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5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55화
#54화
“진소천. 약속은 지켜라.”
“정주야. 나는 태어나서 약속을 안 지킨 적이 한 번도 없다.”
“미X 녀석.”
“이하동문.”
파파팟-.
나와 노정주는 일파의 문주다.
사실 나도 자질구레한 왈패 소굴 하나 없애고 소규모로 개파한 어설픈 문주고, 노정주 암살이나 하는 청부업자 우두머리니 어디 가서 나, 대종사요! 내세울 순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 싸움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는 등신들은 아니기에 기수식도 없이 곧장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상남자식 싸움을 펼쳤다.
채채채채채채채채챙-.
일순, 내 열 냥짜리 철검과 노정주의 보검이 100여 차례 격돌하며 장내에 검화(劍花)가 피어올랐다.
예상대로 노정주의 검은 ‘쾌속’함을 극대화한 살수의 검로다웠다.
빠르기로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정밀함 면에서도 노호영보다 촘촘했는데, 이 정도 검격은 살수회에서도 최소 2급 이상 절정 검객에 달하는 수준이라 할 만했다.
“크크. 소천아. 너는 네 자만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전방을 향해 공격일변도의 맹렬한 검격을 펼치던 노정주가 비릿하게 웃었다.
비무 도중 입을 턴다는 건 아직 본 실력을 다 쓰지 않았단 뜻이다.
하나 상관없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 역시 곧장 놈의 검로를 피하고 막으면서 같이 입을 털었다.
“새끼 거, 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설치네.”
“뭐야?”
채채채채채채챙-.
“까불지 마라, 정주야.”
동시에,
파악-.
나는 흉부를 압박해 들어오는 노정주의 검을 쳐내며, 일각을 뻗어 놈의 상복부를 걷어찼다.
그러자 노련한 노정주가 좌수(左手)로 각법을 막으려 했는데…….
“막아? 그것도 네 팔이다, 새끼야.”
콰앙-!
나는 내 다리에 노정주의 팔이 닿기 무섭게 ‘질풍’의 묘리를 적용하여 방대한 회전력을 실었다.
말인즉슨 각법을 내지르기 무섭게 공력을 섞어 비틀었단 뜻이다.
“…….”
그러자 노정주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십여 보, 물러났다.
나는 내 질풍각에 닿은 놈의 팔 부분에 회오리 모양의 상처가 생긴 것을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정주 이 건방진 새끼야. 네가 팔로 각법을 막으면 그 팔은 괜찮을 줄 알았냐? 상놈의 새끼야.”
“닥치지 못할……”
“야. 너 피 많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노정주의 팔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질풍각의 회전력에 놈의 살갗이 완전히 저며 든 모양인데 아마 불에 덴 작열감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다음엔 검으로 돌려줄게. 확, 그냥 잘리게.”
나는 놈을 향해 눈을 한 번 찡긋거린 후, 냅다 역수로 검을 쥔 채, 달려들었다.
* * *
역수검(易手劍).
문자 그대로 검을 거꾸로 고쳐 쥔 형태를 뜻한다.
주로 살수들이 역수검을 사용하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상대를 암살해야 하는 상황에 기본적인 검세로 들이댔다간 적의를 노출하는 데다가, 상대에게 방비의 틈을 주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역수검은 검신을 노출하지 않고 공방의 사거리를 시전자 뜻대로 조종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쉽게 말해, 검을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상대에게 붙으면 나의 공격 범위를 상대가 가늠하여 대응할 수 있지만, 역수로 쥐면 언제 어디서 숨겨진 검날이 닥칠지 모르니 심리적으로 대상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나와 노정주는 수십여 합의 격돌을 주고받아 이런 장점은 상쇄된 셈이다.
그래도 나는 역수검으로 노정주를 공격했다.
왜?
놈도 역수검의 형태로 싸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 근본도 살수고 놈의 근본도 살수고…….
이 싸움은 살수 대 살수의 싸움이다.
나는 놈의 장기로 놈을 꺾어주고 싶었다.
“……!”
역시…….
내가 역수검을 섬전처럼 뻗어 압박하자, 노정주의 안면에 경악이 서렸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노정주 또한 노호영처럼 나를 권사로 알 테니, 검을 쓰는 것도 당혹스러운데 그 검을 또, 살수처럼 역수로 펼치니 얼마나 어이없을까?
하나 나는 놈이 당혹스러워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같은 속도와 같은 경력을 유지하며 검격을 흩뿌렸다.
채채채채채챙-.
내가 이처럼 간을 보는 이유는…….
놈의 ‘습관’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제 곧, 노정주는 내 실력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닫고 펼칠 수 있는 최정점의 무리(武里).
