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2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8화
#28화
‘아… 미치겠네, 진짜.’
석연우는 초조한 심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형님 성격을 알면서도 그 말을 한 내가 미X놈이지!’
애당초, 흑사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진소천이 경동할 거라 예상은 하던 터다.
하나 새벽녘에 다짜고짜 흑사회를, 그것도 혼자 쳐들어가겠다고 날뛸 줄은 상상이나 했겠나.
‘천하에서 제일 단순하고 과격한 양반이 그 양반이야! 진짜…….’
그렇다고 석연우가 죽상만 지은 채, 가만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진소천이 떠난 직후, 곧장 장안에 머무는 석가장 무인들을 소집해 진소천의 집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진소천을 돕기 위해 서안으로 달리고 싶었지만,
「절대 따라오지 말고, 날이 밝으면 강 씨 형제와 동벽 선생에게 상황을 알리고 너는 소윤이를 지키고 있어라.」
그렇게 명령(?)하는 진소천의 눈빛은 진지하다 못해 아예 살기가 번들거렸다.
‘그때 형님 말을 끊고 고집을 피웠으면…….’
순간, 석연우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진소천.
대체 형님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이토록 심지가 굳은 자신을 말 한마디에 굴복시킬 수 있을까.
석연우는 수많은 고수를 목도하며 성장해왔다.
석가장이 괜찮은 무가(武家)에 속하기도 했고, 화산 7대 검객인 청문도장에게 직접 무공을 지도받으며, 많은 섬서의 고수들을 어깨너머로 봐왔던 것이다.
하나 누구에게서도 진소천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석연우가 본, 진소천은 무심한 듯하면서 온순하며, 가끔 차가울 정도로 냉철한 데다, 또 어떨 때는 무시무시한 살의(殺意)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왠지 형님한테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참 희한해. 마치 지옥에 데려다 놔도 잘 먹고 잘살 것 같은 사람이랄까?’
그때,
“이게 다 뭐야? 이보쇼, 석 공자. 이분들은 대체 누구요?”
진소천의 집 앞에서 대기 중이던 석연우와 석가장의 인물들을 보며, 언제 왔는지 강일동이 의문 섞인 시선으로 물었다.
‘아. 벌써 동이 텄구나. 형님은 지금쯤 어디까지 가셨으려나.’
그제야 석연우는 문득, 기나긴 새벽이 지나 여명이 떠오르는 아침이 왔음을 깨닫고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강 소협! 그게 말입니다.”
* * *
“그걸 왜 지금 말하는 겐가!”
“대체 왜 알리지 않았수!”
동벽 선생과 강일동이 동시에 소리치듯 말했다.
석연우는 괜히 죄인이 된 것 같아, 눈치를 보다 억울한 감정이 들어 훅, 퍼붓듯이 항변했다.
“저도 어쩔 수 없었단 말입니다. 제가 끝까지 따르겠다 하니, 형님은 죽일 듯한 눈으로 제게 집을 지키라 명령하셨다고요. 그 상황에서 강 소협 같으면 대꾸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 그랬다면 제 머리통이 깨졌을 거예요.”
“음……. 그렇긴 하네요.”
강일동은 석연우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진소천이 평소 차분한 편이라 화를 안 내서 그렇지, 눈빛 하나 안 변하고 악당들 모가지며 발목이며 죄다 돌려버릴 수 있는 인물이다. 악마 같은 진소천의 성격을 아는 이상, 말리지 못한 석연우를 탓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네들은 앞으로 소윤 애비와 더 인연을 쌓아갈 테니 내 말 명심하게.”
그 순간, 동벽 선생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소윤 애비는 딸내미에 관한 일이면 물불을 안 가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천지를 개벽시키고도 남을 인간일세. 소윤 애비 입장에서 그런 비열한 놈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단 사실을 알았을 때, 무슨 생각부터 떠올렸겠나? 당연히 소윤이겠지. 그러니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잘 처신하게.”
동벽 선생의 말에 강일동과 석연우가 숙연한 낯으로 끄덕였다.
두 사람 다 장가를 가지 않아 아비의 마음을 헤아릴 순 없지만, 추상적으로나마 자식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나저나. 노부는 산에서 오래 머물러 왔던 터라, 현 강호의 구도에 대해 알지 못하네. 흑사회란 자들은 어떤 인간들인가?”
동벽 선생의 물음에 석연우가 대답을 이었다.
