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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4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3화

#42화

 

 

 

 

 

“문도들을 패겠다니? 대체 무슨 소린가?”

 

동벽 선생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냐는 듯한 눈으로 물었다.

 

“어르신.”

 

“…….”

 

“문도들의 수준을 대충 아실 겁니다.”

 

“알고 있네. 동동이들은 자질이 뛰어나지. 특히 일동은 근골뿐만 아닌, 투지도 강해서 제대로 수련하면 훗날, 외공으로 일가를 이룰지 몰라.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맞습니다. 일동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동이나 삼동이도 괜찮은 자질을 지녔으니 언젠간 고수가 될 겁니다.”

 

“한데?”

 

“한데 말입니다. 다른 문도들은 다릅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데다, 내공을 수련한 적이 없으니, 평생 고련 해도 고수가 되기는 요원하지요.”

 

“동감하네.”

 

“그 때문입니다.”

 

“뭐라?”

 

“그 때문에 저는 일반적인 수련 방법으로 문도들을 가르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이 단기간 강해지는 방법은 오직, 지옥 같은 고통으로 점철된 수련을 이어나가는 것뿐입니다.”

 

사실…….

 

내 말의 반은 진심이지만 반은 둘러대는 핑곗거리로 봐도 무방하다.

 

왜냐?

 

나는 애당초, 정상적이고 체계적인 지도법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수라 나찰 단련’법을 시행하는 이유는 내 앎의 부족함이요, 내가 걸어온 무학의 길이 오직, 그런 ‘지옥의 길’인 까닭이었다.

 

“문도들은 약합니다. 비단 몸이 약한 게 아니라, 여타 문파의 문하 제자들과 비교했을 때 정신부터 썩었습니다. 저는 그 썩은 정신을 일깨우고, 그들의 육신에 원초적 감각을 심을 생각입니다. 그를 위해선 폭력이 필요합니다.”

 

“폭력이라…… 쉽게 설명해줄 수 있겠나? 문도들을 때리면서까지 무얼 가르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서 그러네.”

 

“어르신이 생각하는 무공은 뭡니까?”

 

“음…… 나는 무공을 영혼과 육신의 수련. 즉, 정기신(精氣神)을 갈고 닦는 과정이라 여기네. 쉽게 말해 진리를 통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수단 중 하나라고 할까.”

 

역시…….

 

의술-무공-술법에 이르기까지.

 

지식이 방대한 양반이라,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나 나는 고갤 내저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네가 생각하는 무공이란 무엇인가?”

 

“무공의 본질은 싸움에 있습니다. 즉, 사람을 때리고 부수고 조르고 베고, 찌르고, 찍어내는.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로 집대성된 것이 무공이란 생각입니다.”

 

“…….”

 

“그 때문에 저는 문도들에게 초 실전 지향의 싸움을 가르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맞아야 합니다. 주먹으로 맞고 뺨따귀를 맞고 발로 맞고, 박치기로 맞고, 몽둥이로 맞고. 그렇게 맞다 보면 저절로 생존본능이 깨어날 겁니다. 그리고 그 생존본능은 유사시, 목숨을 지키는 최고의 무기가 됩니다.”

 

과연…….

 

동벽 선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실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다르다 해도 틀린 게 아니다.

 

실제로 나는 전생에 이와 같은 논제로, 교내 간부들과 갑론을박을 벌인 적도 있었다.

 

마교 같은 미X 집단에서조차 내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동벽 선생은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허허! 재밌는 이론이군. 역시 자네는 뭐 하나 남과 같은 구석이 없단 말이지.”

 

한데.

 

뭔가 반응이 긍정적이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군.”

 

“어르신…….”

 

“생각해보면 태고 이래 무인들은 언제나 그랬네. 무공을 깨달음의 발판으로 삼기보다, 겨룸의 수단으로 사용했지. 문주의 뜻은 알겠네. 하면 당장, 부상 회복에 탁월한 약수(藥水)와 고약을 만들어 줌세. 단,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니 문도 두어 놈 붙여 주게.”

 

“감사합니다.”

 

“감사할 거 없네. 어차피 당분간은 노부가 의약당을 맡기로 하지 않았나. 문도들을 치료하는 거야 내 일이지. 문주는 나를 믿고, 문도들을 힘껏 두들겨 패세. 목숨만 끊지 않으면 알아서 살려놓을 테니, 기왕 폭력을 쓰기로 했으면 아주 혹독하게 가르치란 말일세.”

 

“???”

 

사람 고치는 의원이…….

 

이래도 되나?

 

 

 

 

 

* * *

 

 

 

 

 

며칠 후-.

 

“형님.”

 

오전 수련이 끝나고.

 

일동이 슬쩍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녀석의 표정을 보니 긴히 할 말이 있어 보여서 나는 귀를 기울였다.