검기(劍氣)를 뽑아낼 것이다.
나 역시, 검기로 대응하겠지만 검기와 검기의 격돌이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공력이 약한 내가 불리하다.
그때를 대비하여 나는 노정주와 ‘간보기’를 진행 중인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무림인이든.
‘습관’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좌공(左功)을 펼칠 때 팔의 각도와 방위를 밟는 보법이 뒤틀리는 놈이 있고, 또 어떤 놈은 검초를 펼칠 때, 특정 거리에서 호흡이 흔들리던가, 내공의 흐름이 변화한다던가.
이런 무인의 습관이란 무공이 가지는 본연의 성질과 더불어 시전자의 선천적 기질, 배우는 방식에 따라 쌓이고 쌓여 종내엔 고칠 수 없는 ‘천성’으로 굳는다.
그리고 이 ‘습관’이 얼마나 무섭냐면 교주 같은 무신(武神)도 평생 자신의 습관을 지우지 못할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나는 그러한 이유로 의미 없는 칼춤을 추면서도 속으론 신경을 집중해 노정주의 습관을 파악하려 했다.
채채채채채챙-.
“진소천. 그렇게 쥐새끼처럼 막고 피하기만 해서 되겠느냐?”
그때, 노정주가 내 속도 모르고 개소리를 지껄였다.
“닥쳐라! 이제 거의 끝났으니까.”
“???”
그와 100여 합의 초식을 주고받은 뒤에야 나는…….
‘이놈…… 아주 치명적인 악습관을 가지고 있네.’
노가살수문 문주 노정주의 습관을 알아차렸다.
* * *
“검기(劍氣)군.”
“대단하이…… 검기를 뽑는 노 문주나 그를 저토록 몰아붙인 진 문주나…… 두 사람 다 대단해.”
“허! 진 문주도 검기를 씁니다!!”
중인들이 함성을 내지르자…….
고요한 산봉우리에 메아리가 퍼졌고,
콰아아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나와 노정주의 검기(劍氣)가 충돌을 일으켜 무형의 기파가 장내를 진득하게 덮었다.
“헤헤. 소형제! 정말 대단하다고!!”
방대한 경력이 실린 노정주의 검을 맞이하는 중에도 아이처럼 신난 목소리로 응원하는 주 영감의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이쯤 되니, 사람들 앞에서 비무를 하는 게 관객 앞에서 재주 부리는 곡예단 원숭이 같단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걸 보면 나도 참 관심종자다.
“…….”
그 와중.
노정주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지금까지 노정주가 황당함, 분노, 당혹스러움의 감정을 안면으로 그렸다면, 현재의 그는 엄격하고 진지하며, 나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필살의 집념을 띄운 채랄까.
한 마디로 날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새끼 같단 뜻인데 나는 그제야 녀석이 슬슬 싸움의 종지부를 찍으려 들겠구나 싶어, 신경을 한 점에 집중시켰다.
“호오오옵…….”
나는 ‘역’ 속성과 ‘뢰’ 속성을 동시에 개문하여 좌단전에 역의 힘을, 우단전에 뢰의 힘을 그러모았다.
그러자 신체가 거대한 압력에 짓눌리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뜨겁다 못해, 타들어 갈 듯한 열기에 휩싸였는데 그런데도 나는 두 가지 기운을 바로 분출하지 않고 일점(一點)의 기회만을 노렸다.
“진소천. 인정하마. 호영이를 제압했다 했을 때부터 네놈의 무공이 보통이 아님을 예상하던 터다. 하나, 역수검으로 나를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걸 보니…… 너는 충분히 검의 고수로 불릴 자격이 있다.”
노정주가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놈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간이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올려 친 다음, 일격으로 제압하고 자신의 위상을 더 뽐낼 작정이겠지.
근데 그게 되겠냐?
“염병.”
“……!”
“깝치지 마라, 정주야. 네가 나한테 검의 고수다! 라고 해주면 내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며 선배 대접이라도 해줄 줄 알았냐?”
“뭐, 뭐야?!”
“한심한 새끼.”
“이…… 이놈이!”
나는 우선, 입방아로 노정주를 격분시켰다.
이토록 놈을 빡치게 만드는 이유는 자명했다.
바로 놈이 최후의 일격을 빨리 선보이길 바라서였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작정이다.
해서, 이제 그러니까…… 전음을 곁들인,
[정주야. 네가 거들먹거리는 중에도 네 아들은 우리 문도들 손에 개처럼 처맞고, 울고불고, 오줌을 지리고 있을 거다. 어서 나 때려잡고 아들 구하러 가야지?]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자,
“진소처어어어언!! 오늘 이곳을 너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흥분한 노정주가 온산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며 검신에 진신전력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과연.
