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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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2화
#132화
숭산, 소림사(小林寺)-.
월광月光이 은은하게 사찰을 비추는 밤.
나한당(羅漢堂)에서 걸어 나오는 30대 초반의 승려를 향해, 현 소림 방장 공일대사가 나직이 말했다.
“각원아…….”
하나 무미건조한 그 음성에서 젊은 승려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기대와 늙은 노승의 염원 같았는데…….
그 때문인지 젊은 승려는 숙연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방장…….”
젊은 승려는 현 백도구봉 중 제일봉이라 불리는 각원이었다.
“어찌 되었느냐?”
공일대사가 의문 섞인 음성으로 물었다.
사실…….
의미가 없는 물음이었다.
하나 그런데도 공일대사는 각원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이윽고 각원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방장……. 저는 십팔금강동인(十八金副鎭雨人)을 넘었습니다.”
순간…….
공일대사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고 말하는 각원의 눈에도 감격의 빛이 넘실거렸다.
“장하구나…… 정말 장하구나.”
각원은…….
지난 몇 년간 나한당의 십팔금강동인을 넘기 위해 살을 찢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했다.
물론 그 고통은 각원만의 것이 아니었다.
각원의 성장을 위해 불철주야 노심초사했던 방장, 공일대사도 그러했고 소림의 모든 고승이 오직 최고의 후기지수 배출이라는 염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각원은 사문의 염원을 이룩했다.
“네 나이에 나한당의 십팔금강동인(十八金副鎭雨人)을 넘은 것은, 소림의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일. 너는…… 해내고 말았구나!”
공일대사의 음성에 감격이 깃들었다.
두 눈은 환희를 담은 채였고, 그의 어깨도 미세하게 떨렸다.
마주하는 각원 또한 벅찬 가슴을 억누르지 못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방장……. 저는 해냈습니다!”
동시에.
각원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가슴을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냈는데, 그 감정을 이해 못 할 공일대사가 아니었기에 그는 제자를 일으켜 세우며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고생했다…….”
“방장…….”
“너는 이제 소림의 최종 관문인 나한당의 십팔금강동인을 넘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느냐?”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향후 네가 당대제일인이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방장…….”
“하니, 눈물을 보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각원아.”
“……네.”
“앞으로 네게 소림의 명운이 달렸다.”
* * *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린 각원은 공일대사와 방장실에서 찻잔을 기울였다.
떨리는 호롱불과 두 사람의 안광이 잠시 교차했다.
이내 한껏 가벼이 가라앉은 공일대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각원아. 네가 십팔금강동인을 넘기 위해 폐관하던 중 소림과 강호에 많은 일이 있었느니라.”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까?”
“우선……. 얼마 전 소림은 마교와 격돌을 벌였다. 그 때문에 현재도 공방, 공지 사제가 굉운, 굉성 사형을 모시고 최일선에서 제자들과 함께 마교와 대치 중이다. 또한, 무림맹이 사도맹과 협력하여 무림 대회를 개최했느니라.”
“아! 무림 대회가 있을 거라는 건 폐관 전 공지된 사안이라 알고 있습니다. 우승은 누가 했는지요?”
“소천문 문주.”
“소…… 천문이요?”
“섬서 장안의 작은 문파다.”
순간, 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섬서 장안의 문파라……. 금시초문입니다.”
“그럴 것이다. 너는 폐관 전에도 세상일에 어두웠으니. 하나, 내 말은 사실이다. 장안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이 무림 대회에서 무당파의 진후를 꺾고 최종 우승하였다. 듣자 하니, 검강(劍罡)을 펼치는 기염을 토했다더구나.”
“검강이라니요! 그게 정말입니까?”
“어찌 거짓을 말하겠느냐.”
“하…….”
공일대사의 말에 각원은 심적 충격을 받았다.
‘분명 진후를 꺾었다면 무공이 대단할 테지만……. 그렇다고 검강이라니. 대체 어떻게?’
비록 기함했으나.
각원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
“방장. 혹시 그는 은거한 고수입니까?”
“아니다. 이제 이립쯤 된 사내라 했으니, 어찌 은거 고수겠느냐?”
“대체 그런 사람이 어디서 나타났단 말입니까?”
