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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5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3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57화

#56화

 

 

 

 

 

노정주와의 비무가 끝난 지 3일이 흐르고…….

 

나는 그사이 주 영감과 술도 마시고 농담 따먹기도 하다 가끔 싸움을 벌였던 장운봉에 올라 명상도 하고.

 

한 번은 주 영감에게 대련도 신청했는데 다행히 주 영감은 현재 내 수준에 맞춰 공력을 조절하여 경험을 쌓게 해주었다.

 

주 영감과의 대련으로 나는 지금의 내 수준을 완벽히 인지했다.

 

우선, 지금 나는 확실히 일류를 넘어 절정으로 진입한 상태였다.

 

물론, 그것은 관념적인 ‘경지’의 구분에 지나지 않기에 내가 하수에게 질 수도 있고 반대로 고수에게 이길 수도 있어, 크게 의미는 없다.

 

그래서 나는 무리하게 자연결을 끌어당겨, 다른 속성의 힘을 개문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지금 내 경지를 보다 완벽히 깎고, 다듬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헤헤. 소형제. 자네는 보면 볼수록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 어떻게 그리도 ‘출력’이 뛰어난가?」

 

대련이 끝난 뒤, 주 영감은 내게 물었다.

 

여기서 주 영감이 말하는 출력이란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그 말을 일종의 결괏값으로 받아들였다.

 

말인즉슨, 내 장점은 체득한 무공의 양과 깊이에 비해, 뽑아내는 ‘힘의 총량’이 방대하단 뜻.

 

하나 이는 기뻐할 일이 아니다.

 

왜냐?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의 내가 아직 전생 공력 중 반의반도 회복하지 못했고, 설령 회복한다 한들, 그를 담아낼 육체 그릇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이지만.

 

내겐 약 20년간의 지옥 같은 수련 시간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전 경험이 영혼에 아로새겨진 채다.

 

애당초 남들과 다르고, 남과 같으면 억울해서 열불 터질 일이지.

 

한 마디로…….

 

이번 생에 나는 ‘천무지체’ 따위 쌈 싸 먹고도 남을 무학의 대현자, 역대 최강의 천재, 고금제일 재능인으로 시작하는 셈이니, 내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끝은 창대하리라?

 

“문주님. 문주님이 깨어났습니다.”

 

그렇게 자아도취에 빠져 흐뭇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릴 때.

 

노가장의 가솔 하나가 내가 머무는 호실의 방문 너머에서 넌지시 입을 열었다.

 

“가자.”

 

나는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노가장으로 향했다.

 

“소형제! 같이 가자고. 흐흐흐.”

 

주 영감님은.

 

뭐가 저리 신이 날까?

 

자기 일도 아닌데.

 

 

 

 

 

* * *

 

 

 

 

 

“히…… 히익!”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노정주는 명부의 염라대왕을 본 것처럼 학을 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음…….”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님을 직감했다.

 

물론,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가서 미쳐버렸단 뜻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질리고 죽을 만큼 당하면 내면 깊숙한 곳에 방어기제가 발동하는데, 나를 보고 노정주가 소스라치는 건 아마 그 때문일 터였다.

 

“정주야. 안 잡아먹을 테니까 걱정 말고.”

 

“…….”

 

“이제 약속을 이행할 때가 됐다. 너는 이미 폐인이 됐으니 더 이상 벌을 내리진 않겠지만 나는 노가장의 재산을 양도받고 너희를 산양에서 쫓아낼 거다. 물론, 노가장의 건물 또한 오늘부터 내 거다.”

 

“아…… 알겠소.”

 

“그 전에. 나를 대체 왜 죽이려 했냐?”

 

“……그것은 나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소.”

 

“뭐?”

 

“나는 사도맹의 맹원이오. 비록 본가가 사도맹의 중추는 아니지만, 이미 10년째 섬서 분타 회의에 참여 중이고 나는 섬서 지역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는 열혈 맹원인 셈이오.”

 

“그런데.”

 

“그날은 상주에서 열리는 섬서 분타의 정기회의일이었소. 나는 그때, 장안의 무명소졸 진소천이 본맹에서 독립하여 개파한 백귀호의 ‘흑사회’를 괴멸시켰단 소릴 들었소.”

 

“또.”

 

“그래서였소. 흑사회 사건엔 진소천 뿐 아닌, 석가장도 연루되었다 들었는데, 그들의 뒤엔 화산파가 있고 흑사회 역시 정식 본맹 소속이 아니니 누가 그들과 전면전을 벌이겠소?”

 

“해서, 만만한 소천문을 건드렸다?”

 

“그러하오. 그렇다고 본맹이 공식적으로 귀하를 암살하려 한 것은 아니외다. 다만, 나는 섬서 지역의 맹원으로서, 자발적으로 공을 세워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려 했을 뿐이오.”

