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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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86화
신룡전설 4권 - 11화
第七章. 뇌적심 장로와 혈천창명대(血天槍命隊)!
왕무적과 이소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들이 지키고 선 제5내문을 향해서 달려든 붉은 무복 무인들의 모습에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전과 비교해 그 수만 하더라도 2배를 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소요의 입장에서는 마른침이 바짝바짝 넘어갈 정도였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무인들이……!”
이소요는 묘가장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 정도의 무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혈림의 무인들을 고용한 자금력까지 생각하면 어째서 지금까지 묘가장이 잠잠하게 지내왔는지 의문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스릉!
왕무적은 천천히 검을 빼들었다.
용에게서 받았던 용혈마검은 남도왕 단목초와의 대결에서 손상을 입어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졌기에 현재는 유초백이 준 장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용혈마검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유초백이 신경을 쓴 검이었기에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왕무적 정도의 고수가 되면 어떤 검을 들더라도 보검이라 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니 크게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야.’
왕무적은 붉은 무복 무인들을 바라보며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 불안한 유가보를 그냥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묘가장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해왔으니 왕무적의 입장에서는 후련하다는 감정마저 들었다.
[저들은 혈천신교의 혈천창명대(血天槍命隊)요!]
왕정의 전음에 왕무적은 두 눈을 반짝였다.
[혈천창명대?]
왕정은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소! 뇌적심 장로의 휘하 세력으로, 혈천신교 십이무력대(十二武力隊) 중의 한 곳으로, 귀영멸영창(鬼影滅靈槍)을 익힌 무인들이오!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절정고수에 이른 무인들로, 아무리 당신이라고 하더라도…….]
[저 노인은 누구요?]
왕무적은 어느새 왕정이 말한 혈천창명대 무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 묘한 눈빛을 발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잠시 말이 없던 왕정이 천천히 대답했다.
[저 노인이 바로… 혈천신교 구장로, 뇌적심 장로요.]
왕정의 말에 왕무적은 노인, 뇌적심과 눈을 마주했다.
빙긋.
뇌적심은 왕무적과 눈이 마주치자 의도적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은 마치 굶주린 맹수가 먹음직스런 먹이를 앞에 두고 짓는 것과 같았다.
“…….”
웃음을 대하는 순간, 왕무적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불쾌한 느낌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얕잡아보는 뇌적심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왕무적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뇌적심 장로는 무림의 어느 고수보다도 대단한 무공을 소유한 자이니 절대로 맞붙을 생각을 하지 마시오! 내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볼 테니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 있는 힘을 다해 도망을 치도록……!]
[누가 도망을 간다는 거요?]
왕무적의 전음에 순간적으로 왕정의 기척이 뇌적심에게 발각될 뻔할 정도로 흔들렸다. 만약 왕무적이 그의 앞에 있지 않았다면 왕정은 단번에 들켜버리고 말았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제정신이오? 뇌적심 장로는 당신이 지금까지 싸워온 상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고수요! 아무리 당신이 대단한 실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의 상대가 아니니 괜한 짓 하지 말고 내가 신호를 보내거든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을…….]
왕무적은 왕정의 전음을 깨끗하게 무시하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당신의 말대로 내가 저 노인의 상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도망을 갈 수 있다는 거요? 그리고 설사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도망 따위 가지 않소!]
그렇게 전음을 마친 왕무적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천천히 검을 들어 혈천창명대 무인들을 겨누었다.
이미 외원의 상황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왕무적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이들을 상대할 결심을 굳혔다.
‘팔로용비검? 아니면 비산분영검?’
왕무적은 아주 잠시 두 가지의 무공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은 마음을 정하곤 신형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코 방심할 상대가 아니다.”
“…….”
왕무적에게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뇌적심은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가볍게 말을 했다. 그 말은 가벼울지 몰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혈천창명대의 심정은 묵직한 바위라도 하나씩 올려놓는 느낌이었다.
뇌적심이 방심하지 말라고 할 정도면 이미 그가 왕무적을 인정했다는 말이고, 그만큼 적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두 조심해라!”
혈천창명대의 대주인 양천일은 모두에게 외침과 동시에 창대를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는 보법을 밟는 왕무적의 심장을 노리고 귀영멸영창의 일섬쾌(一閃快)를 펼쳤다.
번쩍!
쐐애애애액-!!
눈부신 빛이 양천일의 창끝에서 터져 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창은 순식간에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지더니 왕무적의 심장을 꿰뚫어버릴 듯한 기세로 쏘아져 나갔다.
“차핫-!”
“합!!”
양천일을 시작으로 그보다 아주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여기저기에서 혈천창명대 무인들이 똑같은 일섬쾌의 초식으로 왕무적의 몸을 꿰뚫기 위해서 창을 내질렀다.
“왕 소제!”
