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2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2화
#122화
“신변 보호…… 요청 말이오?”
“음…….”
내 말에 남궁학과 홍금부는 물론, 양측 간부들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나는 그들을 아울러 다시 말했다.
“우선 이 일은 외부로 발설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누설된다면 대회는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며, 무림맹과 사도맹의 화합을 위해 마련된 대회의 목적도 흐려질 테죠. 또한, 강호인들은 서로 의심하고 분열할 게 자명하며, 이는 마교가 원하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중인들이 끄덕였고 나는 더욱 의견을 피력해나갔다.
“그 때문에라도 강백산을 보호해야 합니다. 만약 4강 진출자인 강백산이 마교에 살해라도 당한다면 온갖 억측이 난무할 겁니다.”
그러자, 남궁학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진 문주.”
“네.”
“그 점은 인지하고 있겠소. 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지금 정하기엔 여의치 않으니 차후 재논의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 문주.”
그때…….
남궁학의 물음이 강백산에게로 향했다.
“네.”
“귀하는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오? 진 문주 말처럼 마교도놈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될 터인데, 아예 무림맹에 속하는 건 어떻소?”
그 물음에 강백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강백산은 이번 일로 한밑천 챙긴 뒤, 고려나 동영으로 튈 요량이었으니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해서 내가 답을 대신했다.
“맹주님.”
“왜 그러오, 진 문주?”
“강백산은…….”
“…….”
“제가 거둘 생각입니다.”
* * *
회의를 일단락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많은 상념에 빠졌다.
우선, 왜 해사파가 내 운송품이던 음양마고에 그토록 눈독을 들였는지 깨달았고, 또 그들의 치졸함과 그를 포섭한 마교에 혀를 내두른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회는 나와 강백산의 기연(?)을 통해 무사히 넘어가게 됐지만, 언제고 마교가 다시 수작을 부릴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진형!”
그때.
뿔이 난 얼굴로 강백산이 날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장난하는 거요?”
“뭐가?”
“날 거두겠다니. 무슨 말이오?”
“몰라서 물어?”
“설마……. 지금 날, 문도로 받겠단 거요?”
“오해는 마라. 다만, 너는 내 쪽으로 붙지 않으면 살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거다.”
“뭔…….”
“생각해 봐. 중원 바닥에 인맥도, 연줄도 없는 네가 마교와 붙어먹으려다 배신을 했으니,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겠냐? 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여기서 날 잡지 않으면 비명횡사를 면치 못해. 사도맹에도 간자가 나오는데 무림맹 같은 곳에 들어가면 더욱 위험할 테고.”
“하, 하지만!”
“백산아.”
“…….”
“소천문 문도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나도 아무나 문도로 안 받아. 하나, 일이 소강될 때까진 본문의 객식구로 살아라. 네 신변 보호는 내가 어떻게든 저들과 담판 짓겠다.”
“하…….”
“강백산.”
“뭐요?”
“이제 내가 네 보호자다.”
“…….”
“부모나 마찬가지지.”
“후…….”
“아빠라고 불러 볼래?”
“좀 닥치쇼!”
낄낄…….
웃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나 사실 골치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쩌겠나?
강백산이 마교의 뒤통수를 친 이상, 보호막이 필요하고 연고가 없는 녀석은 현재 오갈 데도 없는 실정이니.
그렇다면 소천문 만큼 강백산과 잘 어울리는 곳도 없다.
왜냐?
소천문은 원래 근본 없는 족속들이 모여, 일가를 이룬 곳이고. 나는 강백산을 보호할 자신이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며 가재 잡고 도랑도 치는 일석이조인 것이다.
“백산아.”
“또 뭐요?”
“소천문이 싫냐?”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요?”
“안 되겠다.”
“뭘 말이오?”
“맹주한테 다 말해야지.”
“흥! 이미 모든 사실을 털어놨는데 뭘 또 말한단 거요?”
