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6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1화
#60화
사도맹 섬서 분타-.
“육 호법을 뵙습니다.”
“육 호법을 뵙습니다.”
“육 호법을 뵙습니다.”
사도맹 본청에서 섬서 분타로 호법사자가 방문했다.
육 호법이라 불린 이는 소싯적, 장강수로채의 소小 채주로 활동하다, 총채주의 추천을 받아 사도맹의 간부가 되었고 이후, 혁혁한 공을 세워 오늘날 사도맹의 30대 호법사자 중 1인이 된 ‘육광’이었다.
“다들 강녕하셨소?”
육광이 여느 때처럼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데도 분타에 모인 사도맹원들은 어쩐 일인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러니까 더 무섭군…….’
‘저 양반이 온 걸 보면 본청의 분위기도 좋지 않단 뜻인데…….’
‘하…….’
섬서 분타에서 활동하는 맹원들은 소위 말해 ‘배경’이 없는…….
그러니까 대부분 하나같이 별 볼 일 없는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나마 장강수로채나 녹림채의 일개 채주 정도 면 어깨 좀 펼 정도였고, 노가살수문 같은 ‘살인 전문 가문’이 섬서 분타의 알아주는 실력자 행세를 했으니 사도맹의 ‘세’가 강한 감숙-중경-호남에 비해 본청 간부들에게 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능력하거나, 나약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예부터 섬서 지역은 ‘화산’-‘종남’이란 거대한 백도 단체가 이권을 틀어쥔 터라, 성장 폭이 좁았을 뿐, 개개인의 무공은 천하 모든 사도맹 분타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본인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오?”
“아, 아닙니다, 육 호법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당치 않으십니다.”
정곡을 찌른 육 호법이 다시 말했다.
“재밌는 소문이 들리더구려.”
“…….”
하나, 장내의 인물 중 누구도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노가살수문이 봉문당했다 들었소. 아니, 쫓겨났다고 표현하는 게 옳으려나?”
그때,
“육 호법님. 그에 관해서는 저희도 할 말이 있습니다만…….”
“말해보시구려, 장 방주.”
“……노가살수문 같은 경우는 그들의 독단적 행위가 화근이 된 셈입니다. 본청에서도 서면으로 보고 받으셨겠지만…… 최근 1년 사이 장안의 ‘소천문’이란 문파가 갖은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심지어는 본맹에서 독립해 개파한 백 대협을 죽이기도 했지요.”
“계속하시오.”
“하여, 섬서 분타의 맹원들은 그와 관련한 회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던 중 노가문의 노 문주가 소천문 문주를 암살하고자 했던 것이 일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암살은 실패로 돌아갔고, 소천문 문주는 혈혈단신으로 산양에 들어와, 노 문주와의 비무를 통해 노가살수문을 봉문시킨 것입니다.”
장 방주의 열변이 토해지자, 다른 맹원들은 안도하는 눈치였고, 장 방주 본인도 후련했는지 안색이 한층 밝아졌다.
그러나 호법사자, 육광은 그렇지 못했다.
“장 방주. 지금 내 심정이 어떤 줄 아시오?”
“유…… 육 호법님.”
“지금 섬서는 그야말로 빈집과 같소. 화산과 종남의 중진들이 무림맹 본청으로 자릴 비웠고, 그 때문에 두 문파는 모두 두문불출하고 있단 말이오.”
“……그렇긴 하지만…….”
“한데, 소천문? 그런 듣도 보도 못한 잡놈들이 산양까지 쳐들어와 노가살수문을 봉문시킨 게 말이 되오?”
“하, 하지만 육 호법님. 이번 일에는 무당파의 고(古) 도사가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호법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괴도사 주영천 말입니다.”
“정말 주영천이 맞았소?”
“틀림없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왜 노 문주가 진소천의 대결 제안을 꼼짝없이 받았겠습니까? 주영천이 아니었다면 당장, 우리라도 그를 갈가리 찢어놓았겠지요.”
주영천의 이름이 거론되자, 육광도 난색을 표했다.
주영천은 현(現) 무당파 장문인이자 일황삼존오왕 중, 삼존에 속하는 ‘허원’의 사숙이니 사도맹주라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인 까닭이다.
