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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3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1화

#131화

 

 

 

 

 

끄드드드드득-!

 

진소천은 현재,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경을 헤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중수(魔重水)는 한 번 빠지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극악의 물질로 알려졌고 아직 전생의 힘을 찾지 못한 지금의 진소천으로선, 상황을 타개할 묘수가 전무했던 까닭.

 

‘…….’

 

그러나 진소천은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고 또 그럴 수 없었다.

 

‘…….’

 

물론…….

 

작금의 진소천이 ‘반드시 살아야 한다’라는 의지로 마중수에 대항하는 건 아니었다.

 

외려 현재 그는 모든 의식을 꺼뜨린 채 오직 본능에 영혼을 맡긴 채였는데.

 

끄드드드득-!

 

그의 질긴 생명력과 심연에 잠든 본능이 오히려 목숨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끄드드드득-!

 

분근착골(分筋錯骨)…….

 

현재 진소천의 본능은 자가적으로 스스로의 뼈를 부수고 근육을 비틀며 마중수에서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

 

분근착골은 사람의 뼈와 근육 조직을 인위적으로 비트는 것으로 매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그 때문에, 시술자의 오체를 고정시키고, 마비산으로 의식을 꺼트린 뒤 시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런 조치를 취하고도 너무 고통이 심각해 근자에는 외문무공이 주를 이루는 유파에서도 이를 지양하는 추세였다.

 

한데, 그런 분근착골을 스스로의 의지로 시행하는 진소천의 육체적 고통을 두말해 뭐할까.

 

끄드드드득-!

 

게다가 현재 진소천의 분근착골은 보통의 분근착골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기술이 깃들었는데, 전신의 뼈를 쇠망치로 부수고, 근육을 집게로 뜯는 듯한 통증이 그의 영육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었다.

 

끄드드드드득-!

 

그러나…….

 

그런데도 진소천의 머릿속은 명경지수처럼 맑아져 갔다.

 

마치, 사고와 의식이 깃들지 않은 무생물과 같이…….

 

그의 모든 정신적 토대가 깊숙이 침잠하는 순간이었다.

 

 

 

 

 

* * *

 

 

 

 

 

짧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는 그 찰나에 수만 가지 상념을 떠올렸다.

 

……뭐랄까?

 

사람이 죽을 때,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지 않나.

 

나는 생사의 기로에서 삶을 복기했다.

 

그렇게 짚어 본 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마교에 납치된 아이.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길 포기했던 소년.

 

모든 신념을 죽이고 오직 임무를 위해 살인을 저질렀던 사내.

 

내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습하며 암울한 공동과 같았다.

 

하나 다시 태어난 삶은 달라졌다.

 

너무도 달라서 받아들이기조차 힘들었고, 때로는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

 

하나, 그 삶은 내게 소중한 것을 선물해주었다.

 

소윤이, 동벽 선생, 연우, 동동이들, 문도들, 백산이, 주영천 영감, 지부대인, 나를 도와준 수많은 장안 사람들…….

 

나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달리는 사냥개에서 딸내미 키우고 문도들을 이끌며, 내 사람을 먹여 살리는 ‘문주’가 되었다.

 

‘나는…….’

 

나는 문주, 진소천의 삶이 좋다.

 

앞으로도 소윤 애비 진소천이고 싶고, 동벽 선생을 모시는 진소천이고 싶으며 문도들을 견인하는 진소천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영혼을 잠식할 때쯤…….

 

심-기-체에 막대한 변화가 일었다.

 

 

 

 

 

* * *

 

 

 

 

 

“크아아아아!”

 

진소천이 비명을 지른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철이 들 무렵부턴 생살을 불로 태우는 고통도 담담히 인내하며 살았으니 언제 비명을 질러봤겠나.

 

하나, 그런 진소천으로서도 작금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전력으로 행한 분근착골의 통증이 너무 극심하기도 했거니와 비명을 기합처럼 뱉음으로써 그는 육신의 모든 힘을 단번에 쥐어짜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소천은 계획을 성공시켰다.

 

우선 분근착골을 통해 육신을 힘을 담기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변형시킨 뒤…….

 

풍-뢰-역의 모든 자연결 속성을 끌어올려 본능에 영혼을 맡겼는데, 순간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미증유의 거력(巨力)이 몸에 깃든 것이었다.

 

촤아아아아아-!

 

동시에 마중수의 물줄기를 해치고 진소천의 몸이 연못 밖으로 튀어나왔다.

 

“호오오옵…….”

