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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1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9화

#119화

 

 

 

 

 

칼밥 먹고 사는 무림인 중에…….

 

진정, 싸움을 즐기는 자가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라 본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싫어하니까.

 

무릇, 싸움이란 고통이다.

 

물론 타인을 향한 폭력을 즐기거나 남의 몸에 칼침 박는 걸 좋아하는 정신 나간 인간은 더러 있으나…….

 

적어도 제 몸뚱이에 주먹이 날아들고 발차기가 틀어박히고, 칼이 꽂히는 걸 즐기는 또라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나, 나는 그런 천하의 또라이를 최소한 두 명 안다.

 

그 둘은 바로 나와 교주인데 우린 그런 점에서 비범(?)하기 짝이 없는 불세출의 기재이자, 싸움을 위해 태어난 인간, 싸움할 날만 학수고대하는 정신병자,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진짜배기 상 또라이라 할 수 있겠다.

 

‘흐흐…….’

 

나는 지금도 나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유유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부드럽고 웅혼한 진후의 검기에 맞서 나는 오장육부가 진탕되는 고통을 느꼈고, 또 피륙이 회전하는 검풍에 짓이겨져 어느새 내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진심으로 달가웠다.

 

파파파파파파!

 

도합 스물일곱 번 연환되어 펼쳐지는 내 횡소천군-팔방풍우-태산압정이 빛살 같은 검광(劍光)을 뿌리며 진후의 사위를 뒤덮었다.

 

하나 그에 맞서는 진후는 모든 방위가 압도된 상황에도 가공할 만한 완급조절로 검로의 범위를 차단하며 반격을 잊지 않았는데, 나는 그 와중에 승기를 확신했다.

 

‘이긴다……!’

 

이길 수밖에 없다.

 

지금 나와 진후의 싸움은…….

 

철저히 정신력의 영역으로 접어들어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진후의 태극검은 나도 전율할 만큼의 ‘멋’과 ‘품격’을 담고 있었다.

 

뭐랄까?

 

내 삼재검법이 생존을 위한 악전고투 같다면 진후의 태극검은 무武와 검劍의 궁극을 추구하는 세련된 것이랄까?

 

하나 세상엔 때때로 밝고 영롱한 것보다 어둡고 기괴한 것이 나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다.

 

최소한 지금은…….

 

이 진흙탕 같은 어둠 속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임에…….

 

파파팟!

 

나는…….

 

그 처절한 사투 속에서 내 지옥 같았던 과거가 남긴 영혼의 ‘탁’함을 무기로 진후의 허점에 질풍검을 쑤셔 박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왠지 모르겠으나…….

 

내 철검이 진후의 호신강기를 박살 내고 그의 쇄골을 관통하던 그 순간.

 

씨익-.

 

진후는 알 수 없는 의미의 미소를 남기며 비무대 바닥으로 쓰러졌다.

 

 

 

 

 

* * *

 

 

 

 

 

-지, 진소천. 승리!

 

심판의 선언이 끝나고도 한동안 장내엔 정적이 흘렀다.

 

나는 곧장, 쓰러진 진후에게 다가가 혈도를 짚어 지혈하고, 시침하여 그의 원기를 북돋웠는데 진후는 여전히 미소를 고수하며 나직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진 문주.”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하하…….”

 

“말 많이 하지 마시오. 피 흐르니까.”

 

이후, 무당파 인물들이 쓰러진 진후를 부축한 뒤, 의약당으로 향했고 그제야 나는 비무대 위에서, 날 응시 중인 군중들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일단…….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격에 찬 표정으로 날 주시하는 연우였다.

 

이어, 목청이 터져라 날 응원하던 당씨 남매와 심유하게 나와 진후의 싸움을 지켜보던 백강과 강백산의 모습도 들어왔는데, 저들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 문주……. 감축하오. 우승을 차지했구려.”

 

이윽고, 무림맹주 남궁학이 비무대로 올라와 그와 같은 말을 뱉으며 군중들 앞에서 내 손을 번쩍 치켜올렸다.

 

그러자,

 

-와아아아아아아!!!

