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0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3화
#103화
‘듣던 것보다 더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사람이야…….’
대大 화산파(華山派) 당대 제일 후기지수이자, 백도구봉으로 손꼽히는 백강.
그의 명성은 강호 전역을 진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때문에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주목과 추앙을 한 몸에 받는 사내였다.
그러나 현재, 그의 눈앞에서 비릿하게 웃고 있는 진소천은…….
‘살살 때려주겠다라…….’
마치 백강을 어린아이 취급했는데, 그 모습에 백강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심정이 되었다.
‘청문 장로께서 말씀하셨지…… 진소천이야말로 이번 대회 최대의 복병이 될 거라고…….’
사실…….
그간 백강은 진소천의 일화를 생생히 들어왔고, 그와 간절히 조우하고 싶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면 청문도장이 그토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나?
대체 얼마나 자신감이 대단하면 혈혈단신으로 노가살수문에 쳐들어가서 봉문까지 시켜버렸을까?
대체 얼마나 무공이 고강하면 젊은 나이에 사도맹의 호법과 비무를 치러 승리를 거머쥐었을까?
그와 같은 의문이 번질 때마다 백강은 진소천이란 인간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하하…… 정말 재밌는 사람이야.’
실제로 진소천을 마주하게 된, 백강은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래. 승부에 연연하지 말자. 나는 내 스스로를 증명하면 그뿐.’
그래서 백강은 진소천과 마찬가지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살살 때려주겠다니. 고맙군요, 진 문주.”
“……화 안 나시오?”
“전혀. 왜 화가 나겠습니까?”
“꽤 심지가 굳건한 도사 양반이군.”
“진 문주도 그리 보이는데요.”
“아무튼 도사 양반. 알다시피 내가 귀파의 속가인 석가장과 막역한 사이기도 하고, 청문도장과도 안면이 있으니 심하게 굴리진 않으리다. 또, 화산파엔 빚진 것도 있으니까.”
“빚이라니. 화산파에 진 문주가 무슨 빚이 있단 겁니까?”
“비밀이오.”
“하하.”
“그럼 슬슬 시작합시다.”
대화를 끝으로…….
많은 군중이 숨죽인 채 지켜보는 가운데, 대결의 서막이 떠올랐다.
* * *
“사형……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나야 강이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아마 진 문주를 능가하긴 힘들 것이다.”
“저자가 그리 대단합니까?”
“보면 알게 될 일.”
진소천과 백강의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에.
관중석에 앉아 있던 청문도장은 사문의 중진들로부터 승패 예측에 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진소천의 우위만을 간략히 점치며 말을 아꼈는데, 그로서도 승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릇 무림인 간의 대결은 그날그날의 운과 무공의 상성에 더불어, 집중력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으니…… 어쩌면 강이가 기회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청문도장은 백강의 승리를 염원했다.
누가 뭐래도 백강은 현 강호 후기지수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축에 들어가는 인물이고, 그의 승패에 화산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반면…….
“연우야. 떨리느냐?”
“아뇨. 떨 이유가 없잖아요.”
“응?”
“백강도장께서 아무리 강하다 하나, 소천 형님께 이길 순 없을 거예요. 말인즉슨, 소천 형님은 반드시 승리하실 거고, 이후에도 승승장구하실 게 뻔하단 이야깁니다.”
“허허, 연우야. 우리는 화산의 속가다. 네가 아무리 진 문주와 막역한 사이라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소천문을 응원해서야 되겠냐?”
“하하. 그렇게 들렸나요?”
“녀석아! 누구라도 그리 들을 것이다. 하하하.”
“그러는 아버지도 형님이 이기길 바라는 눈치신데요?”
“어허! 나야 백강 도장을 응원하지.”
“하하하.”
화산의 속가인 석가장은 오히려 진소천의 승리를 바라는 눈치였다.
물론, 화산파 인물들이 알면 섭섭할 노릇이지만…….
석연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석대방의 입장에서도 진소천이 백강을 꺾으면 아들의 입지가 올라갈 터였기에.
이는 너무나 인간적인 심사라 할 수 있었다.
“시작하는 모양이구나.”
“기대되네요.”
“지켜보도록 하자, 연우야.”
그렇게…….
