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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9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7화

#97화

 

 

 

 

 

무림 대회 열흘 전-.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참가자들은 대부분 무림맹에 당도하였고, 무림맹 측도 대회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더불어, 무림맹은 중앙 대(大) 연무장을 비롯한 모든 수련장을 일괄 개방했는데, 그 덕에 연무장은 정오도 되지 않아 인산인해의 풍경을 자아냈다.

 

-사제 검을 조금 더 비틀어서 찔러 넣으라고.

 

-사형! 투로가 다소 직선적이지 않나요?

 

-이봐, 장 형. 연습일 뿐인데, 너무 열 올리는 거 아닌가? 하하하!

 

그렇게…….

 

전국 각지, 방방곡곡에서 몰린 참가자들은 저마다 청운을 품은 채, 연무장에서 땀을 흘렸다.

 

이들 대부분은 20대에서 30대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물론, 드문드문 40대 참가자도 있었지만, 으레 무림 대회가 그렇듯, 2030 후기지수들의 출사표가 되는 법이라, 참가자 대부분이 젊은 축에 속했던 것이다.

 

그 때문일까?

 

-어! 저기 저 사람……. 화산파의 백강 소협 아니야?

 

-마, 맞네! 백도구봉 중 일인인, 백강이네, 백강!

 

-와! 기도가 장난 아닌데?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답게 참가자들은 유명 인사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갖은 호들갑을 떨었다.

 

-저분이 향후 강호의 검후가 될 거라던, 아미파의 소선 소저구나!

 

-왠지 느낌이 차가워 보이는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당대 검후이신 아미파 장문인, 대명사태도 차갑다고 알려지신 분이니까. 그분께 배운 소선 소저도 비슷하지 않겠어?

 

특히…….

 

현 강호의 후기지수 중 가장 유명한 백도구봉이 모습을 드러낼 땐, 반응이 더 격렬했는데 심지어 흑도의 참가자들마저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눈치였다.

 

물론…….

 

흑도에도 백도처럼 유망한 후기지수가 존재한다.

 

예컨대, 녹림채나 장강수로채, 하오문을 비롯한 각 대형 방파에는 많은 고수가 포진되어 있기 때문.

 

하나 태생적으로 흑도는 백도처럼 집단주의적 성격을 띠기보다, 개인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지는 자들이고 정형화된 틀을 추구하지도 않는 까닭에…….

 

‘백도구봉’ 같은 특정 무리가 탄생하기 힘든 구조를 가졌다.

 

게다가 흑도에는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은 일명, ‘방랑 무사’가 다수 존재했다.

 

이들은 장강수로채에서 활약했다가 이익을 위해 녹림의 인물이 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 다시 다른 곳에 투신하기도 하는데…….

 

한 마디로 이런 자유로운 흑도의 생리가 경직된 백도의 생리와 명확히 구분되는 차이점이고 이런 이유로 하여금 ‘일황삼존오왕’이란 거창한 백도 고수들의 별칭에 비해, 흑도 고수들은 ‘사도십괴’와 같이 단출한 별호만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더욱이…….

 

당대 강호는 백도의 전력이 흑도를 웃도는 형국이었다.

 

물론 시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대개 백도는 흑도를 앞섰던 게 사실이고, 이는 전통, 비전 무학, 규율에 자유로운 흑도에 반해, 항상 무공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친 백도이기에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무, 무당파다!

 

-저기, 저 가운데에 흑색 장포를 걸친 사람이 진후 같은데?

 

-진후라고오오오?!

 

그러한 까닭에 참가자들은 흑-백의 구분 없이 백도구봉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고…….

 

-백강에, 소선에, 진후에. 오늘 백도구봉 중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군.

 

-와! 그럼 이번 대회에 저 셋이 동시에 참가하는 거야?

 

-셋뿐이겠어? 모르긴 몰라도 백도구봉 중 최소 네다섯 명은 나오지 않을까? 아마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싸움을 벌이겠지.

 

-누가 우승할지 궁금하네.

 

-내가 우승할 건데?

 

-지X 똥을 싸세요, 크크.

 

그들은 대회의 향방에 대해 벌써부터 갑론을박을 벌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물론, 단 두 사람…….

 

석연우와 진소천은.

 

“형님. 저 사람이 화산파 백강 소협이고. 저 사람이 무당파의 진후 소협인가 봅니다. 특히 저 진후 소협은 소림의 각원 스님과 함께 구봉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졌으니 잘 봐두세요, 하하.”