“그것은 알 수가 없다. 무림맹의 공문에 따르면 그의 출신이나 배경을 아는 이가 없다더구나.”
각원의 말문이 막히던 순간.
공일대사의 음성이 이어졌다.
“각원아. 무림이란 그런 곳이니라. 언제 어느 때고, 초신성이 등장하여 판도를 바꾸고, 또 역사를 새롭게 쓰는 곳이 강호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위축될 필요가 없다. 진 문주가 얼마나 강하던. 너는 그를 뛰어넘고 종내에는 나조차도 넘어 당대 최고의 고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입니다, 방장.”
“……자신 있느냐?”
공일대사의 물음이 각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나 그런데도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와 결의를 담은 눈으로 대답했다.
“소승……. 비록 자신 있다고 확언할 순 없으나.”
“…….”
“제 목숨과 영혼을 바쳐, 최고가 되기 위해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방장.”
그 말을 들은 공일대사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거면 되었다.”
“…….”
“그리고……. 이것을 읽어 보거라.”
그러고는, 각원에게 한 장의 서찰을 내밀었는데.
서찰의 내용은 무림맹에서 작성된 ‘무림 청년단’에 관한 것이었다.
“방장……. 이것은…….”
“각원아.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 본래, 소림은 마교의 마도천하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걸었으니, 무림맹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림맹은 이번 계기로 사도맹과의 협력마저 끌어냈다. 소림 또한 무림맹의 일원이니, 이번에는 네가 따르거라.”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각원은…….
‘무림 청년단’의 ‘현무단장’ 직을 받아들였다.
* * *
3층 석탑으로 진입한 나는, 다시 한번 석탑의 오묘하고 광대한 설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가 막힐 지경이군…….’
3층 부는…….
어슴푸레한 새벽녘 바다를 연상시키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는데, 바닥에는 깊은 물이 흥건했고 사위엔 푸른 어둠이 자욱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윽고…….
나는 그곳에서 황금빛 해룡(海龍)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해룡같이 생긴, 이무기를 본 거겠지만.
‘…….’
그 이무기는 괴수 같은 모습이기보다, 찬란한 금광(金光)을 빛내는 신수를 떠올리게끔 했다.
탕…… 탕…… 탕…….
나는 등평도수(登萍渡水)의 묘리를 바탕으로, 3층 부의 물 위를 걸어 이무기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갔다.
그러자 이무기의 눈이 일순, 기이한 빛깔을 토해냈다.
콰아아앙-!
동시에, 3층 부의 배경에 변화가 일었다.
우선, 어슴푸레 했던 장내에 거대한 불길이 솟구쳤고, 천장엔 해와 달이 동시에 떠올랐으며, 내가 밟은 수면 위는 흡사 소용돌이치는 바다처럼 거센 파도가 불어닥쳤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나는 대자연의 거대한 재앙 앞에 도전하는 미약한 인간이 된 심정이었다.
하나 그런데도 피식- 조소를 머금었다.
왜냐?
‘허깨비로 날 농락하시겠다?’
나는 현재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환영에 불과하단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쏴아아아아아-!
그때.
내가 디딘 바다 물결이 용오름처럼 솟아오르고, 주변을 잠식한 불길을 더욱 거세게 휘몰아쳐 내 신형을 덮쳤다.
그것은 비록 환영이지만 실제 바닷물처럼 차가우며, 또 불길처럼 뜨거웠다.
하나 나는 개의치 않고 무덤덤하게 파도를 넘고 불길을 해치며 서서히 이무기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나와 이무기의 거리가 3장쯤 되었을 때.
-크아아아아아악!
이무기가 가까이 오지 말라며 경고하듯 괴성을 지르더니, 이내 머리가 아홉 개로 갈라지며 흉포한 모습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사특한 독사 새끼 같으니라고…….’
나는…….
구두망(九頭蟒)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녀석이 터뜨린 괴성에는 강력한 법력이 깃들어 있었다.
나 같은 강철의 의지를 가진 사람조차, 심력이 흔들릴 정도였으니.
‘침착하자…….’
하나 나는 곧장 마음속으로 태경심법의 구결을 외우며 정신을 어지럽히는 마기를 뿌리쳤다.
‘…….’
순간…….