“너……. 마교한테 선금받은 거랑 금강석을 추가로 받은 거. 그거 따지고 보면 전부 무림맹에 증거물로 제출해야 하는 거 아냐?”
“그, 그럴 리가…….”
“아무래도 양측 맹주한테 네가 착복한 재화를 소상히, 낱낱이 말해야겠다.”
“미쳤소? 이건 내 돈이란 말이오, 내 돈! 목숨 걸고 고생해서 얻은 내 돈!”
“말은 똑바로 하자.”
“…….”
“네 돈이 아니라.”
“…….”
“우리 돈이야.”
“???”
* * *
무림 대회에 개입하려던 마교의 공작은…….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고, 또 그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시일이 걸리겠으나.
어쨌거나, 대회는 성황리에 끝났고 이번 대회를 통해 강호엔 두 초신성이 등장했다.
-진소천!
-강백산!
두 사람은 섬서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과 남만 철각문의 문주 강백산이었다.
-앞으로 강호의 판도가 바뀐다!
세인들은 두 사람의 등장을 두고, 그런 논평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진표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모든 이들이 진후-백강-남궁윤-소선 같은 백도구봉의 우승을 기정사실로 했고, 진소천이나 강백산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까닭이다.
하나, 두 사람은 반전을 거듭했다.
강백산은 4강 진출이란 기염을 토했고, 진소천은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태극검으로 중진들의 가슴을 불타게 했던 진후를 꺾은 뒤,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진소천! 진소천! 진소천!
-강백산! 강백산! 강백산!
폐막식에 맞춰 단상에 올라 수상자 연설을 발표하는 두 사람을 향해 군중들은 열화와 같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우승자 진소천. 귀하는 본 대회에서 모든 비무에 승리하고 최종 우승을 차지한바. 주최 측은 이를 높이 사, 열두 개의 금원보와 열두 개의 법기를 부상으로 지급하는 바요. 향후 무림의 평화와 안녕, 발전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라오.”
진소천은 중인들의 격려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포상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감사합니다.”
그는 애써 날뛰고 싶은 심정은 억누른 채, 점잖은 척 연기하며 상금과 상품을 쓸어 담았다.
“진 문주. 다시 한번 감축하오.”
“감사드립니다, 남궁 맹주님.”
이윽고, 수상자 연설은 계속 이어졌는데 의약당에서 치료에 전념하던 진후도 기력을 찾았는지 밝은 얼굴로 소회를 밝혔다.
“여러분. 저는 진 문주에게 패배하여 우승하진 못했으나, 강호 동도들 앞에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또한, 그럴 수 있도록 비무 도중 배려를 해준 진 문주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듯, 무인으로서 저의 발전도 끝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본산으로 돌아가 다시금 갈고 닦으며 수련에 매진하겠습니다. 또한, 강호인으로서 마교와 맞서는데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전력을 다해……”
그렇게 진후의 연설이 길어지던 때.
포상으로 받은 상금과 법기에만 몰두하던 진소천의 시선이 어느새 진후를 향했다.
‘저 도사는 확실히…… 더 강해지겠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는 진소천이었다.
그가 본 진후는 가능성이 무궁한 검수였으니까.
그리고 그를 통해 진소천은 전생 후 처음으로 검강을 펼쳤고, 이는 또 하나의 벽을 허무는 결과가 되었다.
‘결국, 저 도사 덕분에 나도 세진 셈이군.’
따지고 보면 진후는 진소천의 은인이었다.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그때, 옆에 있던 석연우가 물었다.
진소천은 돌연, 비장한 눈빛과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연우야.”
“네?”
“저기 진후 도장 말이다.”
“네.”
“3년 안에 이길 수 있겠냐?”
“에이! 형님……. 솔직히 제가 진후 도장을 어떻게 이겨요? 이미 기량 차이가 엄청난데.”
“닥쳐.”
“???”
“너는 3년 안에 진후를 이겨야 된다.
“그건 좀…….”
