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0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1화
#101화
나는 심지가 굳건한 사람이다.
심지가 굳건하다는 건, 마음의 골조가 탄탄하다는 소리고, 이 말은 어떤 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정심(正心)한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그런 나로서도, 작금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대경실색을 감출 수 없었는데,
[당신! 마교 사람이냐고 묻잖아!!]
그건, 바로 강백산이란 사내에게 상상도 못 한 내용의 전음을 들은 까닭이었다.
[누구냐, 너?]
일단…….
나는 떨리는 가슴을 억누른 채, 차분한 표정으로 강백산에게 물었다.
대체 저자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무림맹과 사도맹이 주최하는 무림 대회에서 대뜸, 마교를 운운하는 남만 출신의 고수라.
뭔가 구린내가 풍기기도 했거니와, 일단 내 무엇을 보고 마교 사람이냐고 물은 건지 알 수 없으니…….
현재 내 심정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오리무중에 첩첩산중이다.
[뭐?]
하나 돌아온 강백산의 전음은 의외의 것이었다.
[너, 누구냐고.]
[내가 먼저 물었잖아. 마교 사람이냐고.]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
[뭐야?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너야말로 내가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라, 이 새끼야.]
[입이 거칠구나?]
[이런 병X 새끼가?]
후…….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새끼 이거, 정상은 아닌 놈이다.
동벽 선생의 말을 인용하자면, ‘마음의 병’이 있는 놈 같달까?
하나 나는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릇 이런 놈일수록 단순하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음흉하기보다 화끈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
[여봐, 강 씨.]
[뭐야?]
[일단, 조용한 데로 가서 둘이 이야기 좀 하자.]
[왜? 조용한 데로 끌고 가서 암살이라도 할 생각이냐?]
[???]
이놈…….
혹시 내가 살수 출신인 걸 아는 걸까?
아니면 관심법이라도 쓰는 건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대충 어질어질한 상황이다.
* * *
다행히 강백산은 나와 비슷한 유형의 인간인 듯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찝찝하거나 궁금한 일은 그때그때 풀거나 알아야 하는 성격으로 보인단 뜻이다.
그 덕분(?)에 나는 강백산을 한적한 목림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하나, 그런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기감을 끌어 올려 사람이 있는지 몇 번 더 살핀 후에야 나는 허심탄회하게 입을 열었다.
“자. 여기는 아무도 없다. 거기다, 너나 나나 서로 궁금한 게 많은 건 피차일반이지. 그러니 이제 서로 진실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러나, 강백산은 여전히 신경질적인 표정을 고수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됐고. 너는 내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면 된다. 너 마교 놈이냐?”
나는…….
장고, 재고, 계산하며 처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선 머리를 잘 써야 하므로, 우선 덫을 놓았다.
“만약 그렇다면?”
그러자,
“어이가 없군. 분명 내겐 이중 첩자는 붙이지 않을 것이며, 그럴 재간도 없다고 했으면서. 이런 식으로 날 감시해? 이봐, 마교 양반. 나랑 섣부른 심리전 할 생각하지 마. 내가 무슨 등신으로 보여? 이러면 나도 니들 요구에 순응 못 하지. 안 그래?”
어째…….
일이 희한하게 돌아가는데.
아무래도 강백산과 마교 사이에 접점이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아, 나는 그 부분을 중점으로 캐보기로 했다.
“강백산.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당신 기분을 나쁘게 해서 얻는 게 뭐겠어? 단지, 나는 확실히 하잔 의미에서……”
“닥쳐, 이 마교 새끼야. 나는 니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대회에 참가했는데. 날 못 믿고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뭐가 어쩌고 어째? 남만 살인격투기의 전승자냐고? 어디서 어설픈 심계를 부리냐?”
하…….
참자, 참아.
나는 ‘참을 인(忍)’ 자를 세 번 새기며 재차 놈을 달랬다.
“워워. 미안하다고. 하나 알다시피, 보안상 거쳐야 할 절차였다. 게다가 나는 당신이랑 초면이잖아. 그래서 확실히 할 필요가 있지.”
“그래. 그건 알겠다, 이 마교 새끼야.”
“???”
“그건 그렇고. 내가 강백산이란 건 알았을 테니. 대체 나한테 할 말이 뭐야? 혹시 내가 선금을 받고 대회 도중 도망이라도 갈까 봐?”
“???”
“한심한 것들 같으니라고. 어이, 마교 양반.”
“…….”
