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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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2화
#41화
수련에 대한 계획은…….
진작부터 어느 정도 생각은 하던 터였다.
우선 얘들 중, 가장 싹수가 보이는 일동은 책임지고 1년 안에 일류로 만들 작정이고…….
이동과 삼동도 재능이 뛰어나지만, 일동 같은 무재는 아니니,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
또한 나머지 문도는 정신, 인내력 같은 부분을 지도한 뒤, 실질적인 무공은 동동이들에게 맡길 생각인데, 그 이유는 동동이들의 비약적인 발전을 끌어내고자 함이었다.
무공은 죽어라, 체력을 단련하고 형(形)과 투로(鬪路)를 반복하고 심법을 주야장천 읊어봤자, 실전 감각이 없으면 꽝이다.
그래서 실전을 무던히 쌓으며 자신의 무학 지식을 남에게 가르치다 보면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는데, 나는 동동이들이 문도들을 지도하며 그런 경험을 쌓길 바랐다.
그렇게 타인을 지도하고 자신을 객관화하다 보면…….
언젠가 동동이들도 스스로의 견해를 세울 수 있는 고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와, 이 새끼야!”
“아! 진짜, 뭐 하는 거요? 옆으로 좀 가요, 좀!”
“낄낄. 형님들! 그렇게 투덕거리기도 하고. 어? 싸우면서 천천히들 가쇼. 내가 일등 할 테니까!”
나는 금세 생각을 바꿔야 했다.
‘저런 놈들이 고수? 하…….’
산등성이를 달리는 일동, 이동, 삼동의 행실이…….
가관이었던 까닭이다.
저들끼리 먼저 가겠다며 뜀박질을 하는 중, 고성을 지르고 짜증을 냈다가 어떨 땐, 슬쩍 상대의 다리도 걸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놈들이 무공은 세질지언정, 자신의 무학적 신념을 견지하는 ‘일대종사’가 될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뭐……. 쟤들한텐 저런 게 어울리기도 하고.’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자.
사실, 무지성으로 싸움만 잘하게 만들기엔 일동, 이동, 삼동이 같은 인간들이 좋다.
전생에 살수들을 지도하다 경험한 건데…….
1036호였나?
녀석은 무학에 대한 학구열에 불타던 놈이라 맨날 고리타분한 무학적 질문을 퍼부었고, 그때마다 나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래.
그럴 바에, 무식한 게 나을 수 있다.
못하면 쥐어박고, 말 안 들으면 쥐어박고, 불만 터뜨리면 또 쥐어박고…….
인격이고 나발이고 신경 안 쓰고 X나 패면서 가르치면 나도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런데…….
‘에혀……’
왜 한숨이 나올까?
쾅-.
쾅-.
쾅-.
“켁!”
“카악!”
“아야앗!”
나는 결국 동동이들의 대갈통에 당랑 꿀밤을 처박았다.
“왜 때립니까?”
“왜 때리는데요?”
“왜 때리냐고요?”
그러자, 세 놈이 짠 것처럼 동시에 물었는데 생긴 거, 덩치, 목소리까지 비슷한 놈들의 이심전심이 기가 막혔다.
“닥쳐라. 이 무식한 새끼들.”
“???”
“???”
“???”
* * *
“헉…… 헉…… 헉……”
“나는…… 나는 더 이상 못 갑니다!”
“진짜 죽겠습니다…… 아이고!”
딱 반 시진.
이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문도들이 반 시진 만에 기진맥진 나뒹구는 걸 보니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짝- 짜짝-!
나는 나약한 녀석들의 따귀를 사정없이 걷어 올렸다.
“긴말 안 한다. 처맞기 싫은 놈은 움직여라. 못 뛰겠으면 걸어서라도 정상까지 올라간다. 멈추는 놈은 죽지 않을 만큼 팼다가, 다시 고쳐놓고 회복하면 또 팰 거니까 그리 알고.”
“끄응…….”
“으으으…….”
“흐윽…….”
내 불호령을 듣고서야 쓰러진 놈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몸을 움직였다.
‘아마 날 죽이고 싶겠지?’
분명, 문도들은 현재 내 얼굴을 보며 마음속으로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하나 이는 의도된 나의 철저한 계산이다.
「악(惡)!」
문도들이 나의 ‘수라 나찰 단련’을 버텨내려면…….
