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4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5화
#44화
콰아아아아앙-!
‘역’ 속성과 ‘뢰’ 속성을 동시에 주입하여 내지른 죽검(竹劍)과…….
한 가닥 검기(劍氣)가 발출된 노호영의 검이 격돌하자, 그 여파가 상당했다.
콰지지지직-.
단순히 검과 검이 부딪혔을 뿐이다.
그런데도, 양검(兩劍)의 충돌로 파생된 기파가 죽림 주변의 대나무 십여 그루를 와지끈! 부러뜨리고 지면을 움푹 패게 만들어, 흙이며 돌이며, 풀뿌리 같은 것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진소천…… 정체가 무엇이냐?”
내 죽검을 베지 못하고 검을 거둔 채 뒤로 물러난 노호영이 돌연, 진중하게 물었다.
그래.
아마 지금 노호영은 황당한 걸 넘어, 어이가 없을 것이다.
놈은 검기를 뽑아냈다.
한데, 박투가인 줄 알았던 내가 고작 죽검으로 검기 서린 진검을 상대하니.
그것도 일절 안 밀리고 있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나 진소천은 노호영에 실망했다.”
“뭔…… 개소리냐?”
“너는 살수로 날 죽이러 왔다. 한데, 살수란 놈이 묻지도 않은 이름을 발설한 것도 모자라, 제거 대상의 정체를 물어? 내 정체도 모르고 왔단 거냐?”
“닥쳐라! 내가 묻는 건 네놈의 진짜 정체다. 너는 근본 없는 낭인 출신이라 들었다. 한데 그런 검술을 일신에 지닌 게 말이 되느냐? 누굴 바보로 여기……”
“어.”
내가 노호영의 말허리를 잘라먹고 끼어들었다.
“바보로 여긴다.”
“…….”
“바보로 여기고 등신으로 여기고 병X으로 여긴다.”
“네…… 네놈…….”
“덤벼라, 바보 호영아.”
* * *
‘이렇게 섞는 것도 새롭네…….’
‘역’ 속성과 ‘뢰’ 속성의 힘을 검신에 주입하는 건 나로서도 처음이었다.
일단 두 가지 속성의 궁합이 마냥 좋은 게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을 동시에 발산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난이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해서, 아직 전생의 힘을 반의반도 못 찾은 내가 두 속성을 섞어 펼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한 호흡에 ‘역’과 ‘뢰’의 자연기를 흡수해야 하고, 또 체내로 들어온 상이한 힘을 버무려 검으로 주입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육체가 온전히 버텨야 하니 얼마나 복잡하고 고도화된 무리(武里)겠나.
하지만.
나는 억지로 그 과정을 버티며 죽검을 휘둘렀다.
쇄쇄쇄쇄쇄쇄새-.
역시.
진검이 아니어서 죽검 자체가 역 속성의 완력과 뢰 속성의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군데군데 금이 갔다.
또한, 노호영은 끈질긴 지구력과 풍부한 공력을 확보했는지, 시종일관 검기를 뽑으면서도 여전히 쾌속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일단, 검부터 바꿔야겠다.’
그 때문에 나는 삼 십여 합 검을 섞다 쾌경보로 후퇴하여 죽검부터 교체했다.
물론, 노호영도 발 빠르게 달라붙어 훼방을 놓으려 했지만, 다행히 내 쾌경보가 놈의 경신법을 압도했기에 어렵지 않았다.
동시에,
“호오오옵…….”
나는 평시보다 서너 배 많은 양의 자연기를 토납했다.
싸움이 장기전으로 치닫는다고 해도, 무지성으로 검기를 뽑아대는 노호영보다 내가 유리하겠지만.
문제는 내 육신의 내구성에 있었다.
‘지금처럼 두 속성의 힘을 무리하게 운용하면 몸이 터진다.’
애석하게도 현재 내 몸은…….
전적으로 호신강기에만 의존한 채 두 속성의 힘을 버티는 중이다.
자연결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때문에 시전자는 방대한 힘을 버텨내기 적합한 육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고자 한다면 일종의 ‘담금질’이 필요한 것이었다.
말인즉슨 아직 두 속성을 동시 발현하기에 내 육체의 그릇이 빈약하단 뜻이다.
‘느껴보자. 놈의 허점을…….’
나는.
당장, 거대한 힘의 방출로 노호영을 압도할 방도가 없다.
그랬다간 몸과 죽검은 잿더미가 될 것이었다.
해서,
“……흐흐.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진소천!”
나는 싸우는 도중 눈을 감았다.
‘심안(心眼)으로 봐야 한다.’
감각.
