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9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3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5화
#95화
한 달 후-.
진소천과 석연우가 무림맹 본청에 당도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나…….
다소 한산했던 무림맹 본청은 어느새, 문전성시를 이루어 인산인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방문객들의 행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 많은 사람의 틈바구니에서…… 내가 대결을 펼쳐야 하는구나.’
그제야…….
석연우는 새삼, 자신이 얼마나 큰 대회에 참가하려는 것인지 깨닫고, 또 체감했다.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석연우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어릴 적부터 청문도장의 위용과 부친의 사업 수완을 통해 강호의 많은 명숙을 보고 자랐으나…….
잘나가는 동년배 후기지수들과 별다른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비무 형식의 무림 대회에 참가한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 잘하든, 못 하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러나 석연우는 이내 무거운 중압감을 훌훌, 털어냈다.
‘열심히 했으니까.’
그것은…….
저잣거리 좌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
진소천 덕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이 없을 만큼 열심히 수련했다.’
진소천을 만난 이후 석연우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전까지의 석연우가 유약한 성정의 부잣집 공자님이었다면.
이후의 석연우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쓴맛에 똥 맛까지 다 겪은 진짜 ‘무인’이 되었달까?
‘누구를 상대하든. 나는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하자!’
그 때문에 석연우는…….
어떤 강자를 상대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두렵지 않았다.
소천문에서 겪었던 ‘수라 나찰 수련’의 지독함에 이어, 지금도 여전히 진소천의 ‘잔소리’와 ‘구타’를 감당하고 있는 그가 대관절 비무 따위를 두려워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
물론,
“넌 또 표정이 왜 그리 진지해? 쓸데없는 잡생각 중이냐?”
그런 고양감에 휩싸이기도 전에 석연우의 귓가로 핀잔 섞인 진소천의 한 마디가 흘러들어왔다.
“그냥요…….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생각이 많을수록 몸은 무거워진다. 네가 잡념에 빠지는 건, 수련이 부족해서야. 그럴수록 수련에 몰두해라.”
“어휴……. 형님! 저보다 수련 많이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열심히 하는데 여기서 어떻게 수련을 더 합니까?”
“궁금하면 오늘부터 가르쳐 줘?”
“사양하겠습니다만?”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며 피식- 거리던 두 사람의 시야로, 어느새 반가운 한 떼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화산파와 석가장의 인물들이었다.
“갑시다, 형님. 인사드리러.”
“알았다.”
진소천과 석연우가 그들을 향해 발길을 내디뎠다.
* * *
“연우야! 대관절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허허. 연우 얼굴이 말이 아니구나?”
석연우를 본, 석가장의 가주 석대방과 화산파 청문도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그전까지의 석연우는 가히 천하제일미남자란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새하얀 관옥의 용모를 갖춘 청년이었거늘.
작금의 석연우는 피부도 까무잡잡하게 탄 데다, 고생을 많이 했는지 볼살도 한 움큼이나 빠져 있었고 무엇보다 일신의 기도(氣道)가 몰라보게 바뀐 채였기 때문이다.
“뭐……. 열심히 수련한 덕분이겠죠? 하하.”
하나 석연우는 부친과 청문도장을 향해 웃음만을 지어 보였다.
“허……. 노력을 많이 한 티가 나는구나, 연우야.”
석대방은…….
변모한 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시렸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이제 연우는 진짜 무인이 되었구나!’
석대방은 언제나 아들의 유약한 성정을 심려하던 터였다.
하나 소천문에서 생활하며 몰라보게 변한 아들의 모습에 이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달까?
“진 문주. 못난 아들을 맡겨두게 되어 항상 미안하고 고맙소.”
그 때문에 석대방은 진소천을 향해 포권하며 아비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진소천 또한, 포권과 묵례를 동시에 표하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석 가주님. 저는 가주님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사실 연우도 무지렁이인 제게 많은 도움이 되니 제가 감사해야지요.”
그러자, 석연우가 진소천의 정상적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형님이 마냥 또라이(?)는 아니니까. 예의를 차려야 할 땐, 예의를 차릴 줄도 알고. 은원에 있어서는 확실한 사람이지. 어쩌면 사람이 너무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아서 가끔 오해를 만들지만 그래서 내가 형님을 더 따른 거기도 하고.’
확실히…….
석연우가 본, 진소천은 그런 사람이었다.
물론, 동벽 선생의 말을 인용하자면, 진소천은 마음의 병(?)을 가진 환자지만…….
군자의 탈을 쓰고 이중적인 행동을 일삼는 정파의 위선자나, 흑도란 미명 아래 온갖 협잡을 자행하는 사파인들과는 궤가 다른 진실된 사람.
그런데…….
“다만…….”
“진 문주. 어찌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오? 무슨 말이든 좋으니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보시구려, 허허.”
“……실은. 요즘 문파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실정입니다. 현재 소천문은 객식구인 연우에게도 ‘비전 영약’을 지급 중인데 그 값이 상당하지요. 해서 최근엔 여러 사업에 손대며 재원을 확보 중이고 그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 저는 수발드는 문도 하나 없이 이곳에 혼자 왔습니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 했으나. 석 가주께서 워낙 강하게 권유하신 터라 어쩔 수 없이 오게 됐달까?”
‘???’
석연우가 진소천의 인간성(?)을 나름 고찰하려는 찰나,
“허! 하면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겠소?”
“아. 석 가주께서 도와주신다면 연우를 책임지고 있는 본문으로선 큰 힘이 될 겁니다.”
“혹시…….”
“맞습니다.”
“…….”
“후원해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진소천은 금세,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내며 씨익- 웃음을 짓는 게 아닌가?
