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7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2화
#71화
“이동 형님. 오늘은 우리 2번대가 이길 겁니다.”
“웃기지 마라, 이동아. 내가 그래도 너보다 형이다. 아무렴 지겠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죠. 흐흐.”
“와라, 이놈아. 낄낄.”
“2번대 제군들. 준비됐나?”
“준비됐습니다!”
“1번대 제군들. 자~ 드가자.”
“가자아아아아!”
경쟁은 인간의 향상심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체재.
나는 이미 수없이 겪어봤기에 경쟁이 무공 증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 때문에 문도들을 10명씩 나누어 경쟁하게 했는데 그 효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번대, 이것들아. 오늘은 우리가 이긴다!”
“어림도 없지, 새끼들.”
투다다다다다다다-!
이동이 이끄는 1번대와 삼동이 이끄는 2번대는 ‘실전 구타’ 시간이 되면 피 튀기는 패싸움을 벌였다.
하루는 맨손으로 박투 대결을 펼치고…….
또 하루는 목검, 또 하루는 각자 취향대로 병장기를 취사선택했는데 승률은 도긴개긴이고 문도들의 무공 향상 속도는 예전보다 증가했다.
‘경쟁이 좋은 것도 있지만…… 내가 잘 가르친 덕분이지.’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무공의 무(武)자도 모른 채 그저 건강, 단순, 무식함으로 승부하던 문도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강해진 것은.
바로 동벽 선생의 ‘소윤단’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윤단’은 그만큼 공력 운영에 문외한인 민간인에게도 효능이 탁월한 영단이었다.
물론, 세상에 소윤단 보다 훨씬 강한 성질의 영약이 많지만.
뭐랄까…….
지금 우리 문도들에게 장복시킬 수 있는 합리적 단가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영단을 찾자면.
아마, 소윤단이 유일하지 않을까?
“어이, 어이. 길복아. 동작을 짧게, 짧게. 어! 승복이 이놈아. 내가 말했지? 상단에 각법을 날릴 땐 시선을 아래로 깔아야 한다고. 그래야 상대를 속일 수 있다고 몇 번 말하냐?”
“…….”
“이동아, 이동아. 이 무식한 녀석아. 응용해라, 응용을. 너는 어떻게 공격이 그렇게 직선적이냐? 대체 몇 번을 알려줘야 해? 너희처럼 설익은 것들은 최대한 변칙적으로. 변칙적으로 공격을 다각화해야 한 방이라도 깔끔하게 맞추는 법이라고. 아니면 아예 쾌속함을 극한으로 올리던가. 무슨 굼벵이 기어 다니듯이 휘적거려서 어떻게 상대를 때리냐? 쯧쯧.”
“…….”
“강삼동. 너 혹시 바보냐? 아니면 등신? 그것도 아니면 병X?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방금 네놈의 그 어설픈 보법이 이해가 안 간다. 어이구. 그래서 뭔 놈의 고수를 하겠다고. 그럴 거면 당장 때려치우고, 산에 들어가서 도 닦고 도사가 되든 아니면 머리 빡빡 밀고 중이 돼라. 그게 더 낫겠다.”
“…….”
나는 문도들이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중에도 옆에서 잔소리해댔다.
하나 이 짓도 보름 정도 지속하니, 어느 순간 문도들은 반응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애당초 내가 입을 털어댄 까닭은 그들의 신경을 긁기 위함이었으니까.
이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온전히 싸움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 향상 수련으로, 처음엔 내 잔소리에 얼굴을 붉히던 문도들이 이젠 완벽히 적응하여 날 없는 사람 취급했고 나는 내심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장하네.’
나는…….
문도들이 고마웠다.
녀석들은 그간 군소리 없이 내 ‘수라 나찰 수련’을 용케도 버텨주었으니.
“제군들. 지금 흘리는 피땀이 유사시 목숨줄이 된다. 뛰고 휘두르고 악을 써라. 힘들면 그냥 피똥을 싸더라도 멈추지 말고 움직여.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강한 무공은 오직 지독한 수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일순, 고생하는 문도들을 보며 나는 알 수 없는 희열에 휩싸였다.
그 때문에 녀석들의 의기를 충전시켜줄 겸, 비장하게 한 마디 내뱉었건만…….
“아, 좀 조용히 좀 하시죠.”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뭔 놈의 각오 다지깁니까?”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그놈의 정신력이니 지독한 수련이니…… 이제 그만 좀 하세요, 문주님!”