 

“그럼 사도맹의 핵심 세력들…… 예컨대, 사도맹주와 나머지 ‘사도십괴’ 같은 놈들은 네가 날 죽이려 한 사실을 알지도 못하겠네?”

 

“당연한 거 아니오? 그분들에게 당신이나 나 같은 건 관심 밖의 일이오. 귀하도 알겠지만 현 무림은 마도(魔道)와 백도(白道)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오. 이런 폭풍전야의 정국 속에 귀하 같은 무명소졸을……”

 

“X새끼야!”

 

“……!”

 

“그러니까. 너는 고작, 사도맹 전체도 아닌, 사도맹 섬서 분타의 회의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시키지도 않은 짓을 벌였다 이 말이냐? 그것도 석가장은 쏙 빼놓고 만만한 소천문의 문주만 죽이려 했다?”

 

“그…… 그게……”

 

확!

 

나는 당랑 꿀밤을 쥐어박으려다 다리를 덜덜- 떠는 노정주를 보며 차마 그러지 못했다.

 

사람을 반 병X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와 온정을 베푸는 역겨움을 떨 생각은 없다.

 

다만, 무공을 잃은 폐인을 때리긴 싫었고, 놈도 한 가문의 가주인데 너무 몰아붙이다간 가솔들이 죽기 살기로 덤빌까 싶어서였다.

 

본래 고양이가 쥐를 쫓을 때도 도망갈 구멍은 열어놓는 법이니까.

 

“정주야.”

 

“…….”

 

“일단, 알겠다. 알겠으니까.”

 

“…….”

 

“이제 돈 꺼내라.”

 

 

 

 

 

* * *

 

 

 

 

 

“후…….”

 

왜 전생엔 돈의 힘을 몰랐을까.

 

아마 금전에 대한 결핍이 없었기 때문일 텐데, 그런 점에서 ‘환생’은 나를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준 계기가 된 셈이다.

 

나는 이생에서 ‘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내가 말끝마다 ‘돈돈’ 거리는 수전노라던가, 돈에 눈알 돌아간 미치광이 ‘돈 귀신’은 아니다.

 

하나, 적어도 우리 소윤이 남 부럽지 않게 키워야 하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입주 가정부 예린이 훗날, 그럴싸한 반점 하나 차려주고 시집 보내줘야 하고.

 

글 선생 월봉도 두둑이 올려줘야 하는 데다, 문도들 집 한 채씩 장만해주려면 일확천금도 부족할 지경인 것이다.

 

그 때문에 내겐 많은 돈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냐면 상한가가 없을 정도로 필요한데 말인즉슨 다다익선이란 뜻.

 

그런 점에서…….

 

“정주야. 많이도 모았구나.”

 

나의 ‘노가살수문 정벌기’는 ‘대박’이었다.

 

“문주. 우리 가솔들은 도합 200여 명에 달하오. 이 모든 돈을 다 양도하면 우리가 산양을 떠나 어디서 살 수 있겠소. 그러니 살 구멍은 만들어주시지요.”

 

금덩이와 전표들, 땅문서와 집문서를 꺼내놓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노정주와 달리.

 

부문주 노웅은 그래도 용기를 내어, 식솔들의 안위를 빌미 삼아 적선을 요구했다.

 

“그럴 생각이다. 이만큼은 너희가 써라.”

 

나는 노웅을 향해 금원보 20개를 집어 던졌다.

 

노가장이 보유한 금원보는 대략 40개였는데 그중 20개를 줬으니 반이나 돌려준 것이다.

 

“이…… 이렇게 많이 주시오?”

 

“싫냐?”

 

“아, 아니외다.”

 

물론.

 

금원보 스무 개를 줬다고 해서 진짜 ‘반’을 돌려준 건 아니다.

 

일단, 전표도 있고 땅문서와 집문서도 내 소유니 사실 노가장의 전 재산 중 대략 7할만 취득한 것이고, 남은 3할을 적선한 셈이다.

 

“어디서 자리를 잡든 향후 소천문으로 기별을 해라. 하면, 상황 봐서 노호영도 돌려보내도록 하마.”

 

“문주. 갑자기 왜 호의를 베푸는 거요?”

 

“노웅아. 나는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이번 일은 너희가 먼저 날 암살하려 했고, 나는 강호의 도리상 가만있을 수 없었던 거다. 지금은 나한테 이가 갈리겠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자비롭고 인자한 사람인지 깨달을걸?”

 

“그…… 그렇소이까.”

 

“왜? 인정 못 하겠냐?”

 

“아니오.”

 

“그럼 이제 나가라.”

 

“???”

