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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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73화
신룡전설 3권 - 23화
第十四章. 혈림에서의 두 번째 일(事) (1)
백서린은 진평남의 상처를 꼼꼼하게 치료한 후에야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곁에서 백서린이 치료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왕무적이 물었다.
“백 소저, 어떻습니까?”
백서린은 깊은 잠에 빠진 진평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분명히 죽었을 거예요. 하지만 왕 소협께서 시기적절하게 천령신단을 먹였기 때문에 한 달 정도만 요양을 하면 예전처럼 곧바로 회복될 거예요.”
백서린의 말대로 천령신단의 복용이 적절했기에 숨이 붙어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조금만 그 시기가 늦었다면 이미 진평남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왕무적은 알고 있었다. 진정으로 진평남을 살린 사람이 누구인지를.
“백 소저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천령신단의 효능이죠.”
말과 함께 방긋 웃는 백서린.
백서린의 말과 다르게 그녀의 의술이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천령신단이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쉽게 회복될 기미는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갈비뼈가 3대나 부러졌다. 거기에 허파가 파열됐으며, 전신에는 비도가 8자루나 박혔다. 물론 중요 요혈은 모두 빗겨갔지만, 복부에 박힌 비도는 그 상처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또 오른쪽 어깨가 부서졌고, 손도끼가 가슴을 깊이 파고 들어갔다. 특히 가슴에 박힌 손도끼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백서린은 선약문 비전의 약인 선도신단(仙道神丹)과 선약고(仙藥膏)까지 사용을 해야만 했다.
천령신단은 몸 전체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엉망으로 뒤틀린 기혈과 상처 회복에 커다란 도움을 줄 뿐이지, 부러진 뼈와 처참하게 짓이겨진 상처를 알아서 치료하는 효능은 조금도 없었다.
즉, 백서린의 의술이 아니라면 천령신단은 단순히 진평남의 생명을 이어나갈 뿐, 지금 백서린의 말처럼 지금처럼 한 달이라는 시간 후에 그를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런데 확실히 특이한 외공을 익히고 있군요. 만약 그저 그런 보통의 외공이었다면, 솔직히 이런 상처로 끝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백서린의 말에 왕무적 또한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혈투귀 오무중의 공격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일류고수라고 하더라도 대번에 목숨이 두 번 정도는 떨어졌을 정도로 치명적인 공격들이었다.
오무중의 공격에도 쉽사리 죽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외공을 익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평남은 그런 악전고투(惡戰苦鬪)를 펼치지도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외공 하나만큼은 대단했었습니다.”
기준을 일류고수로 잡았을 때, 진평남의 외공은 분명 대단했다.
끼익.
문이 열리며 이틀 전에 잠시 혈림을 떠났었던 왕정이 돌아왔다.
왕정은 처참한 상태로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진평남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왕무적에게 물었다.
“이자는 누구요?”
“진평남이오.”
“진평남?”
왕정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백서린이 나서서 어째서 진평남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처음부터 차근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백서린의 설명을 모두 듣고 왕정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당신은 어떤 목적으로 혈림에 왔는지를 잊었소?”
왕무적이 혈림으로 온 이유는 하나다. 혈천신교로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받기 위해.
“잊지 않았소.”
“그런데 어쩌자고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낯선 사내를, 그것도 무림인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이오? 자칫 잘못되어 당신의 신분이 들통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이런 짓을 한 것이오? 당장 내보내도록 하시오!”
왕정의 말에 왕무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 않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아무리 신분을 위조해서 혈림을 속였다고 하더라도 항상 조심해야 하는…….”
“그렇다고 해도 이 상태로는 저 사람을 내보낼 수는 없소. 최소한 몸이 회복되는 그때까지는 이곳에 있도록 할 것이오.”
왕무적의 말에 왕정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무림에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왕정이 답을 내려주었다.
“바로 지금의 당신처럼 어쭙잖은 동정심으로 인정을 베푸는 거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가족과 친구, 연인의 뒤통수에 칼을 박아 넣는 이들이 바로 무림인들이오.”
“…….”
여전히 왕무적에게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자 왕정은 자신의 뜻이 전해졌다고 생각했다.
“내 말대로 조금 후에 내보내도록 하시오. 치료가 잘된 모양이니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회복은 얼마든지 알아서 할 수 있을 거요. 그리고…….”
말과 함께 품에서 뭔가를 꺼내려는 왕정을 향해 왕무적이 굳은 음성으로 물었다.
“어째서… 사람은 그토록 이기적인 거요?”
“……?”
왕정이 무슨 소리냐는 듯 왕무적을 바라봤다. 왕무적의 얼굴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어째서 인간은 그토록 이기적인 거요? 나는 생사박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똑똑히 느꼈소. 목숨을 걸고 비무를 펼치는 이들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돈을 잃을까 더욱 걱정하는 무인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기에 인간의 목숨보다도 중히 여기는 것이오?”
“왕 소협…….”
백서린의 음성은 왕정의 말에 조용히 묻혔다.
“어떠한 생명이라도 이기적이지 않은 생명은 없소.”
“……?”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은 이기적이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이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소? 저자의 생명보다도 어째서 자신의 돈을 더 중히 여기냐고 물었소? 그야 당연한 거요. 돈을 잃으면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오. 당장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들의 돈일지 몰라도, 결국은 그들 역시도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기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오.”
왕정의 말에 왕무적은 물론, 백서린까지도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건가?’
‘맞아! 여기 모인 이들은 돈이 없으면 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야만 해! 그러니 생사박을 펼치는 무인의 목숨보다도 자신의 돈이 중요한 거야.’
왕정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떤 인간에게 있어서도 돈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오. 물론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돈이 목숨보다 중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돈이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하다 여기는 인간은 천하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
왕무적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왕정의 말을 반박할 만한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기에 왕무적으로서는 더욱더 씁쓸한 생각만이 들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나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것이 비록 씁쓸한 기분을 줄지언정, 왕무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정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왕무적을 바라보다가 이내 더 이상 그에게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자 품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일거리요.”
왕무적은 왕정이 내미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사흘 후, 곧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시오. 나는 다른 일을 맡았으니 이번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함께 하든지, 따로 하든지 각자 결정을 하도록 하시오.”
등을 돌려 방에서 나가려는 왕정의 발걸음을 왕무적의 음성이 붙잡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이 사람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오.”
왕정이 고개를 돌려 왕무적을 바라봤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인데…….”
“당신의 말은 충분히 이해했소. 하지만! 난 그것을 따를 수 없소. 나는 이 사람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 이곳에 머물도록 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으시오.”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이……!”
“나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며 살아왔으니 더 이상 내 생각을 강요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이 아니라… 왕무적이오.”
“…….”
왕정은 잠시 사납게 왕무적을 노려보다가 이내 마음대로 하라는 듯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대신! 하나만 분명히 알고 있으시오.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는 날에는… 당신은 물론이고, 백 소저와 저기 있는 저자까지도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내 이 말을 허투로 듣지 마시오.”
쾅!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왕정의 모습에 백서린이 걱정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혈천신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텐데… 괜찮을까요?”
왕무적은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 소저,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져보지 않았습니다. 설사 그것이 혈천신교라 하더라도 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었지만 백서린은 환하게 웃었다.
“왕 소협을 믿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