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1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2화
#112화
나는 웬만해선 깊이 잠들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인간은 깊은 잠에 빠질 때, 비로소 꿈을 꾸지 않는 ‘숙면’을 취하는데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꾸기 때문이다.
한데 사실…….
이건 모두 내가 의도한 것이다.
어려운 개념이지만 나는 전생에 ‘자각몽’ 훈련을 받았다.
해서, 꿈속에서 내 꿈을 인지하고 또 조종하기도 하는데 이게 얼마나 좋냐면 나는 꿈에서도 수련할 시간을 버는 셈이니 개꿀 아닐까?
그 덕에 나는 매일 꿈을 꾸고 그 안에서 수련한다.
게다가 꿈에서 흐르는 시간은 현실과 달라서 체감상 훨씬 긴데, 꿈속 수련이 육체엔 반영되지 않지만, 깨닫는 심득은 사라지지 않아 꿈은 내 연무장이요, 스승이다.
한데…….
“뭐냐, 이 시간에? 몸이 안 좋냐?”
새벽녘 대뜸, 찾아와 내 꿈을 방해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강백산이었다.
나는…….
처음엔 녀석의 내상이 심해져 날 찾은 건가 싶었다.
하나 강백산의 입에선 예상치 못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진형……. 한 시진 전에, 놈들이 찾아왔소.”
나는 곧장 기감을 극대화해 주변의 살아 숨 쉬는 모든 걸 기파로 훑은 뒤, 없단 걸 확인한 후에야 강백산을 들였다.
“우선 들어와.”
내 거처로 들어온 강백산은 지저분한 방 꼬락서니에 한 차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주먹을 쥐고 쥐어박는 시늉을 해 보였는데, 그제야 녀석은 자라목을 하더니 탁상에 앉아 나직이 말했다.
“말 그대로요. 한 시진 전에 복면인이 찾아와 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니, 대뜸 다른 마음을 품지 말라며 경고하는 게 아니오? 내가 근자에 백강, 연우, 당씨 남매와 어울리는 걸 알았고, 특히 진형과 각별하게 지내는 것을 꼬집은 걸로 보아, 날 감시하던 모양이오. 당초 진형의 예상이 맞았던 거요.”
“그래서 너는 뭐라고 답했는데?”
“내가 진형과 어울린 건, 동년배 무인과의 단순한 교류일 뿐이라고 했소. 복면인도 그 부분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고.”
“뭐……. 아마 그들은 네가 다른 마음을 품을 가능성이 작을 거라 판단했겠지. 하나, 놈들은 결코 널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너로 하여금 목적을 달성한 뒤엔 죽여 없애려 할 거고.”
“음……. 본청을 마음대로 드나든 걸로 보아…… 필시, 무림맹 사람이겠지요?”
“너도 영 바보는 아니었구나. 그런 유추도 할 줄 알고.”
“내가 진짜 무슨 등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소?”
“어.”
“???”
“일단 내 생각도 너와 같다. 복면인은 마교가 심은 무림맹의 첩자거나, 아니면 사도맹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지. 뭔가 그의 특징 같은 건 없었고?”
내 물음에 강백산은 고심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뗐다.
“아! 음성이 좀 탁성이었소. 뭐랄까? 마치, 쇳소리 나는 목소리랄까? 덩치나 골격은 평범한 수준이고.”
“토납하는 호흡이나, 전반적인 신체의 기도, 걸음걸이 같은 건 안 살폈냐?”
“에이! 그런 거 볼 정신이 어딨소? 설령 유심히 본다고 한들, 그런 걸 보고 정체를 유추하는 건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과장하여 지어낸 이야기 아니오? 아마, 전설의 삼봉조사나 달마조사도 고작 그딴 거 보고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닥쳐라!”
순간, 나는 답답해서 호통을 질렀다.
후…….
싸움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 놈이 이런 쪽으로는 왜 이리 병X 같은지…….
“하긴……. 너 같이 남만 촌구석에서 맹수 모가지 비틀고 산짐승 잡아먹던 야만인이 뭘 알겠냐마는.”
“뭐요?!”
“호흡과 기도, 보법은 ‘천성’과 같다. 말인즉슨, 무의식의 숨소리, 기의 움직임, 걸음걸이만 알아도 무공의 연원을 알아낼 단서가 된단 소리다.”
“아이! 난 그런 거 모르겠소. 뭔…….”
“쯧쯧……. 그래. 생각해보면 네가 그리 어리숙하니까 나한테 당한 거겠지.”
“젠장!”