진소천의 쾌경보와 백강의 오행매화보를 시작으로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채애애애애앵-!
무공이란 게…….
일정 수준에 오르면 살짝 손만 섞어도 상대의 ‘견적’을 낼 수 있기 마련인데, 나는 특히나 이런 능력이 탁월한 편이다.
그건 아마, 내가 전생에 3000 살수를 지도하던 교관 생활을 거쳤기 때문일 텐데, 아무튼 많은 사람을 가르치다 보니 사람 견적 내는 데는 도가 터버린 것이다.
‘제일 상대하기 짜증 나는 유형의 도사군…….’
그 때문에…….
나는 백강과 단 일합을 맞닥뜨리고도 그의 견적을 뽑을 수 있었다.
채채챙-!
그는 전형적으로 상대하기 짜증 나고 성가신 유형의 검수였다.
이게 무슨 말이고 하니…….
일단 백강은 성정부터 백도인 특유의 오만함과 거리가 멀었고, 상대를 꺾겠다는 일념보다 외려, 가진 것을 후회 없이 쏟겠단 의지를 비쳤는데, 이런 유형은 결코 방심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빈틈’을 찾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채채챙!
역시나…….
예상대로 백강의 검초는 화산 정종 무학의 기치를 잘 담고 있었다.
화산의 검(華山劍)은.
단언컨대, 천하에 산재한 수많은 검법 중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데, 백강의 검 또한 그에 걸맞은 화려함과 정밀함을 내포했고 나는 열 냥짜리 철검을 미X 듯이 휘둘러 백강의 검격을 쳐냈다.
“대단히 쾌속한 검로로군요, 진 문주.”
“빠르면 뭐 하오? 당신의 검이 더 화려한데.”
“하하. 화려함은 흉내 낼 수 있지만, 본연의 쾌속함을 흉내 낼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채채채채채채챙!
나와 백강은…….
연신 검격을 주고받으면서도 대화를 나눌 만큼 안정적인 호흡과 기도를 유지한 채로 싸웠다.
하나 그건 그만큼 우리가 전력을 다하는 게 아니라 힘을 아끼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니.
“웃는 거 보니, 살만한가 본데.”
“?”
“앓는 소리 나오게 해주겠소.”
나는 본격적으로 백강을 몰아붙일 생각에 내 검법의 ‘장기’인 ‘그 초식’을 열두 번이나 연환하여 시전했다.
쏴사사사사사사사-!
채채채채채채채채챙!
“……!”
순간.
내 검격을 받아치는 백강의 눈에 경악이 실렸다.
그뿐만 아니라, 비무대 아래서 대결을 지켜보던 군중들 또한 일제히 침묵했는데.
채채채채채채챙-!
그것은 바로, 현재 내가 사용하는 초식을 모든 사람이 알아봤기 때문일 터다.
콰아아아아앙-!
쾌속하게 펼쳐지던 내 검로가 백강의 흉부에 방점을 찍으려는 찰나, 백강 또한 칠절매화검의 일격으로 응수, 우리는 격돌의 여파를 갈무리하기 위해 3장 정도 거리를 벌린 채, 잠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좋고.’
나는 비록 방금 격돌에서 백강의 신형을 적중시키지 못했지만…….
나보다 백강이 몇 걸음은 더 물러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내가 승기를 잡은 셈이다.
나는 씨익 웃었고,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백강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설마…… 방금 그거 팔방풍우(八方風雨)는 아니겠지요?”
“보면 모르오? 팔방풍우가 맞소.”
“…….”
나는…….
작금의 상황에 백강을 비롯한 비무대 아래 군중이 왜 기함하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팔방풍우라는 희대의 삼류검법(三流劍法)으로 백강을 밀어붙였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내가 잘못 본 건가?
-……실화?
-파, 팔방풍우라고?
그 사이, 군중들의 수군거림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렇다.
나는 방금 분명히 팔방풍우를 연환한 것만으로 백강의 칠절매화검을 수세에 몰았다.
팔방풍우(八方風雨).
이는 여덟 군데의 방위를 비바람 휘몰아치듯 공격하는 초식인데 화려한 초식명에 반해, 실상은 형편없다고 알려진 삼재검법.
물론…….