노정주가 고수긴 고수다.
놈이 검기를 끌어모으자 검에서 음울한 형태의 검명(劍鳴)이 퍼졌는데, 저 정도 밀도라면 지금의 내가 정면으로 받아내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쿠우웅-.
노정주의 검명이 멈추는 그 순간.
슥-.
그의 오른발이 후방을 내딛는 순간.
……!
정주의 우측 대흉근이 꿀럭, 뒤틀리는 그 순간.
‘간다.’
나는 응축시켰던 ‘역뢰’의 힘을 동시에 폭발시켜 놈의 명치를 내찔렀다.
파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세…… 세상에!”
“헤헤헤! 소형제. 결국 그거였어?”
“노 문주!”
중인들의 외침과 함께 노정주의 입에서 첫 ‘비명’이 작렬하였다.
“크아악!”
콰당-.
내게 명치를 찔린 노정주는 피를 한 바가지 뿜으며 3장 정도 나가떨어져 쓰러졌다.
비록 일격필살(一擊必殺)하진 못했으나 사실 이 또한 의도한 바였다.
“정주야. 일어나야지?”
나는 쓰러진 노정주를 향해 조롱을 퍼붓고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주야. 무인에겐 습관이 있다. 나는 네가 횡을 이동할 때, 원심력과 반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른발을 후방으로 뻗었다가 다시 궁신탄영으로 붙으며 검을 찌른단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너는 역수검을 펼치니 그때 동작이 커지면서 대흉근도 뒤틀리는데, 또 그 순간 호흡도 흐트러지고 내력도 변화하더라. 말인즉슨, 신체 균형이 깨져 반사신경이 느려지는 순간, 나는 네 호신강기를 박살 냈단 소리다.”
“쿠에에엑.”
내 말에도 노정주는 죽은 피를 내뱉을 뿐, 대답도 하지 못한 채였다.
비록 내 열 냥짜리 철검이 놈의 살가죽을 관통하진 못했지만 격렬하게 내공을 운용하던 상태에서 호신강기가 박살 날 정도로 반격당했으니 오장육부에 심각한 진탕(震盪)이 있을 것이고, 기가 역류해 단전이 끊어질 듯 고통스러울 터.
하지만,
쾅-!
나는 반격할 수도, 반격할 의사도 없는 노정주의 안면을 그대로 걷어찼다.
“크악!”
“정주야. 노가살수문의 문주, 노정주 이 새끼야.”
쾅-!
“크헉……!”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암살을 시도했냐?”
쾅-!
“크아아아악!”
나는 노정주의 대갈통을 계속 후려 찼다가, 다시 옆구리를 찼다가, 목울대를 찼다가…….
발길 닿는 대로 계속 놈을 뻥뻥 걷어차고 지근지근 밟았다.
그러자 처맞던 노정주가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내가 졌다. 그, 그만. 그만해라!”
“지랄. 누구 마음대로 그만해?”
“뭐, 뭣이?”
“아직 비무 안 끝났다.”
“나, 나는…… 나는 패배를 시인하……”
“닥쳐라!”
쾅-!
승부는 기울었다.
노정주는 초주검이 되었고 나는 멀쩡했으니 비무는 끝이 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구경꾼들은 칠색 팔색한 얼굴이 됐고, 노가살수문의 인물들은 이내 검을 들고 덤빌 기세였다.
“헤헤헤. 노가의 애송이들아. 그 검 집어넣어라. 끼어들면 나도 끼어든다?”
그 순간, 주 영감이 웃으며 노가의 가솔들을 압박했는데, 그냥 압박이 아니라 육합전성(六合傳聲)을 가미해 범인은 듣기만 해도 오금이 굳을 음공을 펼친 것이었다.
그러자, 가솔들은 한 발도 내딛지 못한 채 석상처럼 몸이 굳었고,
“그, 그만해라…… 진 문주야…… 그만해.”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자, 노정주는 읍소했다.
솔직히…….
이쯤 되니 그만 때릴까도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게…….
이곳엔 많은 무인이 모여 있다.
백도도 있고 흑도도 있고.
말인즉슨 오늘 일이 흑-백의 구분 없이 강호 전체로 퍼질 거란 소리.
해서, 나는 폭력을 멈출 수 없다.
내가 이대로 멈추면?
누구든 향후 또 한 번 소천문을 공격하려 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번 무른 인상을 주면 만만해 보이기 십상인 게 무림 아닌가?
때문에,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미안하다, 정주야.”
“???”
소천문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끔찍한지 뼛속까지 느끼게 해줄 생각이었다.
“한 100대만 더 맞으면 안 되냐? 더 맞을 수도 있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