“아무튼. 너는 지금처럼만 해라. 괜히 제 발 저려서 나나, 백강, 연우, 당씨 남매와 교류를 끊으면 놈들이 의심할 거다.”
“알겠소.”
“그리고…… 아마, 놈들은 네 성적이 최종 결정되고 주최 측에서 행사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다음 접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너와 따로 접선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가, 그때가 널 없애기도 적기일 테니.”
내 말에 강백산이 눈썹을 팔(八)자로 그려냈다.
아마, 마교의 ‘토사구팽’에 뿔이 난 모양이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우스워 물었다.
“마교가 널 없앨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분하냐?”
“당연한 거 아니오? 새끼들…….”
“근데. 너도 마교의 뒤통수를 치고, 동영이나 고려로 뜰 생각이었다며?”
“그거야 그렇지만…….”
“사기도 아무나 치는 게 아니다. 더욱이 마교를 상대로 술수를 부리려 하다니. 아무튼 넌 천만다행이야. 놈들에게 당하기 전에 날 만났으니까.”
“한데, 진형. 대체 놈들에게 잔금까지 받아 챙기고, 그들을 골려줄 작전이라는 게 뭐요? 상세히 알 순 없겠소?”
“비밀이다.”
“후…….”
사실…….
내가 처음부터 뭔가 뾰족한 복안이 있어 강백산을 감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든 마교의 첩자가 본청에 머물고 있음을 예측했고, 맹주만 협조한다면 첩자를 잡을 거란 확신이 있었을 뿐.
그리고 그 첩자만 잡으면 일은 일사천리로 풀릴 게 자명했다.
“아무튼 백산이 넌 걱정할 필요 없이 다음 대결에 만전을 기해. 어차피 네가 4강에서 이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쳇! 걱정하지 마쇼. 진형이 아니면 저 백도의 애송이 놈들쯤, 단번에 눌러줄 테니.”
“지X을 하세요.”
“클클클.”
“낄낄.”
* * *
며칠 후-.
8강의 제2 대결인 남궁윤과 단목진의 싸움은 예상대로, 무림맹주 남궁학의 손자인 남궁윤의 승리로 끝났다.
그들의 대결은 남궁윤의 일방적인 싸움으로 일단락되었는데, 지금껏 다른 참가자에 비해 밋밋한 싸움을 펼치던 남궁윤이 이번에는 초장부터 남궁세가의 절기인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을 펼친 것이었다.
-역시, 남궁세가의 기재다!
-비록 백도구봉 중, 두 사람이나 복병들에게 꺾였지만! 역시, 명성은 어디 안 간단 말이지!!
-그러면 그렇지! 결국,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진후나 남궁윤이 되지 않겠어?!
남궁윤의 선전에 군중들의 민심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진소천이 백도구봉인 백강을 꺾고, 강백산마저 소선을 꺾은 시점에서.
군중들은 ‘백도구봉’에게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예컨대, 어떤 이는 언제나 ‘정점’을 달리던 백도가 이젠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소리를 했고, 또 어떤 이는 향후, ‘백도구봉’이란 이름 대신, ‘백도십일봉’이란 이름을 만들어 새로운 2좌에 진소천과 강백산을 넣어야 한다며 주장하기도 했는데…….
물론 그러한 주장은 성립조차 되지 않는 궤변에 불과했다.
왜냐?
진소천과 강백산 본인들이 ‘백도’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은 데다, 소천문이나 철각문은 아예 무림맹에 가입조차 되지 않은 문파였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진소천이나 강백산이 사도맹의 일원도 아니었기에 어디까지나 두 사람은 아직 ‘중립’으로 분류되는 형국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하여금, 남궁윤의 선전은 다시금 ‘백도구봉’이란 이름을 군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멋진 대결임이 틀림없었다.
심지어, 진소천마저 남궁윤의 화려한 창궁무애검을 보며 혀를 내둘렀으니…….
-금일, 8강전의 제3 경기인 무당파 진후와 당문 당맹호 간의 대결이 시작되겠습니다!
한껏 달아오른 열기 속에서 이번 대회 우승 후보라 평가받는 무당파의 진후와 당문의 기재라 불리는 당맹호의 대결이 펼쳐지려 했다.
“소형제!!!”
그때.
강백산, 백강, 연우, 당씨 남매 등과 대결을 보기 위해 연무장에서 대기 중이던 진소천에게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영감님!”
그는, 무당파의 괴도사, 주영천이었다.
“흐흐! 잘 있었나?”
“잘 있었지요. 영감님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나야, 소형제랑 작별하고 심심해 죽을 뻔했지. 헤헤헤-.”
