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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8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80화

#80화

 

 

 

 

 

‘당일기…… 참 싱거운 놈이네.’

 

사천을 떠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득바득 기어오르더니 내 무공 실력을 보는 순간, 바로 인정해 버리고 ‘형님’ 소릴 내뱉을 줄이야…….

 

게다가 당소소마저 대뜸 날 오라버니라 부르겠다니 사실 좀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곰곰이 그에 대한 단상을 곱씹어보니 금세 당 씨 남매의 행실 또한 이해가 갔다.

 

‘많이 외로웠나 보네.’

 

그렇다.

 

내가 본 당소소, 당일기 남매는 어딘지 외로워 보였다.

 

부친은 전생의 ‘내’ 손에 죽임당했고 모친은 병들어 죽은 데다, 믿는 사람은 오직 조부가 유일했으니…….

 

게다가, 당문이 어떤 곳인가?

 

팔대세가 중 한 곳인 명문 무가답게 가문 안에서도 경쟁이 피를 튀기는 수준일 터다.

 

그런 살벌한 가문에서 살기 위해 두 사람은 외롭게 자랐을 것이다.

 

‘음…….’

 

그 때문에, 나는 한편으로 두 사람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천하의 당문 자손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나는 안다.

 

인간은 좋은 집에서 태어난다고 마냥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아무리 당문 가주의 손녀, 손자로 태어나면 뭐 하나?

 

마음 줄 데 없이 외로우면 모든 게 부질없거늘…….

 

‘…….’

 

그런 점에서 환생 후의 나도 그렇고, 소윤이도 그렇고…….

 

우리 부녀는 행복한 사람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집이 있고, 마음 붙일 수 있는 소천문 식구들이 있으며, 큰 걱정 없이 잘 먹고 사는 중이니.

 

고로…….

 

인간은 마음 편한 게 최고다.

 

최곤데…….

 

‘불편하네…….’

 

지금 내 마음은 그랬다.

 

발바닥에 자그마한 가시가 박힌 기분이랄까?

 

‘해사파 새끼들을 어떻게 하지…….’

 

이유는 바로 해사파였다.

 

해사파는 무시해도 될 만한 작은 문파가 아닌 까닭이다.

 

결국, 이번 운송 건으로 소천문과 해사파는 척질 거고, 놈들은 독을 다루는 집단인 만큼 악랄한 구석이 있다.

 

고로, 그들과 적대 관계가 된다는 건, 여러모로 피곤할 공산이 컸다.

 

‘확, 장문인 찾아가서 담판 지을까?’

 

솔직히 미친 척하고 그럴까도 생각해봤다.

 

당장 해사파에 쳐들어가 장문인을 만나 내가 니들 문파 몇 놈 죽이고, 장로 한 놈 모가지 땄는데 그럴 만한 사정이었다. 불만 있으면 한판 뜨던가!

 

하고 으름장을 놔보면 어떨까?

 

하나 나는 이내 고갤 저었다.

 

 

 

 

 

* * *

 

 

 

 

 

“아빠야!”

 

딱 칠주야…….

 

나는 당초 계획대로 불과 7일 만에 당문까지 음양마고를 운송하고 다시 돌아왔다.

 

밀린 집무가 산더미 같다며 일동은 당장 날 문주실로 끌고 가려 했지만, 나는 모든 걸 미루고 우선 소윤이랑 밥부터 먹었다.

 

“아빠야. 이제 소윤이 혼자서 책 잘 읽는다?”

 

“벌써 책을 혼자 읽어?”

 

“응. 천자문은 곧 잘하는데?”

 

“진짜 천재네…….”

 

“헤헤-”

 

소윤이는 최근 혼자 독서를 시작했다.

 

작년부터 글자를 줄곧 잘 읽었지만, 올해부터는 공부에 속도가 붙어 이젠 독서가 가능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 때문인지 소윤이는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을 종일 조잘거렸는데, 다섯 살이 돼서 그런지 발음도 정확해져 이젠 마냥 아기라기보단, 어린이에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소윤아. 너는 글공부가 재밌어, 아니면 무공 익히는 게 재밌어?”

 

“응? 둘 다.”

 

“문무를 겸비할 생각인가?”

 

“응?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문무를 겸비했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능력을 익혔다는 거니까?”

 

“뭐?!”

 

나는…….

 

순간 기함했다.

 

아무리 아이들이 한 살, 한 살 다르다지만 고작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아니…….

 

다 떠나서, 애당초 그래봤자 이제 다섯 살인데 ‘문무를 겸비’한다는 말을 이해 한다고?

