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8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81화
#81화
시간이 유수처럼 흐르고…….
만물이 약동하고 생장하는 계절, 여름이 찾아올 무렵, 소천문도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일단…….
현(現) 소천문의 위상은 개파 초기와 비교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당초 진소천의 우려와 달리, 해사파는 소천문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태화방과 당문의 의뢰를 수행한 소문이 일사천리로 퍼져, 근래엔 섬서 방방곡곡의 의뢰인들로 소천문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또한 동벽 선생의 미용술과 성형술의 효험은 많은 고관대작과 귀부인들의 귀에 들어갔는데, 그 덕에 소천문은 최근 상당한 재화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천문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넉넉한 재정을 통해 동벽 선생은 많은 양의 ‘소윤단’을 제작해 문도들에게 투여했고 문도들 역시 영단을 토대로 ‘수라 나찰 수련’을 견디며 무공을 진일보시킨 것이다.
그렇게…….
<장안제일문>!
소천문은 햇수로 2년 만에 장안 최고의 문파로 손꼽혔다.
그간 소천문이 촌구석 ‘무관’ 취급을 받았다면…….
지금은 섬서의 어떤 문파도 소천문을 약소방파로 분류하지 않았으니…….
더불어, 최근엔 문도 수도 급격히 늘었다.
본래 문도 수를 30명 선으로 유지하던 진소천은 문파가 커짐에 따라, 인력을 과감히 채용했는데 이젠 1번대에 25명, 2번대에 25명.
각 25명씩 문도가 구성되어 소천문은 도합 50여 명의 인원으로 다시 태어났고, 본관 인근의 부지 매입과 별관 시공도 마무리되어 이젠 어느 정도 ‘지역의 실력자’ 다운 문파로의 모습을 갖춘 것.
또한 무엇보다…….
지난 몇 달 동안 소윤이의 무공과 학문은 빛나는 성장을 이룩했다.
사람들은 장안에 ‘천재’가 탄생했다며 혀를 내둘렀고, 글 선생과 동벽 선생 역시, 나날이 발전하는 소윤의 무공과 학문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정작 아빠, 진소천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채, 그저 무덤덤하게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물론…….
「본래 타고나기를 당대 제일 천재로 타고난 소윤이가 소윤이답게 자라고 있을 뿐인데 왜들 호들갑인지?」
라는 명대사를 남긴 게 압권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소천문은 분명 조금씩…….
강호의 중심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그렇다고 소천문의 명성이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와 비견될 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어떤 유례나 배경도 없이 대충 개파된 문파치고는…….
확실히 소천문은 무섭도록 대단한 행보를 선보인다는 게 강호인들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또한…….
“나 포함, 문도 전원은 금일 조식을 거른다. 금일은 특별히 ‘극한의 체력 단련’을 추가할 예정이므로, 대부분 먹은 걸 게워낼 거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수호하며 자연의 호흡을 토대로 무공을 갈고닦는 ‘자연 친화적 무림인’이다. 광양산에 우리의 더러운 토사물이 쏟아지는 꼴은 볼 수 없다. 이상-.”
오늘도 여전히 문주, 진소천의 명령에 맞춰…….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으으으……!”
50여 명의 문도들은 ‘수라 지옥’을 헤쳐나갔다.
* * *
“자네…….”
“네.”
오전 수련이 끝나고…….
밀린 업무를 보던 찰나, 동벽 선생이 문주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데 표정도 목소리도…….
뭔가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답하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실까?
“제가 언제 어르신께 솔직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
“한데, 무슨 일이십니까? 뭔가 심각해 보이시는데.”
“……심각한 건 아닐세. 다만 나는 한 사람의 의학자로서, 무인으로서. 자네 신체의 변화를 알아챘을 뿐이네.”
일순, 나는 동벽 선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신체에 생긴 변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신체에 변화가 생겼단 말인가?
……아직 대머리 되긴 이른 나인데.
“변화라니요? 저는 여전한데 말입니다.”
“이 사람아.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나?”
“네?”
“내 보기에…… 자네는 지금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초기 현상을 겪고 있네.”
“아……!”
