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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2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9화

#29화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들 일어나지 않고!!!”

 

노인장과 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찰나, 덩치 사내가 꿇고 있는 흑사회 놈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내 앞에서 피떡이 되어 조아리는 부하들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은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덩치 사내의 얼굴은 불그스름한 대춧빛으로 물든 채였다.

 

“네, 넵!”

 

“알겠습니다, 곽 호법님.”

 

“알겠습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애걸복걸하던 잔당들이 안면에 생기를 띄운 채 벌떡 일어나 덩치 사내의 뒤로 물러섰다.

 

나는 곽 호법이라 불린 덩치를 향해 조롱 섞인 도발을 시전했다.

 

“곽 호법. 뭐 그리 역정을 내나. 어차피 잠시 후엔 저놈들이나 네놈이나 같은 처지가 될 텐데.”

 

솔직히 순 허세였지만 이런 도발이야말로 지금의 내겐 적절한 전략이었다.

 

“애송아. 까불지 마라. 너는 오늘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하나, 곽 호법은 외려 처음보다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한판 붙을 게 기정사실이 되다 보니, 나름 고수답게 싸구려 도발을 무시할 생각인가 본데…….

 

“항상 그러더라. 꼭 너처럼 대장도 아닌, 쩌리들이 맨날 애송이니, 뭐니, 살아나갈 수 없다느니 그딴 소리 지껄여 놓고 허무하게 뒤지더란 말이지. 이건 내 평생의 경험에 의한 정보니 믿어도 된다. 아마 오늘 이 자리에서 최초로 목줄 끊어지는 건 바로 네가 될 거야, 곽 호법.”

 

내가 그를 가만 놔둘 리 있겠나.

 

지금 나는 명백히 체력적 한계에 봉착했다.

 

아마 하단전의 ‘역’ 속성 덩어리를 모두 녹여 내력으로 치환해도, 고작 곽 호법을 상대하는 게 전부고, 곽 호법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 노인장은 무슨 수로 정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이럴 땐, 곽 호법 같은 등신이라도 도발해 심기를 흔든 뒤 최대한 쉽게 처리하고 노인장에게 집중하는 게 상책이다.

 

“진가야. 배경도 없이 장안에 흘러와 영웅 흉내 내며, 강호를 어지럽힌 죄. 사지를 찢어서 씻게 해주마.”

 

“목소리 깔지 마라, 곽 호법. 멋있긴커녕, 등신 같으니까.”

 

“클클. 정말 미X 새끼로군.”

 

뭐야.

 

별로 흥분 안 하네?

 

새끼……. 생긴 거랑 다르게 차분하구나.

 

그러나.

 

그런데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 싸움은 피할 수 없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는 놈들과 굴러야 할 팔자다.

 

또한, 곽 호법과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하는 사이, 나는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풍부한 양의 대기를 자연결의 묘리로 최대한 은밀하게 토납했다.

 

말인즉슨, ‘힘’ 좀 모았단 뜻이다.

 

그리고 막말로…….

 

내가 언제부터 주둥이로 상대를 도발했다고.

 

내 도발은 언제 어디서나,

 

파파파!

 

첫째도 주먹이고, 둘째도 주먹인데.

 

쾅-!

 

선공은 항상 전력으로!

 

특히 강한 적을 상대할 땐 필수적인 투로 구성인데 이는 대상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죽여야 했던 전생의 습관이라 하겠다.

 

하나 이번에는 다른 방향을 모색했다.

 

‘불리한 싸움이니까. 놈을 방심시키고, 한 번의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

 

솔직히 이런 심계를 펼치면서까지 싸워야 하나 싶지만 어쩌겠나.

 

괜한 아집으로 처맞는 것보단, 치졸해도 이기는 편이 백번 나은 것을.

 

“흐흐. 고작 이 정도인 게냐?”

 

절제된 권격을 받아든 곽 호법은 가볍게 쳐낸 뒤, 등 뒤에 차고 있던 대도(大刀)를 끄집어 들었다.

 

대도는 말 그대로 대도였는데 저만한 크기의 칼이면 무게도 적잖을 터라, 웬만한 완력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휘두를 수도 없을 터였다.

 

하나 곽 호법은 덩치에 걸맞은 완력의 소유자였다.

 

저 큰 대도를 깃털처럼 발도시키며 섬전 같은 도풍을 구사했는데, 그 도풍의 절삭력이 대단해서 닿지도 않은 내 옷자락이 슥슥- 잘려 나갔다.

 

“진소천아. 너 같은 허섭스레기가 어찌 이런 난장을 피운 건지, 의문스럽지만 너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아. 그러세요?”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느냐?”

 

“뭐, 흑사회의 조무래기겠지.”

 

“클클. 본인은 말이다. 10년 전, 항주에서 정파검객 100인을 도륙하고 자취를 감추었던 혈도마인, 곽성호니라.”

 

혈도마인 곽성호!

 

미안하지만, 모른다.

