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8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88화
#88화
“지, 진 문주! 말씀이 지나치신 게 아니오!!”
그렇게 말하는 종회의 눈에…….
한줄기 눈물이 고이는 것을 목도했다.
순간, 나는 녀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종회는 형산파란 이름을 믿고 젊은 혈기에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사실 그것만 놓고 보면 놈의 경솔함을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저 나이의 무림인은 대부분 지X 염병을 떨면서 성숙해지고, 명문정파란 것들이 대개 저런 족속인 까닭이기에.
다만…….
나는 종회에게 몇 번의 기회를 제공했었다.
우선 나는 내 정체를 밝혔고, 종회의 사숙인 영명이 점잖았더라면 이 같은 불상사를 애초에 막지 않았을까?
그러나 종회와 영명은 좋게 넘어갈 수 있던 일을 ‘사달’로 만들었다.
내 기준에 그건 ‘자긍심’ 문제도 아니고 무림인으로서의 ‘기치’와 관련된 문제도 아니다.
단지, 놈들은 주제 파악을 못 했고, 또 상대를 몰라봤을 뿐이며…….
일단 너무 나댔다.
그리고 나는 나대는 새끼들을 존X 싫어한다.
“닥쳐라. 이번에 네놈들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생각이니까.”
해서, 나는 종회의 뺨을 한 차례 야멸차게 후려쳤다.
“진 문주! 더 이상 우리를 모욕한다면…… 정말 형산파와 원수를 지게 되는 거요!”
“그만두시오, 진 문주.”
“우리를 풀어주시오!”
그때…….
종회와 함께 포박당한 채, 꿇고 있던 다른 연놈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치며 원독 섞인 눈빛을 보냈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연우에게 말했다.
“연우야.”
“네…… 형님.”
“안 되겠다, 땅 파라.”
“네?”
“이 새끼들 파묻자.”
“???”
* * *
한 시진이 지나서야 나와 연우는 다시 길을 나섰다.
일단…….
나는 영명을 비롯해 기절한 형산파 인물을 대충 인근 의원에 맡기고, 나머지는 머리통만 남긴 채, 땅에 묻었는데 아쉽게도 꿀이 없어 면상에 꿀을 발라주진 못했다.
하나 그쯤 되니 노기도 가셨고 풀어달라며 난리 발광 떠는 형산파 연놈들을 보자 속도 편안해지길래 그것으로 단죄를 마무리 지은 후 나는 길을 나섰다.
“형님……. 정말 괜찮을까요?”
그러던 중.
연우가 불안한 음성으로 물었다.
나는 고갤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연우야.”
“네.”
“아까 영명이랑 말싸움할 땐 기백이 넘치더니 그새 마음이 바뀌었냐? 뭐가 불안해?”
“……그때야 영명 소협이 무례한 게 맞았고. 이후엔 형님이 좀 심했으니까요……?”
“괜찮다. 나는 더 한 짓을 하고도 잘 사니까. 또한 이번 일은 형산이 먼저 시비 걸었고 형산이 먼저 싸움도 걸었다. 결국, 형산이 일을 벌이고도 실력이 부족해서 처맞은 거니 별 탈 없을 거야.”
“그렇긴 하지만…… 형산파 장로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가 문제 아닐까요? 형산파는 자존심이 강하고 독선적인 경향의 문파예요. 유례 깊은 명문임에도 구파일방에 소속되지 못했다는 열등의식이 팽배하달까? 아무튼 그런 형산파 장로들이 이 일을 알면…… 앞뒤 가리지 않고 형님을 음해할까 봐 두렵습니다.”
듣고 보니 연우 말에 일리가 있었다.
일의 잘잘못을 떠나 무림인이란 것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우 말대로 형산파는 명문정파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구파일방엔 소속되지 못한 열등감도 있으니…….
어쩌면 향후 굉장히 귀찮은 일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연우야. 말을 좀 이상하게 하는구나.”
“네?”
“날 음해할까 봐 두렵다니? 마치 이 일은 너와 상관없다는 듯한 그 유체 이탈 화법은 무엇?”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형님?”
나는 애당초 그딴 건 안중에도 없고 형산파가 아니라 형산파 할아비라도 스스로 떳떳한 이상 상관이 없다.