 

나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천지개벽의 함성에 가득 휩싸였다. 이 순간만큼은 고금 이래, 최강의 평정심을 자랑하는 나도 야릇한 고양감과 격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렇다.

 

이는 생소하고 이질적인 감정이었다.

 

전생 후, 가장 생경했던 순간이 바로 팔자에도 없는 딸내미가 생겼을 때인데,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른 감흥이 내 마음을 요상하게 간질이는 게…….

 

‘음…….’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다.

 

아니.

 

오히려, 좋나?

 

“진 문주. 강호의 동도들이 문주를 향해 환호를 아끼지 않으니…… 어서 한마디 해주시구려. 허허허.”

 

그때…….

 

무림맹주 남궁학이 허허롭게 웃으며 권유했다.

 

일순, 나는 남궁학이란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는데, 이 작자는 내가 자신의 손자를 꺾고 결승에 올랐건만 그에 관해선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인성은 확실히 좋은 양반 같고.’

 

나는 왜 남궁학이 무림맹주가 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맹주란 직위가 그런 거 아니겠나?

 

무공도 강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많은 사람을 아우르는 수장의 자질일 텐데 남궁학은 전형적인 덕장의 기질을 가진 노인네 같았다.

 

“알겠습니다.”

 

나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묵례를 올린 뒤, 군중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고 비무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군중들은 활화산 같은 열기를 담아 더 크게 함성을 질렀는데, 수많은 인파의 분위기에 나는 압살당하는 기분마저 느꼈다.

 

‘하…….’

 

왜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릴까?

 

어쩌면 나…… 대인 기피증일지도?

 

“근사한 말을 하고 싶은데. 나는 말주변이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그러나 나는 침착함의 소유자, 평정심의 달인, 어떤 상황에도 긴장하지 않는 사내이자 한 번도 찌질해 본 적 없는 멋쟁이이므로, 이내 마음을 다듬고 군중들을 향해,

 

“나는 강합니다!”

 

솔직한 내 심경을 토로했다.

 

-…….

 

그러자.

 

어떤 이들은 황당한 얼굴로 침묵했고, 어떤 이들은 ‘뭐지?’ 하는 표정이 되었는데 작금, 연우는 날 원수 쳐다보듯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반응을 묵살하며 다시 내 심경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하나, 내 장점은 무공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는 장안 소천문의 문주로서 막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본 소천문은 운송, 분쟁 해결, 이권 다툼 등 각종 의뢰를 가리지 않으니 강호 동도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리며……”

 

솔직히…….

 

우승자 소감 따윈 생각도 한 적 없던 터라, 나는 뇌를 거치지 않은 개소리를 대충 지껄였다.

 

근데 지껄이는 와중에도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떠오르는 게 사실.

 

좀 돌아버릴 지경이다.

 

‘아, 몰라.’

 

기왕 이리된 거, 소천문 홍보나 야무지게 하자.

 

하나 확실한 것은.

 

추측하건대, 내 우승자 소감이야말로 역대 무림 대회 우승자 소감 중 가장 강렬한 소감이 아니었을까?

 

 

 

 

 

* * *

 

 

 

 

 

제정신 아닌 우승 소감을 발표했지만.

 

그런데도 군중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연우 등은 발작을 일으키며 날 잔소리했으나, 제 놈들이 뭘 알겠나?

 

막상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비장하게 우승 소감을 말한다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닭살 돋는 일인지를.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우승자가 된 나는, 이후 의약당으로 향해 상처부터 치료했다.

 

진후의 태극검은 대단했다.

 

큰 부상은 면했지만, 그간 무던히 단련해 강철에 가까워진 내 피륙엔 수십 가닥의 자상이 새겨졌고, 그 탓에 출혈도 많은 데다 내력도 고갈 난 상태였다.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이내 자연결의 호흡에 따라 몸을 맡긴 채 운기 했는데, 그 결과 반나절 만에 일신의 기력을 회복하고 연우가 미리 준비해둔 멋진 백색 장포를 걸친 뒤 연회장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형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냥 오늘 하루는 쉬시죠. 지금이라도 제가 주최 측에 말해, 연회를 미루자고 하겠습니다.”

