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9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3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4화
#94화
‘저런 개 같은 새끼!’
언헌은 처음 맨손 비무를 펼치게 됐을 때 내심 쾌재를 불렀다.
적수공권의 싸움은 권법이 장기인 자신에게 아주 유리했던 까닭이다.
하나 진소천이 팽중삼을 단번에 기절시키던 순간.
언헌은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고…….
석가장 샌님의 장격에서 미세하게나마 장기(掌氣)가 방출되던 순간.
언헌은 그제야 팽중삼과 자신이 진소천의 제물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분하다…….’
사실…….
팽중삼과 언헌은 이번 기회를 통해, 소선 앞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질 요량이었다.
그 희생양으로 두 사람은 진소천과 석연우를 선택했고,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언감생심, 진소천은 비무가 시작하기 무섭게 한 방으로 팽중삼을 정리하였고 만만하게 여겼던 석연우조차 언헌에게 승리하였으니.
아직 혼절하여 깨어나지 않은 팽중삼은 차치하고라도, 언헌은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수치심을 느끼는 중이었다.
게다가…….
“언가야. 혼절한 네 친구 업고 가라. 아직 안 깨어난 모양이니까.”
“…….”
“뭐해?”
“……알겠다.”
진소천은 연신,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진소천…….’
그러나 작금, 언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혼절한 팽중삼의 신형을 둘러업고 조용히 장내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건 존재치 않았다.
“언가야. 팽가 놈이 깨어나면 전해라. 다음부턴 강호에서 눈을 예쁘게 뜨고 다니라고. 너 포함해서 하는 말이니 명심하고.”
발길을 내딛는 언헌의 귓가에 진소천의 한 마디가 비수처럼 꽂혔다.
마음을 후벼 파는 멸시였지만, 언헌은 침묵한 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까득-.
‘네놈을 지켜보겠다, 진소천!’
* * *
‘진소천이라…….’
백도구봉, 소선.
그녀는 아미파의 검수로서 백도구봉 중 1인이었고, 훗날 장문인의 위명을 이어받아, 강호의 ‘검후’가 될 것임을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말인즉슨, 당대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류 검객이 바로 소선인 것이다.
그런 소선은…….
‘소문은 과장이 아니었구나…….’
금일,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단 속담을 절실히 깨달았다.
‘진소천은 이번 대회의 강한 복병 중 한 사람이 되겠구나.’
소선 역시…….
진소천의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
-섬서 장안에 혜성처럼 나타나 사도맹의 호법을 꺾은 희대의 기린아(麒麟兒), 진소천!
그녀가 들은 진소천의 소문은 대략 그러했는데, 사실 강호의 풍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해서, 소선 또한 그저 과장된 세간의 풍문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맹주실에서 진소천을 보았고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호기심을 느꼈을 뿐이었는데.
‘게다가 성정 또한 종잡을 수 없는 자였어.’
그녀가 보고 느낀 진소천은 비단 무공뿐만 아니라, 성정 또한 헤아리기 힘든…….
‘미지의 인물’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진소천…….’
소선은…….
이번 무림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했고 또한 그럴 자신이 있었다.
애당초 같은 백도구봉급 인물이 아니면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 여겼고, 그런 구봉들 중에서도 자신의 무공이 으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과연…… 당신의 무공은…….’
그러나…….
일견, 진소천의 무공은 동년배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듯했다.
물론, 진소천과 팽중삼의 대결이 너무 싱겁게 끝난 터라, 그 짧은 순간을 보고 그의 무공을 헤아린다는 게 어불성설이겠지만.
그런데도 소선은 직감적으로 진소천이 언제든 날뛸 수 있는 맹수임을 느낀 것이다.
‘그자는…… 위험하다.’
그 때문에…….
소선은 진소천을 ‘위험한 인간’이라 판단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진소천의 무공이 자신을 능가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소선에게 진소천은 희한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별종으로 인식됐고 이런 별종은 대개 위험한 법이니 꺼려지는 느낌이랄까?