“어르신. 최근 무림맹과 마교 간의 정적이 깨지고 강호가 혼란으로 치닫고 계심을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섬서의 대형 문파 또한 대부분 출타 중에 있습니다. 흑사회는 빈집이 된 섬서의 상황을 틈타 새롭게 준동한 세력이며, 그들의 배후에 ‘사도맹’이나 ‘마교’가 있을 거라 예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그 세가 크다고 할 순 없지만 여러 정황을 분석한 결과 그렇습니다.”
그러자,
“뭐, 뭐라고요?! 사도맹이나 마교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강일동이었다.
“석 공자.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지요? 사도맹이나 마교라니. 그럼 형님이 어쩌면 사도맹이나 마교를 배후로 두고 있을지 모르는 흑도 방파에 혼자 쳐들어갔단 거 아니요?”
강일동이 흥분한 목소리로 닦달하듯 재차 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강일동이 담대하고 자신만만한 사람이라 하나, 이제 막 강호인이 된 그로서는 ‘사도맹’과 ‘마교’라는 이름에 오금이 굳는 게 당연할 터.
하나 다행히 동벽 선생이 나서 격분하는 강일동을 중재했다.
“호들갑 떨 것 없네. 자네는 잘 모르나 본데, 사도맹이 하잘것없는 흑도 방파와 관계를 맺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닐세. 가끔, 대놓고 추잡한 짓을 하기 그럴 때 그런 놈들을 돈벌이 매개체로 사용하는 게지. 이는 오랜 관습일세.”
그에 석연우도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강 소협. 설령 흑사회가 정말 사도맹이나 마교를 배후에 두고 있다 해도, 일종의 하청 관계일 뿐, 그들로 인해 사도맹이나 마교가 직접 개입한다고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 그런데도 강일동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후. 저는 그런 거 모르고요. 당장 소천문의 식구들…… 아니, 문도 전원을 데리고 흑사회인지 뭔지 쳐들어가겠습니다.”
“아닙니다, 강 소협. 차라리 제가 본가의 무인들과 흑사회를 칠 테니, 소협은 소천 형님의 명령대로 집을 지키고 소윤이를 지키십쇼.”
그렇게 말한 석연우가 대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자, 동벽 선생이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둘 다 가게.”
“네?”
“네?”
“둘 다 소윤 애비를 도우러 가란 말일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동벽 어르신.”
“어르신?”
“내가 집을 지키고 있으면, 당장 마교 교주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누구도 소윤이를 건드릴 수 없으니 자네들은 안심하고 소윤 애비 도우러 출발하게.”
“…….”
“…….”
“못 믿겠지만…… 노부가 소싯적에 싸움 좀 했네.”
* * *
‘체력이 문제네.’
전생한 후, 체력단련은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해왔다.
그래서 이 비루한 몸뚱이도 ‘무한 체력’에 가까워진 게 아닐까 싶었더니만…….
전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전생에 쌓아 올렸던 내 진신 체력의 반의반도 체득하지 못한 것이었다.
“뭐하고들 서 있냐? 들어와라.”
하나 나는 체력의 한계를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흑사회를 박살 내갔다.
사실 인간의 정신력은 한계가 없다고들 말하지만, 그건 순전히 뻥이다.
정신력도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어떻게든 견디고 비비고 지X 염병을 해서 ‘기적’을 만드는 거니까.
하나 나는 그 부분에서도 타인과 엄연히 ‘격’이 다른 존재다.
예컨대, 나 정도의 재능과 오성을 가진 무림인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는 눈부신 성장을 거두며 최고의 후기지수로 성장하겠지만 대개, 그런 천재는 주변의 보살핌을 집중해서 받기에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자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 내가 살아온 인생은 그와 정반대였다.
나는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도 전에, 사람 멱줄을 따며 살았고 전신의 3할이 넘는 뼈가 골절된 적도 있으며 피를 너무 흘려 강시 직전의 상태까지 간 적이 수두룩하다.
말인즉슨 내가 걸어온 발자취가 이미 죽음보다 더 죽음 같은 ‘거침’ 자체였단 뜻이다.
그러니 내 정신력이, 내 집념이 다른 무인들과 같을까?
가만있어도 살갗이 찢어지는 겨우내 산중에서 눈밭에 보름을 매복한 채, 곡기도 끊고 똥오줌마저 인내하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쾌검을 뿌리던 내 전생의 ‘집념’을 더 말해 뭐하겠나.
