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9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1화
#91화
‘……!’
‘……!’
‘……!’
순간…….
중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물론, 뒤늦게 맹주실로 들어선 세 인영이 진소천을 향해 경계 섞인 눈빛을 띤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처럼 대뜸 불만을 토로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형님!”
그때, 석연우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진소천을 만류했다.
물론…….
진소천은 만류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며, 어떤 상황에도 물불 가리지 않는단 걸 잘 아는 석연우지만.
그런데도, 지금 이 자리에서만큼은.
무림맹주 남궁학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만큼은 자중해야 했기에 석연우는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뭘 잘못했냐? 그냥 저분들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싶어서 물어본 거 가지고, 호들갑은…….”
진소천은 그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석연우는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눈을 질근 감았으나 다행히 적절한 때에 남궁학이 나섰다.
“허허! 강호의 젊은 무인끼리 서로 할 말이 있어 보이오만……. 회포는 나중에 풀고 우선 식사를 마저 하는 게 어떻겠소, 진 문주.”
상황이 이쯤 되자…….
진소천도 더 이상 분위기를 경직시킬 수는 없었다.
제아무리 진소천이 막 나간다 해도, 권하는 이가 무림맹주인 데다, 또 남궁학은 강호의 배분을 떠나 나이만 놓고 봐도 한참 어른이니 경거망동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지요, 맹주님.”
그 말을 끝으로.
진소천은 더 이상 세 인영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 허겁지겁 젓가락을 휘둘러 탁자의 음식을 흡입해갔다.
그 모습에 하북팽가, 진주언가의 두 사내는 기함한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고, 진소천을 냉랭한 눈으로 힐끔거리던 여인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진짜 이 양반은…… 말릴 수가 없구나, 말릴 수가.’
물론 현재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석연우였다.
* * *
우여곡절 끝에 맹주와 식사를 끝낸 진소천은 거처로 돌아오자마자 석연우에게 폭풍 같은 잔소리를 들었다.
“형님! 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입니까? 아무리 성질이 더럽기로서니, 세상에 무림맹주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 어쩌자는 거예요?”
대체로 잔소리의 골자는 그러했다.
그리고 석연우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하나, 진소천은 외려 석연우를 타박했는데.
“연우야. 너는 그놈들 눈빛 못 봤냐? 대놓고 댁은 뭔데 여기 있냐는 눈빛이었는데 내가 당연히 기분 나쁘지. 그렇다고 내가 쌍욕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너한테 내 불편함을 토로한 건데 뭘 그래?”
“그래도 그렇죠! 그 사람들이 대놓고 시비를 건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티를 내야겠어요? 참을 때는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형님이 수련할 때마다 하던 소리 아닙니까?”
“물론. 사람이 참을 땐 참아야지. 하나, 아까 같은 경우는 참아야 할 때가 아니다. 적어도 나한테 적대감을 드러내는 놈들에게까지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다.”
“자비 같은 소리 하시네. 형님이, 언제 자비를 베풀어봤다고.”
“뭐야?”
“됐습니다, 됐어요.”
“요게 버르장머리 보소?”
그렇게…….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할 때였다.
본청 건물과 다소 떨어진 두 사람의 거처로 맹주실에서 봤던 세 인영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더니…….”
진소천은 피식- 거리며 그들을 응시했고, 석연우는 꼴깍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낯빛을 띠었다.
‘아……. 또 골치 아파지겠는데?’
덜컥 걱정스러운 마음이 이는 석연우였다.
진소천의 성격상 저들을 곱게 대할 리 만무한 데다, 세 인영의 신분이 만만치 않았고 특히 하북팽가와 진주언가의 두 사내는 성격이 불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후……. 더 이상 분란이 일어나면 안 돼. 그러잖아도 형산파 제자들을 두들겨 팼는데, 하북팽가와 진주언가 사람들을 또 팼다간…… 게다가 저 소저는…… 형님도 쉽지 않을 거야.’
사실…….
진소천과 소천문을 나설 때부터 석연우는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을 짐작하던 터다.