 

“집 비워달란 말이다.”

 

“알겠소.”

 

이후 노웅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가솔들을 데리고 노가장을 나섰다.

 

‘후…….’

 

그 순간,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반백 년간, 살수 가문의 명맥을 이어오며 잘살다가,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이 떠나는 저들의 심정이란?

 

아마 진심 X같지 않을까?

 

만약 나였으면 그냥 나 죽여라! 하고 들이대다가 죽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데도 놈들은 목숨을 던지고 싶지 않았는지 고분고분 길을 떠났다.

 

이미 그들의 단전을 폐한 터라, 평생 무공을 사용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놈들은 살고 싶은 모양이었고 그 생존의 갈망과 향상심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같은 크기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문주.”

 

그때.

 

처연한 뒷모습으로 가문을 등진 채, 길을 나서던 노정주가 신형을 돌리며 말했다.

 

“뭐?”

 

“나는 이대로 떠나지만. 이건 기억하시오.”

 

“그러니까, 뭐냐고.”

 

“오늘. 귀하는 강호에 수많은 적을 만들게 됐소.”

 

“알아듣게 말해라, 정주야.”

 

“문주. 귀하는 흑사회를 평정하여 강호에 출두했소.”

 

“그런 셈이지.”

 

“하나 이번엔…… 그때와 다르오. 적어도 본가는 ‘사도맹’에 가입된 살수 가문이고 본가를 봉문했다는 건, 사도맹을 척지는 행위와 마찬가지기 때문이오.”

 

노정주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내 암살 건과 관련해 그것이 노가살수문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해도.

 

놈들은 사도맹의 관할 아래, 활동했으니 분명 어떤 식으로든 나와 소천문은 향후 사도맹과 엮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알 바냐?”

 

“???”

 

내가 노정주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나는…….

 

애당초 사도맹이 두렵지 않다.

 

뭐, 그렇다고 당장 사도맹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단 건 아니지만.

 

미리 쫄아서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정주야. 내 걱정하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라. 등신이 된 주제에 누가 누굴 걱정해.”

 

“귀하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지켜보겠소.”

 

“가라, 노정주.”

 

의미심장한 눈으로 날 응시하는 노정주를 향해 나는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 *

 

 

 

 

 

『일동에게.

 

일동아. 나다, 문주. 궁금한 게 많겠지만 어차피 알게 될 테니 간략하게 남긴다. 너는 이 서찰을 받는 대로 일꾼들 섭외해서 산양, 노가살수문으로 와라. 여기에 옮겨야 할 것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아서 그렇다. 물론, 네가 도착했을 때 나는 없을 거다. 나는 소윤이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 지금 장안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네가 고생 좀 하란 뜻이다. 아무튼 나는 이번에 노가살수문을 ‘정리’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해주마. 근데 그 과정에서 노가살수문의 재산을 취득했고, 제법 액수가 크다. 금덩이는 팔아서 현금으로 바꿀 거고 전표 또한 섬서에서 가장 큰 전장에 예치할 생각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소천문의 본관과 별관도 증축하고 애들 옷도 몇 벌씩 사 입히고, 정규적으로 노동할 일꾼도 많이 뽑자. 거기다 내 집과 네 집도 바꿀 작정인데, 장안에서 가장 치안 좋고, 학군도 좋고 땅값도 비싼 곳으로 알아봐라. 아! 그리고 소윤이한텐 아빠가 이틀 내로 집에 갈 테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 잘해라. 문도들 수련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네. 혹시, 나 없다고 농땡이를 부린 건 아니겠지? 사실 농땡이를 부렸어도 상관없다. 그 농땡이는 향후 체력 단련과 구타 수련을 통해 충분히 상쇄시켜줄 테니까. 아무튼 당장, 튀어와라. 이만 줄인다. 문주가』

 

“???”

 

서찰을 받아든 일동은 지금 자신이 꿈을 꾸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 볼을 꼬집었다.

 

“……왜 그러세요, 강 소협?”

 

그를 본, 석연우가 묻자.

 

“석 공자.”

 

“왜요?”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요.”

 

“아! 답답하니까 빨리 말해주시죠, 강 소협.”

 

“그게…… 혼자 힘으로 말이오.”

 

“네?”

 

“그러니까 혼자서 노가살수문을 정리할 정도면…… 솔직히 ‘백도구봉’급 아닙니까?”

 

“백도구봉급 후기지수도 그런 짓은 못해요. 노가살수문이 무슨 동네 무관도 아니고. 산양에선 위세가 등등한 살수 가문인데 아무리 백도구봉이라도 어림없죠.”

 

“그럼 형님이…… 백도구봉 이상이네요?”

 

“???”

 

“형님이…… 했다는 뎁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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