‘진소천…….’
문득…….
자신을 소 닭 보듯 무심하게 바라보던 진소천의 눈빛이 아른거렸다.
‘…….’
그것은 동년 최강 중 한 사람으로 많은 이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소선 같은 인물에겐 다소 낯설고 생경한 경험이었다.
* * *
“괜찮겠지……요?”
“…….”
“분명 소선 소저가 참관인이 되었고 양측은 비무결과로 인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다짐했으니…… 이번 일로 좋지 않은 일 같은 건 안 생기겠죠, 형님?
“…….”
“아니,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모르지, 이 녀석아.”
“네?”
“일단 하북팽가나 진주언가 측에서 시비를 걸진 않겠지만…… 팽중삼이나 언헌 개인은 또 모를 일이란 말이다.”
“무슨 소리예요? 분명 깔끔하게 승복하고 끝내기로 서로 간에 약속된 사안인데.”
“연우야. 언헌은 진주언가 출신이다. 말인즉슨, 권법이 장기란 뜻이지? 한데, 놈이 적수공권의 싸움에서 너한테 졌으니 얼마나 분하겠냐? 아마 이를 갈면서 너와의 심기일전을 준비할지도 모를 일이다.”
“네에???”
내 말에 연우는 기함한 표정으로 학을 뗐다.
나는 그런 연우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한 번 싸운 놈이고 네가 이겼는데. 다음에 또 달려들면 그때 다시 패주면 될 일이니 자중해라.”
그러자 연우는 더욱 걱정 어린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요.”
“그러니까 뭔 신경을 왜 쓰는 건데.”
“우리는 대회에 참가할 목적으로 본청을 찾은 건데. 이건 대회 시작도 전에 벌써 형산파에 진주언가에 하북팽가에. 간접적으로는 소선 소저와도 얼굴을 붉힌 셈이니 걱정하는 게 당연하죠!”
“연우야.”
“네.”
“형산파의 일부터 복기해보자. 너는 그 사달을 만든 장본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냐?”
“그야…… 형산파 측이죠.”
“맞지. 고로 놈들을 패준 나는 무죄다.”
“그건 좀…….”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팽중삼과 언헌이 눈만 바로 뜨고 다녔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우린 잘못한 게 없다.”
“네네. 뭐 형님이 잘못한 게 있을 리 없죠.”
“비꼬는 거 같다?”
“비꼬는 거 맞습니다. 어휴……. 그러게 좀 참으시지.”
나와 연우는.
잠시 서로 마주 보다가 둘 다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일단…….
연우 말대로 우리는 대회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게 된 셈이다.
어쨌든, 형산파 놈들을 두들겨 팼고 팔대세가의 인물도 두들겨 패버렸으니까.
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무인이 시원하게 푸닥거리 한 번 한 게 무슨 대수겠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웃으며 연우의 어깨를 다독였다.
“연우야. 너무 골 싸매고 걱정하지 마라. 무인은 무공으로 말하는 거다. 앞으로도 누가 무례하게 굴면 그냥 패면서 살자.”
“…….”
“그리고 너. 아까 싸울 때 보니까 기를 잘 운용하더라. 미약하게나마 장기(掌氣)를 발출했으니 그 감각을 살려 검기로 승화시켜보자.”
“얼떨결에 그러긴 했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까, 없을까 불안할 땐 뭐다?”
“???”
“완벽해질 때까지 무한 수련이다.”
“아…….”
“그런 의미에서 수련을 시작한다.”
내 말에 연우는 죽상이 되었지만 나는 가차 없이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앞으로 남은 대회 일정까지. 너의 목표는 검기의 자유로운 운용에 있다.”
* * *
보름 후, 소천문-.
“문주님은 지금쯤 무사히 도착하셨겠지?”
“그럼요. 큰형님 경신법이 보통 경신법입니까? 지금쯤이면 도착하고도 남았을 것으로요.”
