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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9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2화

#92화

 

 

 

 

 

확실히…….

 

나는 전생에 오욕칠정을 모두 억압, 통제하며 살았다.

 

재물욕(財物慾), 명예욕(名譽慾),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慾), 색욕(色慾)부터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欲)에 이르기까지…….

 

물론, 내가 심산유곡에 틀어박혀 불경이나 외우는 땡중이거나, 도 닦는 호랑 말코 도사라서 그랬던 건 아니다.

 

다만, 내 직업이 사람 모가지 따는 살수였고, 살수란 본래 인간이기보다 사람 죽이는 걸 업으로 삼는 살인귀에 지나지 않기에.

 

내 전생은 ‘인간성’을 철저히 죽인 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는 살수였기 때문에 사람 죽이는 일 외에는 무엇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예컨대, ‘강자존’의 논리로 굴러가는 마교에서 내가 남의 눈치를 봤겠냐는 말이다.

 

나는 교주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았으며, 또 어떤 관행에도 매일 필요가 없었기에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았고, 또 내 타고난 성정이 그렇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이번 생애도 나는 웬만하면 자존심을 버릴 생각이 없다.

 

물론, 앞뒤 분간 못 하는 망종으로 살고 싶지도 않지만 적어도 먼저 시비 거는 놈들에게까지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네 이노오오옴! 보자 보자 하니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구나! 너는 하북팽가가 우습게 보이는 것이냐!”

 

상대가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병X이라면 더더욱,

 

“하북팽가를 우습게 본 건 아니고…….”

 

“……!”

 

“그냥 귀하가 좀 같잖을 뿐이오.”

 

봐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채애애애앵-!

 

팽중삼은 대뜸 대도(大刀)를 꺼내 날 죽일 듯 노려봤다.

 

덩치가 산만 한 놈인데다, 생긴 것도 산도적 같아서 흉흉한 기세가 느껴졌지만, 나는 평소 팽중삼보다 훨씬 크고 훨씬 더럽게 생긴 일동, 이동, 삼동을 봐왔던지라 압박감은 들지 않았다.

 

“워……. 한판 붙자고 찾아온 건 진작 알았지만. 그렇다고 칼까지 꺼내?”

 

사실 그 부분은 의외였다.

 

이건 다짜고짜 칼부림하자는 의미가 아닌가.

 

내 물음에 팽중삼은 더욱 분기탱천한 얼굴로 험악한 주둥아리를 놀려댔다.

 

“나를 모욕하는 건 괜찮다. 하나 너는 하북팽가와 진주언가를 비롯해, 심지어는 아미파까지 모욕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당장 목을 쳐도 될 일!!”

 

참나…….

 

이걸 또 이렇게 엮는다고?

 

하여간,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백도 나부랭이들은 하나 같이 ‘물타기’의 귀재들이다.

 

내가 언제 하북팽가와 진주언가를 모욕했나?

 

그것도 모자라, 아미파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걸 봐서 팽중삼은 보통 야비한 인간이 아닌 듯했다.

 

그 때문에 성질 같아선 당장 나도 검을 뽑고 놈의 모가지를 썰고 싶었지만…….

 

차마 백주에 그것도 무림맹 본청에서 살인할 순 없는 노릇이라 한 번 참고 말했다.

 

“팽가야. 지금이라도 잘 생각해라. 강호에서 젊은 무인끼리 푸닥거리하는 거야 일상다반사다. 말인즉슨 너나 나나 맨손으로 몇 대 치고받는 것쯤 문제 될 거 없다는 뜻이다. 하나, 칼부림이 나면 내가 이기든, 네가 이기든 일이 커진다. 뒷감당할 자신 있냐?”

 

그러자, 팽중삼의 시선이 파르르 떨렸다.

 

놈도 패기롭게 도를 뽑긴 했지만, 선뜻 칼부림할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공교롭게도 시종일관 침묵하던 소선이 입을 열었다.

 

“팽 소협. 칼을 거두세요.”

 

“소…… 소선 소저!”

 

“우리는 이번 대회의 참가자예요. 진 소협의 말마따나, 대회 시작도 하기 전에 칼부림을 한다면 곤란해지지 않겠어요?”

 

“하, 하면 소선 소저! 어찌해야 합니까? 저 오만방자한 자를 그대로 둘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진짜 X랄 용천을 하고 있네.

 

하…….

 

나는 소선과 팽중삼의 대화를 듣다가 기가 막혀, 끼어들고 싶었지만, 저 등신 같은 팽중삼이 무슨 소릴 더 지껄일까 궁금해 참았다.