심법의 오의가 육신에 힘을 불어넣었고,
고오오……!
내 몸도 서서히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추어갔다.
‘머리는 차갑게.’
몸은 가볍게…….
가슴엔 살심(殺心)을.
* * *
쿠아아아아아앙!
진소천은 쾌경보를 궁신탄영(弓身彈影)의 수법으로 펼쳐, 삽시간에 구두망과 거리를 좁혔다.
그러고는 소윤검에 풍 속성의 힘을 불어넣고 휘둘렀는데, 순간 삼재검법의 모든 초식인 태산압정-횡소천군-팔방풍우를 연환하자 수백 가닥의 영롱한 검광劍光이 광휘가 되어 흩날렸다.
파파파파파……!
검풍을 담은 소윤검이 구두망의 몸통을 이리저리 베고 찌르고 갈랐다.
아니.
가르려 했다.
하나, 애석하게도 진소천의 검격은 구두망의 강철 같은 비늘에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콰콰콰콰콰쾅!
구두망의 비늘은 흡사, 현철처럼 두텁고 또 단단했다.
‘쇳덩어리를 내리치는 기분이네.’
마치,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광물 같달까?
-크하아아아아악!
또한, 아홉 개의 머리가 쾌속하게 진소천의 신형을 삼키기 위해 곡선으로 쏘아졌는데, 그 탓에 진소천은 허공답보虛空踏步를 펼쳐 공중에서 수없이 궤도를 바꾸는 난전을 거듭해야 했다.
‘그렇지. 쉬울 리가 없지…….’
그러나 진소천은 이미 구두망을 잡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을 짐작하던 터였다.
“뱀 새끼야.”
그 때문에…….
“네가 아무리 단단해도.”
쾅, 쾅, 콰아아아앙!
“소용없다.”
콰아아아아앙!
이윽고 진소천은 강맹한 검기를 줄기줄기 뽑아내, 철옹성 같은 구두망의 몸을 연신 강타했다.
“왜냐면…….”
콰아아아아앙!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앙-!
“말인즉슨, 네가 아무리 단단해봤자. 그냥 나는 부서질 때까지 널…….”
콰아아아앙-!
“존X 패면 된다는 뜻이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렇게…….
허공에서 이어진 진소천의 신랄한 검격이 백여 번이나 구두망의 몸을 두들겼고,
-크하아아아아악!
돌연, 구두망의 아홉 개 입에서 흑색 연기가 뭉게뭉게 뿜어져 나왔다.
‘뱀 아니랄까 봐…… 결국 독인가?’
흑색 연기의 정체는 바로 구두망의 독 안개였다.
‘독 안개에 묻히면 중독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살과 뼈가 녹겠어.’
진소천은 본능적으로 구두망의 독 안개가 무시무시한 극독임을 알아차렸다.
하나 그는 그런데도 여유를 잃진 않았다.
파아아아아앙!
삽시간에 독 안개의 공세를 벗어나기 위해 신형을 물린 진소천이 소윤검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이윽고…….
휘이이이이잉-!
그는 몸을 회전시켜, 돌풍을 일으켰는데, 풍 속성의 힘이 더해지자, 돌풍은 거대한 태풍이 되어 독 안개를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이때다.’
진소천은…….
광범위한 독 안개의 공세가 허물어진 틈을 타 결정타를 준비했다.
전생 후,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또 시도할 수 없었던 일격.
쿠아아아아아아앙!
소윤검의 검신에서 촘촘하게 응축된 검강劍罡이 하늘의 별빛처럼 쏟아졌고,
파파파파파파파파!!!
그 검강이 풍 속성의 태풍을 토하며 육안으론 식별조차 힘든 쾌속한 속도로 구두망의 전신을 베었다.
콰지지지직-!
또한, 우레로 화한 뢰 속성의 힘이 구두망의 아가리에 번개를 내리꽂았으며,
콰아아아아아앙!
이윽고 역 속성의 완력이 소윤검을 감싸자, 흡사 진소천의 검격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이요, 천벌(天罰)이 되어 마물을 징벌했다.
“뱀아.”
콰아아아아앙!
“이 정도면 용도 잡을 수 있겠냐?”
씨익-.
진소천의 입꼬리가 승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