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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7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8화

#78화

 

 

 

 

 

“누님. 저 진소천이란 자는 뭘 믿고 저리 싸가지가 없습니까? 제깟 놈이 최근 이름 좀 날리면 날린 거지. 감히 본가에서 저런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여도 되는 겁니까? 그리고 또 누님은 뭐 때문에 저런 작자를 대우해주신 겁니까? 당최 이해가 안 갑니다!”

 

사천당문(四川唐門).

 

당 씨 혈족 중심으로 구성된 무가(武家)로, 당가(唐家)라 불리기도 했는데 사천당문은 사천 최고의 무가이며 강호 최고의 ‘독’ 전문 집단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또한 무림맹의 고위 인사 중 다수가 당문 출신이며, 팔대세가로 대변되는 명문 무가와 교류가 끈끈해 무림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 때문일까?

 

가주 당문철의 손자, 당일기는 다소 거만한 구석이 있었다.

 

특히, 자존심이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그런 당일기로선 진소천에게 낮은 자세로 일관하는 누님, 당소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일기야. 말조심해. 진 소협은 일문의 문주시다. 또한, 본가의 표물을 운송해주신 분인데 함부로 대할 수 있겠니? 엄연히 우리가 먼저 실수하기도 했고…….”

 

반면…….

 

당일기와 다르게 매사 차분한 당소소는 흥분한 동생을 다독였다.

 

만약 이 사태의 시시비비를 명백히 따진다면…….

 

손님을 문전 박대한 문지기의 실수도 있을 테고 다짜고짜 그에게 꿀밤을 먹인 진소천의 과실도 있다.

 

하나 일단, 진소천은 당문의 표물을 운반해준 사람이고 그것은 보상해 마땅한 일임에, 당소소는 예의를 다한 것이었다.

 

“누님. 그래도 이해가 안 됩니다. 다른 거 떠나서 감히 그자가 뭘 믿고 본가 사람을 때릴 수 있단 말입니까? 소천문? 그런 듣도 보도 못한 잡파의 문주도 존주 대접을 해야 합니까? 더구나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그자는 강호에 출도한 지 이제 1년 됐다던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강호 선배 아니에요?”

 

그런데도 당일기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지 역정 서린 얼굴로 말했다.

 

사실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아무리 진소천이 귀빈이라도 문지기의 무례함에 대뜸 꿀밤을 먹인 건, 당문 역사상 유례가 없는 미친 사건(?)임이 틀림없으니.

 

“일기야. 나도 동감하는 바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그분은 태화방의 의뢰를 받고 본가를 찾은 손님이잖니. 너도 알다시피, 본가와 태화방은 동맹이나 마찬가진데. 진 소협을 타박하는 건, 곧 태화방을 무시하는 일이야.”

 

“후……. 일단 알겠습니다, 누님. 하나 한 번만 더 그자가 오만하게 군다면…… 그땐 좌시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분도 더 이상 무례를 범하진 않을 거야.”

 

당일기는 여전히 붉으락푸르락 얼굴이 상기된 채였지만…….

 

당소소의 말대로 한 번은 참기로 한 뒤, 접객실을 나섰다.

 

‘진소천이라…… 정말 저런 개떡 같은 자가 사도맹의 호법사자를 이겼다고? 믿을 수가 없군.’

 

어쩌면 그는…….

 

생각보다 사도맹의 호법사자인 육광이 별 볼 일 없거나, 아니면 진소천이 꼼수를 부려 승리를 쟁취한 게 아닐까 하는 짙은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 * *

 

 

 

 

 

이튿날-.

 

“꺼억…….”

 

사천식 요리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나는 전날 목욕재계 후, 시비가 가져다준 백색 무복을 걸치고 술도 한잔했는데 기상하자마자, 매콤한 사천요리를 다시 요청해 밥을 두 그릇도 넘게 해치웠다.

 

더불어 거나하게 트림도 한 번 해주니, 날 보는 시비의 눈이 기이하게 흔들렸는데 그 눈빛을 해석하면 ‘뭐 저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정도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눈치 보지 않았다.

 

일단 나는 이번 운송에서 당문에 공을 세웠고, 이 정도 공이면 귀빈 중 귀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바.

 

“저기, 소저.”

 

“네?”

 

“한 그릇 더 주시오.”