그건 세간의 생각일 뿐, 내가 생각하는 팔방풍우는 전혀 다르지만.
“도사 양반. 고작, 삼재검법의 팔방풍우라서 놀랐소?”
“……좀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오.”
“앞으로 더 놀라게 될 테니, 마음 가라앉히시오.”
내가 생각하는 팔방풍우는…….
가히 ‘절세신공’이다.
대개, 머리털 나고 처음 검을 잡는 아이들은 팔방풍우, 횡소천군, 태산압정으로 검도(劍道)에 입문한다.
그만큼 팔방풍우는 누구나 펼칠 수 있고, 또 노력하면 누구나 완숙에 이를 수 있는 낮은 진입 장벽의 초식.
그 때문에, 나는 외려 팔방풍우를 절세신공으로 꼽는다.
물론, 이런 내 지론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면 아마, 미X놈 취급하겠지만.
왜냐?
그만큼 팔방풍우는 무궁무진한 변화나 화려함과 거리가 멀뿐더러, 묵직한 중검의 묘리라든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예리함의 측면에서도 탁월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검을 연구할수록 팔방풍우, 횡소천군, 태산압정 같은 ‘단순함’에 최적화된 검초가 사용하기 따라, 실전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예컨대, 재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 사람에게 익히기 까다롭다는 이십사수매화검법을 가르치면 아마 100년이 걸려도 요원한 일지 않을까?
하나 팔방풍우-횡소천군-태산압정 같은 단순한 초식을 가르친다면?
1년이 지났을 때, 그는 꽤 매끄러운 검초를 펼치게 될 것이고, 10년이 지났을 때 그는 너무도 완숙해서 감탄이 나오는 검초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년, 30년이 지나서도 그가 팔방풍우와 횡소천군, 태산압정을 연마한다면…….
그의 삼재검법은 가히 ‘완벽’에 이르게 된다.
완벽한 검(劍)이란…….
얼마나 빠르고 날카롭고, 화려하고, 묵직하고 또 다변한지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검은, ‘허점’이 전무한 ‘무결점’을 뜻하는데 내 팔방풍우의 경우가 그러했다.
쉬이이이익-!
나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쾌경보로 시작해, 팔방풍우를 시전하며 백강과의 거리를 좁혔다.
역시나 백강 또한, 다시 칠절매화검의 예리함을 살려, 내 팔방풍우를 받아쳤는데,
채채채채채채채챙-!
‘각 나왔네.’
나는 백강이 팔방풍우를 막아내는데 몰두하던 그 순간,
까아아아아앙-!
대번에 검로를 뒤틀어, 팔방풍우가 아닌 태산압정(泰山壓頂 :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는 일검)의 일격을 백강의 머리통에 시전했다.
“……!”
“……!”
“……!”
하나, 백강은 용케도 내 태산압정을 막아냈다.
물론, 그는 검에 실린 경력을 견디지 못해 무릎을 꿇었는데, 사실 나는 이 틈을 타, 백강의 안면에 무릎을 꽂아 넣을 수도 있었다.
하나, 그랬다간 연우나 석가장, 그리고 청문도장에게 미안할 것 같았고, 전생에 화산파 장문인을 살해했던 이력 탓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터라, 한 번은 자비를 베풀었다.(물론 이를 통해 마음의 짐을 좀 덜려는 의도가 있지만 말이다.)
“계속할 거요?”
“……기회를 주겠소?”
“물론. 일어나시오.”
나는 백강에게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졌는데, 아마 상대의 곤궁함을 노리지 않고 기회를 부여하는 내 ‘의협심’에 감동한 모양이었다.
“진 문주. 나는 이미 당신에게 패한 것이나 다름없소. 하나, 기회는 당신이 줬으니 후회하지 마시오. 나는 이번 공격에 내 전력을 쏟으려 하오.”
“얼마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강의 신형이 잔상을 흩뿌리며 시야에서 사라졌고,
쐐애애애애액-!
날카로운 기파가 내 감각에 들어오는 순간,
-저, 저건…… 이십사수매화검법!
나는, 전생에 이어 두 번째로…….
검봉에서 피어오르는 분홍빛 휘광과 함께, 화려하게 펼쳐지는 매화의 검기(劍氣)를 목도할 수 있었다.
‘좀 하는 도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