 

“문주님이다.”

 

“아, 문주님. 그러니까요….”

 

“뭔데?”

 

“석 공자……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묻는 일동의 얼굴엔 걱정이 어려 있었다.

 

지난 며칠.

 

나는 문도들을 그야말로 지옥의 수렁에 빠뜨렸다 다시 끄집어냈다, 또 빠뜨리길 반복하며 초주검 상태로 만들어놓았다.

 

체력단련에 이은, 무지성 구타 수련이 펼쳐질 때면 몇몇이 눈물을 흘리며 탈문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목을 내놓고 가라’는 내 불호령에 그런 항변도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이젠 문도들 대부분이 그냥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수련에 전념 중이라 나름, 뿌듯함도 느꼈다.

 

한데,

 

“연우가 왜?”

 

“석 공자의 일과를 보십쇼. 다른 문도보다 두 배 이상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구타 수련 때 문주님이 석 공자만 더 패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 줄 아십니까? 게다가, 밤이 되면 석 공자만 데리고 야간 구보도 하지 않습니까? 저러다가 죽습니다. 소천문 사람이라면 모를까. 석가장 같은 무가의 공자를 수련시키다 죽여버리면? 어휴! 우리 끝장입니다, 끝장.”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일동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파악!

 

“아악! 뭡니까, 또? 제발 이런 짓 좀 하지 말라고요. 저도 부문줍니다, 부문주. 자꾸 이러면 다른 문도한테 위신이 안 선단……”

 

“일동아.”

 

“아씨! 또 말 끊으시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왜요, 이 멍청…… 아니, 문주님.”

 

“후. 너는 생각이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네?”

 

“아니다……. 너는 원래 생각이 없는 놈이지. 알면서도 물어본 내 잘못이다.”

 

“아니, 그러니까 뭔 말인데요?”

 

“일동아. 내가 연우만 혹독히 굴리는 게 어떤 의미일까? 바로 연우를 편애한단 뜻이다. 문주인 내가 문도보다 연우를 더 챙겨주고 있다고. 어? 알겠냐?”

 

“아…… 사람 쥐어패고, 놀리고, 악에 받치도록 갈구고…… 구역질 나오게 굴리고. 그게 편애하는 거면 저는 문주님이 사랑 사절입니다.”

 

“닥치고. 내가 연우를 혹독히 굴리는 건, 그만큼 잘 따라오기 때문도 있다. 다른 문도를 연우와 똑같이 굴리면 몸이 못 버텨서 죽을걸? 하나 연우는 어릴 때부터 영약이니 보약이니 좋은 거 다 처먹고 자란 것도 모자라 화산 심법을 수련해서 단전에 순수한 공력도 배양됐지. 한 마디로, 니들 같이 근본 없는 녀석들이랑 차원이 다르단 말이다.”

 

“뭐요? 지금 우리 문도들을 비하하는 겁니까? 명색이 문주란 사람이?”

 

“그러니까 너는 주제넘은 걱정일랑 접고, 수련이나 열심히 해. 네가 지금 연우 걱정할 때냐? 한심한 놈.”

 

“하! 진짜 막말하네. 저 열심히 하거든요?”

 

“그래. 그럼 일주일 뒤에 시험을 치겠다. 한 달 전이지? 내가 자연결의 호흡 태세를 상시 유지하도록 무의식중에도 의식하라고 한 게. 만약 괄목할 만한 증진이 확인되지 않을 시. 그냥 뒤진다고 생각해라.”

 

“그…… 그게 뭔 소립니까?!”

 

“이상.”

 

나는 일동에게 엄포를 놓은 뒤, 산봉우리 구석에서 허공을 응시하는 연우에게 다가갔다.

 

뭐랄까.

 

며칠 되지 않았지만, 연우의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그전엔 세상 걱정 없는 부잣집 공자님, 낙천적인 후기지수, 사람 좋고 인심 좋은 호인이었다면 지금 연우는 눈에 독기와 악이 가득 찬 게…….

 

‘수련하기 딱 좋은 상태네.’

 

가장 굴리기 적절한 상태였으며 또한, 무공은 저 시기에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법이니, 이번 강호행에서 연우는 많은 것을 배울 것이었다.

 

“연우야.”

 

“네, 형님.”

 

“힘드냐?”

 

“아니요.”

 

“오……!”

 

“…….”

 

“야.”

 

“네?”

 

“너 혹시…… 삐졌냐?”

 

“뭔 소리예요?”

 

“내가 너만 특별히 더 굴리니까 억울하고 화나고…… 그런 심정 아니냐는 말이다.”

 

“형님. 저를 뭐로 보는 겁니까? 저 그런 병X 아닙니다. 사실 형님 때문에 며칠간,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얼마나 나약한 정신머리로 살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리 살지 않을 겁니다.”

