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9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3화
#93화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한데, 죽은 자 말고도 말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혼절한 경우로, 지금 팽중삼이 그러했다.
“죽은 건 아니고 혼절한 거니까 다들 놀라지 말도록. 한 식경 뒤엔 깨어날 거다.”
나는 입을 쩍 벌린 채, 쓰러진 팽중삼을 바라보는 중인들을 향해 태연스럽게 말했지만, 실은 내심 놀랐다.
‘완력이 더 세졌네.’
나는…….
방금, 팽중삼의 정수리를 내려치던 순간, 역 속성의 힘을 구동시켰다.
하나 적당히 가감한데다 팽중삼의 덩치는 일동에 육박했으니 어느 정도 버틸 줄 알았건만.
‘더군다나…… 팽중삼은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었는데. 고작 그거 맞고 혼절을 하네.’
나는 신형에서 파생되는 기류(氣流)를 감지하는 훈련을 받아, 상대의 호신강기 사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내 감각에 분명, 팽중삼의 호신강기가 파악되었고 나는 그 또한 계산하여 그의 머리통을 내려쳤는데, 그간 내 역 속성의 알짜가 더 견고해진 덕인지 팽중삼과의 싸움은 이처럼 싱겁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패, 팽 소협!”
그 순간.
멍청하게 서 있던 언헌이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혼절한 팽중삼에게로 다가가 그를 흔들어댔다.
나는 고갤 절레절레 저으며 언헌에게 말했다.
“소용없다. 대갈통을 그렇게 처맞았는데 흔든다고 일어나겠냐?”
“다…… 당신!”
“싸우기 전에. 소선 소저가 분명 서로에게 다짐을 받았지. 비무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나는 잘못 없다.”
“……!”
내 말에 언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막상, 이런저런 약조에 다짐에, 싸우기 전 온갖 지X 염X을 떨어댈 땐, 그렇게 귀찮더니 또 이럴 땐 아- 그 지X하길 참 잘했구나, 싶었다.
“연우야.”
“……네, 형님.”
“거처에서 내 침통 좀 들고 와.”
잠시 후, 우리가 머무는 거처에서 연우가 내 침통을 들고 왔다.
나는 침술을 사용해 우선, 팽중삼의 기혈을 다스린 후 다시 연우에게 놈을 침상에 눕혀 놓고 오라고 지시했다.
“언가야. 팽중삼은 무사하다. 한 식경 정도 지나면 깨어날 거다. 차라리 저렇게 한 방 맞고 기절한 게 놈한테는 이득이니 울상 지을 거 없다. 너는 네 걱정이나 해.”
“……?”
“연우는 나처럼 세지 않아서 널 한 방에 기절시켜 줄 재간이 없을 테니. 아마 너는 쌍코피는 기본에, 이마빡이 찢어지고 뼈가 두어 군데 부러진 후에야 연우한테 패배를 시인하겠지? 그럼 결과적으로 나한테 처맞고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기절한 팽중삼이 이득일까? 네가 이득일까?”
“???”
“연우야.”
“네, 형님.”
“언가 녀석 좀 패고 와라.”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연우와 언헌을 동시에 자극했다.
언헌은 아직도 기가 막힌 지 얼떨떨한 눈치였는데 우습게도 연우는 나처럼 쓱-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동천 석가장의 석연우가 진주언가의 언 소협께 정식으로 비무를 신청합니다. 저는 비무로 인해 그 어떤 부상을 입더라도! 진주언가 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참관인인 소선 소저 앞에서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이거 참…….
연우 녀석만 즐기게 생겼다.
* * *
파파파-!
선공은 연우로부터 시작되었다.
첫 타로 연우가 선택한 것은 장공(掌功) 이었는데 화산파의 속가 출신 아니랄까 봐 화산의 태을미리장(太乙迷離掌)을 시작으로 매화청심장(梅花淸心掌)과 낙화추영장(落花追影掌)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어림도 없다!”
그러나…….
연우의 선공에도 언헌은 날렵한 동작과 예리한 권격으로 모든 장공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확실히 연우가 불리할 수밖에 없지.’
이번 대결은 연우에게 불리한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왜냐?