“물론 치고받고 싸운 건 나지만……. 이 일은 너랑도 깊게 관련되어 있다. 아니. 사실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봐도 무방하지.”
“네?”
“나랑 영명이 싸우기 전. 이미 너랑 영명이 화산의 속가니, 뭐니 하면서 얼굴 붉히고 말싸움하다가 나한테 불똥 튀긴 거 아니냐.”
“무슨 소립니까? 물론 제가 영명 소협과 언쟁을 벌였지만…… 대뜸 형님이 끼어들어서 개X리를 한 바람에, 사달이 난 거 아닙니까?”
“뭐야?”
“확실히 해둡시다? 이 일은 형님과 형산파의 일이지, 저나 석가장. 또는 화산파와는 무관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근데…….
이 새끼, 알고 보니까 쥐뿔 의리 없는 놈이네, 진짜.
“싫다.”
“뭐요?”
“만약 형산파에서 소천문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책임을 묻는다면…….”
“…….”
“나는 지옥 끝까지라도 너와 석가장. 그리고 화산파를 물고 늘어질 생각이다.”
“뭐, 뭐요?”
“이상-.”
“형님!!!”
* * *
산서성에 진입한 지, 이틀.
분서에 위치한 와곡산을 넘는 중 나와 연우는 산 중턱에 걸터앉아, 죽엽청에 만두를 곁들이며 요기를 했다.
비록 소천문을 나선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형산파와의 일도 있었고, 소윤이도 보고 싶었기에 나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기분에 잠겨,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형님.”
그때, 연우가 불쑥 말했다.
“응?”
“그러고 보니…… 말씀드리지 않은 것 같은데.”
“뭐?”
“영명 소협과 대결할 때 보니…… 무공이 더 느신 거 같던데. 아닌가요?”
“늘긴 했다. 특히 공력이 상당히 늘어났는데, 그 덕분에 이젠 검기를 방출해도 내공에 무리가 오진 않아.”
“대단하십니다, 형님. 어떻게 단기간에 그 정도의 무공을 발전시킬 수 있어요?”
연우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새삼, 아직 연우가 어리긴 어리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피식거리며 말했다.
“원래 발전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어제의 삼류가 오늘 이류가 되고 오늘의 이류가 내일 당장 일류를 넘어 절정이 될 수 있단 소리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지. 그러니까 너도 정진해라. 사실…… 자만할까 봐 말 안 했다만 최근 몇 달, 너와 동동이들은 나보다 외려 더 성장했다.”
“제가요?”
“그래.”
“저는 잘 모르겠는데.”
“잘 봐. 옛날의 너 같으면 이런 강행군을 버텼겠냐? 우리가 지금 하루에 몇 리를 경신법으로 주파 중인지 계산해봐라.”
“그러고 보니…….”
“바로 체력이다. 일동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동이나 삼동이, 그리고 너 역시 지난 반년간 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아마 수라 나찰 수련이 아니었다면 그럴 수 없었겠지.”
“아……!”
내 말에 연우는 개안한 사람처럼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사실…….
나는 매 순간, 연우에게 놀라고는 한다.
그것은 연우의 인내력이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했기 때문이다.
나는…….
석가장에서 공자 놀음하고 살던 연우를 객식구로 데려올 때만 해도, 이렇게 ‘수라 나찰 수련’을 잘 견딜 거라고 생각 못 했다.
하나 연우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지 깨닫고, 또 그 탈력감에 괴로워하면서도 꿋꿋이 수련을 버텼으며 나는 그 모습에 감흥이 일어, 더욱 연우를 혹사하고 몰아붙이고 또, 괴롭혔는데.
그런데도 연우는 그를 견뎠다.
모두 참았고 모두 행했다.
그제야 나는 연우가 소위 세상이 말하는 ‘천재’는 아니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천재들을 앞서 는 훌륭한 고수로 장성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천재’면서 ‘노력’까지 ‘천재’처럼 해버리는 나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겐 영원히 안 되겠지만?
“연우야.”
“네, 형님.”
“이번 무림 대회에…… 정말 진심이냐?”
“무슨 말입니까, 형님? 당연히 진심이지요. 물어볼 걸 물어보셔야지.”
