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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4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1화

#40화

 

 

 

 

 

“……!”

 

진소천의 말에 석연우, 석대방, 청문도장은 충격 어린 얼굴로 침묵했다.

 

‘……검수(劍手)라니! 소천 형님이 검수였다니!’

 

‘하면 진 문주는 검수면서도 지금까지 박투술로 싸워왔다는 건가?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전력을 숨겼던 것이군…….’

 

세 사람은 저마다 진소천의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러잖아도 진소천을 높이 평가하던 석연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석대방은 아리송한 심정이 되었으며 청문도장은…….

 

‘알 수 없는 자로고… 검수가 흑사회 전원을 적수공권으로 제압하다니. 해괴망측한 일이야.’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을 피할 길이 없었다.

 

“형님. 하면, 그간 왜 검(劍)을 사용하지 않으셨던 겁니까?”

 

그때.

 

석연우가 적절히 나서, 장내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러자,

 

“그냥?”

 

“네?”

 

“딱히 검을 안 쓰겠다. 또는 써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기에 맨손으로 싸웠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질문을 던진 석연우는 외려 더 큰 혼란에 휩싸였다.

 

“허……!”

 

“…….”

 

황당한 것은, 석연우 뿐만 아니었다.

 

석대방과 청문도장 역시 당혹스러움에 안면을 붉게 물들였고, 중인들의 반응을 본 진소천 본인도 ‘뭐가 문제냐?’는 물음을 표정으로 띄운 채였다.

 

“진 문주.”

 

“네, 도장.”

 

“지금까지 한 말이 모두 사실이외까?”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애당초 저는 살면서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순간.

 

청문도장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고, 석연우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진소천을 응시했다.

 

‘그렇지……. 형님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야. 워낙 개념이…… 아니, 꿀릴 게 없는 양반이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만 이야기할 사람이지. 하면 정말…… 소천 형님은 검수였던 거구나!’

 

처음엔 황당함과 당혹스러움…… 약간의 배신감에 젖었던 석연우의 감정이 돌연, 경외와 기대, 환희로 변하기 시작했다.

 

‘과연…… 형님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 어쩌면 내가 형님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그렇게 진소천을 향한 석연우의 존경(?)심이 깊어가던 순간.

 

청문도장이 다시 말했다.

 

“진 문주. 솔직히 말하리다. 나는 강호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자부하는 늙은이지만, 검수가 그 정도의 박투술를 체득한 경우는 본 적이 없소. 예컨대, 외공으로 천하 일절을 자부하는 대(大) 소림이라 해도 검(劍)에는 능하지 않으며, 검으로 중원의 태산북두(泰山北斗)가 된 무당파(武當派)조차 검이 아닌 다른 분야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오. 한데, 문주는 적수공권으로 일가를 이루고도 스스로를 검수(劍手)라 칭하니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구려.”

 

“도장. 언쟁하자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고견을 들을 수 있겠소?”

 

“저는 검(劍)을 특기로 꼽지만, 그렇다고 검수란 단어에 스스로를 국한 시키지 않습니다. 검이든 도(刀)든, 권(拳)이든, 장(掌)이든, 창(槍)이든. 그것은 무공을 실현하는 수단이지, 인간 진소천을 나타낼 수 없지요.”

 

“허…….”

 

“또한, 도장께서 예로 드신 소림과 무당을 살펴보면…… 소림은 권, 장, 퇴를 주력으로 수련하는 외가 공부의 정점으로 정평이 났지만, 검 대신 선장(禪杖) 같은 무기에도 능통합니다. 무당 역시, 검으로 명성을 쌓았으나 태극권 같은 권법이나 제운종 같은 경신법은 천하 일절로 유명하지요. 실제, 장삼봉 조사가 과거, 천하제일인으로 불렸을 땐 태극혜검보다 태극권을 더 많이 펼쳤다 들었습니다.”

 

‘세상에……!’

 

진소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석연우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저……게 형님이라고? 저렇게 논리정연하고 점잖은 데다, 이론으로 바싹한 사람이…… 진짜 그…… 상스럽기 짝이 없는 소윤이 아빠라고?’

 

그나저나…….

 

“허허. 진 문주. 한 방 먹었구려. 듣고 보니, 귀하의 말이 맞소.”

 

청문도장은 웃음을 터뜨리며 진소천에게 포권해 보였다.

 

비단 강호 배분을 떠나, 아들뻘조차 되지 않는 청년을 향한 처세로 봐도 지극히 겸손한 태도였다.

 

‘그래도…… 심산유곡에서 도 닦는 도사 영감이라, 예의는 있네.’

 

물론, 진소천의 속내는 고작(?) 그러했을 뿐이지만.