 

갑자기 묻지도 않은 정체를 대뜸 밝히는 듣보잡의 심경은 모르겠지만 헤아릴 가치도 없어 나는 도풍이 사그라지는 순간 다음 초식을 펼쳤다.

 

휙-!

 

내 다음 초식은 각법이었다.

 

무기가 없는 데다, 놈의 대도는 길이가 길어 힘들게 거리를 좁히는 것보다, 발차기로 견제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탁-!

 

그리고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곽 호법은 선행 동작이 전무한 상태에서 날아드는 발차기를 예상치 못하고 관자놀이를 내어준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맞았지만, 이 정도 공력으론 타격 못 주겠지.’

 

관자놀이를 처맞고도 곽 호법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아마 부지불식간에 날아든 각법에 놀라긴 했겠지만, 실질적 피해가 없기에 그저 얼떨떨하겠지?

 

“네놈. 꽤 희한한 박투술을 익혔구나. 하나 그런 걸로 나를 꺾을 순…….”

 

탕-!

 

이번에는 놈의 대퇴부를 걷어찼다.

 

물론, 이번 공격에도 나는 공력을 아꼈다.

 

“노옴! 그런 공격으론 어림도 없다니……”

 

탕-!

 

이번에는 다시 반대편 대퇴부를,

 

“클클클. 귀엽구나, 귀여워. 어디 한번 마음껏 해보거…”

 

탕-!

 

다시 오른쪽 대퇴부를,

 

탕-!

 

다시 왼쪽 대퇴부를….

 

그렇게 나는 십여 방의 발차기를 연속으로 놈의 하체에 격중시키는 한편, 그가 휘두르는 초식들을 모조리 피해내는 날다람쥐 같은 전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고오오……!

 

약이 바싹 오른 곽 호법의 신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氣道)가 한순간에 일변하였다.

 

‘좋고.’

 

저 묵직하고 농도 짙은 살의(殺意)는 필시, 흥분을 방증한다.

 

“이제 죽여줄 때가 되었구나, 진가야!”

 

나는 이 순간을.

 

철저히 기다렸다.

 

파아아앙-!

 

곽 호법이 방출하는 도풍이 거세게 선회하며 ‘돌풍’을 만들어냈다.

 

“오!”

 

본능적으로 저 도풍에 휩싸이는 순간, 낭패를 면치 못할 것임을 직감했으나 두렵진 않았다.

 

슥슥슥-.

 

“호옵…….”

 

‘자연결’, 집중 호흡 태세…….

 

일순, 내 입안으로 대기에 축적된 ‘대자연’의 힘이 새하얀 기체가 되어 흡입된다.

 

나는 그 명경지수처럼 맑은 호흡을 바탕으로 반사신경을 극도로 끌어올린 뒤, 곽 호법의 도풍 속으로 몸을 집어 던졌다.

 

“저런 미X!”

 

“이제 저놈은 끝이야!”

 

“개 같은 새끼!”

 

순간, 조금 전까지 내게 무릎 꿇고 읍소하던 잔당들이 쾌재를 부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놈들로선 당연할 것이다.

 

닿기만 해도, 사지가 찢길 듯한 도풍 속으로 몸을 던지는 내 모습은 저들에게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는 토끼처럼 보이겠지?

 

하나 나는 보기 좋게 그 예상을 뒤엎고 모든 도풍의 범위를 홀연히 피하며 단숨에 곽 호법과의 거리를 좁혔다.

 

“이 쥐새끼가!”

 

곽 호법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온다.

 

하나 그는 자신에게 바짝 다가선 날 보고도 방어 따윈 신경 쓰지 않은 채, 공격 일변도의 형세를 유지했다.

 

‘이미 내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겠지.’

 

그렇다.

 

곽 호법은 날 민첩에 특화된 ‘권사’ 정도로 파악했을 것이다.

 

때문에, 공방 전체에 신경 쓰며 힘을 소비하기보다 공격에만 집중하여 날 해치울 생각일 터.

 

그러나 나는 근거리에서 쾌경보를 펼치며 그의 도풍을 미꾸라지처럼 피했고, 틈이 벌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계속 놈의 하체에 발차기를 박아넣었다.

 

탕-!

 

탕-!

 

탕-!

 

내 발차기는 대퇴부와 무릎 관절, 종아리를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놈의 하체에 틀어박혔다.

 

“…….”

 

그제야 곽 호법의 인상이 조금씩 바뀐다.

 

처음엔 그저 간지럽다는 투의 조소에서 점점 좁혀지는 놈의 미간과 일그러진 안면 근육은 내 하단 차기가 먹혀들고 있음을 증명하는 신호였다.

 

“곽 호법아. 네 덩치가 아무리 황소 같고, 네 다리가 아무리 철각이라도 하체의 충격은 축적되는 고통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거 같냐?”

 

“개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쉬시시시식-!

 

곽 호법의 도풍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 예기가 워낙 날카로워 적중된다면 결국 수족이 잘릴 것이다.