머리와 마음에 오직 악! 만이 가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수가 되겠다는 갈망?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
노력을 관철하는 집념?
그런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치로는 절대 나의 ‘수라 나찰 단련’을 버틸 수 없다.
“이 악, 깨물고 아무 생각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껏 너희는 별생각 없이 인생을 살았다. 그러니 그냥 달려. 못 달리겠으면 걷고. 그렇게 힘든 거 느낄 새도 없이 앞으로 나가는 거다. 세상사 모든 문제는 고민으로부터 온다.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가라.”
나는 그렇게 문도들을 독려(?)했다.
물론, 남이 보면 독려가 아닌 악담이라 하겠지만 그건 X도 몰라서 하는 소리고…….
지금 내가 문도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면?
바로 못 하겠다며 읍소할 게 뻔하다.
인간이란 기댈 데, 비빌 데가 있으면 나약해진다.
하나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 오직 자신만이 독존(獨存)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비로소 ‘투지’와 ‘생존본능’이 발동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일깨워줄 생각이었다.
“가자, 정상으로.”
* * *
광양산 질주 대회의 결과는…….
1등 강일동.
2등 강이동.
3등 강삼동.
예상대로 동동이 형제가 나란히 1, 2, 3 등을 차지했고…….
4등은 동벽 선생이었는데, 이 양반한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 진소천은 석연우한테 실망했다.”
5등을 차지한 건 연우였는데, 솔직히 예상보단 잘 달린 터라, 핀잔주고 싶지 않았지만 일부러 도발을 감행했다.
“헉……. 형님. 이런 무식한 뜀박질이 대체 무슨 수련……”
“됐고.”
“?”
“연우는 오늘 야간 구보 실시한다. 내가 일대일 맞춤 지도할 테니 그리 알아.”
“네?”
“나는 네가 소천문으로 강호행을 나서겠다며 떼를 쓸 때, 네 말을 들어줬다. 단, 조건도 걸었지. 객식구도 소천문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고.”
“그치만…….”
“빠져나갈 궁리하지 마라. 못 하겠으면 석가장으로 돌아가.”
“아…… 형님!”
“할래, 말래?”
“하, 하겠습니다.”
연우의 주둥이가 댓 발로 튀어나왔다.
아마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겠지.
은연중 무시하던 일동, 이동, 삼동에게 체력으로 털리고, 심지어는 나이 80이 넘은 동벽 선생한테도 못 미쳤으니 수치스럽지 않겠나.
하나 이 또한, 의도한 바였다.
지금의 연우는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으니까.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무인은 성장할 수 없다.
또한, 고수가 되는 길은 오직 가시밭길이요, 고통과 역경으로 점철된 지옥인바.
나는 그런 고행을 통해 연우를, 또 동동이들과 문도들을 성장시킬 것이다.
“그래도. 다들 용케 여기까지 왔다. 꼴찌를 가리려 했는데, 마지막 대열은 동시에 들어왔으니 가리지 않는 걸로.”
“휴…….”
“살았다…….”
“헉…….”
정상에 다다른 문도들은 초주검이 된 채로, 이리저리 널브러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부터 한 식경 동안 휴식 시간 부여한다. 숨도 고르고. 운기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머리에 생각들 좀 비워라. 다시 말하지만 지금 너희에게 중요한 건, 생각을 비우는 거다. 알겠냐?”
나는 그런 문도들을 아울러 물었다.
그러자,
“네, 문주님!”
“넵! 문주님.”
“알겠습니다, 문주님!”
조금 전만 해도, 힘들어하던 문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차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그래. 곧 죽어도…… 쉴 때 되면 또 힘 나는 법이니까.’
말인즉슨, 이놈들…….
아직 살 만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렇다고 너무 늘어지지는 마라. 그러면 근육도 같이 늘어져서 하산할 때 힘들다. 참고로 체력단련은 1부보다 2부가 힘들다. 2부는 본문까지의 전력 질주고, 몸에 긴장이 풀리면 내리막길 뛰다가 무릎 관절 나가서 병X될 수도 있다.”
느슨해지는 문도들을 향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흐흐. 모처럼 똥줄 빠지겠네.”
“와! 근데 다시 해도 힘들긴 힘들구먼.”