이 새끼들 반응이…….
진짜 미X 건가?
다 떠나서.
세상 어느 문주가 문도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단 말인가?
에라!
* * *
청방 두목 멧돼지를 제압했을 때…….
나는 소담골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흑사회 회주, 백귀호를 꺾었을 때…….
나는 소담골을 넘어, 장안의 호걸로 정평이 났고.
노호영과 노정주를 이겼을 때…….
나는 비로소 소담골과 장안을 넘어, 섬서 전체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육 호법과의 비무에서 승리한 이후 나는.
더 이상 한낱 촌구석 문파의 문주가 아닌, 강호 전체의 숨은 고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문주님. ……부디 제 아들놈을 받아주십시오. 문주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장안의 최고가 아니라 섬서 전체…… 아니 강호 전체에 이름을 날리시는 분이라고……. 수업료는 얼마든지 지불할 터이니, 제 아들의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문주님. 우리 딸내미가 어릴 적부터 검수를 꿈꾸더니 요샌 아예 무관 보내 달라고 난립니다, 난리. 때마침 제가 또 장안 바닥에서 장사한 지 10년 넘은 지역 유지 아닙니까요? 우리 딸내미만 입문시켜주신다면 앞으로 소천문의 사업에 최선의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문주님! 저 장길웅이 평생 무림인 되기를 소원해왔습니다요. 그간 먹고 살기 바빠 무공 배우기를 꿈꿀 수 없었지만 지난 몇 년 부둣가에서 품삯 모은 돈이 꽤 됩니다. 입문비는 드릴 테니 소천문의 일원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 때문인지 소천문에 입문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매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중이다.
사실…….
문파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도의 숫자.
소위, ‘머릿수’다.
우선, 머릿수가 많아야 다른 문파랑 시비가 붙어도 윽박지르기 좋은 데다, 도검이 난무하는 강호에서 머릿수는 곧, 전투력과 직결되기에 문도가 많을수록 대접받는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당초, 나는 단기간에 문도의 수를 늘릴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본래 문도들 가르치기도 벅찼고, 근래엔 소윤에게도 무공을 가르치는 중이며 잠을 줄이면서까지 내 개인의 무공도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괜히 머릿수 꽉꽉 채워서 허접한 것보단, 소수라도 정예로 만드는 편이, 향후 문파의 성장에 있어서도 좋을 거란 판단이고.
그러나 나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것은 동벽 선생을 비롯한 연우와 문도들의 조언 때문이었는데…….
「문주. 생각해보게.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파가 계속 성장하고자 한다면…… 문도의 수가 경쟁력이네. 게다가 자네가 노가살수문에서 양도받은 재원도 무리한 건축, 증축과 부지 매매, 소윤단 제작 비용으로 동이 나고 있네. 입문자를 받아 숨통을 트이게 한 뒤, 소천문 이름으로 사업도 해야 하네. 물론 나도 미용술과 성형술을 계속 시술해 보탬이 되겠네.」
「형님! 이제 소천문은 일개 촌구석 소형 문파가 아닙니다. 형님은 무려, 사도맹의 호법사자를 꺾었다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법이라고, 지금이 세를 불릴 적기입니다. 솔직히 형님 실력이면 몇 년 안에 우리 석가장보다 큰 규모의 문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문주님. 애당초 우리가 소천문 만든 까닭이 뭐요?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한 짓 아니었소?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입문자 받읍시다. 거, 입문자들한테 수업료도 받고 다른 문파들처럼 반점이니 객잔이니 우후죽순으로 세워서 이문도 좀 챙기고. 솔직히 장안의 모든 문파가 저잣거리 상인이나 대형 상단에 보호비 명목으로 돈도 받아 챙기는데 우리는 명실공히 이제 장안 제일 문파 아니오? 그리고. 원래 문주님은 돈에 미X 사람이었잖수.」
나는 그들의 조언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소천문의 문주고 소천문은 언제나 ‘내 것’이지만.
나는 매사 마음대로 하는 독불장군이기보다, 언제나 ‘합리’를 추구하는 지혜로운 현자요, 아랫사람의 권유를 들을 줄 아는 ‘융통성’의 달인이자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실사구시’의 표본이니까.
