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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7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1화

#70화

 

 

 

 

 

“홍 맹주.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마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무림맹도 마찬가지요. 다만, 현재 마교는 단일 세력으로 최강임을 부정할 수 없고, 그들의 야욕이 천하를 향해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오. 사실 무림맹과 사도맹은 어느 세대건, 반목(反目)해 왔으나, 서로 괴멸을 도모한 적이 없고 공존해 왔소. 실제 본맹의 많은 고수가 홍 맹주와 친우 관계 아니외까?”

 

“그렇소.”

 

“그래서 드린 말씀이오. 이런 난세에 정-사 간의 쓸데없는 싸움이 의미가 있겠소?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지만 우린 같은 무림인이오. 비록 내가 무림맹 맹주는 아니지만, 맹의 원로로서 요청하는 것이니 고려해주셨으면 하오.”

 

청문도장의 음성이 자못 진지했다.

 

사실…….

 

무림맹과 사도맹 간의 공식 석상이 아닌 자리에서 양측의 중차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건 예의도 아닐뿐더러, 적절치 않은 처세다.

 

하나, 청문도장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한시적으로라도 무림맹과 사도맹이 ‘협력’ 또는 ‘평화 협정’을 체결한다면 마교와 대치 중인 무림맹으로선 대단한 소득이기 때문이었다.

 

“청문도장의 고견은 잘 알겠소. 나 역시 마교의 위험성을 알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소. 그 문제는 차차 양측 간부끼리 모여 의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듭시다.”

 

“좋소이다, 맹주.”

 

두 사람은 서로 포권한 뒤, 술잔을 들이켰다.

 

오늘의 만남이 향후 무림맹과 사도맹에 어떻게 작용할는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 * *

 

 

 

 

 

“아빠야. 손님들이 왜 이렇게 많아아?”

 

저녁 무렵.

 

나는 평상시처럼 소윤이와 장안교를 거닐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다.

 

낮에만 해도 칼을 들고 비무하던 곳에서 저녁에는 딸내미 손 잡고 유유자적 산책하는 기분이란…….

 

참 묘하기 이를 데 없는데 이 또한, 무림의 숙명이라면 숙명이기에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오늘은 아빠를 축하해주러 먼 곳에서도 손님들이 왔거든.”

 

“축하? 아빠 좋은 일 있어?”

 

“있지.”

 

“뭔데?”

 

“아빠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이제 안 미워하기로 했대.”

 

“……아빠 같은 착한 사람을 누가 미워해?”

 

“그러게?”

 

그러게?

 

그런데?

 

대체 소윤이 너는 다섯 살이 맞긴 하냐?

 

왜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거야?

 

나는 새삼, 소윤이가 얼마나 천재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보통 다섯 살짜리랑 대화하면 주제가 산으로 가기 마련일 텐데.

 

소윤이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니…….

 

아마 열 살쯤 되면 학문성취나 구사하는 어휘 수준이 나보다 높을 듯했다.

 

아…….

 

지금이라도 공부 좀 해야 하나?

 

“소윤아. 집에 손님들 많이 오는 거 싫으면 따로 집 한 채 살까? 소천문이랑 우리 사는 집이랑 분리돼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 테니.”

 

“아니야, 아빠. 소윤이는 손님이들 많은 게 더 좋아.”

 

“진짜?”

 

“응. 연우 삼촌도 원래 손님이었잖아. 근데, 지금은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됐는걸? 다른 손님들도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는 손님이들 많은 거 할래!”

 

“그럼 됐다.”

 

“헤헤-.”

 

그나저나…….

 

산책하던 와중 나는 슬쩍 소윤의 손목을 잡았다.

 

진기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진맥을 한 거였는데,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기혈이 깨끗하게 흐를 수가 있나?’

 

대체…….

 

동벽 선생은 어떤 사기적인 ‘영단’을 만든 건가?

 

소윤의 진기는 현재 ‘내가 기공’을 익히지 않은 다섯 살짜리라고는 믿기기 힘들 만큼 방대하고 또, 순수했다.

 

말인즉슨, 모두 동벽 선생의 ‘소윤단’ 덕분이란 건데…….

 

나는 향후 소윤단을 지속해서 복용할 소윤과 문도들의 비약적 성장의 기대감에 내심 웃음이 터졌다.

 

“아빠야. 왜 웃어? 헤헤.”

 

나도 웃으니 소윤이도 웃는다.

 

“그냥.”

 

“헤헤헤!”

 

“넌 왜 웃는데?”

 

“나도 그냥!”

 

비무에서 이기고.

 

목적도 이루고.