“그럼 최선을 다해.”
“그러잖아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아니. 그거 말고, 인마.”
“네?”
“무림맹 본청이 있는 북경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게다가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도착할 거라, 거기서도 수련할 시간이 남을 게 아니냐.”
“……그렇긴 하죠. 하나 그래봤자 얼마나 된다고요. 그 시간에 열심히 한들, 대회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유의미한 성장을 이룰 순 없지 않겠어요? 제가 뭐 형님처럼 하루아침에 깨달음 뚝딱 얻는 천재도 아닌데…….”
“당연. 너는 나 같은 천재랑 다르게 평범…… 아니, 솔직히 둔재? 아무튼 보잘것없는 놈이니까 짧은 시간에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긴 힘들지.”
“……뭐. 근데 왜 그런 소릴 해요?”
“……생각해보니 그러네. 너는 나랑 다르게 천재가 아니라 멍청하고 공력도 별 볼 일 없고…… 체력이야 좋아졌다지만…… 화산의 본산 제자도 아니라 체계적으로 수련한 것도 아니고…….”
“아니, 그러니까……. 맞는 말씀인데. 왜 자꾸 그런 소릴 하냐고요.”
“아……. 그 생각을 못 했네, 그 생각을. 네가 얼마나 별거 아닌 놈인지 잊고 있었단 말이지.”
“지금 저 놀리는 겁니까? 뭐 하자는 거예요?”
대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연우를 향해.
나는 더욱 조롱 섞인 음성으로 격렬한 혓바닥 신공을 시전했다.
“연우야. 내가 왜 널 놀려? 나 같은 천재가? 너 같은 둔재를? 미쳤다고? 그러고도 내가 사람일까?”
“와……! 그만합시다. 더 했다간, 진짜 형님이고 뭐고……. 어휴!”
“근데 연우야.”
“아, 왜요! 자꾸!”
“반대로 생각해봐라.”
“뭘요?”
“지금의 너는 별거 없다. 정말 별거 없어서 진짜 확, 패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지. 한 마디로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 새끼를 보는 듯하달까? 하지만 그건 그만큼 네가 발전할 구간이 남았단 뜻이기도 하다.”
“뭔…….”
“게다가 너는 네 옆에 역대 최고의 천재를 두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고.”
“네?”
나는…….
“강호 최고의 무공 천재인 내가…….”
연우를…….
“성장할 구간이 한참 남은 너를 집중으로 지도한다면.”
반드시 고수로 만들 생각이었다.
“…….”
“너는 짧은 시간에 대회의 당락을 결정 지을 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거다.”
“형님…….”
“물론 지금까지도 나는 동동이들과 너. 그리고 문도들을 잘 지도했다. 하나 다수를 골고루 지도하는 것과 한 놈을 집중해서 지도하는 건 다른 문제다. 한 마디로 너는 이번에 나 같은 최고의 스승을 독식할 수 있게 된 거다. 그건 시사하는 바가 크지.”
“형님…… 그럼 정말 제가 대회 당일까지 수련해서 승패를 뒤집을 만큼 강해질 수 있단 겁니까? 진짜요?”
“물론. 다만 그 과정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고통이 될 거다. 너무 끔찍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랄까? 각오할 수 있냐?”
내 물음에 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반색하며 외쳤다.
“당연히! 당연히 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도 수라 나찰 수련을 버티며 고통이란 고통은 모조리 참았습니다. 더 힘들어봤자, 까짓거,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강해질 수 있다면 불길이라도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막상 녀석의 각오를 들으니.
나는 연우가 얼마나 이번 대회에 진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오가 좋다.”
“……!”
“그럼 당장 시작하자.”
“네?”
“수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건 맞지만.”
“와라.”
“???”
“첫 수련은 무지성 대련이다.”
그러자,
“형님! 솔직히 말하십쇼. 지금 나 두들겨 패면서 실전 감각 익히려고 개수작 부리는 거죠? 네?!”
이 새끼가, 사람 진심을 이렇게 받아?
“아니다.”
진짜 아니라고.
아닌데…….
솔직히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일거양득인 건 사실 아니냐?
꽈아아아앙-!
「일단 말로 안 될 땐, 무조건 때리고 봐라.
-소천문 문주, 진소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