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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0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5화

#105화

 

 

 

 

 

나는 얼굴이 두껍지 못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타인에게 신세 지기를 싫어하고, 뻔뻔하지 못하단 뜻이다.

 

한데 이 말은 오늘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 되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

 

그건, 내가 전생을 거치며 많은 심경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나는 전생엔 얼굴이 두껍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이번 생엔 상당한(?) 수준이 철면피가 되고 말았다.

 

“너희도 대회에 참가했냐?”

 

나는…….

 

분명 저번까지만 해도 당일기에겐 하대를 했지만 당소소에겐 존대를 했다.

 

강호의 관례상 적절한 처세는 아니지만, 당소소가 날 오라버니라 호칭하는 데다, 당일기의 누나이므로, 자연스럽게 하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소소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아마 그녀도 나와 친분을 쌓고 싶은 까닭에 날 오라버니로 불렀을 테니, 오히려 좋아하지 않을까?

 

“네, 소천 오라버니.”

 

“저희도 참가했었죠. 아쉽게, 32강에서 떨어졌지만요.”

 

그랬군.

 

솔직히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두 사람이 대회에 참가한 줄도 몰랐다.

 

사실 두 사람도 사천당문이란 배경을 자랑하는 백도의 후기지수지만, 내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만한 재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나 나는 언젠가 두 사람이 크게 성장할 거라 믿었다.

 

일단, 한 번 손속을 섞어 본 결과 당일기의 무공은 또래에 비해 나쁘지 않았고 투지 또한 대단했으며, 당소소 같은 경우는 외려 더 강하다고 했으니.

 

적절한 가르침에, 사천당문의 각종 영약과 벌모세수 등의 지원이 지속된다면 두 사람의 발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깝지만 실망할 필요 없다. 두 사람 전도유망한 데다, 당문의 배경이 있으니까. 단, 무림인은 배경이 좋다 한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지. 말인즉슨 피 터지게 수련하고 또 수련해야 한단 뜻이다. 알겠냐?”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솔직히…….

 

내 성격상 웬만하면 낯간지러운 소리를 안 하지만.

 

희한하게 나는 당 씨 남매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것은 아마 내가 전생에 두 사람의 부친을 죽여 미안함이 들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한 사람의 아비로서 부모자식 간의 천륜을 헤아리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네, 소천 오라버니.”

 

“덕담 감사해요, 형님. 하하하.”

 

그렇게…….

 

나는 당 씨 남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대화라 해봤자 별건 없었다.

 

그저 서로 안부를 묻고, 내 무공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다가 대회에 관한 몇 가지 담론을 주고받는 게 다였는데.

 

그러던 중, 나는 아직 탈락하지 않은 당문의 참가자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형님. 전에 말씀드렸죠? 맹호 형님이라고. 이번에 우리 당문의 맹호 형님이 16강에 진출하셨으니, 그래도 체면치레는 한 셈입니다. 저는 앞으로 맹호 형님이 더 높이 올라갈 거라 믿어요.”

 

당맹호.

 

이전 당일기에 들은 적이 있다.

 

비록, 백도구봉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며 방계임에도 당문의 후계자 중 하나로 지목된 기재.

 

“걔도 만천화우 쓸 줄 아냐?”

 

하나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 그저 우스꽝스러운 질문만 던졌는데.

 

돌아온 당일기의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그럴걸요?”

 

“???”

 

“맹호 형님도 만천화우(滿天花雨)를 펼칠 수는 있겠죠. 물론 완벽하게는 불가능하겠지만, 만천화우를 수련한 지 꽤 시간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 흉내 낼 수준은 되지 않을까요?”

 

순간…….

 

나는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만천화우를 쓴다고?’

 

세상엔 유명한 무공이 많다.

 

이를테면, 교주의 천마신공이라든지, 소림의 백보신권이나 무당의 태극검, 화산의 이십사수매화검법, 종남파의 천하삼십육검 같은…….

 

하나 그 유명한 무공 중 가장 내 뇌리에 강하게 박힌 건 당문의 만천화우인데, 그건 내가 전생에 당운성과 싸우다 만천화우를 맞고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 무시무시한 암기술을 쓴다고?’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한 마디로 만천화우는 내 기억의 편린에 ‘지독함’으로 각인되었달까.