“비록 내가 돈 몇 푼에 마교의 의뢰를 받았지만 뱉은 말은 지키는 사내다. 게다가 우승해서 상금까지 획득할 생각이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후, 네놈들과의 약속대로 나는 내가 마교의 의뢰를 받았음을 천하에 공표한 뒤, 대회에 똥물을 뿌리고 중원을 뜬다. 네놈들은 잔금이나 확실히 준비해.”
“그랬군…….”
“???”
나는 그제야…….
명확하진 않지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강백산은 마교에 돈을 받고 무림 대회에 참가한 ‘첩자’인 셈인데, 제 놈이 대회에 우승을 차지하고, 우승자 감투를 획득한 상태에서 마교의 첩자임을 공표하겠다?
그래서 대회에 똥물을 뿌린 뒤, 강호에 혼란을 일으키겠다.
대충 그런 장면 아닐까?
‘마교도 많이 변했네. 예전 같으면 이런 수법은 안 썼을 텐데.’
하긴…….
생각해보면, 지금의 마교를 내가 활동하던 때의 마교와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나 역시, 내 죽음을 예견치 못하고, 숙청을 당했으니.
하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개꿀이네?’
나는…….
지금 무림맹주도 모르는 1급 기밀을 얼떨결에 입수한 셈이다.
말인즉슨,
‘좋구나…….’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이 되었단 것이다.
“백산아.”
그래서 나는, 대번에 어투와 호칭을 바꾸고 강백산을 향해 말했다.
“고맙구나.”
“뭔 소리냐, 갑자기?”
“나한테 천금과 바꿀만한 정보를 줬으니.”
“???”
“백산아. 나 마교 사람 아니다.”
“그게…… 뭔…….”
“다 말해야지.”
“뭔 소리야, 씨X!”
“무림맹주한테 다~ 말해야지.”
“???”
“맹주님! 마교의 첩자를 잡았습니다. 아니, 글쎄, 남만의 촌놈이 마교에 돈을 받고 무림 대회를 망칠 생각으로 참가한 게 아니겠습니까!! 라며 고자질을 하면? 맹주가 나한테 상을 내리지 않을까?”
그 말을 남기며.
나는 번개 같은 속도로 쾌경보를 펼쳐,
파파팡-.
놈에게서 달아났다.
“뭐? 이 미X 씨X 새끼야!!”
등 뒤에서 격분에 찬, 강백산의 노호성이 울려 퍼졌다.
* * *
[거기서지 못해, 이 개새X야!]
강백산은 무공이 뛰어난 놈이다.
이건 확신할 수 있는데, 비단 그의 비무를 지켜보고 내린 판단은 아니었다.
다만, 저렇게 빠른 경신법을 펼치면서도 오직 나만을 향해 전음을 명확히 전달하는 건, 최소 놈이 기공(氣功)에 통달한 무인임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벌하게 욕을 퍼부으면서 잡으러 오는데, 너 같으면 서겠냐, 인마?]
하나 나는 꿀릴 게 없다.
왜냐면 내가 강백산보다 기공을 더 잘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 너…… 잡히면 진짜 죽여버린다!]
나는 강백산의 무시무시한 예고 살인(?)을 무시하며 계속 쾌경보로 산기슭을 헤쳐나갔다.
사실…….
내가 정말 강백산의 실체를 맹주에게 고자질할 생각이었다면, 당장 본청으로 달렸겠지만.
일단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상황’에 따라 맹주에게 강백산의 정보를 넘기는 대가보다 놈을 이용해서 얻는 대가가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물론…….
그런 ‘상황’이란 것도 내가 하기 나름인데, 나는 그럴 능력이 있으니 당장은 맹주에게 고발하기보다, 강백산과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기며 ‘간’을 볼 요량인 것이다.
[거기 서라고 했다!]
[안 선다고 했다!]
[진짜 잡히면 골통을 부숴 버린다, 새끼야.]
[워워. 무섭네.]
[뭐, 이런 정신병자 새끼가 다 있어?]
[여기 있네?]
파파팡-.
파파팡-.
나는 쾌경보로…….
강백산은 자신의 경신법으로…….
그렇게 우리는 장장 한 시진 넘게 이곳저곳, 협곡을 넘고 폭포를 가르고, 계곡을 거치며 ‘무한 술래잡기’를 펼쳤다.
[……내가 졌다. 일단 이야기 좀 하자.]
그러던 중…….
체력에 한계를 느낀 강백산은 다소 수더분한 어투로 전음을 보냈다.
때마침, 나도 슬슬 지루하던 참이어서 고개를 끄덕인 후, 놈과 거릴 유지한 채 신형을 멈춰 세웠다.
“후우……. 이 새끼야.”
