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0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0화
#100화
이걸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슬퍼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당황스러워해야 하나?
아무튼…… 좀 얼떨떨했다.
그도 그럴 게 대진표를 보면서 형산파의 종회란 이름을 확인한 뒤,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싸가지 없는 애새끼를 정당한 방법으로 두들겨 패줄 수 있게 됐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하나 종회는 내 미소를 보는 순간, 벼락 맞은 고목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는데 아무래도 일전에 내게 당했던 기억이 놈의 의식을 지배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기권을 해? 참나…….’
그래도 그렇지.
사문의 어른들이 보는 앞에서 싸워보지도 않고, 기권해?
그것도 무림 대회에서?
나는 종회의 근본 없는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 그러려니 승리를 받아들였다.
“배, 백칠십구 번, 진소천, 스, 승!”
심판도 얼떨떨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나의 승리를 선언했다.
나는…….
“종회야. 젊은 놈이 그렇게 패기가 없어서 어쩌냐?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무림인 때려치우고, 조용한 시골에 낙향해 장사나 하는 게 어때?”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대로 종회와 작별하긴 아쉬웠던(?) 탓에, 녀석을 향해 덕담 한마디를 선사했다.
한데 놈의 반응이,
“당신…… 언젠간 후회할 거요.”
좀 쌀쌀맞달까? 아니면 건방지달까? 아무튼 그러했다.
근데, 그 순간.
아니나 다를까 종회와 내 쪽을 응시하던 형산파 인물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음…….’
그들 중, 몇몇은 일전에 종회와 마찬가지로 내게 당했던 자들.
특히, 나와 대결을 펼쳤던 영명은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날 노려봤는데 그 눈빛이 짜증 나서 나는 놈의 눈알에 탄지신통을 꽂아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하나 그 대열에는 형산파 장로급으로 보이는 중년인도 있었기에 자중하고, 그저 영명을 향해 찡긋- 눈을 깜빡여주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자,
저벅저벅-.
영명이 날 향해 발걸음을 내디뎌 다가왔다.
“진 문주.”
“…….”
“도중에 탈락하지 말고 올라오도록 하시오.”
“???”
“이번 무림 대회에서. 나는 당신을 꺾어 보이겠소.”
“오…….”
나는…….
일단 영명의 패기로움에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이건 조롱의 의미가 아닌, 감탄의 의미였고 또 진심이었다.
최소한…….
날 보자마자, 오줌 지릴 기세로 기권한 종회와 비교했을 때, 영명은 무림인다운 태도를 보였으니 기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하동문이오, 도사 양반.”
“…….”
일단…….
영명이 정말 결승전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녀석과 나는 다시 한번 비무대에서 싸움을 펼치게 될 것이다.
“뭐……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겠지만?”
“???”
* * *
타타타타타타타타!
확실히…….
날붙이가 아닌, 목검(木劍)과 목도(木刀)의 격돌이라, 날카로운 금속성 대신 둔탁한 굉음이 울려 퍼지는 연우의 첫 대결이다.
공교롭게도 연우의 상대 역시 인연(?)이 닿은 놈이었는데, 하필 그는 무림맹 본청에 당도한 날 우리와 싸움을 벌였던 하북팽가의 팽중삼이었다.
타타타타타탁!
연우는 당시, 진주언가의 언헌과 적수공권의 싸움을 벌이고도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내가 본 언헌과 팽중삼은 수준이 비슷했으니…….
말인즉슨, 지금의 연우는 놈들보다 한 수 위란 뜻이었다.
휘이이이, 타아아악!
“크읏!”
역시.
둘의 대결은 50여 합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소 승패가 기우는 듯했는데, 결국 연우가 팽중삼의 허점에 변칙적인 검초를 격중시키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석연우, 승!”
그렇게 심판이 연우의 승리를 선언했고, 팽중삼은 허망한 눈으로 연우를 바라보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히, 히이이익!”
놈의 반응이 조금 전의 종회를 보는 듯해서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그날 나한테 처맞고, 기절했으니…… 안 지리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나는…….
다시 한번 폭력의 위대한 힘을 절감했다.