 

이게 말이 돼?

 

“무섭구나, 소윤아. 이제 니 앞에선 말도 함부로 못 하겠다.”

 

“응? 당연하지. 내 앞이라 아니라 어디서든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야, 아빠야.”

 

“뭐?”

 

“공자님이 이르길, 인간의 모든 화는 입으로 생기는 거랬어. 그러니까 아빠. 어디서든 말조심해야 해. 알겠지이?”

 

“…….”

 

“알겠냐고오-.”

 

“……알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중원 제일 천재 딸내미는 분명, 학당에 다닐 나이가 되면 내 지식의 총량을 압도하고 말 것이란 걸.

 

그것은 무식한 아빠와 똑똑한 딸내미란 지상 최악의 조화가 성립될 것을 의미하는바…….

 

‘큰일이네…….’

 

나는 덜컥 두려움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무식한 건 아니다.

 

아니.

 

마교 출신 칼잡이 중에 나처럼 똑똑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하나, 소윤이는 나와 비교조차 안 되는 진짜 천재였다.

 

이건 내 새끼니까 마냥 이쁘고, 천재일 거란 근거 없는 망상에 둘러싸인 세상 모든 아비의 ‘착각’이 아닌 ‘진짜’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

 

우리 부녀의 대화를 듣던 글 선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무거워졌다.

 

‘글 선생. 대체 소윤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요? 얘 왜 이렇게 똑똑해?’

 

나는…….

 

무언(無言)의 눈빛을 통해 글 선생에게 그리 물었고,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문주님.’

 

글 선생 역시 그렇게 대답하는 듯했다.

 

‘후…….’

 

나는 원래 소윤이를 후 대의 ‘검후’로 만들 요량이었지만.

 

‘학자로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

 

이쯤 되면, 무공보다 학문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참 마음이 싱숭생숭한 순간이다.

 

‘…….’

 

아빠로 산다는 것.

 

쉽지 않다.

 

 

 

 

 

* * *

 

 

 

 

 

“결국…….”

 

“또 사고를 치신 셈이네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럴 줄.”

 

“이젠 뭐…… 놀랍지도 않습니다.”

 

일동, 이동, 삼동이와 연우는.

 

내 이번 ‘사천 여정’의 과정을 듣더니 나지막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이번엔 억울했다.

 

물론 사고라 보면 사고를 친 셈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번에 굉장히 자중했고, 인내력 또한 극한으로 발휘했기 때문이다.

 

일단 내게 먼저 암수를 쓴 해사파 놈들을 모두 죽이는 대신, 어느 정도 자비를 베풀었고 시건방진 당일기에게도 인정을 베푼 덕에, 사천당문이란 명가의 ‘인맥’이 생긴 참인데, 왜들 지랄인지.

 

“이것들아. 반응이 왜 이래? 나는 니들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게다가 나는 당문의 가주에게 무려 금원보 3개를 추가로 받았다. 이런 대단한 사업가 기질을 발휘했건만 잘했다고 칭찬은 못 해줄망정, 웬 한숨?”

 

나는 어이가 없어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내 물음이 더 어이없었는지 연우가 고갤 흔들며 말했다.

 

“형님. 그래서 그럽니다, 그래서. 세상에 당문 가주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뭐라고요? 당문 가주한테 ‘뭐 없습니까?’라고 했다고요? 형님. 보통 제정신인 사람은 그런 짓 안 해요…….”

 

듣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웃겨서 나는 킥킥거렸는데 그러다가 이내 표정을 바꾸고 다시 말했다.

 

“연우야. 강호인은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실리를 놓치고 산다. 만약 내가 사람 좋은 척, 사양했다면 누가 공을 알아주냐? 실제로 나는 이번 운송으로 해사파와 척지게 됐다. 응당, 그 정도 보상은 받는 게 맞지.”

 

“네, 네. 그래야죠. 그러시겠죠.”

 

“너 같은 부잣집 아들내미가 뭘 아냐?”

 

“뭐요?!”

 

“이래서 나는 금수저가 싫다. 있는 집 새끼들은 없는 사람 마음 X도 모르거든.”

 

“아니, 거기서 그 말이 왜 나와요? 저는 상식을 말하는 거라고요, 상식.”

 

“상식 많아서 좋겠다.”

 

“네?”

 

“체력도 상식처럼 많은지 시험해보마.”

 

“갑자기요?”