 

하나 나는 금세,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백강도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썼으니…… 당맹호라고 만천화우를 쓰지 말란 법은 없지.’

 

그랬다.

 

물론 당맹호가 아무리 잘난 기재라도, 아직 만천화우를 완벽히 펼칠 순 없을 것이다.

 

하나 완벽하지 않다는 게 익히지 않았단 말은 아니므로, 나는 고갤 끄덕였다.

 

“음…… 만천화우는 여간 까다로운 무공이 아니던데. 그걸 벌써 익히기 시작했으면 네 친척 형도 보통은 아니겠네.”

 

“한데…… 소천 형님.”

 

“응?”

 

“혹시 만천화우를 보신 적 있으세요?”

 

“어?”

 

“아니, 꼭…… 만천화우를 경험해보신 분처럼 이야기하셔서요. 하하.”

 

나는…….

 

순간, ‘전생에 죽은 네 아비의 만천화우에 나도 죽을 뻔했지.’라고 말할 뻔했지만,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형님. 혹시, 석가장의 석연우 소협이란 분을 아시나요?”

 

그때.

 

당일기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오길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잘 안다. 근데 너는 연우를 어찌 아냐?”

 

“아……. 아까 대진표를 보니까 맹호 형님의 다음 상대가 그분이더라고요. 한데, 이리저리 풍문으로 형님이 석가장과 친하단 소리를 들은 터라. 잘 아시나 해서…….”

 

“그러니까…… 만천화우를 익혔다는 네 친척 형의 다음 상대가 연우라고?”

 

“네네.”

 

“크큭.”

 

“왜…… 웃으세요, 형님?”

 

“……아니다.”

 

나는…….

 

하늘에서 빗발치는 암기 세례에 똥 마려운 개처럼 난처해할 연우의 모습이 너무도 훤했기에…….

 

녀석이 좀 불쌍했다.

 

‘연우의 운빨도 이것으로 끝인가?’

 

 

 

 

 

* * *

 

 

 

 

 

자시(子時) 말 무렵-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소원각’이란 이름을 가진 본청 외부의 정자였는데 나는 소원각에서 오늘 한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진 문주.”

 

그는 무림맹주 남궁학이었다.

 

“나오셨습니까, 맹주님.”

 

“한데…… 어인 일로 나만 보자고 했소?”

 

사실…….

 

무림맹의 간부도 아닌 데다,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의 인물도 아닌 내가 사사로이 맹주에게 독대를 신청하는 건 관행적으로 말이 안 되고, 설령 그렇다 한들 맹주가 응하는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 나는 무림맹주와 이미 한 차례 식사 자리를 가진 적 있고, 또 그가 내게 호의적인 것도 알기에 꾀를 부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독대를 신청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맹주님. 충격적이실 텐데 그래도 알려드려야 할 일이고, 또한 협조도 요청하자는 차원에서 말씀드리자면…….”

 

“허허. 진 문주. 대관절 무슨 일이기에 뜸을 들이는 거요? 본래 문주는 성격이 화통하잖소? 이렇게 머뭇거릴 사람이 아닌데.”

 

“일단, 맹주님. 그전에 제가 언급한 부분을 확실히 지키셨습니까?”

 

“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조용히 나오라 한 것 말이오?”

 

“네. 저와 맹주님의 조우는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 일이라.”

 

“걱정 마시오. 본래, 내 일거수일투족은 경호대에 보고되지만, 금일은 진 문주의 언질대로 조용히 나와서 아는 사람이 없소.”

 

“잘 됐군요. 그럼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이후, 다시 한번 주변의 기감을 살핀 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맹주에게 마교와 강백산의 거래를 대략 이야기했다.

 

그러자, 맹주는 화등잔만 해진 눈을 하고서 놀라움을 터뜨렸다.

 

“그게 사실이오, 진 문주?”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제가 강백산이를 손수 패면서…… 확인한 부분이니까요.”

 

“허……!”

 

확실히 무림맹주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을 터다.

 

물론, 무림맹주 정도면 대회에서 벌어질 수많은 사고에 대한 방책을 세웠겠지만.