수천 번의 생사결을 통해 체득된 살수의 본능.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동물적인 ‘육감’이었다.
채채채채챙, 콰지직-!
그렇게 눈을 감은 나는 노호영의 냄새와 대기에 번져가는 검기, 녀석의 호흡과 근육의 움직임, 피부로 와닿는 살기의 호선을 심상으로 마주하며 죽검을 휘둘렀다.
“……!”
처음에는 내 반응이 놈의 공세를 따르지 못했다.
한 박자씩 느렸고, 그 시간차를 뚫고 들어온 노호영의 실낱같은 검기가 내 흉부에 대여섯 개의 자상을 남겼다.
하지만…….
채채채채채채, 콰지징!
십여 합이 지나가자, 심안은 어느새 노호영의 움직임을 명확히 관조하였고,
파파파파파파파파파-!
이십여 합이 지났을 때, 심안은 놈의 검로를 관통(貫通)하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삼십여 합의 격돌이 이어지던 순간.
드디어 나는 노호영의 패도적인 검기의 공세 속에서 단 한 점.
녀석의 ‘허점’을 발견하고 정확히 그 점을 찔러나갔다.
파치치치치칙-!
“크아악!”
됐다.
비단, 노호영의 입에서 튀어나온 거친 비명이 아니라도…….
나는 죽검에서 전해지는 타격감만으로 이 검격이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타’가 되리라 직감해 다시 눈을 떴다.
“크헥!”
내 눈에 비친 노호영은 입가로 시뻘건 선혈을 뿜었다.
죽검에 실린 ‘역’ 속성의 힘이 내 검에 중검(重劍)의 묘리를 담았고.
‘뢰’ 속성의 화력이 죽검에 벼락의 폭발력을 실었다.
“크으으…….”
노호영의 입에서 연신, 처절한 절규가 흘러나온다.
죽검에 찔린 부위는 왼쪽 갈비뼈 아래.
정확히 비장이 위치한 곳이다.
아마 죽검 끝으로 파생된 ‘뢰기’가 놈의 피륙을 관통하여 비장에 우레를 꽂았을 테니 지금 노호영은 오장육부(五臟六腑) 중 한 곳을 상실함 셈이다.
“아프냐, 호영아.”
“…….”
“나도 아프다.”
농담이 아니었다.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손이 엉망이 됐네.’
아니나 다를까, 뢰 속성의 화력 때문인지 죽검을 쥐고 있던 손의 피부결이 벗겨지고 일부 살점이 타들어 간 상태였다.
그뿐 아니라, ‘역’ 속성의 괴력에 의해 전신의 근육은 흡사 비명을 내지르듯 꾸륵!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물론, 승패가 9할 이상 갈린 상황에 무리한 공력을 운용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노호영의 의지는 소멸되지 않았다.
“엄살 부리지 마라, 호영아.”
“…….”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래서 되겠냐?”
* * *
쾅-!
“크핫!”
쾅, 쾅!
“크으윽!”
콰콰쾅-!
“크아아아아아악!”
나는 더 이상 ‘역’ 속성도.
‘뢰’ 속성도 끌어올릴 필요가 없었다.
내 육체도 슬슬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거니와, 지금의 노호영에겐 쓸데없는 심력 낭비에 지나지 않은 탓이었다.
콰콰쾅!
내 죽검이 어느새 한 자루의 타구봉.
개X끼 때려잡는 잔혹한 몽둥이로 변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생사결이 아닌 일방적인 폭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박자감이다.
어딜 어떻게, 얼마나 때리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어딜 맞아도 아픈 건 마찬가지고 그런 거 일일이 계산하면서 패는 것보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몽둥이가 향하는 대로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직 내 흥을 돋우어 줄 박자만 신경 썼다.
그렇게…….
박자에 맞춰 노호영을 개 패듯 두들겨 패니 처맞던 녀석은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전신의 의복을 핏물로 물들인 채, 땅바닥을 기었다.
“차…… 차라리 날…… 죽여라, 진소천.”
“생각이 바뀌었다, 호영아.”
“무슨…… 말이냐?”
“본래 내 성격 같았으면…… 네가 입으로 피를 토하는 순간 진작 네 목울대에 살초를 찔러 넣어 모가지를 뚫어버렸겠지만…… 생각해보니 아깝더라고.”
“???”
“호영아. 잘 들어봐라. 내 생각이 기발한지 아닌지.”
나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목적지 없이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노호영의 엉덩이를 죽봉으로 힘껏 세 차례 두들겼다.
팍, 팍, 팍!
“크악! 이 개…… 같은!”