 

소윤이와 하릴없이 시간도 보내고.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 아름답구나…….

 

아빠로 사는 게 때때로 힘들지만.

 

아마 세상 모든 애비들이 이 맛에 살겠지?

 

 

 

 

 

* * *

 

 

 

 

 

며칠 후-.

 

전생의 진소천이 ‘살인 전문가’였다면.

 

환생한 진소천은 일복이 타고난…….

 

한 마디로 소처럼 일하다 죽을 팔자랄까?

 

나는 지난 며칠간,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우선, 산지사방에서 몰리는 손님들을 응대해야 했고 또 청문도장, 원일도장 같은 거물급 손님들은 웬일인지 소천문에 눌러앉을 기세로 내게 잔소리를 해댔는데,

 

「진 문주. 이제 귀하는 강호인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소. 부디, 무공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오.」

 

「진 문주. 내 무림맹의 원로로 권유하건대…… 본맹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기별 주시오. 연우를 통해서도 괜찮으니.」

 

잔소리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는데 쉽게 말해, 좋은 사람 되거라, 무림맹의 일원이 되어 난세에 힘을 보태라- 정도로 축약할 수 있겠다.

 

하나 나는 여전히 나와 소천문을 ‘특정 단체’에 소속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제 기껏 사도맹과 은원을 풀었는데 바로 무림맹에 가입한다?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번 생은 누구의 명령이나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무림맹이 어떤 곳인가?

 

말이 좋아 백도 정파의 연합체지, 실상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놈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 처먹는 정치 집단이자, 권력 집단인바.

 

현재 소천문의 전력을 감안하건대, 무림맹의 일원이 된다 해도 어디 가서 기 펴고 큰소리치기 힘든 것이 자명했고, 뱀 대가리가 될지언정, 용 꼬리 되긴 싫었기에 나는 한사코 청문도장과 원일도장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다.

 

뭐…….

 

또 살다가 나 유리하다 싶으면 그때 재고해도 될 일이기도 하고.

 

“진 문주.”

 

그렇게 바쁘디바쁜 며칠이 흘러…….

 

동벽 선생의 집중 치료를 받은 육 호법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말했다.

 

“잘 쉬었소, 육 호법?”

 

“날 왜 살려줬나?”

 

“거참, 사파 사람들은 대관절 왜 그렇소?”

 

“…….”

 

“생사결에서 자비를 베풀었으면 고맙다 한마디 하면 될 것을. 왜 살려줬냐고 캐묻는 게 정상이오? 그러잖아도 홍금부 맹주가 그리 묻습디다.”

 

“……뭐라 했는가?”

 

“호랑이가 어찌 개를 무서워하냐고. 물론, 내가 호랑이고, 그쪽이 개.”

 

“…….”

 

“기분 나쁘오?”

 

“나쁘지 않네.”

 

“육 호법. 당신은 강했소. 실제, 내가 상대해 본 사람 중 그쪽이 제일 셌어.”

 

물론, 환생 후 기준이지만.

 

“진 문주. 위로가 되지 않네. 나는 이번 일로 내 권위를 모두 잃게 됐고, 앞으로 강호에서의 입지가 줄어들 걸세. 어쩌면 호법사자의 지위를 잃을지도 모르지.”

 

“내 보기에 홍 맹주가 소인배는 아닙디다. 육 호법을 토사구팽하진 않을 거요. 만약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찾아오든가.”

 

“찾아오라니. 뭔 말인가?”

 

“소천문 문도로 들어오란 말이오. 받아줄 테니.”

 

“…….”

 

“그쪽 보고 평문도가 되라는 말은 안 할 테니 걱정 마시고. 수련 교관 정도로 채용해 줄 의향이 있으니 언제든 문을 두드려도 된단 말이오.”

 

“후후훗.”

 

내 말이 그렇게 우스울까?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던 육 호법이 순간, 픽- 웃음을 터뜨렸다.

 

“진 문주. 자네 덕에 개안했네.”

 

“이하동문이요. 당신은 내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니 은인이기도 하오.”

 

그러자, 육 호법이 내게 손을 슥- 내밀었다.

 

악수를 청할 요량인 것 같은데…….

 

나는 새삼 이 양반이 악인일지언정, 무림인으로선 진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 손을 마주 잡고 씩- 미소를 선보였다.

 

“잘 있게, 진 문주.”

 

“가실 생각이오?”

 

“가야지.”

 

“살펴 가시오.”

 

“한 가지 부탁하겠네.”

 

“뭐요?”

 

“반드시…….”

 

“응?”

 

“반드시 강호의 정점에 서는 날까지. 다른 놈들에게 지지 말게.”