 

“문도 전원 광양산 정상까지 집합한다. 어차피 신입들 실력도 가늠해볼 요량이었고 그간 너희가 농땡이는 안 부렸는지도 시험해보겠다.”

 

나는 느닷없이 화제를 ‘수련’으로 바꿨다.

 

논리적으로 연우와 입씨름해,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분야로 유도한 것이다.

 

“아…….”

 

“후…….”

 

“오자마자 저러시네…….”

 

“에라…….”

 

그러자, 동동이들과 연우의 한숨이 짙어졌다.

 

나는 피식- 조소를 머금고 먼저 나서며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너희 네 사람은 수련 강도를 올린다. 이제 너희도 웬만한 고강도 수련은 버틸 만한 육체와 정신력을 얻었을 테니까.”

 

“…….”

 

“…….”

 

“…….”

 

“…….”

 

우선…….

 

복잡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저놈들이나 나나 무림인이니 무공부터 옳게 하자.

 

 

 

 

 

* * *

 

 

 

 

 

“끄아아아앙…….”

 

“끄으으으윽…….”

 

“문주님. 저희 죽습니다…….”

 

내 ‘수라 나찰 수련’은 신입 문도들에게 이름에 걸맞은 ‘고련’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놈들은 거의 한 식경 주기로 비명을 지르거나 혼절하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뺨따귀를 후리며 내뱉었다.

 

“이거 못 버티고 죽는소리할 거면 그냥 죽어라. 어차피 살아봤자 쓸모없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

 

나는…….

 

비싼 소윤단 처먹고 설렁설렁 수련에 임하는 문도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다.

 

그런 나약한 놈들은 살벌한 강호에서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강호의 대부분이 그렇다.

 

누군가의 그늘에 가려져 잘 돼봤자 일류나 이류로 끝나고 그마저도 풍파에 휘말리면 칼침 맞고 객사하는 인생이 무림인인바…….

 

물론 그중, 특별한 재능을 지녔거나 출신 성분이 뛰어나거나 그도 아니면 돈 많은 집 아들, 딸이라 어릴 적부터 벌모세수니, 영단이니 온갖 거 다 처먹고 절정 고수가 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소천문 문도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입문자를 급격히 늘리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나는 최소한……. 너희가. 너희 하나하나가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고, 또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고자 한다면 길은 하나뿐이다. 그냥 수련하다가 죽겠다는 각오로 정진하는 거다. 실제로 죽음 직전까지 가지 않으면 무공은 크게 늘지 않는다.”

 

“문주님…….”

 

“문주님…….”

 

내 말에…….

 

신입 문도들의 눈에 비장한 빛이 번뜩였다.

 

물론…….

 

이 모든 게 ‘정신 세뇌’의 일종이란 사실을 잘 아는 동동이들, 연우, 본래 문도들은 콧방귀 뀌고 있었지만.

 

“너희는 이제 소천문의 문도다. 그간, 어디서 뭐 하면서 살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소천문의 문도가 된 이상 강해야 한다. 소천문은 강한 자들의 ‘집’이니까.”

 

어쨌든,

 

“알겠습니다, 문주님!”

 

“죽을힘을 다해 수련을 버티겠습니다.”

 

“아니! 그냥 죽더라도 수련하다 죽겠습니다!”

 

내 현란한 말빨은 신입 문도들의 나약한 영육에 경종을 울렸다.

 

물론 저것도 오래가진 않을 거다.

 

사람이란 게 오늘은 비장했다가 내일은 나약하다가 또 모레는 아무 생각 없다가…….

 

결국, 왔다 갔다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살살 꼬셔도 보고 다독여도 보고 때로는 두들겨 패기도 하고. 그렇게 놈들을 끌고 가는 게 내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금일 구타 수련은 내가 직접 참가한다. 방식은 간단하다. 부문주 포함 너희 모두 한 편이 되어 나와 싸우는 거다. 참고로 너희는 무기를 사용해도 좋다. 물론, 나는 맨손으로 임할 테니 너희가 유리하지? 그럼 건투를 빈다.”

 

“무, 문주님!”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우리가 문주님을 공격해도 된다고요?”

 

내 명령에 신입 문도들이 놀라운 눈으로 두리번거렸다.

 

아마, 진짜 문도가 병기를 들고 문주를 공격해도 되나 싶겠지?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나는 까득- 주먹을 말아 쥐고 씩 웃으며 녀석들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당연하다.”

 

“…….”

 

“지옥에선 문주와 문도의 구분이 없으니까.”

 

나는 오늘…….

 

놈들의 ‘인격’을 일시적으로 박탈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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