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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2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1화

#121화

 

 

 

 

 

“강백산. 그만한 크기의 금강석이면 약속했던 잔금의 곱절은 될 거요. 이의 있소?”

 

복면인의 물음에 강백산은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고갤 저었다.

 

금강석은 같은 무게의 순금보다 비싸며, 심지어는 야명주나 현철 같은 특수 광물을 상회하는 최상급 자연석이니…….

 

이의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 이거면 충분하오.”

 

“좋소. 하나 명심하시오. 내일 귀하는 반드시 내가 말한 일을 수행해야 하오.”

 

“무…… 물론이오.”

 

그러나.

 

천마잠형술을 사용해 현재 ‘투명인간’ 상태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소천은 내심 쓴웃음을 머금었다.

 

‘진짜 토사구팽의 달인들이네…….’

 

그것은 진소천이 복면인의 의중을 훤히 꿰뚫었기 때문.

 

‘저것들이 저만한 금강석을 순순히 내줄 리는 없고……. 회수하기 쉽게 일부러 크기가 작은 금강석을 건넨 게 틀림없다. 강백산이 마교의 첩자라는 사실을 밝힌 이후 죽인 다음에 가져가려는 거겠지.’

 

하나 이는 복면인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일단…….

 

‘오히려, 좋아.’

 

진소천은 금강석을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

 

“그럼. 보중하시오.”

 

그때, 짤막한 한 마디를 남긴 복면인이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진소천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잠형술로 기도를 죽인 채 뒤를 밟았다.

 

‘진형이 저놈을 쫓고 있는 게 맞나?’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속으로 의문을 떠올린 강백산은 이내 받아든 금강석과 철갑 상자 두 개를 품고 거처로 유유히 발길을 내디뎠다.

 

 

 

 

 

* * *

 

 

 

 

 

‘경신법뿐만 아니라 조심성도 대단한 놈이야…….’

 

복면인을 쫓으며 나는 내심 기함했다.

 

물론, 복면인의 무공이 대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놈의 탁월한 경신법과 주변의 기파를 낱낱이 감지하며 달려가는 주도면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천마잠형술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들켰겠어.’

 

그 때문에 나는 새삼, 교주의 천마잠형술이 참 유용하다고 느꼈다.

 

물론 교주는 내게 불구대천의 원수지만, 결국 그에게 배운 천마잠형술로 마교의 뒤통수를 치는 셈이니 이것도 복수가 아닐까?

 

타앙-!

 

그렇게 복면인을 쫓던 중…….

 

나는 그에게 돌멩이 하나를 집어 탄지신통으로 튕겼는데, 일순 복면인은 대경실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쯤, 내 천마잠형술의 사용 시간도 한계에 다다라 내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

 

순간…….

 

복면인의 두 눈에 천지개벽의 경악이 서렸고.

 

나는…….

 

“쪽팔리네.”

 

쪽팔렸다.

 

왜냐?

 

나는 현재 생면부지의 복면인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미X 변태처럼 덜렁- 거린 채 서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심유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내 육체미가 대단하긴 하지만, 너한테 보여주려고 단련한 몸이 아니다.”

 

민망했던 나는 일단 복면인을 향해 개소리를 퍼부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지만…….

 

“……!”

 

갈수록 복면인의 눈은 더욱 못 볼 걸 보고 말았다는 불쾌함을 나타냈고, 나는 탈력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래서 천마잠형술은 웬만하면 안 쓰는 건데.’

 

그렇다.

 

최고의 잠형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교주의 ‘천마잠형술’은.

 

치명적인 단점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천마 외엔 계승이 안 되는 비전 무공인 걸까?

 

“아무튼 복면 뒤집어쓴, 마교 간자 아무개야.”

 

“……!”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봐.”

 

일단.

 

나는 더 이상 제정신으로 놈을 바라볼 수 없었거니와 다음 계획을 위해 쾌경보를 펼치며 놈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 * *

 

 

 

 

 

‘시X…….’

 

달빛 아래, 산중에서 덜렁- 거리며 경신법을 펼치는 무인을 상상해 본 적 있나?

 

나는 지금 그런 미친 짓을 실제로 ‘하고’ 있다.

 

아마…….

 

누군가 내 꼴을 본다면 주화입마에 빠진 정신병자가 폭주하고 있노라며 예단하겠지만.