 

“걱정 마시오. 나는 질 생각이 없고 져서는 안 되는 인간이니까.”

 

“후후훗. 이제야 자네의 그 자신감이 오만이나 만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

 

“아……. 육 호법.”

 

“뭔가?”

 

“전에 내가 말했던 거 같은데. 소천문은 불청객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기억나네. 자네는 그 말을 하면서 내게 축객령을 내렸지.”

 

“오늘은 든든히 밥 먹고 가시오.”

 

“…….”

 

“이제 당신은 불청객이 아니라 소천문의 손님이니까.”

 

 

 

 

 

* * *

 

 

 

 

 

“크화화화화화화홧! 진 문주. 덕분에 개안했네. 무운을 빌겠네.”

 

“문주. 또 봅시다.”

 

“부족한 아들을 맡겨 놓은 입장에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오. 건승하길 바라겠소.”

 

이튿날이 되어 소천문의 모든 손님이 돌아갔다.

 

사도맹주는 마지막 인사마저도 인상 깊게 남겼는데 저렇게 큰 목청으로 웃고 다니다간 머지않아 성대에 병이 나지 않을까 싶을 지경.

 

어쨌거나 나도 그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했기에 나는,

 

“다들 잘 가시고. 소문 좀 팍팍 내주십쇼.”

 

“???”

 

“내가 육 호법을 꺾은 사실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했다.

 

순간, 육 호법의 인상이 일그러졌는데 나는 그를 향해 살짝 눈을 깜빡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란 인간, 참 용의주도한 인간.

 

“다들 모였나?”

 

객들이 돌아간 후, 나는 모든 문도를 연무장에 소집했다.

 

이번 대결을 통해, 소천문에 변화가 찾아왔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가 그간 문도들의 무공 증진에 기여했던 ‘노호영’의 부재다.

 

사실…….

 

나는 노호영을 계속 데리고 있고 싶었다.

 

하나, 사도맹주가 노가살수문에 대한 부채 의식 때문인지 노호영을 요구했는데, 나는 거국적 판단으로 노호영을 그냥 내줬다.

 

“네, 문주님. 전원 집합했습니다.”

 

“좋다. 니들도 알겠지만, 오늘 이후, 우리 소천문의 자산이었던 호영이가 자유를 찾았다. 말인즉슨, 너희는 무한정 때릴 수 있는 생(生) 목인장을 잃게 되었단 소리다.”

 

“…….”

 

“그래서 본 문주는 한 가지 복안을 마련했다.”

 

내 말에…….

 

어쩐지 문도들의 인상이 깊게 찌푸려졌다.

 

새끼들…….

 

며칠간, ‘우리 문주님이 최고야!’라며 들떠서 정신 못 차리더니.

 

수련 이야기 꺼내자마자 바로 똥 씹을 표정을 지어?

 

“해서, 금일. 본 문주는 소천문의 편제를 새롭게 개편하는 한편, 수련 방식을 재설정하고자 한다.”

 

그러자, 삼복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삼복이. 말해라.”

 

“문주님. 편제 개편이라 하시면…….”

 

“어. 편제 개편은 너희 개인의 무공에 따라 1번대와 2번대를 다시 나눌 생각인데, 각 대의 대장은 기존 이동이와 삼동이가 그대로 맡는다. 대신 구성원은 바뀌는데 오전 수련 후, 서면으로 발표할 테니 그리 알고.”

 

“네.”

 

“말했다시피 우리는 구타 수련 시간 때, 우리의 수련용 목인장이 되어주던 호영이를 잃었다. 그 때문에 나는 호영이의 부재를 메울 좋은 방법을 연구하기에 이르렀고 불과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복안을 마련했다.”

 

“그게 뭡니까.”

 

“그게 뭐냐면…….”

 

“…….”

 

“그러니까…….”

 

나는…….

 

드디어 문도들을 제대로 성장시킬 적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일단, 육 호법을 이긴 이상 나는 더 이상 보잘것없는 촌구석 소형 문파 문주가 아닌, 전도유망한 강호의 신예로 정평이 날 터…….

 

그렇다면 문도들도 그에 걸맞은 실력과 인성, 정신을 함양하는 게 이치 아니겠나.

 

말인즉슨, 오늘부터 이 새끼들을 죽도록.

 

아니, 그냥 죽여버리겠단 각오로 굴릴 생각인 것이다.

 

“아! 문주님. 대체 뭐길래 그리 뜸을 들입니까? 후딱 말 좀 해보쇼.”

 

삼동이가 날 재촉했다.

 

나는 씩- 웃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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