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1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0화
#110화
‘승부수를 던질 생각인가 보군…….’
강백산과 소선의 대결을 지켜보던 중…….
나는 이제 강백산이 대결의 종지부를 찍으려 한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작금, 강백산의 기도(氣道)는 완전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무릇, 기도의 변화는 싸우는 대상이 아니면 쉬이 감지하기 힘들지만…….
「우우웅…….」
지금, 강백산의 쌍권(雙拳)에서는 검수의 검명(劍鳴)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던 까닭이다.
물론, 그 소리는 매우 작아서 보통 사람은 감지하기 힘들 정도의 울림에 불과했으나.
나는 범인과 차원이 다른 감각의 소유자이므로, 그 작은 소리를 충분히 인지했고, 또한 강백산의 손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불그스름한 기파는 그가 전신의 내력을 쥐어짜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에.
‘과연…….’
나는 소선이 이어지는 강백산의 공격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귀추를 주목한 채, 대결을 주시했다.
쿠우우우웅!
그 순간.
강백산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두 주먹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쌍권에서 중후한 기운을 동반한 굉음이 발생했는데, 나는 내심 그의 내력이 생각보다 웅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확실히 백산이가 물건은 물건이네.’
그리고 이내,
휘이이이잉-!
강백산의 신형이 돌풍을 일으키며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소선을 향해 쏘아졌다.
-빠, 빠르다!
-쾌속하기 이를 데 없구나!
-역시…… 권사답게 신체 능력은 한 수 위란 건가?
그러자, 번개 같은 출수를 두고 중인들이 저마다 감탄을 터뜨렸다.
나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는 이미 강백산과 싸움을 해봤지만, 막상 제삼자의 눈으로 구경하고 있노라니, 확실히 녀석이 고수긴 고수란 생각이 들었다.
콰아아아앙-!
하나, 강백산에게 맞서는 소선의 응수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의외군.’
나는…….
소선이 강백산의 패도적인 육탄 돌격을 피해내며 빈틈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생각지 못한 정면 대결을 과감하게 선택했고. 일순, 백색의 검기를 뽑아내 차륜처럼 회전하는 강백산의 신형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장내에는 귀청을 터뜨릴 듯한 충격음이 퍼졌고, 중인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두 사람의 대결에 집중했다.
그러나…….
“크흣!”
역시나 이번 격돌의 여파는 금세, 여실히 드러났다.
‘…….’
강백산에게 검기가 발현된 일검을 격중시킨 소선이 외려 신음을 지르며 입가로 가느다란 선혈을 토한 것이다.
홰애애애액!
강백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쾌속한 승룡권을 시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선은 재빨리 횡을 이동해 가까스로 주먹을 피했다. 그러자 강백산은 연이어 박투술을 펼치며 소선을 공격해나갔다.
-세상에……!
-분명 소선 소저의 검기에 노출되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강백산이라…….
그쯤 되니, 군중들의 반응 또한 더욱 고조되었다.
말마따나 강백산은 소선의 검격에 처맞은 상태지만.
녀석은 마치, 죽음을 초탈한 살수처럼 공격일변도로 나아갔고, 소선은 연신 뒷걸음질 치며, 방어에 치중했는데 놀랍게도 금세 쓰러질 것 같은 소선의 선전이 이어진 터라, 싸움은 좀처럼 기울지 않고 있었다.
파바바바밧-!
그때.
이대로 가다간, 필패란 생각이 들었는지 육탄 전차처럼 돌진하는 강백산에 맞서 소선은 허공으로 도약해 신형을 띄웠다.
그러고는 하늘에서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는데, 그 검로가 강백산의 신형에 닿기 전, 아주 첨예하고 변칙적인 변화를 거쳤다.
‘저게 난피풍검법(亂披風劍法)인가?’
나는…….
한 번도 아미파의 난피풍검법을 견식한 적 없지만, 이론으로 바싹 공부한 데다, 검초가 지닌 무리가 파괴적인 것을 감안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광-!
역시…….
소선의 검격은 강력한 검기를 동반한 일격이었는데, 이번에는 강백산조차 충격을 갈무리할 수 없었다.
“크흑!”