하나 아직 대회가 한참 남은 상황에서 벌써 많은 적을 만들면 수습조차 힘들 것이기에.
“아! 팽 소협, 언 소협. 어찌 왕림하셨나요? 게다가 소선 소저까지!”
석연우는 미리 선수를 쳐, 진소천이 그들에게 시비를 걸 수 없도록 환대를 했다.
세 사람은 바로, 하북팽가의 팽중삼, 진주언가의 언헌, 아미파의 소선이었는데, 특히 ‘소선’은 현 ‘백도구봉’에 속하는 후기지수 중 한 사람이라 석연우는 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석 공자. 다시 보는구려.”
석연우의 인사에 먼저 답을 한 것은 하북팽가의 팽중삼이었다.
팽중삼은 하북팽가의 인물답게 커다란 도(刀)를 허리춤에 찬 사내였는데 근골도 매우 뛰어나, 흡사 동동이 형제를 연상시키는 덩치의 소유자였다.
“네, 팽 소협. 아까 맹주실에선 경황이 없어 통성명만 한 터라, 따로 인사를 드렸으면 했는데 잘 됐군요.”
“나 역시 마찬가지요.”
“한데……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아. 석 공자한테 볼일이 있어 온 건 아니오.”
“…….”
“진 소협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소.”
“…….”
순간.
석연우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일단…….
자신을 아래로 보는 듯한 팽중삼의 말본새야 그러려니 넘긴다 해도…….
진소천을 ‘진 소협’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세였기 때문이다.
진소천은 한 문파를 대표하는 ‘문주’다.
무림의 관례상 아무리 작은 방파의 문주라도 엄연히 존주이므로, ‘문주’라 호칭하는 게 일반적인데, 팽중삼은 진소천을 ‘소협’이라 불렀으니 이는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난 모르겠다…….’
그 때문에.
석연우는 상황을 진소천에게 맡기기로 했다.
비록 진소천이 사고를 칠까 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이 진소천을 무시하는 걸 방관할 만큼 유순하지도 않았던 까닭이다.
때마침, 진소천이 팽중삼을 향해 건조한 어투로 물었다.
“무슨 일이오?”
그러자,
“다름이 아니오라.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소.”
“그러니까 그게 뭐요?”
“아까, 맹주실에서 귀하가 나와 언 소협에게 무례한 것도 모자라, 소선 소저에게까지 실례되는 발언을 하지 않았소? 당시 맹주님 앞이라 참았으나 돌이켜보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오.”
팽중삼에 말에 진소천은 조소 지으며 옆에 있던 언헌과 소선에게도 물음을 던졌다.
“……두 분도 그 일로 날 찾았소?”
“나 역시 마찬가지요.”
그에 언헌은 고갤 끄덕였고 소선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냉랭한 눈으로 진소천을 응시하기만 했다.
진소천이 다시금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들 유명한 문파와 세가 사람들이라 별거 아닌 일에 열을 내는 거 같은데.”
“?”
“말이야 바른말로, 먼저 무례한 건 당신들이지.”
“뭐요?”
“당신들이 먼저 불쾌하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지 않았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자, 팽중삼 언헌은 말할 것도 없고, 시종일관 냉랭한 표정이던 소선조차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팽중삼, 언헌, 소선은 각 팔대세가와 구파일방의 배경을 지닌 이들이었다.
특히, 소선이 몸담고 있는 아미파의 장문인은 일황삼존오왕 중 삼존에 해당하는 검후, 대명사태였음에.
비단 ‘백도구봉’의 일좌를 차지한 소선의 명성을 차치하고라도 그녀의 사문을 헤아린다면 작금, 진소천의 언행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나 그들이 어찌 알겠나?
눈앞의 장안 촌뜨기 문주는 검후의 제자가 아니라 검후 본인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또라이(?)임을.
“난. 건방진 눈을 싫어하오.”
“……!”
“앞으로 사람을 볼 때 눈을 착하게 뜨던가. 그게 안 되면 사람을 가리기라도 하시오.”
“……!”
“원래 강호란 데가 눈알 한 번 싸가지없게 떠도 칼 맞고 비명횡사하는 곳 아니겠소?”