이래서 건방진 작자들에겐 성인군자의 백 마디 설교보다 나 같은 폭력 전문가의 주먹 한 방이 더 효율적이다.
보라.
그렇게 오만방자했던 팽중삼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지 않았나?
“중삼아, 안녕?”
“다, 닥치시오!”
팽중삼은…….
뭐가 급했는지 내 상냥한 인사에도 대뜸, 불같이 화를 내며 군중 사이로 꽁무니를 뺐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랑 연우는 빙그레 웃었다.
“연우야!!!”
그때.
연우의 대결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석 가주가 반색했다.
“하하! 아버지. 다행히 첫날 예선은 통과했네요.”
연우도 기쁠 터였다.
물론, 겉으론 담담한 척하지만, 내가 관심법으로 보아하니, 녀석은 지금 미치고 팔짝 뛸 만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
그리고,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처음 연우를 보았을 때.
녀석의 무공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물론, 체계적으로 수련한 태가 났고, 애당초 만들어질 때부터 신공절학이던 화산파 무공을 익힌 터라 싹수는 보였지만.
그런데도 연우는 무림인으로서 가져야 할 깡과 독기가 부족해 보였던 것이다.
하나 소천문의 객식구로 수련하며 연우는 인내력을 배양했고, 나와 강호를 종횡무진하며 온갖 일을 경험하다 보니, 이젠 노련함까지 생겼다.
‘무엇보다…… 체력과 내력이 급속도로 증진됐으니…… 저 녀석도 많이 컸지.’
그뿐만 아니라, 연우는 무공의 근본이 되는 체력과 내력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끌어냈다.
이는, 단순히 재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적당한 재능에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고행.
“용케 1차전은 이겼구나.”
“하하. 덕분입니다, 형님.”
나는 그 고행을 묵묵히 걸어 나가는 연우가 장했다.
“몇 차전까지 올라갈 생각이냐?”
“그야 모르죠.”
“부처님과 천지신명께 기도해라.”
“뭘요?”
녀석의 물음에 나는 석 가주가 들을세라, 전음으로 답했다.
[2차전도 만만한 병X 하나 얻어걸리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러자,
[형님. 좀 닥치십시오. 후…….]
연우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날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는데 이 또한 나는 우스워서 킥킥거리고 말았다.
* * *
1차 비무가 끝나고…….
다음날 나는 휴일을 맞이하여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다, 문득 소윤이가 생각에 소천문으로 서신을 띄웠다.
이후 정오가 되었을 때, 석가장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그들과 식사를 끝낸 뒤엔, 다음날 비무를 준비했다.
“하나, 둘.”
“하나, 둘.”
물론…….
비무 준비랄 게 별건 없다.
그저 나와 연우는 여느 때처럼 연무장에서 체력단련에 몰두할 뿐이었는데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우리는 2차 비무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형님! 2차도 승리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축하는 무슨. 당연한 일인데. 그나저나 진짜 축하는 네가 받아야지. 네가 2차전도 승리하다니.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둘 다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형님. 아버지가 저녁에 화산파 거처로 가서 식사하자고 하시는데 같이 가시죠. 아마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인 백강 도장과도 안면을 틀 수 있을 거예요.”
이후, 연우가 대뜸 내게 화산파의 거처를 찾아가자며 권유했다.
마침, 내일도 휴일이니 가서 맛있는 음식에 술이나 잔뜩 퍼먹고, 백강인지 뭔지 얼굴도 한 번 보려다가…….
나는 그냥 고갤 내저었다.
‘후……. 양심상 화산파 소굴로는 못 가지.’
나는…….
전생에 화산파 장문인이자 일황삼존오왕 중, 한 사람인 청진 도장을 죽이지 않았나.
그것도 화산의 성지라 불리던 연화봉에서 모가지를 따버렸으니 양심상, 화산파의 밥을 얻어먹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남은 참가자들 대결이나 더 지켜볼 테니, 먼저 가라.”
그렇게 나는 연우를 보내고 홀로 연무장에 남아 남은 참가자의 대결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데…….
잘 싸우는 놈들은 애 저녁에 승리하고 자리를 떴는지 비실비실한 놈들의 소꿉장난 같은 대결만 펼쳐지는 상황.
