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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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6화
#96화
천마신교, 본산
비응각-.
“어서들 오십시오.”
비응각(飛鷹閣)은 천마신교의 내-외부 정보 수집 및 첩보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로 마교의 총군사를 역임 중인 ‘방태산’이 ‘각주’를 맡고 있었다.
“총군사.”
“부르셨소?”
“어쩐 일로 긴급회의를 소집하셨소?”
금일.
세 인영이 비응각을 찾았다.
그들은 각, 붉은색-흑색-백색의 장포를 걸친 노인들인데, 바로 교내 최고위급 간부이자, 살수회 대장이던 7호(전생의 진소천) 암살을 주도했던 마도사천왕 중 3인인 적마왕(赤魔王), 흑마왕(黑魔王), 백마왕(白魔王)이었다.
“우선, 앉으십시오.”
방태산이 적, 흑, 백마왕을 향해 공손히 포권한 뒤 착석을 권유했다.
사실…….
방태산은 서열로 따졌을 때, 마도사천왕의 아래가 아니다.
명색이 ‘총군사’이기 때문.
그러나…….
그런데도 방태산은 언제나 마도사천왕을 향해 공손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것은, 마도사천왕이 지니는 강호에서의 ‘지위’ 때문인데 그들은 이른바, 마도의 ‘최고수’로 정평이 자자했던 까닭.
예컨대.
백도-흑도-마도로 나뉜 강호에서 백도를 대표하는 최고수급 인물로 ‘일황삼존오왕’이 있고, 흑도에는 ‘사도십괴’가 있듯, 마도에는 ‘마도사천왕’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마도사천왕은 방태산보다 선배격 인물이니 그들에게 극진한 방태산의 행동은 당연한 일이었다.
“감히 제가 교주님이 폐관 중이신 이때, 긴급회의를 소집한 까닭은…… 바로 사천왕들께서도 아시는 일 때문입니다.”
적-흑-백마왕이 착석하여 찻잔을 기울일 때.
방태산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우리도 아는 일 때문이라……?”
“군사. 알아듣게 말해보시구려.”
“회의를 소집한 연유가 무엇이오?”
적마왕, 흑마왕, 백마왕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방태산에게 물었고, 방태산은 고갤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다들……. 현재 무림맹과 사도맹이 함께 주관하는 ‘무림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들었소.”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군.”
“본교와 치열하게 대치 중인 작금에. 한가하게 무림 대회나 열고 앉았다니. 무림맹주와 사도맹주 둘 다 노망이 난 게 틀림없소.”
방태산의 말에 사천왕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저마다 소감을 늘어놓았다.
생각해보면 그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림 대회’는 보통 강호의 축제와 같은 행사인데 이런 시기에 그런 행사를 추진한다는 건, 무림맹과 사도맹 모두 미쳤거나, 아니면 천마신교를 우습게 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군사 방태산 역시 사천왕이 느끼는 황당함을 공감했기에 그 또한 당혹감 서린 얼굴로 다시 말했다.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마도를 제외한 모든 무인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 강호 전체의 대회라는 것입니다. 이는 자칫, 무림맹과 사도맹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본교에는 악재나 다름없습니다.”
방태산의 말에 적마왕이 붉게 물든 눈썹을 꿈틀대며 노호성을 터뜨렸다.
“통탄할 노릇이군! 하면 어찌해야 좋겠소, 군사? 이대로 저들의 대회를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적왕. 그렇다고 경거망동할 순 없습니다. 현재 본교와 무림맹은 첨예하게 대립 중입니다. 물론, 전면전을 펼친다면 우리가 더 강하겠지만 교주님께선 최소한의 출혈로 무림맹을 삼킨 후, 사도맹과 남은 중원의 잔당을 흡수하고자 하시니 말입니다. 그러려면 더욱 계획적으로 저들을 무너뜨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흑마왕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문을 열었다.
“하면 어떻게 해야 좋겠소? 군사의 말대로 현재 교주께서 폐관 중이시니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구려.”