 

 

 

 

 

* * *

 

 

 

 

 

논검(論劍)이란 말이 있다.

 

강호에서 칼 밥 먹는 무인끼리 검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걸 일컫는데, 나는 내가 이 하찮은 짓거리를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어쩌나.

 

연우 체면도 생각해야지.

 

그 때문에 나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논검을 무려 두 시진 가까이하고서야 석가장을 나섰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석 가주가 이르길, 향후 사도맹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그들의 동선을 파악하여 공유하겠노라 약조했으니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형님! 같이 갑시다!!”

 

그때.

 

십여 보 발길을 내딛던 찰나, 뒤에서 연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본능적으로 녀석이 또 거머리처럼 엉겨 붙을 거란 걸 깨달았다.

 

“뭘?”

 

“형님. 아버지한테 허락받았습니다. 흑사회와 관련된 모든 일은 아버지와 태사부님이 처리하신다고 하니, 저는 당분간 자유롭게 강호행에 나서라고요.”

 

“하……. 그래. 강호행 좋지. 너같이 젊은 놈은 시키는 일을 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경험 쌓는 게 더 좋다. 근데 그거랑 같이 가는 게 무슨 상관인데?”

 

“무슨 상관이긴! 제 강호행의 목적지가, 소천문인데요?”

 

“???”

 

“왜요?”

 

“연우야.”

 

“네?”

 

“그렇게 할 일이 없냐? 너희 집 화산파 속가 아니야? 무림맹인지 나발인지만 가도 후기지수들이 개떼처럼 줄지어 있을 텐데. 당장, 마교와 무림맹이 충돌해서 백도도 바쁘다며? 그럼 그런 데로 강호행을 나설 일이지, 왜 소천문에 오겠단 건지.”

 

“참나! 형님은 이 석연우를 아직도 그리 모르십니까?”

 

“…….”

 

“저는 또래들이랑 영웅 놀이하고 싶은 마음 조금도 없어요. 그런 데 얽히고설켜 누가 더 잘났는지 으스대봐야, 남는 거 있습니까? 차라리 형님 같은 절세고수 옆에서 경험 쌓는 게 낫지요.”

 

이거 진심 또라이 같은데?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연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언제 절세고수가 됐냐?”

 

“형님. 저는 오늘 확신했습니다. 형님은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예요. 뭐랄까……. 강함을 내색하지 않는 은둔 고수랄까?”

 

“지X……”

 

“됐고요! 아무튼 저는 형님으로 정했습니다.”

 

“뭘?”

 

“제 목표. 석가장의 석연우는 앞으로 소천문의 진소천을 목표로 열심히 달릴 겁니다.”

 

와…….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진짜 당랑 꿀밤을 연환으로 펼쳐 108번쯤 꽂아 넣고 싶은데 놈이 하도 ‘진심’이라 막상 후려 깔 수도 없는 노릇이랄까?

 

“연우야.”

 

“네?”

 

“진짜 이런 말 하기 싫은데.”

 

“말씀하세요.”

 

“사실을 고해야 된다. 알겠냐?”

 

“당연하죠. 형님한테 뭐하러 거짓……”

 

“너 혹시 남색에 관심 있다거나…… 진짜 그런 건 아니지?”

 

“???”

 

“만약 그런 거면 마음 접어라. 진심 머리통 부숴줄 생각이니까.”

 

“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저 여자 좋아합니다, 여자. 됐습니까?”

 

“다행이네.”

 

“후! 앞으로 다신 절 그렇게 매도하지 마십쇼.”

 

“닥쳐라. 네가 하도 엉겨 붙으니까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아씨! 저는 순수한 존경심에 그러는 거라고요.”

 

“존경하는 사람한테 하는 행실치고는 매우 싸가지 없다.”

 

“…….”

 

나는 순간, 멀뚱멀뚱 눈치 살피는 연우를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후…….

 

아무래도 녀석과 내 인연도…… 꽤 질길 모양이네.

 

“연우야.”

 

“네.”

 

“좋다. 당분간 소천문의 객식구로 받아주마.”

 

“진짭니까?”

 

“단, 조건이 있다.”

 

“뭔데요?”

 

“소천문은 객식구라도 소천문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

 

“그거야 당연하죠.”

 

“후회 안 하지?”

 

“후회는 무슨!”

 

“오냐. 그럼, 가자. 소천문으로.”

 

“근데 형님. 그 소천문의 법도라는 게 정확히 뭔데요?”

 

“수련.”

 

“네?”

 

“내일부터 그간 미뤘던 수련에 몰두할 생각이다. 소천문 문도 전원이 참가 대상이고. 객식구도 마찬가지다. 소천문의 지향점은 오직, ‘싸움 잘하는 인간 육성’에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맞춤형 지도를 통해, 모든 문도를 포함한 객식구 전원을 ‘인간 병기’로 만들겠다.”