 

“지X.”

 

“뭐요?”

 

“그래봤자 나이 서른 줄밖에 안 된 애송이들이다. 구봉은 뭔 구봉이야? 하여튼, 백도 놈들 이름 거창하게 짓는 건 알아줘야겠군.”

 

“어허! 형님. 조용히 좀 해요. 누가 들을까 무섭습니다.”

 

“들으면 뭐 어쩔 건데?”

 

“네?”

 

“들으면 지들이 어쩔 거냐고?”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연우야. 우리 할 말은 하고 살자.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뭐…… 그럽시다?”

 

“후후.”

 

“흐흐.”

 

근데 어째…….

 

석연우에게서 나날이 ‘진소천’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 * *

 

 

 

 

 

“천칠백구십삼, 천칠백구십사, 천칠백구십오, 천칠백구십육, 천칠백구십칠…….”

 

“기합 바짝 넣어라, 연우야.”

 

“후…… 알겠다고요!”

 

웅성웅성-.

 

본청 중앙 연무장에서 각양각색의 수련 광경이 펼쳐지고 있을 때…….

 

진소천과 석연우도 평소처럼 체력단련을 시작으로 몸을 풀었다.

 

한데, 그 모습이 중인들의 눈에 얄궂게 각인된 모양.

 

‘뭐지?’

 

‘고작 앉았다 일어났다만 하고 있잖아?’

 

‘세상에…… 저런 무식한 놈들도 대회에 참가한다고?’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참가자들은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각자 지닌 절기를 최대한 화려하게 펼치며 스스로를 뽐내고 있는데 반해 진소천과 석연우는 그저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팔을 앞으로 내민 뒤, 앉았다 일어났다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거 그냥 양생법 같은 거 아니야?

 

-양생법은 뭔 양생법…… 그냥 삼류 기초 체력단련 같은데. 아마 저런 식의 무식한 단련은 요새 저잣거리 왈패들도 안 할걸?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저런 애들까지 대회에 참가하다니. 뭐…… 보나 마나 첫날 예선에서 탈락하겠지만, 저런 애들도 참가시키는 건, 예산 낭비가 아닐까?

 

무려 반 시진이나 반복된 진소천과 석연우의 ‘앉았다 일어나기’를 보며 몇몇 무인이 대놓고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같은 명문 제자들의 수련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는데, 흑도 참가자들 같은 경우엔, 초장부터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을 펼치며 연무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형님. 차라리 우리도 대련을 하죠. 사람들이 우리 체력단련을 보고 수군거리는 거 같은데…… 뭐, 다른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저기 화산파 사람들은 안면이 있어서 괜히 신경 쓰이네요.”

 

사람들의 조소에 주변을 살피다, 화산파 대열과 눈이 마주친 석연우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사실…….

 

지금껏 석연우도 진소천과 함께하며 워낙 많은 정신개조(?)가 이루어진 덕에, 타인의 시선에 무덤덤한 편이다.

 

하나 그는 화산의 속가인 석가장 사람이고 왠지 화산파 제자들에겐 꿀리기 싫은 자격지심이 발동해, 더 멋지고 그럴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나 진소천은 대번에 고갤 저었다.

 

“그래. 네 말대로 대련을 해도 좋지. 근데 나는 네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되겠다.”

 

“네?”

 

“너.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게 창피하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림 대회 참가자들이 여기서 할만한 단련은 아니지 않나 싶은……”

 

“닥쳐라.”

 

“…….”

 

“연우야. 지금 네가 하는 앉았다, 일어나기는 그냥 앉았다 일어나기가 아니다. 너는 현재 내력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양 팔목과 발목에 강철을 낀 채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2천 번 가까이하고 있다고.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냐?”

 

“아니요…….”

 

“지금 네 체력단련을 비웃고 있는 저 병X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고난도의 단련을 너는 어렵지 않게 수행 중이란 뜻이다.”

 

그 말에…….

 

석연우는 일순, 묘한 감흥에 휩싸였다.

 

‘……그러고 보니 내 체력이…… 정말 많이 늘었구나.’

 

확실히…….

 

현재 석연우가 하는 앉았다 일어나기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체력단련이 아니었다.

 

남들의 눈에 보이진 않지만…….

 

석연우의 의복 뒤에 감추어진 강철 발찌와 팔찌의 무게만 해도 상당한 데다, 내력도 운용하지 않은 채 앉았다 일어나기를 2천 번 이상 강행하는 건, 기함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연우야.”

