는 동동이들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렸다.

 

 

 

 

 

* * *

 

 

 

 

 

이튿날.

 

“소윤아. 국수 맛있냐?”

 

“웅!”

 

“많이 먹어. 오늘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어디 가눈뎅?”

 

“일자리 구하러.”

 

“일자리이이?”

 

“그래.”

 

아침 이슬 맞으며 일찍 기상한 나는 모처럼 국수를 끓였다.

 

반죽이며 국수 써는 법이며 죄다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 살 때 익혔는데 내가 칼잡이라 그런지 국수 써는 것도 기가 막힌 수준이었다.

 

후루룩-.

 

그렇게 국수를 흡입할 때였다.

 

“계십니까!”

 

대문 밖에서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게 아닌가.

 

‘하….’

 

순간 직감했다.

 

함성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이가 없어 대문을 열어젖히니 예상대로 얼굴이 퉁퉁 부은 동동이 형제가 찾아와 있었다.

 

“식사… 하셨습니까, 형님?”

 

“형님?”

 

“헤헤.”

 

“……???”

 

“거둬주십쇼, 형님.”

 

“혹시… 니들 또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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