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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7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5화

#74화

 

 

 

 

 

무림맹 본청-.

 

“맹주님.”

 

“어서 오시오, 장 대주.”

 

최근 1년.

 

무림맹 본청은 환란의 국면 속에 부산스러웠다.

 

천지사방에서 발생하는 마교와의 교전이 장기전으로 치달았고 강호의 정세가 급변할지 모른다는 ‘새 시대’의 두려움과 기대감에 무림 전체가 흔들렸으니…….

 

명실공히 강호의 절반을 견인하는 무림맹의 맹주, ‘남궁학’의 입장에선 근심이 나날이 늘어갔다.

 

“생각보다 복귀가 늦으셨구려, 장 대주.”

 

“그렇습니다, 맹주님. 그간은 일선에서 벌어지는 마교와의 교전에 집중하는 바람에, 최근 반년간 본맹이 소홀했던 중원에 여러 일이 있었던지라. 다소 복귀가 늦어졌습니다.”

 

“이해하오. 확실히…… 그간 본맹은 마교와의 대치에만 몰두하여 내실을 소홀히 했소.”

 

“해서 오늘은 강호의 미래를 논의 드릴까 합니다.”

 

“강호의 미래라……. 나 역시 짐작 가는 부분이 있구려. 본맹이 마교와 대척하고 있는 사이, 사도맹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들었소. 그와 관련된 게 아니오?”

 

“음……. 분명 사도맹과도 관련이 있으나, 정확히 말하면 사도맹의 일이 아닌, 섬서의 아주 작은 문파의 일입니다.”

 

“섬서의 아주 작은 문파라?”

 

“그렇습니다.”

 

무림맹 첩보대의 대주, 장자광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맹주님이 공사다망하신지라 보고되지 않은 사안이지만…… 이젠 아셔야 할 듯합니다.”

 

“허……. 장 대주. 무슨 일이길래 그리 뜸을 들이는 거요?”

 

“맹주님. 최근 1년 사이 섬서 장안이란 곳에서 ‘소천문’이란 문파가 개파되었습니다.”

 

“소천문이라? 생소한 이름이구려.”

 

“그러실 겁니다. 아직 문도 20여 명에 지나지 않은 작은 문파니까요.”

 

“한데 어찌 그러시오?”

 

“그 소천문의 문주가 진소천이란 자인데 그자의 행보가 독특합니다. 우선 진소천이란 자는 섬서의 방비가 소홀해진 틈을 타 창궐한 여러 마적단을 각개로 해치우고 청방이란 조직을 와해시킨 뒤 개파했는데…… 이후 혈혈단신으로 전(前) 사도맹 출신의 백귀호가 세운 흑사회를 무너뜨리고 연달아 노가살수문을 봉문시켰으며, 얼마 전 사도맹의 30대 호법사자로 알려진 육광과의 비무에서 승리하였다고 합니다.”

 

장 대주의 말에 맹주, 남궁학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세상에…… 대체 진소천이란 자가 누구길래? 혹시, 구파일방의 출신 중, 파문당한 자라거나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은둔 고수요?”

 

“구파일방 출신은 아닙니다. 은둔 고수일지는 모르겠으나 듣기로 나이가 이립(서른)이 채 되지 않았다 했으니, 초야에 묻힌 고수라기에도 어리지요. 다만…….”

 

“…….”

 

“그자의 무공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히 눈부실 만큼 말입니다.”

 

“강호의 초신성이 등장했다는 것인가…… 허허.”

 

맹주 남궁학의 안면에 웃음이 내걸렸다.

 

사실…….

 

최근에야 마교가 마도천하를 외치며 중원 제패의 야욕을 드러냈지만.

 

지난 10여 년을 돌이켜보면 강호는 태평성대를 보냈다.

 

특히 정파로 구성된 백도무림은 더 그런 경향이 짙었는데, 구파일방과 팔대세가로 대변되는 대형 문파의 제자만이 젊은 층의 최고수라 불리는 ‘백도구봉’의 일원이 되었고, 강호의 모든 권력과 이권을 기존 명문정파가 독점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난세엔 영웅이 등장하고, 또 그 영웅은 ‘새 시대’의 변혁을 선도하기 마련인바.

 

아직 단언하긴 시기상조였지만 남궁학은 진소천의 행보에 강한 호기심와 기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맹주님. 그뿐만 아닙니다.”

 

“또 무엇이오?”

 

“진소천은 노가살수문을 봉문하는 과정에서 무당파의 주영천 선배와 협력하였다고 알려졌으며 사도맹의 육광과 비무를 치를 땐, 사도맹주가 직접 장안에 당도하여 비무를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허! 그랬단 말이오? 하면, 정파 측에선?”