 

사실 내 행보는 치밀한 전략의 실행이요, 복안의 실천이었다.

 

[거기 서라!]

 

[너 같으면 서겠냐?]

 

나는…….

 

전력을 다해 복면인을 유인해 달려 나갔다.

 

[진소천, 네놈이 결국 미쳤구나!]

 

그러던 와중.

 

복면인이 보낸 전음에 나는 의문을 느꼈다.

 

[너 혹시 나 아는 놈이냐?]

 

[닥쳐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

 

나는 계속 덜렁- 거리며 쾌경보를 펼쳤고, 어느새 두 개의 산봉우리를 넘어, 미리 선점한 장소로 놈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진소천……. 죽인다.”

 

그때.

 

다시 한번 주변의 기파를 감지한 복면인이 인근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 이를 갈며 신랄한 말을 쏘아붙였다.

 

“그럴 수는 있고?”

 

“뭐야?”

 

“마교의 첩자 주제에 날 죽일 수는 있냐는 말이다.”

 

“클클……. 미친놈!”

 

순간.

 

복면인은 섬전처럼 발검해 날 덮쳐왔다.

 

쐐애애액-!

 

한데 그 출수가 전광석화 같아, 나는 미처 방비도 못 한 채 맨주먹으로 그 검을 힘겹게 쳐냈다.

 

콰아아앙!

 

‘제기랄!’

 

복면인의 일검은 맹렬한 형태의 검기(劍氣)를 담은 것이었다.

 

게다가, 날카롭기 그지없어 내 주먹에 깊은 자상이 생겼는데, 이를 미루어 짐작하건대 놈의 무공은 결코 내 아래가 아닌 듯했다.

 

“너……. 고수구나?”

 

“닥쳐라! 결국, 강백산 그자가 교를 배반하고 네놈과 붙어먹었구나. 하나, 상관없다. 내가 너를 해치울 테니까!”

 

파파팡!

 

분기탱천한 복면인의 속공이 이어졌다.

 

그의 검격은 방어를 도외시한, 일격필살의 공격이었다.

 

현재 검도 없고 권갑도 없으며 심지어 알몸 상태인 나는 신경이 쓰여 수월치 못한 공방을 펼쳐야 했다.

 

하나,

 

“너도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어떻게 무림맹 본진에서 마교의 간자 짓을 하냐? 그러다, 맹주가 알게 되면 가죽이 몽땅 벗겨져 죽음을 면치 못할 텐데.”

 

그런데도 나는 연신 입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물론, 놈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날 죽이기 위해 공격일변도였지만.

 

파파파파팡-!

 

“마교도 양반. 첩자 짓 하면 마교에서 얼마나 줘?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겠지? 한 금원보 100개쯤 받으려나? 그래봤자 죄지은 놈은 발 뻗고 못 자는 법이니, 매일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맹주한테 석고대죄하고 살려달라며 빌어보는 게?”

 

파파팡!

 

“혹시 아냐? 맹주가 자비를 베풀어 팔다리쯤 자르고 목숨을 살려줄지?”

 

파파파파파팡-!

 

내 거듭되는 주둥아리 신공에 복면인의 눈에서 혈광이 번뜩였다.

 

그 순간 그의 검기는 한 차례 크게 변형했는데, 나는 그 변형의 종장이 검강(劍罡)임을 감지하고 전신의 내력을 폭사해 호신강기를 두텁게 했다.

 

‘살벌하네, 살벌해.’

 

꽈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그의 검강이 날 덮치기 직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검강이 폭사되어 그를 막아섰다.

 

그리고 나와 복면인 앞에,

 

“멈춰라.”

 

무림맹주 남궁학이 나타났다.

 

 

 

 

 

* * *

 

 

 

 

 

남궁학의 출현에 복면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 기파로 한 차례 인적을 감지했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터라 믿기 힘든 모양이지만.

 

어쨌든 남궁학이 나타난 이상 복면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나 진배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궁학은 등장하기 무섭게 검강을 태풍처럼 휘몰아쳐, 금세 복면인을 수세로 몰았다. 더해 나 또한 합세해 복면인에게 무지성 십초무적공을 난사했다.

 

덜렁- 거리면서 말이다.