 

“네, 형님.”

 

“지금 너를 깔보는 놈들의 면상을 기억해라.”

 

“네?”

 

“어차피 대회가 시작되면 치고받고 싸울 놈들이니까. 지금은 발톱 감추고 그저 수련에 집중하는 게 낫다.”

 

“아……. 알겠어요, 형님.”

 

“그리고 그때가 되면…….”

 

“…….”

 

“저 새끼들 면상을 피떡으로 만들어 줘.”

 

“어휴, 좀! 말조심하라니까요.”

 

“됐고.”

 

“…….”

 

“너…… 몇 번이나 했었지?”

 

“네?”

 

“앉았다 일어나기 말이다.”

 

“아…… 천칠백구십칠 번이었나……?”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맞을걸요?”

 

“아니다.”

 

“예?”

 

“아무래도 1부터 다시 시작하자.”

 

“???”

 

“시작해!”

 

그렇게…….

 

석연우의 마음에 활활, 살심(殺心)이 타오르려던 찰나.

 

연무장 가운데로 한 떼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무림맹주 남궁학과 사도맹주 홍금부를 필두로 한, 양 측의 고위 간부들이었다.

 

-매, 맹주님이다.

 

-맹주님이 직접 연무장에 오시다니!

 

-와…… 현 강호의 무림맹주와 사도맹주가 나란히 나타나는 걸 보게 되네. 실화냐?

 

그들을 보며, 참가자들은 경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까?

 

참가자들의 머릿속엔 공통의 물음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바로, 맹주들이 누구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과연…… 진후냐, 백강이냐, 소선이냐?

 

대부분 백도인들은…….

 

무림맹주가 백도구봉의 대열로 먼저 향해 그들을 격려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과연 무당파의 진후에게로 갈 것이냐, 화산파의 백강에게로 갈 것이냐, 아미파의 소선에게로 갈 것이냐가 궁금하던 찰나였다.

 

하나, 그들의 예상은 이내 완전히 뒤집혔다.

 

“험험! 남궁 맹주.”

 

“말하시오, 홍 맹주.”

 

공식적인 자리니만큼, 무림맹주 남궁학에게 존대로 입을 연, 사도맹주 홍금부가…….

 

“저기 진 문주가 보이는구려. 우선, 진 문주한테 가보도록 하는 게 어떻소?”

 

첫인사의 대상으로 진소천을 꼽은 까닭이었다.

 

“좋소. 그러잖아도 진 문주가 처음 본청에 당도한 날, 같이 식사한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오늘 회포나 풀어야겠소.”

 

“허허.”

 

“껄껄!”

 

그렇게, 홍금부와 남궁학의 걸음이 진소천과 석연우를 향하자.

 

-???

 

-???

 

-이게…… 뭔 일이다냐?

 

줄곧,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던 진소천과 석연우를 향해 비웃음을 흘리던 참가자들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진 문주. 잘 있었는가? 크하하하하하하핫!”

 

“허허. 본청에 가장 먼저 당도했으니 진 문주가 여기 머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구려. 그간 지낼 만하셨소?”

 

이내, 홍금부와 남궁학은 허허로운 웃음으로 진소천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진소천은 가벼운 포권지례로 답례했다.

 

“사도맹주님. 저는 잘 있었습니다. 무림맹주님 덕에 이곳 생활도 나쁘지 않았고요.”

 

“허허!”

 

“껄껄껄!”

 

그렇게 무림맹주에 사도맹주까지 진소천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사 나누는 걸 본 순간.

 

‘석 공자랑 있는 걸 봐선, 저자가 청문 장로께서 말씀하셨던 소천문 문주인 듯한데……. 과연 대단한 사람이구나.’

 

화산파의 백도구봉 백강은 그런 단상을 떠올렸고,

 

‘저자가…… 주영천 사숙조가 말씀하셨던 진소천인가?’

 

무당파의 백도구봉 진후는 매서운 눈으로 진소천을 바라보았으며,

 

‘……진소천.’

 

이미 진소천과 사달(?)이 있었던 아미파의, 소선은 그저 마음속으로 다시 그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봤냐, 새끼들아?’

 

진소천은 연무장의 모든 참가자를 아울러 훑어보며.

 

‘니들이랑 나랑은 급이 다르다, 급이. 병아리 같은 새끼들.’

 

비릿한 조소를 말아 올린 채, 눈으로 그리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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