 

새끼…….

 

의지가 탄탄한 게.

 

아무래도 내가 연우를 너무 X밥 취급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멋있다, 연우야.”

 

“네?”

 

“그런 모습, 보기 좋다고.”

 

“아…… 새삼 왜 그래요. 하하.”

 

“웃기는. 해서, 오늘 야간 구보는 없는 걸로 하마.”

 

“지, 진짜요?”

 

“대신.”

 

“네?”

 

“사라진 야간 구보는 야간 구타로 대체한다. 저녁 먹기 무섭게 의약당으로 가서 어르신의 특별 치료를 받고 몸을 회복한 뒤, 곧장 참여하도록.”

 

“???”

 

“마음 단단히 먹어라. 동생을 위해 진심을 다할 테니까. 새끼…… 내 편애를 이리도 받다니. 넌 참 운이 좋은 녀석이다.”

 

“이, X발!”

 

오…….

 

상남자처럼 쌍욕 박는 걸 보니.

 

연우 녀석…….

 

아직 살 만한 모양이다.

 

 

 

 

 

* * *

 

 

 

 

 

광양산 죽림(竹林).

 

참 좋아하는 공간이다.

 

괜히 협객 된 것 같은 분위기에 심취해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죽림은 뭐랄까.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가 좋고, 나무 사이를 비집고 휘몰아치는 산바람도 좋고, 초록이 고적하게 펼쳐진 죽림만의 고색창연함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달까?

 

물론.

 

이것도 다 핑계다.

 

사실 나는 전생에…….

 

나의 전용 죽림에서 수련하던 터였다.

 

십만대산의 많은 산봉우리 중, 가장 험준한 ‘와원봉’엔 오직 교주와 나만이 출입할 수 있는 ‘금역’이 존재했는데 그 금역을 넘으면 기다란 협곡이 나온다.

 

나는 그 협곡 너머에 쫙 깔린 죽림에서 주로 자연결을 연성했다.

 

‘인적은커녕, 산짐승 한 마리 없던 곳이라…… 집중하긴 최고였는데.’

 

그래도 뭐.

 

이곳도 나쁘진 않다.

 

본래 빈 수레가 요란하고, X도 없는 놈이 연장 탓한다고.

 

장인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지.

 

나 같은 ‘싸움장인’이 수련에 때와 장소를 가린다?

 

어림도 없다.

 

없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도…….

 

칠흑 같은 어두운 밤, 산중에서 가부좌 틀고 운기 하는데, 정체불명의 인영이 살기(殺氣)를 드러내며 다가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겠나.

 

‘경신법…… 호흡…… 기도(氣道)까지…… 고수네.’

 

그랬다.

 

놈은 고수였다.

 

비록, 내 감각이 너무도 광역적이라 아직 한참 멀리 떨어진 상대를 미리 관조할 뿐이지만 내 본능은 놈을 고수로 인식했다.

 

‘혈도마인 곽성호는 비교도 안 되고…… 살마존 백귀호보다 더 강할 수도 있겠는데?’

 

필시 적(敵)일 것이다.

 

적이 아니라면 저렇게 살기를 풍기지도 않겠지.

 

하면 어떤 놈일까?

 

아니…….

 

대체 누굴까?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상대의 접근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점차 흐르고…….

 

쐐애애액-.

 

날카로운 파공음이 귓가를 스치는 순간.

 

나는 쾌경보로 허공을 박차고 올라, 내 신형을 가르려던 한줄기 검광(劍光)을 피한 뒤 눈을 부릅뜨고 대상을 응시했다.

 

“듣던 대로군, 진소천.”

 

놈은 흑의를 걸친 채였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죄다 시커먼 게 누가 봐도 암살자 같달까?

 

게다가 목소리는 탁성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걸걸했는데, 목에 칼날을 머금은 게 아닐까 싶은 섬뜩한 느낌의 음성이었다.

 

“목소리가 원래 그러냐?”

 

“…….”

 

“고뿔에 걸려서 목이 쉰 거냐, 아니면 오랜 시간 천식을 앓아서 맛탱이가 간 거냐? 어쨌든 우리 의약당주가 천하 삼대 의원이니 원하면 치료해 줄 수도 있다. 물론, 치료비가 비싼데 침 한 번 맞는데 금원보 하나니, 건강을 찾는 대신 재산을 탕진할 수 있음이야. 자. 건강과 재물 중 뭘 택할래?”

 

“소문대로 미X놈이군.”

 

“양자택일이 싫다면 네겐 한 가지의 선택만이 남는다.”

 

“후후. 오냐. 그것도 마저 들어보자.”

 

“개 같이 처맞고 이 자리에서 객사하는 거다.”

 

“…….”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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