“하하. 형님들! 그래도 체력단련은 할 만한 편이잖수? 구타 훈련 때 아마 저것들 피눈물 쏟을걸요? 클클.”
이미 내 ‘수라 나찰 단련’에 내성이 생긴 동동이들은 비교적 담담했고,
“???”
“…….”
“……!”
다른 문도들의 얼굴은 한줄기 경악이 빛과 함께 새파랗게 질렸다.
‘그래도…….’
어쩐 일인지 연우 눈엔 짙은 독기가 서리는 게.
아무래도 녀석은 나름, 느끼는 바가 있으려나?
* * *
늦은 밤-.
우여곡절 끝에…….
소천문의 첫 단체 수련이 끝났다.
물론, 동동이들과 동벽 선생을 제외한 연우, 문도들은 내일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하반신이 천근만근일 테지만, 그래봤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고, 나 역시 수련을 쉴 마음이 없다.
‘녀석들…… 끙끙 앓는다고 잠도 못 자겠지.’
동동이들도 그랬었다.
그 때문에, 내일은 아마 문도들의 몸 상태가 최악에 가까울 것이고, 오늘 강도로 수련해도 체감되는 고통은 곱절이 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것들아.’
새삼, 킥킥 웃음이 튀어나왔다.
뭐랄까…….
오랜만에 많은 인원을 지도하니 전생에 살수회 대장으로 살수들을 지도할 때가 떠오른달까?
유쾌한 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기만 한 기억도 아니었다.
다만…….
‘교주…….’
나는 아직도 전생을 떠올릴 때마다, 한 사람을 함께 떠올리고는 한다.
교주.
지금쯤 위지혼은 얼마나 강할까?
하루하루 다르게 세지던 양반이니 지금은 가늠하기도 힘들 수준일 터다.
‘언젠간 꼭 만납시다, 교주.’
그땐 그의 모가지를 비틀 수 있을까…….
“안 자고 뭐 하는가?”
그때.
장원 한쪽에 서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가던 찰나, 동벽 선생이 슬그머니 다가와 물었다.
나 역시 그에게 할 말이 있었으니 잘된 참이다.
“어르신. 왜 숨겼습니까?”
“허허. 내가 문주에게 뭘 숨겼단 말인가?”
“선법(仙法) 같은 걸 익히신 겁니까?”
“용케도 알아본 모양이군. 웬만한 식견이 없으면 축지법(縮地法)을 알아차리기 힘든데. 혹시, 이전에도 축지법을 본 적이 있나?”
축지법이라…….
사실, 광양산을 오를 때 나는 동벽 선생에게 기함했다.
분명, 동벽 선생은 일체의 경신법도 구사하지 않았고 뜀박질을 감행하지도 않았다.
한데도 동일한 속도를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유지하길래 그 보법을 관찰했는데, 그제야 나는 어르신이 술법을 시전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축지법은 생소하지만, 도력이 뛰어난 도사나 술법사들이 비슷한 술식을 부리는 건 압니다.”
“새삼 다시 한번 자네의 안목에 놀라는군. 맞네. 노부는 많은 술법을 익혔네. 특히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과 천둔술식, 지둔술식을 깊이 연성했는데, 이도 다 옛일인 게지. 최근엔 써먹을 데가 없어 잊고 살았네.”
“의외군요. 그런 방문좌도의 술법을 익히셨을 줄이야.”
“허! 이 사람아. 그리 여기면 안 되네. 팔대세가라 불리는 제갈세가도 기문둔갑술을 가르치네. 또한 막말로…….”
“…….”
“방문좌도면 어떻고 신선들의 도술이면 또 어떠한가. 그저 도움 되면 되는 것이지.”
“동감합니다. 뭐든, 익히면 좋지요.”
“배우고 싶으면 말하게. 가르쳐줄 의향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대신 어르신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뭔가?”
“혹시, 내-외상을 효과적으로…… 아니, 그냥 하루 만에 확, 낫게 하는 약이 있겠습니까?”
“음……. 부상 정도에 따라 다르나, 심각한 내상을 단번에 낫게 할 방도는 없네. 단, 외상으로 국한 시킨다면…… 아주 효율적인 고약이나 약수(藥水)는 제조가 가능하지.”
“하면 내일부터 고약과 약수를 만들어 주십쇼.”
“어인 말인가?”
“문도들을 좀…… 패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