그에 방태산은 비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흑왕. 그러잖아도 그것 때문에 회의를 소집한 것입니다.”
“무슨 복안이라도 있소?”
“물론, 무림 대회를 궤멸시킬 복안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나름의 조치는 되겠지요.”
“이를테면?”
“우리가 배후에서 그들의 대회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일순…….
방태산의 말에 사천왕들이 저마다 의문스러운 눈빛을 띠며 갸웃했다.
그 모습에 방태산이 다시 말했다.
“사천왕들께선 혹시 ‘철각문’을 기억하실는지요?”
“철각문이라…….”
“가만 보자…….”
“철각문이라……. 혹시, 수십 년 전, 강호에서 종적을 감춘, 남만의 문파 아니오?”
순간, 백마왕이 어슴푸레한 기억의 편린을 더듬다가 무언가 떠올리고는 되물었는데,
“맞습니다, 백왕. 철각문은 과거, 새외무림(塞外武林)의 강자로 손꼽힌 남만(南蠻)의 문파입니다. 그들이 활약하던 당시엔 가히 최강의 외문무공으로 이름을 날렸지요.”
“이제야 확실히 기억나는군. 물론 그땐 나조차도 소싯적 때라 잊고 살았으나…… 분명 내가 어린 시절엔 남만 철각문에 관한 낭설이 중원에 떠돌았소. 군사의 말대로 철각문은 일명 ‘살인격투기’란 박투술로 위명을 떨쳤던 거 같은데.”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백왕. 그 또한 맞습니다. 남만 철각문의 외문무공은 습하고 더우며 맹수가 우글거리는 밀림의 환경에 맞춰 발전된 외가공으로, 현지에선 ‘살인격투기’, 또는 ‘살상격투기’란 이름으로 불렸지요.”
“한데, 느닷없이 웬 철각문 이야기요? 물론, 오래전, 그들이 새외의 강자로 명성을 떨친 건 사실이나 이미 멸문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지금은 기억하는 이도 남지 않은 과거의 존재일 뿐이잖소.”
“백왕.”
“……?”
“본 비응각은 얼마 전, 남만 철각문의 전승자와 접선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적-흑-백마왕의 눈에 작은 놀라움이 서렸다가 이내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사라진 지 수십 년 된 문파의 전승자가 아직 남았다는 사실에 놀랐으나, 대관절 천마신교가 굳이 왜 그와 접선한 것이며, 또 그게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나 그들은 이어지는 방태산의 말에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말씀드린 대로. 우리는 현재 전면전을 벌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교주께서 폐관 중이시고, 전면전을 하려면 대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까닭이지요. 하나,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순 없기에. 저와 비응각의 간부들은 이 대회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자 방안을 모색하던 중, 철각문의 전승자를 찾아낸 것입니다.”
방태산의 말에 흑마왕이 물었다.
“그건 알겠소만. 그러니까 철각문의 전승자를 찾아낸 게, 어찌 대회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될 수 있냔 것이오.”
“생각해보십시오. 저들의 대회에 우리 쪽 사람을 참가시킬 방도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저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데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젊어야 하며, 마공을 익히지 않은 상태이고, 또 참가하여 흑, 백의 대표 후기지수들을 꺾을 만한 고수가 있냐는 말입니다.”
“음…….”
“물론. 무림맹 내에 잠입한 본교의 첩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두고두고 사용할 전력이니 이번엔 나설 수 없습니다.”
“하면……?”
“그렇습니다. 이미 본각의 간부들이 남만 철각문의 전승자를 포섭한 상탭니다.”
그제야 사천왕들은 방태산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하나 그런데도 여전히 머릿속엔 한 가지 의아한 구석이 남았는데.
“군사. 고작 포섭된 철각문의 전승자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겠소? 이해가 안 되는구려. 그저 대회에 참가하는 것뿐이잖소?”
그러자, 방태산이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적왕. 그리 생각하실 게 아닙니다.”
“어찌?”