“에이! 형님들. 그건 모를 일이죠. 큰형님 성격에 가다가 또 무슨 사달이 일어날지 누가 압니까? 모르긴 모르지만 제 생각엔 가는 길에 또 한 놈쯤 작살 냈을 거 같은데?”
“그러게? 크크크.”
“맞는 말이지. 크하하!”
“푸하하!”
일동, 이동, 삼동은 진소천을 떠올리며 악담 아닌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그 진풍경을 어이없이 지켜보던 동벽 선생이 이내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타박했다.
“부문주에 간부란 작자들이 문주 험담을 해서 되겠나? 다들 자중하게. 자네들은 걱정도 안 되는가?”
그러자, 일동이 너스레를 떨었다.
“흐흐. 당주님. 웃자고 하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아닌 말로, 문주님 실력에 석 공자도 있는데. 무슨 일이 있으려고요? 지금쯤이면 무림맹 본청에 당도해서 잘 먹고 잘 쉬고 잘 적응 중이실 겁니다.”
“그러면 다행이지. 하나 자네도 알다시피 문주는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 아닌가?”
“마음의…… 병이요?”
“그래. 마음의 병.”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주님?”
“문주 성격이 참 지X같다는 말이네.”
“아! 그건 맞죠.”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게지. 모르긴 모르지만, 무림 대회라면 응당, 강호의 젊은 후기지수들이 대거 참여할 텐데. 그 치기 어린 것들이 문주에게 시비라도 걸면 어떻게 되겠나?”
“어떻게 되긴요. 머리통이 깨지겠죠?”
정말…….
태연자약하게 그리 되묻는 일동의 모습을 보며 동벽 선생은 혀를 내둘렀다.
“그 문주에 그 문도들이구먼.”
그러나,
“허허허. 참 재밌는 문파란 말이야.”
동벽 선생은 이내 웃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이런 황당한 문주와 황당한 문도들의 황당한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소천문’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당주님. 이번 무림 대회에서 문주님이 우승할 수 있을까요?
그때, 일동이 동벽 선생을 향해 대뜸 물음을 던졌다.
동벽 선생은 신중한 표정으로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그렇게 되기만 하면 좋겠지. 나 또한, 그리되길 바라고 또 믿고 있네. 다만…… 이번 대회는 강호 최대의 행사이니만큼, 백도구봉이라 불리는 차세대의 고수들 또한 대거 참여할 것이고, 흑도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 만만치 않을 게야.”
동벽 선생의 말에 일동과 이동은 새삼,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백도구봉에 흑도라…… 그러고 보니, 문주님이 대단한 사람이긴 하네요. 어쩌다가 저렇게 커버린 건지. 이왕 커진 거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문주님은 처음 봤을 때부터, 보통 사람 아닌 줄 알았지만 참 격세지감이네요. 그나저나 백도구봉이 그렇게 강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런 자들과 문주님이 싸우게 될 걸 상상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그러자, 삼동이 고갤 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에이! 형님들.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문주님은 이미 단신으로 흑사회도 박살 내고 노가살수문도 봉문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사도맹의 호법사자와도 싸워서 이겼는데. 백도구봉이 웬 말입니까, 백도구봉이. 싸우면 우리 큰형님이 백번 이기지!”
그렇게 말하는 삼동의 음성에는 진소천을 향한 무한한 신뢰와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제야 일동과 이동도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낙천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게? 생각해보니 누가 문주님한테 이길 수 있겠냐? 백도구봉인지 나발인지 얼마나 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양반이 질 거라고는 상상이 안 되네?”
“그러네요. 세상에 누가 그런 괴물을 이기겠어요?”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큰형님 우승하고 금의환향하는 거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좋다.”
“좋아!”
동벽 선생은 저들끼리 북치고, 장구 치는 동동이들의 작태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었지만…….
‘하긴……. 일황삼존오왕이나 사도십괴급 고수가 나올 리는 없으니. 아무리 백도구봉이니 뭐니 해도 소윤 애비를 이기는 건 쉽지 않겠지? 클클.’
사실 소천문의 그 누구보다…….
진소천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