아마 이런 집념은 천하에서 오직 나만이 가지는 특성일 것이다.
고로 나는,
빠각-!
“크아아악!”
콰직-!
“크으으!”
꽈아앙-!
“켁!”
폐부가 터져 나갈 것처럼 팽창하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뒷걸음질 쳐도 소용없다. 내가 달리기는 또 오지게 빨라서 니들이 도망치면 단숨에 잡을 수 있거든. 그러니까 그냥 와라. 서로 편하고 좋잖아.”
쿠우웅-!
“크아악!”
흑사회 놈들을 향해 모든 군더더기와 선행 동작을 배제한 효율적이고 살상력 높은 무반동 박투술을 펼쳐내며 전의를 불태웠다.
“사, 살려주십쇼! 제발 좀 살려주십쇼! 도대체……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이유라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한 150명쯤 대가리 깨고, 턱주가리 부수고, 팔다리 심줄 끊어놓고, 갈비뼈를 작살 내주니 어느새 남은 잔병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애걸복걸했다.
순간 나는 놈들을 살려주고 흑사회의 정보를 취득해 회주의 거처를 알아낼지, 아니면 그냥 이 못된 중생들의 사지를 찢어놓을지 고민이 됐다.
하나 그 순간, 놈들의 눈에 서린 영혼의 ‘탁함’이 들어왔고 그걸 보니 확 짜증이 치밀길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수 없다. 왜냐면 너희같이 못된 놈들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거든. 뭐, 그렇다고 내가 일일이 거둬서 가르치고 다듬고, 사람 될 때까지 훈육하기엔 심력 소비가 심할 거고. 그러니까…….”
“…….”
“그냥 뒤져.”
나는 땅에 무릎을 처박고 눈물 흘리는 놈들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갔다.
단숨에 돌진해서 모가지를 비틀 수도 있지만,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 놈들이 공포를 곱씹도록 했다.
‘후……. 지치네. 일단 이걸로 서안 분타는 끝인가?’’
하나 그 와중에 나는 절로 앞이 깜깜했다.
이제 자연결의 ‘역’ 속성 덩어리가 거의 다 녹아가는데, 아직 놈들의 분타가 흥평과 함안에 하나씩 남은 까닭이었다.
내 성정상 오늘 중으로 흑사회를 정리해야 편안하게 잠을 잘 텐데 아무래도 지금으로선, 요원해 보였다.
‘결국 동동이들과 연우의 힘을 빌려야 되나.’
솔직히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갈!!!”
그 순간.
박살 낸 흑사회의 대문 조각을 밟으며 장내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등장하기 무섭게, ‘갈!’ 이라는 진부한 호통을 질렀는데, 놀랍게도 그 호통은 사자후(獅子吼)의 묘리를 품은 데다, 실린 공력도 심후해 나는 그가 일류에 가까운 고수임을 인지했다.
“네놈은 누군데 본회에서 이런 짓을 한 것이냐?”
사내는 덩치가 거의 일동에 육박할 정도였다.
생긴 것도 무슨, 삼국지의 장비를 연상시켜 민간인이 보면 오줌을 지릴 거 같달까?
하나 나는 직감적으로 놈이 ‘진짜’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진짜’는 바로,
“…….”
덩치 사내의 뒤를 따라 들어온 마른 체형의 노인이었는데 노인은 지옥도가 펼쳐진 장내를 그저 슥- 바라본 뒤, 곧장 내 두 눈을 응시할 뿐 어떤 감정도 표출하지 않았다.
‘고수구나…….’
고수다.
노인은 한눈에 봐도 대단한 고수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덩치 사내의 호통은 가볍게 씹어주고 노인을 향해 물었다.
“회주요?”
그러자, 노인의 건조한 눈에 한 줄기 살광이 번뜩 스쳤다.
“누구냐?”
“전엔 ‘현상금 사냥꾼’, ‘악당들 털어먹는 악인’으로 불렸는데. 이젠 달라졌소.”
“네놈이…….”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
“네놈이 바로 그 미X 망종이었군.”
그 순간,
“네 이놈! 바로 네가 그 또라이 새……”
“닥쳐라.”
나는 나와 노인의 대화에 대뜸 끼어들어 소리치는 덩치 사내의 말을 잘라먹은 뒤,
“노인장.”
“…….”
“오늘 그 망종 맛 좀 보겠소?”
패기로운 선전 포고를 박았다.
박아버렸는데…….
‘아…… 체력 없는데.’
지금 나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