언헌의 가문인 진주언가는 소위 강호에서 알아주는 ‘권법’ 가문으로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주나 장로급으로 올라가면 진주언가의 권법이 적수공권으로 중원 제일을 자부하는 소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있으며, 내가 본 언헌의 권격 또한 지향하는 투로(鬪路)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연우에게 상성상 언헌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파파파파파파파-!
그렇게…….
석가장의 공자가 펼치는 화산 장법과 진주언가의 순혈이 펼치는 언가권은 찰나의 순간, 도합 50여 번 격돌을 거치며 장내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
그때, 나는 시선을 돌려 소선의 얼굴을 살폈다.
소선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연우와 언헌의 장권(掌拳) 대결이 절정으로 치달아가자, 서서히 눈동자를 떨었는데 아마 생각보다 두 사람의 수준이 높은 것을 두고 놀란 모양이었다.
“……!”
그러던 중.
하필, 소선도 내 눈치를 살필 요량인지 갑자기 내게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 탓에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보게 되었다.
‘뭘 보냐?’
나는 눈빛으로 그렇게 물었고,
‘…….’
소선의 눈빛은 그렇게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백도구봉이라…….’
사실…….
내가 팽중삼을 괴롭히지 않고 단번에 기절시킨 건, 나 스스로가 백도구봉이라 불리는 소선에게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까닭이 아닐까?
물론, 나는 백도구봉 같은 20~30대 핏덩이 기수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
하나, 전생자가 된 지금의 나에겐 그들이 맞수이며, 이번 무림 대회의 향방은 내가 백도구봉이란 것들을 얼마나 깨부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바.
‘소선아. 너도 조만간이다.’
나는 머지않아 나와 검을 겨누게 될 저 여인네를 향해 씨익- 미소를 선보였다.
근데 저게?
“…….”
내 웃음을 보더니 똥 씹은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파파팟-!
그 사이…….
상성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힘들었는지 연우가 어느새 몰리는 형국이 펼쳐졌다.
‘좀 도와줄까?’
나는 연우에게 전음을 보냈다.
* * *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강호에서 대결을 펼칠 때 옆 사람이 훈수를 두거나, 사부들이 전음으로 대결 방향을 지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이런 행위는 승패를 결정 짓는 요소로 작용할 수 없고, 사실 싸움에 심취한 사람이 옆에서 뭐라 떠든들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지 않겠나.
하나 그런데도 꼭 이런 염X을 떠는 인간들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이 짓이 무용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지금껏 그래 본 적도 없다.
그러나 내가 이 와중, 연우에게 굳이 전음을 보내는 것은,
[나랑 그렇게 열심히 수련해놓고 저런 병X한테 추한 꼴을 보일 생각이냐?]
연우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사냥개’ 기질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싸우면서 듣기만 해라.]
보통 우리 편에게 전음을 보내 훈수를 둘 때는, 이렇게 해서 저렇게 대응하라! 식의 가르침을 선사하는 게 상식이지만.
나는 연우에게 밥을 떠먹여 줄 생각은 없다.
내 역할은 연우에게 밥상 차리는 법만 가르쳐 주는 것이고, 대결의 돌파구는 반드시 연우 스스로가 찾아야 의미가 있기에.
그래서 나는,
[연우야. 그냥 동동이들 말을 듣지 그랬냐? 동동이들이 그랬지? 무림 대회는 아무나 나가냐고. 저런 진주언가의 병X 새끼 하나 처리 못 해서 쩔쩔매는 걸 보니…… 너는 대회에 나가봤자, 망신만 당하겠다, 야.]
현란한 어휘력을 구사해 있는 힘껏 연우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련을 했건만. 어떻게 저런 놈한테 고전하지? 아니, 고전 수준이 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처맞고 기절할지도?]
내가 연우를 조롱하고, 자극하고, 멸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 녀석은 악바리 근성이 아직 부족해.’
연우에겐 무인으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순한 본성’이다.
물론 그간 나와 지옥 같은 수련을 헤쳐나가며 많이 단단해졌지만.
칼침이 난무하는 강호에서 최고가 되려면 그보다 더한 근성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악바리’ 근성이다.
또한 이 악바리 근성이란,
[나는 석연우에게 실망했다.]
이가 갈릴 정도로 사람을 긁고 또 긁었을 때만, 튀어나오기 마련이었다.
“제에에엔장!!!”
그 순간…….