 

이윽고, 진소천은 부리나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왜일까…….

 

죽음의 사선에서 돌아온 그는 눈을 감고 진중한 표정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고오오……!

 

그때.

 

진소천의 몸에서 새하얀 진기가 피어올랐다.

 

그 진기는 삽시간에 석탑 1층 부 전체를 뿌옇게 물들였는데,

 

“크흣!”

 

동시에 진소천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칼침을 맞아도 신음 한번 지르는 법 없는 진소천에겐 이례적인 일이었다.

 

“크아아아아악!”

 

그러나.

 

그의 비명은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악!”

 

이윽고…….

 

그의 백회혈 위에 형형색색의 오색을 띤 세 송이의 기화(氣華)가 영롱하게 피어올랐다.

 

 

 

 

 

* * *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나는…….

 

인간의 육안으론 볼 수 없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또 냄새 맡을 수 있는 육감의 소유자다.

 

예컨대 미세하게 다른 대기의 질감이라든가, 사물이 내포하고 있는 기운이라든가, 아니면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의 기류(氣流) 따위들.

 

한데…….

 

그런 내게 지금 이 순간, 세상 모든 것이 완만하고, 느리고, 또 여유롭게 각인되었다.

 

‘참…….’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비로소 삼화취정(三花聚顶)을 거쳐 흔히 말하는 조화지경. 즉, 화경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음…….’

 

사실…….

 

얼떨떨하고 황당했다.

 

비록, 전생에서 화경을 체득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생은 아직, 화경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비루한 공력만을 보유한 채였다.

 

하니, 이처럼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이 입신(入神)의 경지에 접어들 줄 누가 알았겠나.

 

“뭐…….”

 

하나…….

 

생각을 달리하면 이 또한 당연한 일이다.

 

나는 화경의 증표와도 같은 검강(劍罡)을 이미 무림 대회에서 펼친 적이 있고, 또 언제나 경지의 벽은 위기에서 허물어지는 법이니.

 

게다가 새로이 풍風 속성의 힘 또한 개문하게 됐으니, 이번 여정은 재물도 재물이지만, 무인 진소천으로서 한 단계 진보하는 일생의 기연이 되었다.

 

“어쨌거나…….”

 

일단 나는 이번에 ‘개꿀’을 몸소 경험한 셈이다.

 

“잘된 일이네.”

 

이윽고…….

 

내 신체는 다시 한번 변화를 거쳤다.

 

이가 몽땅 빠지고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희더니 다시 그 자리에 새 이와 칠흑 같은 흑발이 자라났다.

 

또한, 피부 가죽도 뱀 허물처럼 쭉쭉 벗겨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환골탈태의 현상이었다.

 

동경(거울)이 없어서 당장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 지금 내 용모는 3무 수련으로 인해 삐쩍 말라비틀어졌던 본래의 용모보다 훨씬 보기 좋은 상태가 되었을 게 자명했다.

 

“소윤이가 보면 잘생겨졌다고 좋아하려나?”

 

나는 아기 피부처럼 뽀송뽀송해진 내 얼굴을 한 차례 슥- 문대다 나도 모르게 킥킥거렸다.

 

왜냐면…….

 

잘생긴 건 짜릿하고 늘 새로우며 최고의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연우가 제일 잘생겼는데.

 

이제 그놈 낯짝 봐도 부러울 게 없을 듯?

 

 

 

 

 

* * *

 

 

 

 

 

“진짜 엿 같은 물이었어. 휴!”

 

마중수는 세상 어떤 함정보다 지독했었다.

 

역 속성을 힘껏 쥐어짜도 마중수에서 발 한 짝 빼낼 수 없었던 걸 보면 대체 누가 저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 다행히…….

 

나는 자가적인 분근착골을 의지만으로 가능케 하는 의지의 소유자인 데다, 만귀곡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풍 속성을 개문했고, 화경까지 체득한 덕에 구사일생했지만.

 

셋 중 하나라도 여의치 않았다면, 저 지랄 같은 물 안에서 빠져 죽었을지 모른다.

 

“대체 저 마중수에서 태양화리는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 영물이 괜히 영물이겠나.

 

나는 이내 내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로 태양화리가 마중수에서 살 수 있겠거니 싶어 그런 의문을 지웠다.

 

그리고…….

 

‘이제 저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보물들을 건질 수 있겠군.’

 

나는 화경에 접어든 기념(?)으로, 허공섭물(虛空攝物)을 사용했다.