“음……. 무당파도 미쳤군. 듣자 하니, 소천문은 무림맹 소속도 아니라 하던데. 그런 작자를 비호하고 나선 걸 보면…… 아무래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구려.”
“육 호법님. 우리가 본 주영천은 소문대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그냥 노망이 들었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의 행보가 무당파의 공식 입장은 아닌 듯하니 시일을 두고 살펴보심이 옳을 줄 압니다.”
“그럴 수 없게 되었소.”
“……네?”
“이번 일로 부맹주께서 진노하셨소이다.”
“하면……?”
“그렇다고 내가 당장 무당파로 찾아가 주영천과 시비를 가릴 순 없는 노릇이니…….”
“…….”
“우선 소천문의 문주라는 작자. 진소천을 만나볼 생각이오.”
“아…….”
육광의 말에 장 방주를 비롯한 좌중의 인물들은 의미를 해석하기 힘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말인데. 그대들 중, 몇몇은 진소천을 보았을 거요. 그자는 어떤 유형의 인간이었소?”
“육 호법님.”
“말하시오.”
“그자는…… 그자는…….”
“왜 그러오, 장 방주?”
“아, 아닙니다. 아무래도 직접 판단하시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허!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거요?”
“우선 그자를 목도한 제 소감만 말씀드리자면…… 진소천은 생전 보기 힘든 독종(毒種)이었습니다.”
“독종이라?”
“그렇습니다. 아니, 독종이란 말로도 표현이 부족할 듯한 게…… 일단 그자는 폭력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는…… 한 마디로 감정이 없는 인간 같다고 할까요? 한데, 또 갑자기 노 문주를 죽도록 폭행하고 나서는, 대뜸 중인들에게 술이나 한잔하자며 권유하기도 하더군요.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놈이었습니다.”
“무공은 어땠소? 노 문주를 꺾을 정도면 고강할 게 틀림없을 텐데.”
“물론입니다. 무공 또한 대단했습니다. 관찰력이 뛰어난지, 100여 합이 지났을 땐, 노 문주의 허점을 간파하고, 파훼하는 치밀함을 선보였지요.”
장 방주의 말에 육광은 피식 조소를 말아 올렸다.
‘확실히 범인은 아닌 모양이군. 진소천. 기대하마.’
* * *
“끄으응…….”
“윽…….”
“제발…… 제발 좀 그만하면 안 됩니까, 문주님!”
광양산 정상에…….
문도들의 비명이 메아리 되어 퍼져나간다.
저들의 곡소리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특히 심했는데 그것은 바로, 큰마음 먹고 장만한 강철 팔찌와 발찌 덕분이었다.
“문주님.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이런 육중한 쇳덩이를 수족에 차고 내공을 쓰지 말라니요. 저같이 황소만 한 근육질 사내도 팔다리가 끊길 거 같은데요…… 끙!”
강철 팔찌, 발찌를 차고 행해지는 체력 단련이 한 시진을 넘어설 때, 가장 인내력이 좋은 일동마저 학을 떼며 볼멘소릴 털었다.
하나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말했다.
“당연히 내공은 쓰면 안 된다. 이 수련은 말 그대로 체력 단련을 위함이야. 한데, 내공을 쓰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냐?
“끙…….”
“내공은 심법 수련 때 쌓아 올리면 된다. 지금은 체력에 집중해라. 흔히, 강호인들. 특히 정파 놈들은 체력을 등한시하는데 그건 심각한 오류다. 그래서 정파 놈들을 온실 속 화초라 부르는 거다. 니들은 왜 마교에서 못 먹고 못 입고 똥물에 구르는 살수들이 어릴 적부터 영약에 벌모세수에 보약이란 보약 다 처먹은 정파 나부랭이들을 암살할 수 있는지 아냐?”
“…….”
“그건 체력 차이다. 적어도 마교 놈들은 최상급 간부부터 최하위 말단 조직원까지. 죽도록 체력을 단련한다. 그래서 하수의 마교도가 정파의 고수를 이기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지.”
그러자, 연우가 죽을상을 하고 물었다.
“끄응…… 근데, 형님은 어떻게 마교를 그렇게 잘 압니까? 무슨 마교에 있었던 사람처럼 말씀하시네.”
당연하지.
내가 거기 대장 출신인데…….