 

“아…… 네.”

 

또 언제 먹게 될지 모르는 사천요리를 최대한 즐기는 데 전력을 다하기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허허…….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외다. 태화방의 의뢰를 받고 오셨다고?”

 

그때…….

 

내가 머물던 객실 문을 열고 기골 장대한 노인과 어제 접객당에서 봤던 당소소, 당일기 남매가 들어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노인이 당대 사천당문의 가주인 ‘당문철’임을 알아차렸다.

 

“당문의 가주 되십니까?”

 

순간, 나는 젓가락을 놓고 일어나 가볍게 포권하며 묵례를 곁들였다.

 

나보다 한참 선배격이기도 하고, 강호 팔대세가의 가주라, 나 같은 또라이도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렇소. 내가 당문의 가주, 당문철이외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소천문의 진소천입니다.”

 

“진 문주. 나 또한 반갑구려. 잠시 앉아도 되겠소?”

 

“당연하지요. 앉으십시오.”

 

나는 당문철에게 착석을 권유했다.

 

권유했는데…….

 

“꺼억…….”

 

순간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거대한(?) 트림이 나오는 게 아닌가?

 

“…….”

 

“…….”

 

“…….”

 

“죄송합니다. 제가 좀 과식했군요.”

 

이건…….

 

명백한 내 실수가 맞다.

 

 

 

 

 

* * *

 

 

 

 

 

나는 당문철과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전생에 내가 죽였던 당문의 인물이 바로, 당소소와 당일기의 부친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괜히 당소소와 당일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달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복기하건대…….

 

나는 사실 그때 진짜 죽을 뻔했다.

 

그만큼 당문철의 아들이자, 당소소, 당일기의 아비였던 당운성은 암기의 달인이었고, 그가 펼치던 만천화우(滿天花雨)의 화후가 조금만 더 극에 달했다면 죽는 건, 나였을지도 몰랐다.

 

“허……! 진 문주. 그게 사실이오?”

 

“사실입니다, 가주님.”

 

그러거나 말거나…….

 

내 무거운 마음을 알 리 없는 가주 당문철은 ‘음양마고’를 운송하던 중 내가 겪은 일화를 듣고 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태화방의 간자가 해사파 인물이었구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바요. 해사파는 음양마고를 두고 본가나 태화방과 적잖은 교전을 해왔소. 비단 음양마고 뿐이겠소? 그들 또한 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집단이니만큼 오랜 세월 우리와 대치해 왔는데 아무래도 이번엔 선을 넘은 것 같소.”

 

“그렇군요. 아무튼 제가 알아낸 사태의 전말은 그러합니다. 사실, 제 임무는 음양마고를 당문까지 운송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해사파의 인물들을 고문까지 해가며 정보를 취합했으니 오지랖을 부린 셈이군요.”

 

과연…….

 

가주 당문철은 내 말을 알아들을까?

 

그래. 알아듣겠지?

 

어차피 저 양반도 강호 바닥에서 똥 맛 쓴맛 다 겪고 최정점에 올라선 늙은 여우니…….

 

말인즉슨 나는 당가 놈들에게 지금 내 공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음양마고의 운송비는 태화방으로부터 받았지만.

 

음양마고와 관련된 정보 일체의 값은 치러야 할 거 아닌가?

 

“진 문주. 오지랖이라니요. 당치 않소. 귀하가 이토록 신경을 써준 덕에 본가나 태화방은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으니…… 외려 감사해야 할 일이지요.”

 

그건 당연한 거고요, 영감님.

 

그러니까 내 말은…….

 

“혹시…… 가주님.”

 

“말하시구려, 진 문주.”

 

“아…… 아닙니다.”

 

“왜 그러시오? 할 말이 있거든 개의치 마시고 하시오.”

 

“그게…….”

 

주저하는 날 보며 살짝 비릿하게 웃는 당문철의 얼굴을 심유히 살펴보니…….

 

저 양반, 저거…….

 

내 의도를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게 분명했다.

 

“뭐 없습니까?”

 

그래서 나도 그냥 본론을 갖다 박았다.

 

애당초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능구렁이처럼 나오면 나도 미X놈처럼 나가는 게 상책이고 그게 실사구시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 * *

 

 

 

 

 

다행히…….