 

“화산파의 청문도장과 종남파의 원일도장이 참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된 정보는 섬서 분타에서 활동 중인 화산 측 인물에게 입수한 것임으로, 틀림없습니다.”

 

“진소천이란 자는 인맥도 대단하구려. 하면 지금 그자는 본맹에 가입을 한 상태요?”

 

“아닙니다. 청문도장과 원일도장이 권유했으나 거부했다고 합니다. 아마 특정 계파에 종속되기보다 자체적으로 세력을 불릴 생각인 듯합니다.”

 

“아쉽구려. 이런 시국에 그와 같은 자가 본맹의 일원이 된다면 백도의 홍복일 것을…….”

 

“하나 진소천은 확실히 정도(正道)를 지향하는 성격이라 하니, 넓게 보면 백도의 인물로 분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소.”

 

“그래서 말입니다, 맹주님.”

 

“말씀하시구려.”

 

“모처럼 영웅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떠할는지요?”

 

장 대주의 물음에 맹주, 남궁학이 다시 한번 놀란 눈초리로 물었다.

 

“영웅대회? 지금 이런 시국에 그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하겠소?”

 

“맹주님. 본맹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곳엔 많은 인재가 포진되어 있습니다. 영웅대회를 통해 인재를 구분하고 또 양성한다면 마교와의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이 시점에 도움이 되지 않을는지요?”

 

“음……. 그도 일리는 있지만……. 사실 현 백도무림의 인재라 해봤자,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 결국 명문들의 잔치 놀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오.”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영웅대회라 해서, 꼭 백도에 한정시킬 필요가 있습니까?”

 

“하면……?”

 

“이번 영웅대회는…… 백도와 흑도가 함께하는. 한 마디로 마교를 제외한 전 강호인이 참가하는 단합 대회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제안이다.

 

하나 만약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경직된 현(現) 강호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릴 기회임이 틀림없었기에…….

 

맹주, 남궁학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이긴 하나 확실히 성사된다면 기회겠구려. 그러잖아도, 현 강호의 후기지수들에겐 자극이 필요하니. 후대의 무인에게 경종을 울릴 계기가 될 거요. 하지만…… 과연 흑도에서 협조할지 의문이오.”

 

“사도맹주와 한 번 자리를 마련해보시지요.”

 

“사도맹주라…….”

 

“맹주님이 직접 나서기 그러시다면…… 제게 권한만 주십시오. 제가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소, 장 대주. 그대가 이 일을 맡도록 하시오.”

 

 

 

 

 

* * *

 

 

 

 

 

당초, 태화방 오원중에게 말하길 나는 한 달의 시간 안에 음양마고를 운송하겠다 약조했지만…….

 

사실 한 달 내내 운송에 매달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열흘의 목표를 잡고 쾌경보를 전력을 펼쳐 길을 나선 참인데.

 

‘열흘도 너무 길지.’

 

문득, 나는 열흘도 길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내가 조금 더 고생해서 열흘을 칠주야(일주일)로 줄일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나는 7일 만에 금원보 3개를 획득하는 고금제일 최고급 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성으로 달린다.’

 

그 때문에 나는 쾌경보를 전력으로 펼치는 건 물론, 식음을 전폐하고 거친 산로와 육로를 헤쳐나갔다.

 

일단 밥 안 먹고 잠 안 자는 건 최근 ‘3무 수련’을 통해 익숙해진 상태고, 체력이야 본래 내 ‘전문’ 분야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에게 무리가 될지언정, 내겐 큰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운송을 최단기간으로 줄이려 하는 것은.

 

바로 소윤이 때문이다.

 

일단…… 소윤이는 잘 다녀오라며 격려를 해줬지만.

 

우습게도 이젠 내가 소윤이 얼굴 안 보면 못 버틸 지경이 돼버린 까닭이다.

 

심지어 명상 수련 때도 소윤이 얼굴이 아른거리니 이게 그 딸 바보인가 뭔가 하는 그걸까?

 

몇 번이던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해봤다.

 

분명 나는, 전생에 마교 살수회 대장 진소천이었고, 환생을 통해 사냥꾼 진소천의 몸속으로 빙의되었건만.

 

대체 왜 소윤이에 대한 부정(父情)이 이토록 클까?

 

그때마다 나는 몇 가지 결론을 도출했는데 첫째가 몸의 원주인이던 사냥꾼 진소천의 강한 본능이 딸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고…….