‘그래……. 잠시나마 저 인간을 다르게 생각해보려 했던 내가 병X이지.’
확실히…….
진소천은 그냥 또라이로 해석하는 게 맞겠단 확신을 하게 되는 석연우였다.
* * *
청문도장이 화산파 대열에 합류하고 석가장이 배정받은 거처에는 석가장의 식솔과 석연우, 진소천만이 남았다.
석가장 또한 무림맹 본청 내부가 아닌, 외부에 거처를 배정받았는데 구파일방 중, 일석을 차지한 화산파와 화산파의 속가에 불과한 석가장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순 없는 노릇이니 석대방은 그러려니 수긍을 했다.
이후, 석대방은 진소천, 석연우와 식사 자리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그간의 회포를 풀기 시작했는데, 한 순배의 술잔이 돌 무렵, 석연우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 근데, 아버지.”
“말하거라, 연우야.”
“다름이 아니라…… 제가 오는 길에도 그렇지만, 본청에 도착해서도 몇 번의 사달을 겪었는데 말입니다.”
“사달?”
석연우의 말에 석대방이 놀란 눈초리로 되물었다.
“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그게…… 그러니까…….”
“허. 어서 말해 보거라, 연우야.”
“그게…… 어쩌다 보니 몇 번 시비가 붙어 그 시비를 가리고자 의도치 않게 비무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석대방은 피식- 웃음 지으며 말했다.
“후훗. 연우야. 젊은 무인이 강호에서 시비가 붙고 그로 인해 대결을 치르는 건 일상적인 일에 불과하다. 그를 어찌 사달이라 할 수 있느냐.”
석대방의 말에 그제야 석연우는 한숨 덜었는지 덩달아, 웃음을 내걸었다.
“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버지? 제가 뭐, 칼을 써서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정당하게 비무를 치른 것이니 걱정할 거 없겠지요?”
“이를 말이냐? 나 또한, 소싯적에 강호의 많은 동년배 무인과 숱한 비무를 치르며 살았다. 너 또한, 응당 겪을 일을 겪은 것뿐이다.”
“네. 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그럼 대회 당일까지 수련에만 몰두해야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한데 너처럼 참을성 강한 녀석이 어쩌다 시비를 붙은 게냐?”
“그게 말입니다. 오는 길에, 형산파의 제자들이 다짜고짜 저와 형님더러 식당에서 나가라 윽박지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디의 제자들이?”
“형산파요.”
“아…… 형산파라. 험험. 그래서?”
“그래서긴 뭘 그래섭니까. 당장 소천 형님이 그자들을 좀 많이…… 두들겨 팬 다음 일대제자 중 한 사람인, 영명 소협은 기절시켜, 인근 의원에 던졌고 직접 윽박질렀던 종회란 소협과 나머지는 근처 야산에 머리만 남겨둔 채, 파묻었지요.”
“뭐, 뭣이라?!”
석대방은.
순간,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아들과 진소천의 만행(?)에도 놀라긴 했으나.
그보다 그런 끔찍한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아들의 태연자약한 모습에는 거의 경악하고 싶은 심정이 된 것이다.
물론,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석 가주님.”
허겁지겁 음식을 폭풍 흡입하던 진소천 또한 별거 아니라는 듯, 거들었고.
“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산파라면 구파일방은 아니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받는 강호 최대 문파 중 한 곳이거늘…… 그런 형산의 제자들을 그토록 패…… 버렸다면…….”
석대방이 말끝을 흐리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그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안 그럴 수가 없었다.
상황이 그 정도면 사실 형산파가 당장 석가장이나 소천문에 항의를 해와도 이상할 게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 진 문주는 몰라도 연우는 사리판단을 하는 녀석이니까. 분명 합당한 명분이 있을 것이다. 후에 논리적으로 시비를 가리면 큰일은 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석대방은 아들의 신중함에 기대를 걸었다.
진소천의 폭력(?)에 아들이 개입되었다면 필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막연한 믿음이랄까?
“흠흠. 일단 그것은 알겠고. 하면 그 일 말고도 또 다른 사달은 무엇이냐? 설마, 그보다 더 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연우야?”
“네. 확실히 다음에 있었던 일은 그보다 덜한 일입니다.”
“다행이구나. 하면 그에 관해서도 말해보렴.”
“네. 다음 일은 저와 소천 형님이 하북팽가와 진주언가의 인물들과 각각 비무를 펼쳤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좀 붉혔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아미파의 소선 소저도 개입됐는데 그분은 나중에 비무 참관인이 되어 주었으니, 결과적으론 중립이 된 셈이랄까요?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는데 좀 찝찝한 게 있다면 비무가 끝난 후에도 소천 형님이 그들을 조롱했다는 것이지요. 그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긴 합니다.”
“하…… 하북팽가? 진주언가? 그것도 진 문주 혼자 싸운 게 아니라, 너…… 너도 싸움을 했다고?”
“네, 아버지. 누가 이겼게~~~요? 흐흐.”
석연우는…….
황당함에 기가 막힌 아버지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지 너스레를 떨며 웃음 지었고.
석대방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물음만을 머릿속에 띄운 채, 현기증을 느꼈다.
‘대체…… 이 무슨!!!’
분명…….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허…… 대체 연우가 왜……!’
그제야 석대방은 차분하고 매사 발랐던 아들이 ‘누군가’와 매우 빠르게 닮아가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그 ‘누군가’는…….
씨익-.
자신을 응시하며 슬쩍 미소를 띠고 있었다.
“뭐……. 또한, 그렇게 되었습니다, 석 가주님.”
진소천의 한 마디에 석대방의 혈압이 치솟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