 

콰콰콰콰콰콰쾅-!

 

그 결과, 나와 남궁학은 창졸간 놈을 제압했고 혈도를 짚어 자진할 수 없게끔 조치한 뒤 포승줄로 사지를 꽁꽁 묶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진 문주. 귀하의 말이 사실이었구려…….”

 

“맹주님……. 일단 이 자의 복면부터 벗겨보시죠.”

 

“알겠소.”

 

이후, 남궁학이 복면인의 복면을 훌쩍, 벗겼다.

 

그랬는데…….

 

“……당신은!”

 

그자의 얼굴을 목격한 남궁학의 눈에 경악이 가득 담겼다.

 

“맹주님. 아는 자입니까?”

 

“이자는…… 해사파의 장문인이오.”

 

“하면……?”

 

“오제견.”

 

“하…….”

 

그제야…….

 

나는 왜 복면인이 내 얼굴을 확인한 순간, 이를 갈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군요.”

 

“뭐가 말이오?”

 

“아…… 제가 일전에 해사파 장로 하나를 패 죽인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쩐지, 이 자가 절 보고 분기탱천하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랬던 거군요.”

 

“???”

 

“왜요?”

 

“아, 아니오. 그나저나 진 문주.”

 

“네?”

 

“이거라도…… 좀 입는 게 어떠하오?”

 

남궁학이 날 향해 자신의 장포를 벗어 건넸다.

 

현재 발가벗은 알몸인 걸 까마득히 잊었던 나는 그제야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장포를 걸쳤는데, 이미 맹주는 내 덜렁이를 확인한 뒤라,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었다.

 

“후…….”

 

“문주.”

 

“네.”

 

“새삼, 다시 한번 탄복했소.”

 

“???”

 

울고 싶구나.

 

 

 

 

 

* * *

 

 

 

 

 

어떤 경로로 해사파 장문인이 마교의 첩자가 됐는지 알 순 없지만.

 

남궁학은 긴급 명령을 발동. 본청에 체류 중인 해사파 전원을 잡아들이고, 그들을 첩보대에 일임한 뒤 이윽고 사도맹주와 함께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나는 강백산과 함께 증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이후 나와 강백산은 그간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진술했는데, 그 과정에서 무림맹 간부 몇몇이 강백산을 처벌해야 한다며 성토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나, 나는 이미 남궁학에게 강백산에 대한 면책을 확언받은 터였다.

 

또한, 사건을 파헤치는데 강백산의 공이 적잖음을 강조했고, 그가 확보한 폭약, 음양마고와 같은 추가 증거물을 제출함으로써 강백산은 지난 행적에 대한 모든 면책을 부여받아 한시름 놓게 되었다.

 

“음……. 해사파는 본맹의 일원인데. 어쩌다가 그들이 마교와 접선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소. 다만, 나는 사도맹의 맹주로서 이 일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걸 걸고라도, 해사파에 대한 처분을 확실히 하겠소.”

 

그때 사도맹주 홍금부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사실 그로서는 이 상황이 여간 난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홍 맹주. 이 일은 사도맹만의 일이 아니니, 본맹과 협력하여 특별 수사를 진행합시다.”

 

그러자 무림맹주 남궁학이 합동 수사를 제안했고, 홍금부도 고갤 끄덕이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합시다.”

 

그리고,

 

“남궁 맹주님. 홍 맹주님. 우선, 이 일은 무림맹과 사도맹의 핵심 수뇌부끼리만 공유하되, 물밑에서 철저히 수사하여 공식적으로 공표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잠자코 있던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나직이 입을 뗐다.

 

그러자, 남궁학도 그에 수긍하고 나섰다.

 

“당연하오, 진 문주. 우선 우리는 이 일을 철저히 극비로 진행하고, 간자들을 솎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오. 부디 진 문주도 보안 유지해주시오.”

 

“네, 맹주님. 그리고 또 하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시오.”

 

“아시다시피, 이제 강백산은 마교의 배신자가 된 셈입니다. 하나, 그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맹주님도 그를 면책하겠다 약조하셨죠.”

 

“물론이오.”

 

“그러니 정식으로 요청드립니다.”

 

“어떤?”

 

“금일 이 시간부로 무림맹과 사도맹에 강백산의 신변 보호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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