 

본래 전생에는 원할 때마다, 허공섭물을 펼칠 수 있었지만 전생 후엔 공력의 부재로 이를 시전할 수 없던 터였다.

 

그러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는 날 가로막던 벽을 허물고 화경을 체득했으니, 허공섭물의 묘리가 영육에 자연스레 녹았을 것이었다.

 

고오오……!

 

그러자, 순간 마중수에 고이 잠겨 있던 연꽃 더미와 태양화리가 허공으로 번쩍- 떠오르더니 이내, 내 손아귀로 날아들었다.

 

“후…….”

 

나는 그 연꽃 더미에서 열매를 추출하고 태양화리의 배를 갈라, 내단을 분리한 뒤 행낭에 주워 담았다.

 

‘이렇게 쉬운 걸…… 그 고생을 했으니. 참.’

 

이래서 역시…….

 

무인은 강하고 봐야 하는 법이다.

 

화경을 체득하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새삼 나는 다시 한번 강호에선 강한 게 장땡임을 절감하며, 이후 연꽃 줄기를 칭칭 엮어 커다란 광주리도 만들었는데 광주리엔 천도복숭아를 차곡차곡 담았다.

 

“복숭아는 소윤이랑 동동이들한테 하나씩 주고…… 이건 연우한테 줘야겠네. 그리고 백산이는…….”

 

백산이한테도 물어봐야지.

 

‘내가 가진 천도복숭아 한 개랑 네가 가진 금강석이랑 바꿀래?’

 

라고 말이다.

 

이 정도면…….

 

비교적 양심적인 물물교환이 되지 않을까?

 

낄낄낄.

 

 

 

 

 

* * *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뭔…….”

 

좋은 일이 계속 생기면 어딘지 가슴 한구석이 불안한 법이다.

 

적어도 나처럼 일생을 불운하게 살았던 사람은 적응도 안 될뿐더러, 과연 내가 이런 행운을 누려도 되나 싶은 공포마저 느끼기 때문인데…….

 

지금의 내가 딱 그러했다.

 

“후…….”

 

석탑의 1층 부를 정리하고 2층으로 진입한 나는 또 한 번의 엄청난 보물을 얻게 된 것이었다.

 

2층은 1층과 자못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일단, 1층처럼 도원경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어두컴컴한 배경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지랄 맞게 생긴 거목(巨木)이 즐비해 있었는데, 이후 사방에서 흉포한 맹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나는 대번에 소윤검을 휘둘러 맹수들을 도륙했다.

 

그러자 이번엔 거목의 나무뿌리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내 신형으로 쏘아졌는데, 나는 그 역시 검기를 펼쳐 와지끈- 박살을 내놓았다.

 

그러고는 2층 중앙에 위치한 단상에서 나는 큼지막한 목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목갑을 열어젖힌 나는 ‘소환의 서’라고 적힌 한 권의 서책을 얻게 됐는데, 한어로 쓰인 전면부와 달리 서책 안은 내가 알지 못하는 괴어로 서술된 터라 그 내용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나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관심법의 소유자, 생긴 것만 봐도 싸가지를 파악할 수 있는 관상학의 대가, 일생을 오직 직감으로 살아온 일명 ‘감’ 전문가다.

 

나는 대번에 서책이 대단한 보물임을 알아차렸다.

 

“이건 동벽 선생께 선물로 주면 되겠군.”

 

일단…….

 

이런 요상 망측한 물건은 내가 처리할 수도 없을뿐더러, 사용 방법도 알 수 없으니 동벽 선생한테 넘기는 게 상책이다.

 

‘우리 영감님 입이 귀에 걸리겠어…….’

 

내게 잘했다며 공치사를 밤새도록 할 동벽 선생을 떠올리니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양반한테 칭찬 듣는 게 어디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나는 1층과 2층을 정리한 대가로 많은 것을 얻었다.

 

첫째,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디디게 됐고.

 

둘째, 천도복숭아, 천년연실, 태양화리의 내단을 얻었으며.

 

셋째로는 ‘소환의 서’라는 보물도 획득했으니, 아무래도 돌아가면 태화방 오원중에게 근사한 식사라도 대접해야 할 듯싶었다.

 

“후……. 이제 3층인가?”

 

그리고 이젠 대망의 3층이 남았다.

 

금원보 50개와 구두망의 내단이 잠든 곳.

 

그곳으로 나는 저벅저벅 발을 내디뎠다.

 

일단 새로운 경지를 튼 이상.

 

구두망이 아니라, 이젠 진짜 용 대가리도 부술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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