 

“이렇게 하시죠.”

 

“어, 어떻게 말입니까, 소선 소저!”

 

팽중삼의 다급한 물음에 소선이 의외로 날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진 소협.”

 

“뭐요?”

 

“한 가지 묻죠.”

 

“그러니까 뭘 말이오?”

 

“…….”

 

“물으시오.”

 

“우선, 귀하의 입장을 정확히 듣고 싶군요. 귀하는 아미파를 모욕할 의도를 가지고 있나요?”

 

“나는 당신을 포함해, 아미파도 모욕할 생각이 없소. 애당초 당신네들. 특히, 저 두 사람이 날 불쾌하게 쳐다봐서 기분이 언짢았던 거고, 하필 이렇게 찾아와 시비를 거니 대응하는 것뿐이오.”

 

“좋아요. 하면, 나는 귀하와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싶지 않으니 빠지도록 할게요.”

 

그 순간, 팽중삼과 언헌의 눈알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 중, 가장 명성과 배경이 대단한 소선이 발을 빼는 모양새니 놀란 탓일까?

 

물론…….

 

저 여자가 빠져주면 나한테 호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빠지든 말든, 당신 알아서 하시오.”

 

애당초 소선도 날 재수 없게 쳐다본 건, 매한가지라 내 어조는 자연스레 퉁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진 소협. 꽤 예의를 모르시는 분 같군요.”

 

“이하동문이요.”

 

“됐어요. 귀하와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만하죠.”

 

“그만한다면서 왜 자꾸 말을 하는 거요?”

 

“이…….”

 

내가 연신 몰아붙이자, 소선도 슬슬 화나는 모양인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때마침, 연우는 생각이 있었는지 불쑥 끼어들어 소선에게 물었다.

 

“자자. 너무 과열되고 있는 거 같은데 진정들 하시고. 우선, 소선 소저는 저희 형님과 시비 가릴 생각이 없다고 하셨으니 일단락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나는 진 소협이 본파를 모욕할 의사가 없는 걸 확인했으니 굳이 시비하고 싶진 않아요.”

 

“하면…….”

 

“그렇다고 팽 소협이나 진 소협이 칼부림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도 없으니. 저와 석 공자가 두 사람의 비무에 개입해 참관인이 되는 건 어떨까요? 물론 병장기를 쓰지 않는 적수공권의 비무 말이에요.”

 

의외로 소선은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개꿀이네……?’

 

이건…….

 

그야말로 내게 유리한 일이다.

 

적수공권의 싸움이야 내 전문 분야니까.

 

 

 

 

 

* * *

 

 

 

 

 

“좋습니다, 소선 소저! 나 팽중삼이 저 건방진 작자를 작살 내놓겠소!!”

 

얼씨구?

 

소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팽중삼은 칼을 집어넣더니 제 가슴을 툭, 치며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듯 으스댔다.

 

나는 그 모습이 같잖아서 피식- 웃었는데 때마침 진주언가의 언헌이란 놈도 입을 열어 거들었다.

 

“하면 팽 소협. 내겐 기회가 없는 것이오? 나 또한 저, 장안 촌뜨기의 무례함을 용서하기가 힘든데 말이오.”

 

그러자, 팽중삼이 그러잖아도 X같이 생긴 얼굴을 더 기괴하게 구부리며 썩은 미소를 발산했다.

 

“흐흐. 언 형. 어쩌겠소? 내가 먼저 찜한 녀석 아니오? 하니, 양보하시구려.”

 

“에이! 어쩔 수 없지. 그럼 팽 소협. 놈이 죽지 않을 정도만 손봐 주시구려. 소선 소저의 말마따나,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참가자를 곤죽으로 만들면 여러모로 피곤해지지 않겠소?”

 

“크크크. 지당하신 말씀이오.”

 

“하하하!”

 

팽중삼과 언헌은 그렇게 병X같이 웃으며 대놓고 날 조롱했다.

 

한데, 놈들과 같은 편인 소선마저도 그들이 한심해 보였는지 눈살을 찌푸렸는데 더 웃긴 건, 이글이글 안광을 태우며 팽중삼과 언헌을 응시하는 연우의 눈빛이었다.

 

‘……열 받은 건가?’

 

아마도…….

 

연우는 놈들이 날 지나치게 모욕하는 것에 대해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연우가 원래 그렇다.

 

남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에는 관대한 편이지만, 누가 날 모욕하거나 석가장을 비난하면 광견병 걸린 사냥개처럼 변신한달까?

 

‘잘됐네.’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언헌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언가야!”