 

“아니, 무슨……”

 

“이상.”

 

잘된 일이다.

 

생각해보면 연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는 은혜 갚는 사내, 한 번 입은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잊지 않는 신의 있는 사내, 은원(恩怨)의 계산만큼은 천하에서 가장 철두철미한 사내.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은혜를 갚기 위해 환생했을지도 모르는 사내, 진소천이다.

 

고로, 이번 기회에…….

 

연우에게 ‘수라 지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줄 작정이다.

 

 

 

 

 

* * *

 

 

 

 

 

이튿날-.

 

“본관 외 별관에 배치된 인원까지 다 모였나?”

 

“네, 형…… 아니, 문주님.”

 

“좋다. 지금부터 향후 계획을 공표한다.”

 

정오가 되지 않은 무렵.

 

나는 20명도 되지 않는 문도 전원과 동동이 형제, 연우, 동벽 선생까지 죄다 본관으로 호출해 말했다.

 

“소천문의 시작은 미약했다.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홀아비, 소담골을 대표하는 백수건달 셋이 뭉쳐 악당들 털어먹고 한밑천 만든 뒤, 청방 작살 내고 세운 게 소천문이니까.”

 

웅성웅성-.

 

그러자, 중인들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당혹스럽겠지?

 

평소 내 행실 상, 무게 잡는 게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어색할 것이다.

 

하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소천문의 끝이 창대하리라 믿는다. 왜냐? 바로 내가 소천문의 문주이기 때문이다.”

 

“…….”

 

“너희 중, 대부분은 하류 인생을 살았다. 하나 소천문의 문도라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너희에게 새로운 인생을 부여할 생각이다.”

 

그때, 멍청한 눈으로 내 말을 경청하던 길복이가 물었다.

 

“문주님. 그…… 새로운 인생이란 게 어떤 건지요?”

 

나는 길복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무림인(武林人).”

 

“아…….”

 

“소천문은 강호 문파다. 고로, 우리는 모두 무림인이며, 무림인은 무공으로 말하는 자들이지.”

 

“…….”

 

“그 때문에 나는 금일 이 시간부로 ‘수라 나찰 수련’을 선포하는 바다.”

 

“수라 나찰 수련이라고요?!”

 

“…….”

 

“뭔…….”

 

순간.

 

일동, 이동, 삼동이야 내 말뜻을 알아들어 그저 그런 반응이고.

 

다른 문도와 연우는 당혹스러운 기색이었는데, 동벽 선생만큼은 왠지 모를 웃음을 흘리는 중이었다.

 

“힘들 거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고 확,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도 들 거다. 하지만, 수련에 중도 하차란 없다. 물론, 도저히 못 하겠으면 소천문을 탈문하면 되는데 본문의 임의 탈퇴는 죽음뿐이니, 도망치고 싶으면 차라리 자살해.”

 

“???”

 

“???”

 

“???”

 

이쯤 되니…….

 

슬슬 애들의 눈알에 두려움이 서린다.

 

대체 얼마나 괴롭히려고 저럴까 싶을 테지.

 

하나 내가 비장한 선전포고(?)를 박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늘 이후, 나는 문도들을 마교의 살수라 여기고 가르칠 것이다.

 

그러려면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진짜 수련 도중 정신병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단체 수련을 시작한다. 첫 수련은 ‘무지성 체력단련’이다. 무지성 체력단련이란 말 그대로 생각 없이, 무작정 체력을 단련하는 건데 일동을 선두로 전원이 뒤를 따라, 광양산까지 전력 질주한다. 참고로 꼴찌에겐 상응하는 추가 단련을 부여할 테니, 그리 알고.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동이 움직인다.

 

이동과 삼동도 뒤를 따랐는데 이미 ‘무지성 체력단련’을 경험한 녀석들이라 망설임이 없었다.

 

“저도 갑니다, 형님!”

 

또한 연우도 곧장 동동이들을 따라 뜀박질을 시작했고 네 사람이 달리는 모습에 머뭇거리던 문도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허허. 자네 이제야 제대로 문주 노릇할 생각이군? 체력단련이라…… 좋은 선택일세.”

 

그때.

 

모든 문도가 뛰어나가는 걸 본 동벽 선생이 웃음을 터뜨리며 마치 남 이야기하듯 말하는 게 아닌가?

 

“의약당주님.”

 

“응?”

 

“뭐하십니까?”

 

“???”

 

“소천문의 단체 수련에 열외자란 없습니다. 물론, 노약자 공경 같은 것도 없으니…… 빨리 뛰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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