이소요는 당장이라도 처참하게 온몸을 꿰뚫려 죽어버릴 것만 같은 왕무적의 모습에 두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 실력이 있다면, 아니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몸을 날려 그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미 공격이 시작된 이후였기에 너무 늦어버렸다.
쐐애애액-!!
바람과 공간을 뚫고 달려드는 10여 자루의 창!
날카로운 창날을 바라보는 왕무적의 눈은 여전히 침착했다.
‘팔로용비검!’
저벅, 저벅, 저벅!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오식(第五式)!
오룡회선무(五龍回旋武)!
번- 쩍-!!
양천일과 혈천창명대 무인들이 뿜어낸 빛과는 차원이 다른 강렬한 푸른빛이 왕무적의 신형과 그가 들고 선 검에서 뿜어져 나와 사방을 집어삼켰다.
푸른빛은 곧바로 5마리의 용으로 화(化)해 왕무적의 신형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까가가가강!!
“큭!”
“윽!”
“으음…….”
저마다 외마디 신음성을 흘리며 뒤로 물러나는 양천일과 혈천창명대 무인들.
그들은 창끝을 타고 손끝에서부터 손목과 팔을 지나 어깨와 목까지 쩌릿하게 만드는 강한 충격에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팔로용비검이라니!”
“……!”
“……!”
뇌적심의 외침에 왕무적은 물론이고,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이 경악한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뇌적심은 왕무적이 펼친 무공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 모습만으로도 그가 결코 무공만 높은 단순한 인물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파, 팔로용비검?”
“마, 마검 야율제의 팔로용비검!!”
“어… 어떻게 그 무공을…….”
뇌적심의 말에 혈천창명대 무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뱉어내며 놀란 감정을 표현했지만, 그 누구도 이소요만큼의 충격은 받지 못했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째서 왕 소제가 마검 야율제의 팔로용비검까지 익히고 있는 것이지? 도대체… 도대체 왕 소제의 진실한 정체가 무엇이지?’
비산분영검과 팔로용비검!
독비검성 조무학의 절학인 비산분영검이 비록 절대검공이라 불리기까지 하는 팔로용비검에 비교해 약간 뒤떨어질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비산분영검 역시도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절기 중의 절기라는 것이다.
그런 무공들을, 그것도 전혀 다른 성질의 무공들을 익힌 왕무적!
이소요는 왕무적이 도대체 어떤 비밀을 간직한 인물인지 의문스러웠다. 더군다나 어째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가 공교롭게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스워지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아닌 유가보와 묘가장의 싸움이다. 그런데… 묘가장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잠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 싸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뜻밖의 초절정고수, 아니 어쩌면 극강고수 일지도 모르는 왕무적이 등장했다.
따지고 보면 하나하나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지만, 우연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공교롭게 연관이 되어 있었다.
“팔로용비검이라… 어디서 익혔느냐?”
뇌적심이 눈을 번뜩이며 물어왔다.
“…….”
왕무적은 자신의 전신을 옭아매려는 뇌적심의 강대한 기운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내공을 한껏 방출해 그의 기운을 산산이 흐트러트렸다.
“……!”
왕무적의 행동에 뇌적심은 적지 않게 놀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뿜어낸 기운을 이렇게까지 쉽게 흐트러트린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감히…….’
지금까지 뇌적심의 기운을 뿌리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더라도 모두 혈천신교의 인물들뿐! 즉, 혈천신교 외의 인물로는 왕무적이 처음이니 항상 혈천신교 밖의 무림인들은 하수라 생각하며 굽어보던 뇌적심의 오만심이 무참하게 뭉개지고 말았다.
“모두 물러나라!”
뇌적심의 외침에 양천일과 혈천창명대가 빠르게 뒤로 빠졌다.
뚜벅, 뚜벅, 뚜벅.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 왕무적과 약 2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뇌적심.
“…….”
“…….”
2장 정도의 거리는 이미 두 사람에게 있어서 지척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사실상 딱!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왕무적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뇌적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팔로용비검을… 어디서 익혔느냐?”
같은 물음.
“…….”
왕무적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해라!”
조금 전보다도 훨씬 강한 기세로 전신을 압박해오는 뇌적심.
“싫어!”
간단하게 대답을 마친 왕무적은 섬광보다도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팍-!!
마검 야율제의 팔로용비검이나 독비검성 조무학의 비산분영검은 아니었지만, 이미 경지에 오른 왕무적이었기에 단순한 일검조차도 그가 펼쳐내면 절초 중의 절초가 될 수 있었다. 아니! 뇌적심이 뿜어내는 기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일검은 이미 천하의 어떤 검공보다도 위력적인 한 수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
뇌적심은 자신의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날아드는 왕무적의 일검에 기겁하며 허겁지겁 땅을 박차곤 뒤로 신형을 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