‘백도나 흑도나…… 개판이긴 매한가지네.’
나는…….
어쩌면 몇 년 안으로 우리 동동이들이 강호에 이름 날리는 고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확실히 내 손을 거친 동동이들의 현재 수준은 저들과 비교했을 때, 모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동이 정도면 한 4차전까진 갈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던 와중…….
콰지이이익!
내 귀에 목검 박살 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이내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때…… 그 녀석이네.’
그는 1차전 날, 사도맹주가 연설을 할 때,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던 민소매 무복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내였다.
‘어쩐지 골격도 그렇고 발달한 근육 모양도 보통이 아니더라니…… 역시 외공을 중점에 둔, 권사였군.’
그는…….
목검을 쥔, 검수를 상대로도 맨몸을 고수하며 적수공권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시, 심판! 목검을 다시 주시오!!”
그러다, 목검이 부러진 상대가 심판에게 다시 검을 내어달라 요청했는데, 어이없게도 심판은 고갤 끄덕이며 냉큼, 목검 한 자루를 내어주는 게 아닌가?
‘미친 건가?’
나는 그 작태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권사와 검수의 대결에서 검이 부러졌단 건, 권사의 승리를 방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데, 저리 검을 또 내어주면, 검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썩어빠졌네.’
이건 공정한 처사가 아니었다.
하나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몸 좋은 사내는 씨익- 웃음만을 지어 보였다.
‘그만큼 자신이 있단 소린가?’
나는 문득, 몸 좋은 사내의 실력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그의 실력을 깨닫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앙-!
“크아악!”
그것은 찰나에 펼쳐진 일각(一脚)이었고,
“…….”
그것은 내가 본 발차기 중 손에 꼽힐 정도의 숙련되고 정밀한 일각이었으며,
“사, 삼백사십 번…… 강백산, 승!”
오래전…….
전생에 마교의 무공 서고에서 광인처럼 다독(多讀)하다, 발견한 ‘새외 무공편’의 저서에서 목도했던 ‘그 발차기’와 매우 유사한 일각이었다.
‘혹시…….’
나는…….
단지, 몸 좋은 사내의 일격만을 보았을 뿐이다.
사실 누군가의 일 초식을 보고, 그 무공의 연원을 파악한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나는 이미 전생부터 천하에 산재한 대부분의 무공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또 연구한 ‘무공 연구가’이자, ‘무공 판독기’며, ‘무공 지식의 최고 권유자’답게 웬만한 무공은 투로(鬪路)만 보고도 대충 뿌리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물론…….
나 외에도 세상엔 그런 능력자가 수두룩할 것이다.
아마 강호에서 한평생 칼 밥 먹고 살았던 노(老) 고수들은 나보다 무공 지식에 더 해박할 수도 있고.
하나 확언하건대.
저 사내의 무공을 알아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게 자명하다.
그것은 바로, 사내의 무공이 강호에서 실전된 지 반백 년이 된, 새외의 무공이기 때문이다.
‘남만 살인격투기……인가?’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이지만.
“이보시오.”
그래서 나는 승리를 쟁취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무장을 빠져나가는 강백산이란 사내를 불러세웠다.
그러자, 사내가 내 쪽으로 신형을 돌리더니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갤 갸웃했다.
나는 호기심 서린 음성으로 물었다.
“혹시 귀하는…….”
“…….”
“남만 격투기의 전승자인 거요?”
“???”
“각법을 내지를 때, 뒤틀리는 골반의 각도. 전완근을 이용한 상반신의 방어. 타격점이 정강이인 것과 접어 차는 형식이 아닌, 밀어 차는 형식까지. 게다가 적수공권의 싸움을 하기에 아주 잘 발달 된 근육도 그렇고……. 내가 보기엔 남만 살인 격투기의 전승자 같은데. 잘못 본 거요?”
그 순간,
[누구냐, 너?]
의외의 일이 펼쳐졌다.
강백산이란 사내가 대뜸 전음을 보낸 것이다.
나는 더욱 호기심이 일어, 마찬가지로 전음을 이용해 물었다.
[나는 진소천이오만.]
[마교 사람이오?]
[???]
“???”
“???”
이건 또…….
대체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