 

그렇다 해도, 나 같은 무명소졸의 입을 통해 생각지 못한 일을 듣게 됐으니 기함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솔직히 나는 마교가 어떤 식으로든 대회를 방해할 거라 생각하던 참이었소. 그 때문에, 본맹도 상당한 수준의 경계를 유지했고. 기밀이라 진 문주에게 다 말은 못 하지만, 지금도 본맹 첩보대는 치밀하게 마교를 주시 중이오. 하나…… 그들이 이런 식의 공작을 펼칠 줄은 몰랐구려.”

 

“저도 놀랐습니다. 만약 제가 남만 살인격투기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 전승자가 멍청한 놈이 아니었다면…… 이 같은 사실을 캐낼 수도 없었을 겁니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오. 만약 남만 살인격투기의 전승자가 우승하고, 마교의 사주를 받았음을 천하에 공표했다면. 본맹은 물론, 중원 전체의 사기가 땅에 처박혔을 거요.”

 

“그렇지요. 마교의 수작에 놀아난 꼴이 되는 셈이니까요.”

 

“하면…… 진 문주와 그 남만 철각문의 문주는 앞으로 어찌할 작정이오?”

 

“우선 강백산은 예정대로 대회에 집중할 겁니다. 그리고 그는 무공이 고강하니,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낼 게 틀림없고요.”

 

“그의 활약은 이미 보고를 받았고, 나도 직접 보아서 알고 있소. 대단한 외공의 소유자더군.”

 

“하나 강백산이 우승할 일은 없습니다. 일단 저한텐 안 되니까요.”

 

“아…….”

 

“그리고 마교는 강백산의 성적에 따라 합당한 보수를 주겠다는 방식으로 다시 접근할 겁니다. 저는 그때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그러니까…….”

 

일단.

 

나는 맹주에게 내가 세운 전략을 간소하게 일러주었다.

 

그렇다고 전략을 완벽히 노출하진 않았는데, 이는 맹주가 타인에게 내 전략을 누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탓이다.

 

“맹주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군사님이나 첩보대 대주께도 함구하셔야 합니다.”

 

“음…… 진 문주. 하나, 첩보대주는 원칙상 맹의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직위라…… 그에게도 함구하는 것은…….”

 

“맹주님.”

 

“말하시구려.”

 

“저는 맹주님을 믿고 제 패를 깐 셈입니다.”

 

“…….”

 

“이건 소천문 문주 진소천과 무림맹주 남궁학의 대화가 아닌…… 인간 진소천과 인간 남궁학의 대화란 뜻입니다.”

 

“진 문주…….”

 

“부탁드립니다. 답답하시겠지만 한동안만 비밀을 지켜주십쇼.”

 

“…….”

 

“이번엔 제가 마교 놈들에게 엿을 먹여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 *

 

 

 

 

 

며칠 후-

 

“떨리냐?”

 

“…….”

 

“아니면 쫄았냐?”

 

“…….”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 다행히 대회 규정상, 독이나, 고독 같은 건 못 쓴다지 않냐. 그러니 네가 당문의 암기를 처맞고 뒤질 일은 거의 없다.”

 

“……사람 놀리면 좋아요?”

 

“응.”

 

“네?”

 

“아. 말을 잘못했다. 내가 언제 널 놀렸다고 그래?”

 

“형님. 어제부터 온종일 악담을 퍼부었잖습니까. 당맹호 소협이 만천화우를 익혔다더라. 시작하자마자 만천화우를 극성으로 펼칠 거라더라. 넌 이제 X됐다. 등등……. 어제 형님이 한 말 기억 안 나요?”

 

맞다.

 

나는 확실히 어제부터 연우에게 그런 소릴 지껄였다.

 

하나 그건 모두 연우를 위해서 한 소리였다.

 

물론, 녀석은 내 충정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연우야.”

 

“왜요?”

 

“너는 당맹호의 손에서 만천화우를 쓰게끔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그자가 만천화우를 쓸 때. 너는 역으로 그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소리다.”

 

“네?”

 

“그때가 바로……. 네가 유일하게 전세를 역전시킬 기회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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