그는 처음으로 나지막한 신음을 지르며 입가로 피를 토했는데,
-결정타구나!
-강력한 검기를 두 번이나 받았으니…… 내상이 심할 거야.
-주최 측에서 대결을 중지할 수도 있겠는데?
중인들은 그 모습을 보며 강백산의 패배를 예상하는 듯했다.
물론…….
지금껏 밀어붙이던 강백산이 한 번 손해를 봤다고 패배를 예상하는 건 비약이겠지만.
나는 그런 중인들의 마음을 십분 공감했다.
그것은, 강백산이 벌써 이번 대결에서만 두 번이나 검기에 격중당했기 때문이다.
비록 본인이 티는 내지 않았지만…….
아마 강백산은 처음 검기를 맞았을 때부터, 적잖은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 데다가, 다시 한번 아미파의 절기인 난피풍검법에 자상을 입었으니, 정상적인 무인이라면 자진하여 패배를 시인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
하나 나는 그런데도 강백산이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왜냐?
‘저놈은 진짜배기니까.’
내가 본 강백산은…….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무인이 아니면, 결코 패배를 시인하지 않을 불굴의 사내기 때문이었다.
실제 강백산은 나와 싸울 때, 밤을 새우는 경합을 벌인 후에야, 승복하지 않았나.
그만큼 그는 독종이고, 그런 놈들은 결코, 쉬이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크크큭…….”
역시…….
나는 이내 예상이 적중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덥석-.
“이…… 이!”
강백산의 입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순간, 대결을 마무리 짓기 위해 그에게로 다가선 소선이,
“이, 이것 놔!”
녀석에게 덥석 멱살을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꽈아아아아앙-!
그리고 나는…….
이어지는 강백산의 반격을 보며, 그에게서 나 자신을 투영했다.
‘확실히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니까…….’
* * *
“…….”
대회장에 침묵과 적막함이 감돌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끄…… 끄응…….”
그것은…….
백도구봉 중 유일하게 여자였으며, 강호의 누구나가 차기 검후로 확실시되었던 소선의 안면이…….
“소선아!”
“소선아……!”
“소선 사저!”
강백산의 철두공을 맞고, 시뻘건 피로 물들어버린 까닭이었다.
“끄아아아악!”
순간…….
자신의 얼굴을 만져본 소선은 금세,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물론, 그녀의 비명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물리적 고통이나, 심적 충격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 남만 철각문 문주, 강백산…… 승리!”
심각한 부상을 염려한 주최 측이 돌연 강백산의 승리를 선언했고, 아직 승복할 수 없었던 소선은 억울함을 토로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아…… 아직 저는 할 수 있습니다! 남은 한 수가 있단 말입니다!!”
소선은…….
아직, 의기가 꺾이지 않았다.
물론, 부상이 경미하지 않았고 내력조차 심각하게 소진된 상태지만.
백도구봉 중 유일한 여인으로서.
더불어, 향후 사부를 뛰어넘어 강호 최강의 검수가 되고 싶단 청운을 품은 한 사람의 무인(武人)으로서…….
이대로 꺾이기 싫었고, 또 꺾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선 소저……. 그만하시오.”
하나, 심판진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소선의 안면은 골절된 상태였고, 비무를 지속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소선 소저. 이번 대회는 강호의 친선 비무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대결이잖소. 하니, 오늘은 승복하는 게 좋을 듯하오.”
“하, 하지만!”
소선은…….
그제야 더 이상 승부를 돌이킬 수 없단 사실을 깨닫고 털썩, 주저앉으며 신형을 가늘게 떨었다.
‘……거, 괜히 나만 미안해지네. 싸우다 보면 질 수도 있는 건데. 쳇!’
반면…….
패배를 목전에 둔 상태에서 막판 ‘철두공’으로 승부를 뒤집은 강백산은 괜히 겸연쩍어, 뒤통수를 긁적였는데.
“소선아…….”
“자…… 장문인…….”
어느새 검후, 대명사태가 비무대로 올라가 주저앉은 소선을 일으켜 세웠다.
“자랑스러운 아미파의 제자답게. 패배를 시인하고 무인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하거라.”
“장문인…….”