“새끼? 말본새가 그러네? 안 되겠다. 맹주한테 다 말하러 가야지.”
“아, 알겠다고! 알겠다고, 이 새끼야!”
“이 새끼가 아니라 내 이름은 진소천이다. 소천 형님이라고 안 부르면 당장 맹주한테 간다.”
“뭐, 뭐야? 형님? 형님이라고 부르란 말이냐? 딱 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 새끼가!”
“갈게.”
“아, 알겠다! 알겠다고.”
“그럼 소천 형님이라고 불러 봐.”
“소, 소천 형…… 님. 됐냐?”
“넌 형님한테 반말하냐?”
“???”
“공손하고, 예의 있게. 누가 봐도 배운 사람처럼 소천 형님이라 부르면서 존대하지 않으면, 난 곧바로 맹주한테 네 정체를 밝히고 널 내치도록 종용할 거다. 아…… 생각해보니 참가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준이 아니라 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는데? 맹주가 마교의 첩자를 살려줄 리 없으니까?”
내 말에 강백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왜 안 그렇겠나?
아마 지금 녀석의 심정은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터였다.
“……소, 소천 형님. 일단 그렇게 협박하지 마시고. 진정해보슈.”
“난 애당초 흥분한 적도 없으니 진정할 것도 없다. 오히려 진정은 네가 해야지.”
“후……. 그럼 진정하면 맹주한테 고자질 안 할 거요?”
“내가 원하는 그림이 나올 경우에 한정해서.”
“이를테면?”
“예컨대…… 내가 맹주에게 네 정체를 밝혀서 얻을 ‘이익’보다, 네 정체를 숨겨주고 얻게 될 ‘이익’이 더 클 경우랄까?”
“하…….”
“쉽게 말해, 네가 마교에서 받은 돈. 이후, 또 받게 될 돈. 거기서 나한테 떼어줄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
“왜?”
“그럼…… 네놈…… 아니, 소천 형님은 지금…… 나한테 돈을 뜯을 생각이란 거요?”
“당연.”
“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돈 몇 푼에 마교의 첩자가 될 생각을 한 너보단 낫지 않을까?”
“씨X! 완전 잘못 걸렸네, 진짜.”
“원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백산아.”
“제기랄!”
“말투가 좀 그러네. 안 되겠다. 나 간다.”
“아, 알겠소! 알겠다고! 그러니까 협박하지 말라고!”
나는 노발대발하는 강백산이 우스워서 킥킥거리다 다시 슬쩍 말문을 뗐다.
“백산아.”
“…….”
“얼마 줄 거냐?”
* * *
나는 강백산처럼 돈에 미X 인간이 아니다.
하나 그런데도 돈타령을 한 것은, 강백산의 진신 정체를 정확히 밝히기 위함이었는데 다행히 강백산은 사건의 경위를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 취조(?)의 과정을 거쳐 나는 상황을 대략 간추렸다.
첫째. 강백산은 남만 철각문 출신으로 살인 격투기의 전승자가 맞다.
둘째. 강백산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막대한 선금을 받았고 이후 성적에 따라 나머지 잔금을 받을 계획인데 돈을 받는 즉시, 만천하에 정체를 공표, 무림맹의 권위를 실추시킬 작정이었다.
여기까지가 마교와 강백산이 나눈 계약의 내용이었고.
셋째. 하나 강백산은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상금을 획득할 생각이며 이후 마교에서 잔금을 받으면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아무도 모르게 중원을 뜰 작정이었던 것.
한 마디로 강백산은 마교와 무림맹을 동시에 기망하여 돈을 끌어모은 후,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너도 참 간이 크네. 마교와 무림맹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돈을 들고 튈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나는 무림맹엔 그리 큰 피해를 줄 생각이 없었소. 애당초 상금이야 정당하게 우승해서 받을 생각이고. 마교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조용히 중원을 뜨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닥쳐라!”
순간.
나는 강백산에게 호통을 친 뒤, 말을 이었다.
“백산아. 너는 마교가 X으로 보이냐?”
“???”
“마교가 너 같은 놈한테 당할 만큼 등신인 줄 아냐? 마교와 거래를 한순간, 너는 죽을 날 받아 놓은 거나 다름없다.”
“무슨…….”
“네가 우승을 하든, 안 하든. 마교는 최소한의 목적을 달성할 거고, 넌 받은 돈을 빼앗긴 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거란 뜻이다.”
“당신! 날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요?”
“닥치고 마저 들어.”
“…….”
“지금부터 네가 살 방법은 한 가지다.”
“…….”
“오늘부터 내 부하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