“내가 전에 육 호법이랑 싸우기 전, 너랑 동동이들한테 했던 말 기억 나냐?”
“뭐라고 하셨는데요?”
“강호에 불가능은 없다.”
“아…….”
순간…….
석연우의 심연에 잠들어 있던 무인의 혼이 꿈틀- 움직였다.
“말 그대로다, 석연우.”
“형님…….”
“이 바닥엔 불가능이 없어. 돌아가면 죽도록 수련할 생각 해라.”
* * *
폐막식과 연회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에 군중들도 하나둘씩 본청을 떠나갔다.
그에 맞춰 진소천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는데 우선 지금껏 그와 겨루었던 모든 참가자가 찾아와 작별을 고했고 그간 함께 수련했던 백강, 당씨 남매도 어느덧 각자의 사문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소천 형님. 그간 감사했습니다. 조만간 소천문으로 놀러 가겠습니다.”
“소천 오라버니. 보중하세요. 기별할게요.”
“소천 형님! 다음에 놀러 가겠습니다!!”
세 사람을 향해…….
진소천은 웃음을 내건 채로, 그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간 수고들 했다. 언제고 소천문으로 와라. 시간 날 때, 같이 수련하자.”
이는 진소천의 진심이다.
사실 진소천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무인으로서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도 얻었다.
지금까지 진소천은.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의 후기지수에게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실제로 겪어본 백강, 당소소, 당일기는 명문정파와 명문세가라는 명성과 신분보다 외려, 무공의 본질에 심취한 무인들이었고 그들의 열망은 진소천의 교육열에 불을 지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지옥 같은 수련을 묵묵히 수행해준 백강, 당소소, 당일기에게 진소천은 뿌듯함과 감사함도 느꼈다.
“각자 사문에 돌아가더라도 잊지 마라. 너희가 익힌 무공은 모두 절세 신공들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걸 집어넣기보다 아는 걸 완벽히 펼치는 데 치중해야 한다. 또한, 체력은……. 말 안 해도 알지? 무인의 기본이니, 죽도록 수련하도록. 이상-”
진소천의 말에 백강, 당소소, 당일기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 * *
“형님. 한데 우리는 안 돌아갑니까?”
어쩐 일인지…….
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소윤이 보러 가자며 보챌 줄 알았던 진소천이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의문을 느낀 석연우가 물었다.
진소천은 한참 고심하다가, 석연우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연우야…….”
“네?”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어차피 알아야 할 일이니까 말해줘야 할 것 같다. 근데 극비 중의 극비니, 비밀은 엄수해라.”
그러자 석연우는 불안감이 서린 얼굴로 물었다.
“뭔데요?! 또 무슨 사고라도 친 겁니까?”
“내가 무슨 세 살배기 어린애냐? 툭하면 사고를 치게?”
“그럼 대체 뭔데요?”
“사실 강백산은 마교의 첩자다.”
“네?”
“정확히 첩자는 아니고. 첩자 비슷한 건데. 아무튼 이젠 아니야.”
“대체 그게 뭔 소리예요?”
동시에, 석연우의 시선이 강백산을 향했다.
강백산은 밑도 끝도 없는 진소천의 설명에 어이가 없는지,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그간의 일을 대략 설명해갔다.
“그게…… 연우야. 그러니까…….”
이후, 강백산에게 모든 일을 전해 들은 석연우는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그는 섭섭함이 잔뜩 묻은 어투로 진소천에게 따지듯 말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말했잖냐. 그리고 이 일은 나뿐만 아니라, 네 태사부인 청문도장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분도 비상 회의에 참가해 모든 사실을 들었으니. 말인즉슨, 널 속인 건 나뿐만이 아니란 뜻이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됐고.”
“???”
“아무튼 나는 무림맹주, 사도맹주와 담화를 나누기로 했으니 우리는 내일 떠난다.”
“무슨 담화를 나누기로 했는데요?”
“강백산의 신변 보호에 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