대명사태의 말에 소선은 정신을 퍼뜩 차리고, 뚝뚝 떨어지는 얼굴의 피를 닦은 뒤, 강백산을 향해 포권했다.
“강 문주. 패배를 시인합니다…….”
“아……. 좋은 대결이었소.”
강백산은 그런 소선의 모습을 보며 필설로 형용키 힘든, 묘한 감정의 파문을 느꼈다.
‘…….’
그것은…….
확실히 낯간지러운 종류의 감정이었지만.
‘백도의 애송이 놈들…….’
어쩌면…….
‘그렇게 병X들은 아닐지도 모르겠군.’
지금껏 강백산 본인이 병X, 등신, 애송이라 치부했던 백도의 후기지수들이.
비록 자신과 다른 결을 가졌을지언정, 무인으로서 바라고 또 향하는 지향점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강백산 문주.”
그때였다.
“……네?”
대명사태가 나직한 음성으로 강백산을 불렀는데 강백산은 마치 만년설을 맞은 듯 차가운 느낌을 받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남만 철각문이라…… 나는 아직 철각문의 전승자가 남아 있을 줄 몰랐군요.”
“아…… 네, 뭐. 그렇게 됐습니다.”
“대단한 무공이었어요.”
“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그때 다시 한번 소선이와 비무를 해줄 수 있겠소?”
“네?”
“…….”
“아…… 넵!”
뭐 때문일까?
평소, 거침없는 성정인 강백산은 알 수 없는 연유로 대명사태에게 다소 멍청한 모습을 내비쳤다.
-와아아아아아!!!
-무명인이…… 백도구봉을 꺾었다!!!
-이번 대회에 벌써 두 번째야! 진소천 문주에, 강백산 문주까지! 게다가 강백산 문주는 새외인이잖아. 이건 미쳤다고!
그 순간.
단상 아래, 군중들의 열화와 같은 외침을 들으며.
‘이건 뭐…….’
더욱 당황스러운 감정에 직면하는 강백산이었다.
* * *
“한턱 쏴! 한턱 쏴!”
“…….”
“금존청! 금존청!”
“…….”
“산해진미! 산해진미!”
“그만 좀…….”
“정말 이럴 거냐?”
“아, 알겠다고요. 한턱 쏜다고! 거참, 더럽게 난리네.”
“맞을래?”
“됐고. 알겠으니까 어디든 갑시다, 그래.”
대결이 끝나기 무섭게…….
진소천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강백산을 추궁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시무시한 추궁(?)에 강백산은 어쩔 수 없이 전낭을 털기로 했다.
“야호!”
“캬! 백산 형님. 정말 대단하시던데요?”
“진짜 지렸습니다.”
“대단한 싸움이었어요!”
결국, 진소천의 끈질긴 종용에 강백산과 일행은 잠시 하산하여 본청 인근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규모의 주루를 찾았다.
찾았는데…….
“점소이 양반.”
“네?”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순서로 요리 10접시랑 금존청 10병 가져오시오. 더불어 가장 실력이 뛰어난 악사들도 최대한 불러주고. 아! 객실은 당연히 조망이 가장 잘 나오는 최고 귀빈석으로.”
“네? 아…… 넵! 손님.”
진소천은 물주(?)인 강백산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말도 안 되는 주문을 꾸역꾸역 넣는 것이었다.
“지, 진형! 우리끼리 먹을 건데, 악사는 뭔 놈의 악사요.”
그 때문에 강백산은 진소천에게 핀잔을 털었다.
하나, 돌아온 진소천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닥쳐라!”
“???”
“원래 맛있는 음식에 술이 빠질 수 없고, 또 맛있는 술에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물론, 너 같은 남만 촌놈은 모르겠지만.”
“하…….”
그러자, 석연우가 고갤 절레절레 흔들며 진소천에게 물었다.
“소천 형님. 솔직히 형님이 언제 술 먹으면서 음악을 들으셨다고 그래요?”
“지금.”
“네?”
“지금부터 그럴 생각이다.”
결국, 일행 모두가…….
진소천의 후안무치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대체 뭐 이런 작자가 다 있어?’
강백산은 현세에 악마가 있다면 그게 진소천이 아닐까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