“호영아. 실은 소천문이 얼마 전부터 단체 수련 중이다. 한데 우리 문도들…… 실전 경험이 없거든. 그렇다고 당장 아무 데나 쳐들어가 경험 쌓기도 뭐한 게…… 우리가 흑도 사파는 아니잖냐.”
“…….”
“이쯤 되면 감 안 와?”
“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래서 나는 문도들을 매일 팬다. 처맞는 경험이라도 체득시켜주고 있는 셈이지. 하나, 이젠 슬슬 때리는 경험도 쌓아줘야 할 때라고 본다. 해서…….”
“…….”
“네가 실험체가 되어 줬으면 해.”
“???”
“아.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처맞기만 하란 건 아니다. 그건 의미 없는 폭력이니까. 단, 나는 네 단전을 폐해서 공력을 없앤 뒤, 외공만으로 문도들과 대련시킬 생각이다. 괜찮지?”
“이…… 이, 무슨!”
“괜찮구나.”
“야이, 육시럴 새끼야! 내가 언제 괜찮다…… 아아아악!”
노호영이 칠색 팔색 길길이 날뛰려 해서 나는 죽봉으로 놈의 뺨따귀를 두어 번 후려치고 말했다.
“소천문의 수련용 ‘목각인형’이 된 걸 축하한다.”
* *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정신병자 아닌 다음에야, 진짜 그런 이유로 노호영을 살려 뒀겠나.
사실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대로 죽이긴 아깝지.’
노호영은 강한 살수였다.
만약, 내가 살마존 백귀호와의 결전에서 ‘뢰’ 속성을 개문(開門)하지 못했다면 심각하게 고전했을 것이다.
물론, 어떻게든 이기긴 했겠지만?
어쨌거나…….
그러한 이유로 나는 노호영을 ‘인질’로 잡아둘 생각이었다.
놈이 정체를 밝힌 이상, 내가 할 일은 자명하다.
바로, 노호영의 가문인 노가살수문(路家殺手門)에 시비 걸 ‘명분’을 확보하는 것.
물론 세인들이 내 말을 들으면 놀라, 나자빠질 게 뻔하다.
이제 막 태동하여 고작 20명도 안 되는 촌 동네 문파가 이름깨나 날리는 살수 가문에 시비를 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
그러나 칼침이 난무하는 도산검림에서.
어떻게 말이 되는 일만 할 수 있나.
때로는 말이 안 되고, 무모하다 못해 미X 게 아닐까 싶은 괴상망측한 일도 해야만 문파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게다가…….
‘잘하면 한밑천 뜯어낼 수도 있겠고?’
장차 덩치가 커지는 소천문의 앞날을 예상하건대.
‘돈’은 중요한 요소였다.
비록 청방이 관리하던 객잔 몇 곳을 점유했지만, 그간 청방에 시달린 노동자와 주민들에게 보상 명목으로 대부분 이문을 넘긴 터라 재정 상태가 엉망이었다.
“뭐…… 뭐 하는 짓이냐!”
“목줄 채우는 중이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쓸데없는 짓 하다간, 눈알 뽑힌다?”
“???”
해서 나는 노호영의 목에 포승줄을 칭칭 감아 채운 뒤, 개처럼 끌고 본문으로 향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놈을 ‘수련용 목각인형’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초장에 기를 죽여 자신이 스스로 인간이 아닌, 짐승과 동격임을 인지시키는 ‘정신 개조’ 작업이 필요했다.
“크륵!”
그렇게 10여 장쯤 걸어 하산하고 있을 때.
노호영의 입에서 다시 시뻘건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아무래도 죽검에 실렸던 뢰기가 놈의 내장 전체에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진소천! 이대로면 나는 한 시진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차라리 단칼에……”
“닥쳐라!”
“…….”
“그런 건 알아서 한다. 말했지만, 본문 의약당주께서 신의(神醫)로 정평이 자자하시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반드시 살린다. 너 같은 일류 ‘수련 목인장’을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이냐? 너는 이제 홀몸 아닌, 소천문의 사유 재산. 죽고 싶어도 못 죽고, 설령 죽는다고 해도, 다시 살려 유용하게 쓸 테니 주둥이 닥치도록.”
동시에,
파파파파팟-!
나는 노호영의 혈도를 점유해 놈이 근력을 사용치 못하도록 조치했다.
혹여, 스스로 천령개(天靈蓋)를 내리치거나, 혀를 깨물어 뒤지기라도 하면 생고생이 도로아미타불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지금 놈에게 허락된 것은…… 눈물뿐이다.
“진소처어어어어언! 이 악랄한 노오오옴!!”
염병…….
그러게 너도 살수면 고금제일살수 선배 정돈 알아봤어야지,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