 

‘집중해야 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팔다리가 잘릴 수 있다.’

 

나는 병X이 될 생각이 없다.

 

때문에, 신체의 세포 하나하나를 열어젖힌 후, 몸을 최적의 전투상태로 변모시켰다.

 

물론, 이를 위해 막대한 양의(지금의 내게는) 공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 탓에, 녹아 있던 ‘역’ 속성 덩어리가 조금씩 말라비틀어져 갔지만,

 

‘이제 거의 다 왔다.’

 

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탕-!

 

한 방.

 

탕-!

 

한 방.

 

탕-!

 

한 방.

 

산중왕, 대호를 잡기 위해 한 발 한 발 화살을 날리는 사냥꾼의 심정으로….

 

탕-!

 

난공불락의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돌진하는 파성추(破城椎)처럼.

 

탕-!

 

아득히 높은 태산(太山)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산꾼의 발걸음처럼.

 

탕-!

 

나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마땅히 실행시켜 나갈 뿐이다.

 

“끄으…….”

 

그리고, 어느새 철탑같이 탄탄했던 곽 호법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덜덜덜-.

 

그의 하체가 떨리기 시작한다.

 

‘일격(一擊)이다.’

 

일격.

 

나는 한 번의 권격으로 곽 호법을 무너뜨려야 한다.

 

내가 지금껏 곽 호법의 하체만을 공략한 까닭은 그의 보법을 차단해 기동성을 끊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오직, 내 최대의 일격이 온전히 곽 호법의 심장에 적중되기를…….

 

놈의 본능이 위험을 감지하고 공격을 피할 수 없도록.

 

즉, 내 권격이 발산되는 순간, 놈이 조금도 움직일 수 없도록 완벽한 밑밥을 깔아놓은 것이다.

 

“이…….”

 

이윽고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난색을 드러내는 곽 호법의 왼쪽 흉부 바로 아랫부분.

 

쉬이잉-!

 

심장을 향해 ‘질풍권’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질풍권(疾風拳).

 

나의 질풍권은 보편적인 권법과 궤를 달리한다.

 

이는 전생에 내가 교주와의 ‘무공담론’을 통해 체득한 깨달음을 적용시킨 것인데, 상대를 타격하는 순간 권법이 파생되는 흉근, 어깨, 전완, 팔꿈치와 손목에 이르기까지 모든 힘의 통로를 섬전처럼 ‘비트는’ 회전권인 것이다.

 

이 회전권은 평범한 지르기가 품는 권력(拳力)의 수십 배를 상회하는 ‘살상력’을 지닌다.

 

다만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전한 질풍권을 지르기 위해선 뼈를 깎고 살을 태우는 고련이 수반되는데, 지금의 나는 오직 영혼에 아로새겨진 전생 경험의 심상을 현실로 펼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쿠와아아아악!”

 

하나 그걸로 충분했다.

 

내 주먹이 닿는 순간, 정권에서 파생된 권풍은 질풍권의 묘리와 어우러져 강력한 ‘선풍’이 되었고,

 

“곽 호법님!”

 

“호법님!”

 

“과…… 곽 호법님!”

 

콰지직-!

 

곽 호법의 심장은 그대로 터져, 단말의 비명과 함께 그의 신형이 썩은 고목처럼 철퍼덕 바스러졌으니까.

 

……!

 

일순, 장내의 기류가 조금 전과 완전히 변모했다.

 

곽 호법을 응원하던 흑사회 잔당들은 경악 어린 눈을 띠며 몸을 떨었고 고도의 집중력을 쏟아낸 나는 극도로 지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

 

하나 그 와중에도 나는 ‘자연결’의 토납법을 유지하는 치밀함을 잊지 않았다.

 

한고비, 넘어 또 한고비.

 

첩첩산중이란 말은 이럴 때 써야겠지?

 

내겐 아직 ‘정리 대상’이 남은 까닭이다.

 

“자네. 흥미로운 박투술을 익혔구먼. 날것 그대로의 싸움이랄까? 아무튼 잘 보았네. 이제야 무슨 배짱으로 혼자 본회에 쳐들어온 건지 알겠군.”

 

그때, 노인장이 흥미로운 눈으로 말했다.

 

솔직히 놀라웠다.

 

내 질풍권을 보고도 저리 여유로울 줄이야.

 

이게 어떤 감정이냐면 기껏 고생고생해서 뭔가 딱! 내놓으니까 별 감흥도 안 내비치는 상대에 대한 열등감이랄까?

 

해서 나는, 내 심정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표출했다.

 

“닥쳐라, 영감탱이야.”

 

“……갑자기 심마(心魔)라도 치민 겐가? 경박한 언행을 일삼는군.”

 

“지X. 무게잡지 마라, 썩은 송장아. 시체 냄새가 코를 찌른다.”

 

“…….”

 

노인장의 얼굴이 기이하게 뒤틀린다.

 

나는 내가 이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왠지 우스워서 그냥 킥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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