“좋다. 그럼 오늘부터 문도 받자. 단, 조건이 있다. 소천문이 어디냐? 무려 진소천이 문주고, 천하제일 의원이신 동벽 어르신이 의약당주로 있는 곳이다. 비록 부문주나, 각 대의 대장들이 등신이라서 그렇지만…… 그건 차치하고. 제자들을 거두되, 선발형식으로 받는다. 어차피 보통 정신으론 소천문의 수련 과정을 버틸 수 없다. 따라서, 입문 희망자들의 면접을 진행할 생각인데 면접 기준은 첫째, 독기. 둘째, 소천문의 경직된 수직 관계를 받아들일 마음가짐. 셋째는 인성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성이란 하염없이 착하고 선함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죽으라면 죽을 시늉도 할 수 있는 ‘복종의식’을 뜻한다. 논외로 만약 무공을 배우고 싶고 뜻이 있으며 독기도 가진 놈이 형편이 어렵거나 딸린 식구 때문에 입문비를 낼 수 없는 경우에 한정. 그런 자들은 그냥 받아준다.”
해서, 나는 문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안을 통보했다.
솔직히…….
눈앞의 이익과 문파의 ‘덩치 키우기’에 급급했다면 이런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지 않았겠지만.
나는 당장 내일의 소천문을 보기보다, 반년 후, 일 년 후의 소천문을 내다보고자 했다.
소천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직 왈패와 악당 사냥꾼의 집이지만.
이러나저러나 근본은 ‘무림 문파’다.
하면, 무엇보다 문도들의 무공이 주(主)가 되어야 하고, 내가 추구하는 무공이란 곧, ‘고통과 시련의 반복’이니.
대충 아무나 받는다면 오래가지 못할 거란 판단이었다.
또한…….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뭐든 ‘제대로’ 하는 인간이다. 안 했으면 안 했지, 시작해놓고 어설프게 하는 건, 내 취향 아닐뿐더러, 그런 건 소천문에 있을 수 없는 일. 해서, 기왕 문파의 살림을 불릴 생각이면 야무지게 하자, 야무지게.”
“……문주님.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각자 생각해서 나한테 제출하도록.”
“네?”
“나도 아직 잘 모르겠으니까.”
나는 문도들에게 ‘숙제’를 부여했다.
왜냐?
나도 딱히 돈벌이할 방도를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도가 늘어나면, 입문비를 받아 당장 가세가 불어나겠지만.
그것도 한시적이지, 늘어난 문도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려면 돈이 또 얼마나 들어가겠나?
구파일방이나 유명한 대형 문파는, 속가나 사업장을 둬서 자금을 수금한다는데 난 그런 양아치 짓 못 하겠고.
내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사는 문도한테 계속 돈을 받는다고?
그게 무슨 문도인가.
그냥 무관 관원이지…….
그 때문에 나와 소천문의 문도들은 반드시 이 ‘숙제’의 해답을 찾아야 했다.
새삼…….
나는 무일푼으로 장안에 들어와 소윤이 손잡고 ‘백년연실’ 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느꼈고 이후에도 느꼈으며 지금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확실히 ‘돈’은 다다익선이고 언제나 옳다.
“문주님. 생각하고 자시고 제출할 게 뭐 있수? 여기 돈벌이로는 천하제일을 달리는 무가(武家)의 공자께서 계시는데.”
그때.
일동이 대뜸 입을 열며 연우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러고 보니.
수완 좋기로 소문난 석가장의 공자께서 ‘소천문’의 객식구 신세 아닌가?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연우야.”
“네, 형님.”
“읊어봐.”
“……뭐를요?”
“너희 집은 무가인데 뭘 해서 돈을 잘 버냐?”
“아……. 저야 돈 버는 일에 관심이 없어서…….”
“그래도 보고 들은 게 있을 거 아냐.”
“우리 석가장은…… 약방도 운영하고 무공을 가르치며 관비도 받아요. 더불어 객잔, 주루, 반점에 최근, 운송 사업도 시작했지요.”
“운송 사업이라면 표국업을 말하는 거야?”
“네, 형님.”
“거, 진짜 다 해 처먹네, 다 해 처먹어.”
“뭐요?!”
“아니다.”
“???”
“그나저나…….”
근사한데?
“앞으로 니들은 나를 부를 때, 장안 최고의 사업가, 섬서의 살아 있는 경제 신화, 돈에 미X 돈 귀신, 돈에 눈알 돌아간 수전노…….”
“…….”
“천하제일 진 표사라고 부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