환골탈태라…….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최근 자네의 피부에서 광채가 번뜩일 때가 있네. 예전, 육광과의 비무에 앞서 자네가 ‘3무 수련’인가 뭔가를 할 때…… 분명 얼굴에 살이 빠지고 혈색도 좋지 않았던 데다, 그 여파로 한동안 눈이 충혈된 상태였지. 피부도 퍼석퍼석해졌었고.”
“그랬죠…….”
“하나 지금은 어떤가? 자네 피부는 마치 아기처럼 하얗고 부드러워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괄목할 만한 점은 바로 안광(眼光)일세. 신체발부의 변화는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만…… 두 눈에 실린 총기는 결코, 속일 수 없지. 나는 그를 환골탈태의 초기 현상으로 보네.”
역시…….
동벽 선생은 대단한 의학자가 틀림없다.
사실 나는 내 무공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는 걸 절감하던 참이다.
비록, 아직 간절히 바라는 ‘풍(風)’ 속성의 힘을 개방하진 못했지만.
기존에 체득한 ‘뢰(雷)’ 속성과 ‘역(力)’ 속성의 알짜가 커져 공력의 총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그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신체가 변화를 맞은 것이리라.
‘하긴…… 나는 전생에도 마공류(魔功類)를 익히지 않고 정종에 가까운 무공을 익혔으니…….’
대개…….
환골탈태(換骨奪胎), 삼화취정(三花聚顶), 오기조원(五气朝元), 반박귀진(返朴歸眞) 같은 ‘경지’의 ‘기현상’은 백도 무림인에게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흑도나 마도를 추구하는 자들은 예컨대 서장의 밀종 무공이나 금기된 ‘사공’ 또는 마도무서에 기록된 ‘마공’ 따위를 익히는 경우가 많아 그와 다른 형태로 경지를 가늠하는데 이 경우는 일관된 현상을 겪기보단 개인과 유파(流派)에 따라 신체 변화도 천차만별이기 때문.
하나 나는 마교에 몸담았던 전생에서부터 ‘자연결’이나 ‘태경심법’ 같은 숫제, 정양한 무학을 지향했다.
게다가, 내 박투술의 근간인 십초무적공이나 검술의 바탕인 ‘쾌검류’는 하나의 성질을 온전히 지닌 무공이라기보다, 무공을 펼칠 때 나타나는 자연계의 ‘현상’을 응용한 것들이므로, 마도나 정종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한 ‘싸움 기술’ 또는 ‘살인 기술’임에…….
내 공부의 상승이 백도 무인들의 전유물인 ‘환골탈태’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허…… 이 무심한 사람아! 세상에 환골탈태의 단계에 들어간 사람이 어찌 그리도 심심하게 반응하나?”
순간…….
동벽 선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 정작 더 어이가 없는 건 나였다.
“어르신. 제가 환골탈태의 초기 현상에 접어들었다 해서 바뀌는 게 있습니까…….”
“뭐?”
“저는. 지금 당장, 환골탈태 초기 현상이 아니라 그냥 머리털 다 빠지고 썩은 이가 새로 나고 뱀이 허물 벗듯, 묵은 피부를 모조리 벗은 진짜배기 ‘환골탈태’ 노(老) 고수들과 싸워야 한다 해도, 망설임 없이 싸워야 할 입장입니다.”
“…….”
“말인즉슨, 경지란 건 경지일 뿐, 제 일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없고 또 제가 환골탈태 초기라 해서, 환골탈태 이상의 기현상을 경험한 자들과 싸워 이기지 말란 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나는 실제로 전생에 나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을 많이 죽였다.
그때마다, 느낀 건 ‘경지’는 그저 경지일 뿐, 싸움에 있어 절대적인 나침반이 될 수 없으며 정작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마음가짐이란 것이었다.
“소윤 애비.”
“네, 어르신.”
“자네에게 또 한 번 놀라게 되는군.”
“대체 저한테 몇 번이나 놀라십니까? 이제 안 놀랄 때도 된 것 같은데…….”
“허허. 그러게 말일세. 나는 가끔 내가 꿈을 꾸는 게 아닐까 하네. 자네란 인간을 곱씹을 때마다 말일세.”