콰콰콰콰콰-!
연우의 손에서 수십 갈래의 장영(掌影)이 쏟아졌다.
“오!”
나는 그 적절한 일격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는데, 함께 지켜보던 소선 또한 놀라웠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파파파파파-!
일순, 연우의 동시다발적인 장영이 언헌의 주변을 모두 덮은 채, 쏘아지자 언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다급히 권격을 방출하여 그를 쳐내려 했다.
콰콰콰콰콰쾅-!
연우의 장법과 언헌의 권법에 담긴 기세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두 사람의 격돌이 만들어내는 기의 파동이 주변을 감싸 안았는데 내 육감은 그에 감응해 어느새 팔뚝에 오소소- 닭살까지 돋아났으니.
‘확실히 연우도 성장했구나.’
나는…….
격세지감이란 말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작금, 연우의 손바닥에선 아주 미세하게나 장기(掌氣)가 방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타 수련의 효과가 빛을 발하는 거겠지.’
사실…….
이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물론, 연우의 손에서 발산된 장기라 해봤자 너무 미약해서 태풍 앞의 호롱불 격이지만…….
그런데도 권사가 아닌, 검수가 장기를 쏘아낸다는 건, 응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검기’를 방출할 수 있다는 뜻이 되니까.
이는, 연우가 ‘고수’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나약하고 유약하던 연우가 장기(掌氣)라…….’
역시…….
다시 한번 내 지옥 같은 수련의 효과가 눈앞에서 명확하게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몰아붙여라, 연우야. 아직 언가 놈은 멀쩡히 네 장격을 쳐내고 있다. 저런 놈 하나 잡는데 시간을 얼마나 쏟아부을 생각이냐?]
나는 기쁜 마음에 더욱 신랄하게 연우를 옥죄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좀, 조용히 하라고오오오오-!”
콰아아아앙-!
“이제, 곧!!!”
콰아아아앙-!
“끝낸다고요!!!”
콰아아아앙-!
강한 장력의 여파 때문에 균형을 잃은 언헌의 신체에 연우의 장공이 연거푸 3번이나 적중했다.
“크흣!”
양 하복부와 명치에 태을미리장을 처맞은 언헌은 이내 외마디 신음을 뱉으며 3장이나 신형을 물리다가 다리가 풀려 자빠졌는데, 공격을 감행한 연우 본인도 얼떨떨했는지 눈을 크게 뜨며 제 손 쪽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옮겼다.
“뭐 하냐. 가서 마무리해야지.”
나는 연우에게 쓱- 고갯짓하며 신호를 보냈는데 연우는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자빠진 언헌을 바라보면서 갈등에 휩싸였다.
“어, 언 소협. 이만하면 승부가 난 거 아닐까요? 그만하는 게 어떻습니까?”
저런 답답한 놈 같으니라고…….
나 같으면 냅다 뛰어가서 면상을 걷어차 줄 텐데…….
이걸 날리네?
“…….”
퍽-!
그러나.
언헌은 진주언가의 고유 무공인 ‘언가권’을 펼치고도 적수공권의 싸움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주먹으로 지면을 때리며 울분을 토했다.
다행히,
“언 소협. 인상적인 비무였어요. 하나, 싸움을 지속한다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 테니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어떨까요?”
“……알겠소. 소선 소저.”
소선이 권유를 하자 언헌은 고갤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그러자 소선은 연우에게도 말을 붙였다.
“석 소협. 좋은 비무였어요. 기억에 남을 만큼.”
“감사합니다, 소선 소저.”
“그럼, 또 뵙도록 하죠.”
그렇게 소선과 언헌이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툭, 말을 내뱉었다.
“이것들 봐.”
“…….”
“…….”
“기절한 당신네들 친구 안 데려가?”
“아…….”
“아…….”
“그리고 언가야.”
“???”
“잊은 거 없어?”
“뭘 말하는 건가?”
“몰라서 묻나?”
내 물음에, 언헌이 어깨를 세차게 떨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나 언헌은 금일, 동천 석가장 석 소협과의 비무에서 패배했으며 그를 인정하는 바요.”
언헌의 승복에 연우는 말없이 꾸벅 묵례하며 공손히 포권까지 해 보였는데 나는 그 모습이 답답해서 대신,
“오냐.”
친절히 대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