 

“……뭐냐?”

 

“정말 너도 싸우고 싶냐?”

 

“당연한 것 아니냐? 나는 당장 네놈의 모가지를 비틀고 싶다.”

 

“그럼 이렇게 하자.”

 

“…….”

 

“나는 팽중삼과 싸우고. 너는 연우랑 싸우는 거다. 참관인은 소선 소저 혼자 하는 걸로.”

 

“나는 네놈에게 화가 난 것이지, 석 공자에게 화가 난 게 아닌데?”

 

“닥치고. 나랑 연우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니 내 뜻이 연우 뜻이고, 연우 뜻이 내 뜻이다, 인마.”

 

“이…… 이 미X놈이!”

 

언헌은 인상을 찌푸리며 순간, 연우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한 마디로 연우에게 무언의 물음을 던진 것이다.

 

나는 연우의 우유부단함을 알기에 직접 판을 깔아주었다.

 

“연우야.”

 

“네, 형님.”

 

“너 저 새끼랑 싸우면 이길 수 있냐?”

 

“혀, 형님……!”

 

“이길 수 있냐, 없냐 그것만 말해라.”

 

“……이길 수 있을 거 같긴 합니다만.”

 

“뭐?”

 

“이길 수 있을 거 같다…… 고요.”

 

“안 들리는데?”

 

“이긴다고요, 제가! 제가 저 새끼한테는 이길 거 같다고요!”

 

일순…….

 

자신이 말을 하고도 놀란 건지 연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는데,

 

“저, 저 녀석이 미쳤나?”

 

언헌은 당혹감에 얼굴을 뻘겋게 물들이며 연우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럼 됐다.”

 

연우의 어깨를 다독이며 고갤 끄덕였다.

 

“혀, 형님?!”

 

“시원하게 한판 뜨자.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 * *

 

 

 

 

 

사실…….

 

나는 살수회 시절 무림사를 공부한 덕에 무림사에 대한 건 빠삭하지만, 반대로 무림인 간의 복잡한 관행 같은 부분엔 취약해서 무지렁이나 다름없다.

 

그런 내가 환생 후, 살수가 아닌 진짜 무림인으로 살면서 느낀 백도-흑도-마도의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싸움의 ‘과정’이다.

 

뭐랄까…….

 

마도인들은 서로 시비가 붙어 싸움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의 목숨을 끊어 놓는데 주안점을 둔다.

 

한 마디로 상황 같은 건 안중에 없고 적이면 반드시 죽이려 든달까?

 

반면, 흑도는 마도와 조금 다르다.

 

물론, 흑도도 이익 앞에선 온갖 더러운 협잡을 서슴지 않지만, 그거야 인간이면 누구나 그런 거니, 차치하고.

 

일단 흑도 놈들도 기본 통성명에, 서로 배경 같은 걸 묻고, 상황에 따라 생사결이 아닌 비무로 승패를 가려, 원한을 해결하는 일도 많다.

 

실제로, 나와 육 호법이 그런 싸움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고.

 

끝으로 백도는 마도나 흑도보다 과정이 복잡한데, 우선 통성명, 서로의 배경 묻기는 당연하고, 어느 문파의 누구를 사사했는지 항렬은 어떻게 되는지 등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게 존X 많았다.

 

물론 그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칼 들이대며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내가 형산파 애들을 팬 것처럼) 여긴 무림맹 본청이고 또, 비무의 참관인이 백도구봉인지 나발인지 하는 까다로운 여편네라 우리는 인적 드문 수림을 찾아 차후, 비무로 인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한 뒤, 승패에 승복할 것이란 다짐까지 둔 후에야 싸움의 초석을 깔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와 연우는 팽중삼, 언헌과의 2:2 비무에 돌입하였다.

 

“나 하북팽가의 팽중삼은 소천문 문주 진소천에게 비무를 신청한다. 너는 강호에 출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니, 원한다면 삼초식을 양보해주마.”

 

같잖은 새끼.

 

누가 누구한테 삼초식을 양보해?

 

진짜 미친 새끼인가?

 

근데…….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은근, 근사한데?

 

“어, 양보해라.”

 

“???”

 

“삼초식 양보하라고.”

 

“그, 그러지.”

 

“간다, 팽가야.”

 

“와라, 애송……”

 

콰아아앙-!

 

어이쿠…….

 

삼초식 양보하는 동안, 치욕스러운 능멸을 선사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첫 타를 좀 세게(?) 쳐버렸다.

 

“팽가야.”

 

“…….”

 

“숨 쉬어,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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