“살만한가 보네, 연우야.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질문도 하고.”
“네?”
“자! 다들 연우에게 감사해라. 문주는 방금 연우의 질문 때문에 결심하게 이르렀다.”
“???”
“???”
“???”
“기마자세. 반 시진 추가.”
“야 이!”
“아!”
“젠장할!”
“아, 진짜 왜 그럽니까!”
“거, 너무한 거 아니요?”
일순, 여기저기서 문도들의 반항이 줄기차게 쏟아졌다.
녀석들을 보며 나는 잠시 낄낄거리다 다시 말했다.
“그럼 기마자세 빼고 구타 수련할까?”
“…….”
“…….”
“…….”
“왜 대답이 없냐, 제군들?”
“…….”
“…….”
“…….”
역시.
처맞는 것보단 힘든 게 낫지?
그러다 나는 문득 문도들 옆에서 함께 낑낑거리며 기마자세를 취하고 있는 ‘노호영’을 발견하고 갸우뚱했다.
“호영아. 너는 거기서 왜 그러고 있냐?”
“……무, 무슨 말이오? 나도 참가하는 거 아니오? 강 부문주가 시키길래…….”
“닥쳐라!”
나는 노호영의 머리통을 찍어차기로 내리찍었다.
쾅-.
“켁!”
그러자, 노호영은 신음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는데 놈도 강철 팔찌와 발찌를 차고 있었던지라 지면이 움푹 팰 정도로 육중하게 자빠지는 게 관전의 묘미였다.
“노호영 이, 잡놈의 새끼야. 네가 우리 문도냐? 문도도 아닌 놈이 어디서 수련 도구를 함부로 이용하고 게다가 내 가르침까지 받는 거냐? 기껏 단전을 폐하고 등신으로 만들어놨더니 여기서 무공 갈고닦아서 나한테 복수할 생각이렷다?”
“무, 문주!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아…… 아니 그보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여기서 뭘 배워서 당신 같은 악마 새…… 아니, 고수한테 복수한다고!”
“아, 그러냐?”
“네?”
“생각해보니 내가 경솔했구나. 미안?”
“뭐, 뭐요?”
내가 천하제일의 태세 전환을 펼치자, 그 힘든 와중에도 도저히 웃겨서 못 참겠는지, 문도들이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모처럼 나도 빵 터뜨린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호영아. 노호영아. 이 등신 같은 놈아.”
“…….”
“네가 이 정도다. 너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우리 소천문의 웃음꽃이 되고 수련의 도구가 되고, 또 기분 나쁠 때 한 번씩 후려 팰 수 있는 무제한 목각인형이란 소리다.”
“…….”
“그러니까 우리 같이 오래오래 살자.”
“…….”
노호영은 묵묵부답이었지만 한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림으로써, 내게 회신했다.
어쩐지 충분한 대답이 된 것 같아 나는 만족스럽게 고갤 끄덕였다.
사실…….
며칠 전, 피란민이 된 노가살수문 측으로부터 한 장의 서찰이 도착한 터였다.
서찰의 내용은 이러했는데…….
『진 문주. 우리 노가장은 약속대로 산양을 떠나, 강서 백운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소. 문주가 보인 성의(금원보 20개) 덕분에 그래도 가솔들이 굶지 않고 비바람 막아줄 가택을 마련했으니 그에 감사할 따름이오. 하니, 자비로운 문주께서 다시 한번 약조를 이행해주시길 바라오. 본가의 노호영을 돌려보내기로 했으니 이제 그를 놔주시오. 우리 노가장은 영원히 강호 바닥에 발을 들이지 않으리다.』
나는 그냥 서찰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원래 나는 약속을 잘 지킨다. 아니, 대체로 그런 편이다.
해서 쓸모없어진 노호영을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서찰을 찢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이젠 다르다.
물론 호영이를 보내준다는 건 아니고…….
“호영아. 대답 안 하냐? 또 맞을래?”
“아, 알겠소.”
다만 나는 이 재밌는 목각인형을 조금 더 오래 소유하고 싶을 뿐이었다.
“호영아.”
“왜, 왜 그러시오.”
“아주 솔직히…… 그냥 네가 참 좋아.”
짝짝짝-.
내 말에 경악한 일동이 달관한 눈빛으로 박수를 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