모처럼 만난 주영천은 이전과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외려, 더 아이처럼 밝아진 그의 음성에 진소천은 미소를 머금었다.
“잘 됐습니다. 아무튼, 오늘 영감님 사문의 후배가 싸움을 하니, 함께 지켜보시죠.”
“흐흐. 소형제. 사실 진후의 대결은 별로 궁금하지가 않아.”
“어째섭니까?”
“어째서긴, 뭘 어째서야. 진후가 이길 게 뻔하니까 그렇지!”
그러자,
이글이글-.
순간, 당소소와 당일기의 가늘어진 눈에서 불만이 흘러나오는 듯했는데, 그들의 입장에선 당맹호가 친척 오라비요, 형님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
그 때문에, 진소천은 다급히 동생들에게 주영천을 소개했다.
“다들 인사 올려라. 이 영감님은 무당파의 주영천 도사시다.”
그 순간…….
“???”
“???”
“???”
“???”
“???”
당 씨 남매는 말할 것도 없고, 백강과 연우, 강백산의 눈에도 경악이 떠올랐는데.
“……형님.”
“왜, 연우야?”
“그러니까…… 저 어르신께서 그때 말했던…… 그…… 무당파의 어르신?”
“그래. 일전에 들었잖아. 저 영감님 덕에 노가살수문을 쉽게 털어먹을 수 있었지.”
“그러니까…… 저분이 진짜 일황삼존오왕 중, 삼존이신 무당파 허원 진인의 사숙 되시며 전설의 삼봉조사와 동시대를 사셨던 그…… 주영천 도사님?”
“주영천?”
“주영천?”
“주영천?”
“주영천?”
순간, 강백산과 백강, 석연우, 당씨 남매까지.
너 나 없이 모두가 기함하며 주영천의 이름을 터뜨렸다.
그러자,
“헤헤- 반가워 애들아? 내가 무당파의 산 송장 취급받으며 오늘날 노망난 노친네 소리를 듣고 사는 주영천이다. 엣헴!”
주영천은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화, 화산의 말단 후배 백강이 대선배님을 뵙습니다!”
“석가장의 석연우가 대선배님을 뵙습니다!”
“당문의 말단 후학인 당소소가 대선배님을 뵙습니다!”
“당문의 당일기가 대선배님을 뵙습니다!”
“바, 반갑습니다……. 남만 철각문의 문주, 강백산입니다.”
이내 강백산 등도 공손히 포권하며 주영천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주영천은 더욱 신난 얼굴로 대소했다.
“흐흐흐! 그래도 노부가 아직 유명하긴 한 모양이네? 잘생기고 예쁜 꼬맹이들이 예의 바르게 인사도 해주고 말이야?”
강백산, 백강, 석연우, 당소소, 당일기는…….
작금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오늘날 강호의 전설과 같은 괴도사 주영천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황송할 지경인데, 그가 진소천을 ‘소형제’라 호칭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또 주영천을 ‘영감’이라 부르는 진소천의 기상천외한 모습엔 치가 떨렸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니들……. 나는 너희한테 돈 한 푼 안 받고 무공 가르쳐주고, 수련시켜주고, 부상도 치료해주고. 심지어 싸움의 전략까지 일러주는데, 나한텐 건방지기 짝이 없는 니들이 주 영감님한텐 사족을 못 쓰는구나. 평소 나한테도 그렇게 좀 해봐.”
진소천은 다시 한번 개소리를 시전하며 일행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와…… 저거 진짜 또라이 아니야?’
‘심마다……! 심마에 빠진 게 틀림없다!’
‘형님…… 제발 인간이 되십시오!’
‘진 오라버니…….’
‘아이고…… 소천 형님.’
결국, 일행은 진소천의 망언(?)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데, 때마침 진후와 당맹호의 대결을 앞두고 멀리서 한 떼의 무리가 다급히 다가왔다.
“주, 주 선배님! 여기까지 오셨으면 말씀을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자자! 일단 귀빈석으로 가시지요.”
“허! 주 선배. 오랜만이외다. 크하하하핫!”
“사숙……. 저희와 같이 있으셔야지. 여기서 뭐 하십니까? 가시지요.”
그들은 놀랍게도 무림맹주 남궁학, 사도맹주 홍금부와 무당파 장문인 허원 진인이었는데…….
“허허! 진 문주. 그리고 자네들도 함께 가세. 기왕 이리된 거 함께 대결이나 지켜보지.”
남궁학의 권유에 진소천 일행은 귀빈석에서 진후와 당맹호의 싸움을 지켜보게 되었다.
‘……실화냐?’
오늘도 진소천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경험을 하는 석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