“…….”
“자네는 일견, 무공이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든. 모든 것에 무지성인 사람 같지만…… 가끔, 자네의 무학적 철학과 신념을 들을 때마다, 연신 놀라게 된단 말이지.”
“제가 무공엔…… 진심인 편이라 그렇습니다.”
“아닐세. 이 세상에 무공에 진심 아닌 무림인이 어딨겠는가?”
“…….”
“다만 자네는 젊은 나이지만…… 뭐랄까? 산전수전 다 겪은 일대종사의 기품 같은 게 느껴진달까?”
“저한테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 갑자기 왜 이렇게 띄워 주십니까…….”
“클클. 진심일세. 아마 검황 같은 무학의 정점에 서 있는 친구도…… 자네와 무공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 개안하게 될 걸세.”
“그러고 보니……. 어르신이 무림일존이라 불리는 검황 그분과 친분이 있으셨다고?”
“그러하네. 소싯적 막역했지.”
“하면 지금 뭐 하고 계십니까?”
“……뭐가?”
“그런 분과 친하다면서 왜 지금껏 소천문에 한 번도 초대를 안 하셨냐는 말입니다.”
“…….”
“친구 좋다는 게 뭡니까? 그런 사람이 소천문에 자주 다녀가고 그러면 우리 입지가 얼마나 올라가겠습니까?”
“자네…… 참 속세에 많이도 찌들었군. 예전에 내 산장에 살 때만 해도, 겸양하고 사양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사람이었거늘……. 쯧쯧.”
농담조로 던진 한마디에 동벽 선생도 슬쩍 조소 지으며 혀를 찼다.
나도 우스워서 킥킥거리다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어르신…….”
“뭔가?”
“검황 한 번 부르시죠.”
“???”
“제가 그분을 개안시켜드릴 테니까.”
* * *
이튿날-.
“형니이이이이임!!!”
웬일로 식전 댓바람부터 연우가 호들갑을 힘껏 떨었다.
나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녀석에게 물었다.
“뭔데, 그렇게 설레발이냐?”
“형님, 형님! 대박 사건입니다, 대박 사건.”
“글쎄, 뭔 일이냐고.”
“이것 좀 보세요!”
연우는 마치 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한 장의 서찰을 들이밀었는데 서찰의 내용은,
『진소천 문주에게.
진 문주. 석가장의 석대방이외다.
귀하와 소천문의 명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을 기뻐하며 나 역시 소천문의 발전을 먼발치에서 응원하고 있소.
우선, 시작한 운송업이 성황 중임에 진심으로 축하하며, 못난 아들을 맡겨둔 아비로서도 감사드리오.
금일 이처럼 문주께 서찰을 보내는 것은 다름 아닌, 강호에 큰 행사가 생긴 까닭이오.
나는 며칠 전, 사부신 청문도장께 연락을 받았소. 바로 무림맹이 주최하는 ‘무림 영웅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이었소.
또한, 현재 무림맹은 문주가 꼭 이번 대회에 참가해 주길 바라는 입장이라 들었소.
아무래도 문주가 사도맹의 호법사자와 대결하여 승리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하고, 더불어 이번 대회가 백도 정파뿐만 아닌, 흑도 사파를 포함한 강호 전체의 대회니 만큼, 중립에 서 있는 문주의 참가가 흑-백을 막론한 무림의 화합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보는 모양이오.
그 때문에, 나는 사부님께 꼭 문주를 초대하라는 ‘엄명’을 받았소.
물론, 내가 어찌 공사다망한 문주에게 ‘강권’할 수 있겠냐마는, 그간의 친분을 앞세워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꼭,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길 바라겠소.
추신 : 듣자 하니, 연우가 운송업이나 여타 사업과 관련하여 본 석가장의 영업 전략을 문주께 전했다 하더군요.
그 말에, 나는 기뻤는데 문주께 도움이 되었을지 참으로 궁금하오.
날씨가 덥습니다.
부디 더위 조심하시고, 강녕하시길 기원하오.
석가장 가주, 석대방 배상』
그러했다…….
근데 이 양반…….
사람 빠져나갈 구멍을 안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