 

당문철은 내 공로를 인정해주었다.

 

근데 이게 또 생각보다 너무 크게 인정을 해줘 버리니 다소 황송한 마음도 들었는데,

 

“진 문주. 강호인끼리의 은혜와 배려를 어찌 재물로 보상할 수 있겠냐마는…… 본가의 성의라 생각해주셨으면 하오.”

 

무려 금원보 3개라는 거금을 건넨 까닭이다.

 

솔직히…….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러잖아도 나는 전생에 당문철의 아들을 죽인 원수나 마찬가진데.

 

눈앞의 사내가 원수인지도 모르고 선심 쓰는 당문철에게 미안하기도 한 데다, 이미 태화방에게 운송료를 받았는데 이중으로 돈을 받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뭐…… 사실 이번 일 때문에 소천문은 해사파와 척진 셈이기도 하고. 앞으로 그들이 시비를 걸어올 수 있으니 가주님이 주신 돈은 본문의 경비 강화 및 전력 보강에 쓰겠습니다.”

 

나는 금세 ‘철저한 논리’를 앞세워 나의 탐욕을 합리화했다.

 

물론 가주 당문철도 내 논리를 십분 이해했을 것이다.

 

솔직히, 천하에 어떤 표국이 한 문파와 척지면서까지 오지랖 넓게 나서 그들을 납치, 고문하고 내부 정보를 탈취해 전달하겠나?

 

그런 점에서 나는 시대를 대표하는 ‘양심 표사’, ‘한 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의 화신’, ‘어떤 상황에도 표물을 수호하고 의뢰인의 이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믿을 수 있는 사업가’가 아닐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금원보 3개의 수익을 달성하고도 한동안 당문철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예상대로 당문철은 항간에 도는 내 소문을 익히 들은 모양이었다.

 

그는 나같이 젊은 사람이 어떻게 백귀호, 노정주, 육광 같은 고수를 꺾은 건지 궁금해했고, 또 내 출신 성분에 대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하나 나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양을 떨었고 또 내 출신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렸다.

 

“진 문주.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소. 사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으면 며칠 진 문주를 잡아두고 무(武)에 대한 담론을 펼치고 싶다만…… 무림맹의 일도 있거니와, 해사파와의 은원도 정리해야 하기에 나는 이제 자리를 비우겠소. 문주만 원하시면 얼마든지 사천에 머물며 쉬다 가셔도 좋소.”

 

“아닙니다, 가주님. 저도 공사다망한지라 이제 가봐야지요.”

 

“그럼 보중하시오.”

 

“보중하십시오.”

 

그렇게 당문철과 나는 다음을 기약하고 짤막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가 본 당문철은 생각보다 진솔했고 명문 무가 특유의 권위주의적 의식이나 선민의식을 가지지 않은 괜찮은 사람인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당문철이 자리를 비운 뒤에야 비로소 벌어졌다.

 

“진 문주.”

 

“말하시오, 당 소협.”

 

나 역시 음양마고와 해사파의 정보를 모두 전달한지라 막 자리를 뜨려는 찰나.

 

당일기가 다소 격앙된 음성으로 날 불러세웠다.

 

“조부님께서 결정하신 사안이라…… 사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오?”

 

“귀하는 태화방에게 운송비를 받았소. 한데, 굳이 조부님 앞에서까지 천박하게 돈 이야기를 꺼냈어야 합니까?”

 

“천…… 박?”

 

“그렇소. 천박. 귀하가 최근 섬서에서 명성을 좀 날린 건 알겠는데…… 참으로 천박하다고 느껴지는군요.”

 

천박이라…….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놈의 새끼라지만 돈 버는 일을 천박하게 볼 수 있다니?

 

나는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그만,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뭡니까, 진 문주. 지금 내 말이 웃깁니까?”

 

그러자, 당일기는 흥분했는지 콧김을 씩씩 뿜었고, 당소소는 난처한 얼굴로 그를 만류했는데…….

 

“당 소협. 부디 조상들께 감사하시오.”

 

“???”

 

“당신 조상이 아니었으면 난 지금 당신의 뺨따귀를 후렸을 거요.”

 

솔직히…….

 

내가 전생에 네 아비를 죽인 죄로.

 

한 번은 참아주는 거다.

 

이 발칙하고 X만 한 애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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