 

둘째는, 소윤이가 말도 못 하게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란 확신이 들었다.

 

일단…….

 

필설로 형용키 힘들 만큼 소윤이는 귀엽다.

 

비단, 똑똑하고 말 잘해서 귀여운 게 아니다.

 

어린 나이에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예뻤고, 또래처럼 떼를 쓰거나, 귀찮게 하거나, 또 울고불고 매달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게다가…….

 

나는 가끔 소윤이에게 내 유년 시절을 투영했다.

 

천애고아로 저잣거리 떠돌며 구걸하던 시절…….

 

나는 그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를 소윤이에게 쏟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생각 또한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흐려지고, 또 무뎌지는 걸 보면.

 

이제 소윤이는 그냥 내 딸일 뿐이고 나는 그저 소윤이 애비니까 내가 소윤이 생각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인 셈이다.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소윤이 아빠 진소천이니까.

 

‘후…….’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내달리기를 하루.

 

나는 장안에서 하루 만에 섬서의 끝자락인 녕강(寧强)까지 당도했는데 지금부턴 육로가 아닌 수로(水路)를 이용해야 했기에 내 ‘무지성 질주’는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 *

 

 

 

 

 

“사천까지 가는 배편이 언제 있소?”

 

부둣가로 도착한 나는 곧장, 사천성으로 진입할 배편을 알아봤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강가 보이는 객잔에 앉아 차 한잔하는 것도 낭만적이겠지만 시간을 줄이려면 한시도 낭비할 수 없었다.

 

“어찌합니까, 대인. 오늘은 사천으로 가는 상선이 모두 끊겼습니다요.”

 

“상단에서 나가는 화물선도 상관없소. 불편해도 괜찮으니 부탁하오. 웃돈을 주겠소.”

 

“하……. 대인. 미안하지만 화물선도 오늘은 출항하지 않습니다.”

 

“방법이 없소? 시간이 부족한데…….”

 

“정 그러하시면 한 번 알아볼까요?”

 

“그래 주면 고맙겠소.”

 

나는 뱃사공에게 은자 한 냥을 건네며 부탁을 했다.

 

아깝지만, 사람이 받아먹은 게 있으면 양심상 뭐라도 하는 법이니 이럴 땐, 두둑이 밀어 넣는 게 상책.

 

“대인!”

 

역시.

 

한 식경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뱃사공은 대여섯의 사내를 대동하고 다시 나타났다.

 

“대인. 이분들은 소금을 파는 상인이신데 새벽녘 사천으로 출발할 예정이셨답니다. 한데, 대인의 사정을 말하니 웃돈을 주면 미리 출발하겠다고 하는데 어쩌시겠습니까?”

 

뱃사공의 물음에 나는 소금 상인들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그냥 장사꾼들이 아닌데…….’

 

나는…….

 

대번에 사내들이 일반 상단의 상인이 아닌, 무공을 익힌 자들임을 간파했다.

 

물론, 그를 간파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내들의 기도가 평범하기도 했고, 일체의 병장기도 소유하지 않은 데다 영락없는 장사꾼 행색이었으니.

 

하나, 나는 그들의 ‘호흡’과 보법을 읽었다.

 

사내들의 호흡은 특정한 규칙에 따라 토납되고 있었고 내딛는 걸음걸이의 보폭이 일정하다는 건, 그들이 무인임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얼마 주면 되겠소?”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강호에서 먹고 사는 상인 중, 무공 익힌 자들이 어디 한둘인가.

 

게다가 무공을 익힌 자든 아니든 사실 그건 중요하지도 않다.

 

만약 누군가 내게 헛짓거릴 한다면?

 

그날이 바로 그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은자 열 냥 주시오.”

 

내 물음에 상인 하나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어차피 가는 길인데다, 상선도 아닌 화물선에 얹혀 타는 뱃삯으로 은자 열 냥이라…….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지만, 시간을 줄이는 게 더 이득이니 그냥 끄덕였다.

 

“좋소. 그럼 당장 출발합시다.”

 

“따라오시오.”

 

그렇게 나는 장사꾼 놈들에게 눈탱이 맞으면서도 결국 뱃길에 올랐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배였다.

 

게다가 짠 내 나는 소금 더미가 갑판 전체에 산더미처럼 쌓인지라 냄새도 심한 데다, 상인들의 머릿수도 30에 달했기에 편히 가기는커녕, 종일 선 채로 코를 막고 강을 건너게 생겼다.

 

츠이이이익-!

 

그때…….

 

배가 출발함과 동시에 품속에 넣어두었던 ‘철갑 상자’에서…….

 

음양마고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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