“무림맹주가 대회를 개최하는 연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은 대회를 통해, 사기를 키우며, 더욱 나아가 사도맹과도 협력하려 할 테지요.”
“…….”
“만약 그런 대회에서 남만 출신의 외지인이 백도와 흑도의 후기지수들을 때려눕히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무림맹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
“아…….”
“과연……!”
그제야…….
사천왕은 방태산의 계략을 이해했다.
한 마디로 이 계획은 무림맹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방책인 것이다.
물론,
“한데, 군사. 철각문의 전승자가 우승할 수 있겠소? 백도와 흑도가 약해빠졌다고 하나, 둘을 통틀어 놓고 보면 쓸만한 애송이들이 많을 터인데. 예컨대, 백도구봉인지 뭔지 하는 아이들의 무공이 대단하다 하지 않더이까?”
“적왕.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철각문의 전승자가 반드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대회를 주도하는 신예로 떠오를 건 자명합니다. 하면, 무림맹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자를 포섭하려 할 테고, 그가 적절한 때에, 본교의 사주를 받았음을 천하에 공표한다면? 무림맹은 본교에 놀아난 꼴이니 사기가 땅바닥에 처박힐 겁니다.”
“좋은 묘책이군.”
“그럴싸한 계획이오.”
“좋은 수가 되겠구려. 우리로선, 힘을 들이지 않고 훼방을 놓는 셈이오.”
방태산의 묘책을 모두 들은 사천왕이 안면에 미소를 내걸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 속에서…….
타인의 손을 통해 무림맹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군사.”
그때, 백마왕이 방태산을 향해 다시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백왕.”
“그 철각문의 전승자는 완전히 포섭된 거요? 도중에 마음이 바뀌어 그쪽에 붙을지 모르는 일 아니오?”
“본각 간부들이 거금을 주고 포섭했고 일이 끝난 뒤, 잔금을 치르기로 했으니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대회 도중, 무림맹에 잠입한 본교 인력이 그자와 접선하여 감시할 것이며 이후 지급된 돈은 놈을 조용히 처리한 뒤 다시 회수할 생각입니다.”
* * *
‘지X 똥을 싸네, 마교 새끼들! 나는 니들이 준 돈에, 우승 상금까지 모조리 쓸어서 고려나 동영으로 뜨면 그만이야! 낄낄낄!’
남만 철각문(鐵脚門).
과거 외공으로 남만을 주름잡았던 철각문은 내부 분열로 와해 된 지 오래지만.
오늘날 한 사람이 전승자로 남았으니 그가, 철각문의 7대 문주, ‘강백산’이었다.
“무림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왔소.”
강백산은…….
꿈이 있었다.
그 꿈은 천금을 희롱하는 거부가 되어 평생 흥청망청 사는 것이고 사부가 작고한 현재는 그의 야망을 막을 자가 존재치 않았다.
“이번 대회는 출신과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나 마교와 관련된 인물은 참가가 불가하오. 귀하는 신분을 밝혀주겠소?”
“남만. 철각문의 문주, 강백산이오.”
“남만…… 그 먼 곳에서 이까지 왔단 말이오?”
“왜 그러시오? 남만 사람은 참가하지 말란 법이라도 있소?”
“그, 그건 아니지만…….”
“남만이든, 북해든, 신강이든. 거, 중원 사람 아니라고 괄시하면 안 되는 거요.”
“알겠소. 일단 접수를 위해 서류를 작성해주시오.”
무림맹 직원이 강백산에게 내민 서류에는 다음과 같은 물음이 기입되어 있었다.
「귀하가 무림 대회에 참가하는 목적은?」
그 물음에 대한 강백산의 답은,
「돈(錢).」
황당할 정도로 단출했는데…….
‘젠장! 아무리 참가 제한을 두지 않은 대회라지만. 명색이 무림맹 행사인데 별, 거지 같은 것들이 다 참가하는군!’
서류를 확인한 무림맹 직원은 속으로 쌍욕을 내뱉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