* * *
언젠가 동벽 선생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더러 팔자가 사나운 인간이라나, 뭐라나?
그땐 그냥 웃고 말았는데, 생각해보면 동벽 선생이 현자긴 현자다.
돌이켜 보면…….
나는 전생부터 팔자가 사나웠다.
조실부모한 것도 서러운데 마교에 납치당해, 살수 짓을 해야 했던 것도 모자라 주군에게 통수 맞고 뒤지기까지 했으니.
게다가 전생 후는 또 어떤가?
가는 곳마다 분란이 끊이지 않고 만나는 인간마다 대부분 시비를 걸거나, 해악을 끼치니…….
이건 뭐 얌전히 살려야 살 수가 있나?
그래도 웬만하면 참으려 했다.
그러잖아도 형산파 녀석들을 두들겨 팬 터라, 찝찝했는데 무림맹 본청에서까지 폭력을 쓰면 귀찮아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나, 놈들은 ‘선’을 넘었다.
맹주 앞이라 한 번 봐줬으면 감사한 줄 알고 찌그러질 것이지, 굳이 성질머리 못 이겨서 내가 머무는 거처까지 찾아와 시비를 걸어?
솔직히 이건 모가지 비틀어도 무죄란 생각이 들어서 나는 가감 없이 팽가 놈을 모욕했다.
“거, 보아하니 나이도 비슷한 거 같고. 댁도 무림 대회에 참가할 목적으로 온 거 같은데. 왜 버르장머리 없이 사람을 노려보고 그러는 거요? 게다가 나는 일문의 문주요. 비록 보잘것없는 소형 문파 문주지만 그래도 엄연한 문주인데 내가 그 쪽한테 굽실거리기라도 해야 하오? 하니, 무례를 저지른 건 외려 당신들이오.”
“다, 당신…….”
“일단. 나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 거고. 또 무림맹주가 친히 식사도 대접한 데다, 매번 날 만류하는 연우 입장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마지막으로 참겠소. 그러니 돌아가시오. 어차피 나와 푸닥거리하고 싶으면 대회 중에 붙을 일이 있지 않겠소?”
하나, 참을 인(忍)자를 세 번 새기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나.
나는 다시 한번 추스르며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이렇게 해 놔야 명분도 확실해지고.’
내가 참고 참다가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쓰게 된다면.
그에 따른 정당성 또한 확보될 것을 계산한 행동이기도 했지만.
“이것 보시오, 진 소협.”
그러자…….
팽중삼은 다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말하시오.”
“최근 당신의 소문을 들었소.”
“그렇소만?”
“듣자 하니, 사도맹의 호법과 비무를 벌여 이겼다던데. 솔직히 나는 강호의 소문이 얼마나 과장되기 마련인지 알고 있기에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소.”
“믿든 말든 그건 당신 마음이지.”
“그 때문이오.”
“뭐요?”
“그 때문에. 나는 당신이 두렵지 않단 말이오.”
그제야…….
나는 팽중삼과 언헌이란 자가 왜 소선이란 여인까지 대동하고 찾아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우선 소선은 내게 불만이 있다기보단 다소 무시하고 방관하는 눈치였는데, 그야 직접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니 나 역시 무시하면 될 일이나.
팽중삼과 언헌은 잘 나가는 백도구봉 앞에서 스스로를 과시하고 싶은 까닭에 억지를 부리며 시비를 거는 게 아닐까?
아무튼 대략 견적이 나온 이상, 나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같잖은 것들의 구설수가 되느니, 차라리 사고 한번 치고 수습하는 게 낫지, 시X.’
오늘도…….
나는 정녕 주먹을 써야 하는 걸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요?”
“…….”
“한판 붙자는 거요, 아니면 내가 사과라도 하길 바라는 거요?”
내 물음에, 팽중삼이 비릿하게 웃었다.
“사과하라면 고분고분 사과하겠소?”
“그럴 리가.”
“?”
“그럴 바에 차라리 이 자리에서 귀하의 머리통을 반으로 쪼개놓고 하북팽가의 행보를 지켜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