 

“됐다. 하루라도 빨리 일정을 소화해야지.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본문으로 복귀할 거 아니냐. 소윤이 보고 싶어서 정신 나갈 지경이다.”

 

“아닌데요?”

 

“뭐?”

 

“정신 나갈 지경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요.”

 

“뭔…….”

 

“이미 형님의 정신은 애초에 나갔습니다. 맛이 간 지 오래됐단 뜻입니다.”

 

확실히…….

 

연우가 크긴 컸다.

 

장안교 앞에서 흑사회 조무래기들한테 둘러싸여 식은땀 흘리던 찌질한 연우는 사라지고, 이젠 무림 대회 우승자 앞에서 바득바득 개기는 간땡이 처 부은 연우가 됐으니.

 

그래도…….

 

왠지 오늘은 당랑 꿀밤을 먹이고 싶지 않은 날이랄까?

 

나는 킥킥거리며 말했다.

 

“나도 그렇지만 너도 그렇다, 연우야.”

 

“네?”

 

“내가 보기엔 너도 정상 아니야.”

 

“뭔…….”

 

“가자.”

 

“…….”

 

“술이나 잔뜩 퍼먹으러.”

 

“좋아요. 까짓거 갑시다.”

 

그렇게 나와 연우가 거처를 나서 연회장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가는 도중, 우리는 생각지 못한 인물들을 마주했다.

 

“너희는…….”

 

그들은 내게 식당에서 시비를 걸다 두들겨 맞은 형산파의 종회와 녀석을 편들어주겠답시고 나서다 더 두들겨 맞고 기절까지 했던 형산파의 일대제자 영명이었다.

 

“진 문주.”

 

“진 문주님…….”

 

한데.

 

어쩐 일인지 두 사람은 다소 힘없는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진 문주님. 일전에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우선 종회는 내게 고갤 꾸벅 숙이며 잘못을 시인했다.

 

더불어, 영명 또한 포권하며 말했는데,

 

“진 문주. 나는 이번 대회에서 중도 탈락하는 바람에, 귀하와 다시 싸우겠단 약속을 지키지 못했소. 하나, 그 약속은 애당초 이행할 필요가 없었던 거요. 나는 다시 한번 깨끗하게 승복하는 바이며, 일전에 일은 사과하겠소. 부디, 앞으로 형산파와 소천문 사이에 은원이 소멸되길 희망하오.”

 

그제야.

 

나는 종회와 영명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참…… 강호 인심 대단하네.’

 

그러니까 이들은.

 

내가 무림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으니, 앞으로 나와 소천문의 입지가 상승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처세술을 발휘하는 걸 텐데, 사실 그 행위가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강호의 인심이란 강자 앞에 강하고 약자 앞에 약하며 또 때에 따라 얼마든지 비열해질 수 있음을 상기해 다소 씁쓸하달까?

 

하나 그런 점에선 나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심정 같아선 종회와 영명에게 면박을 퍼붓고 싶지만, 나는 이제 자연인 진소천이 아닌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이므로 나 역시 합당한 처세술을 펼쳐야 했다.

 

“좋소, 영명 도장.”

 

“…….”

 

“나 역시 오늘부로 소천문과 형산파의 갈등이 소멸되길 기원하겠소. 앞으로 만나면 아는 척하고 지냅시다.”

 

그러자 영명은 찰나 살짝 입술을 짓씹었는데, 아마 내게 숙이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져서였을 것이다.

 

“종회야.”

 

하지만 나는.

 

영명에겐 몰라도, 종회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영명은 무인다운 구석이 있고 사내답지만, 종회는 아직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망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매사 조심 좀 해라.”

 

“……?”

 

“나대지 말라는 소리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

 

그렇게 나와 연우는 그들과 작별하고 다시 연회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와중, 연우는 내게 ‘그 정도면 잘 참았습니다, 형님! 아무래도 형산파 같은 대형 문파와 척을 지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럽죠!!’ 라며 재잘거렸는데, 맞는 말이라 고갤 끄덕였다.

 

이윽고, 연회장에 당도한 나는 강백산, 백강, 당씨 남매를 비롯해 각 문파의 명숙들과 사도맹 측 인물들까지 만났는데 놀랍게도 언제 왔는지 나와 싸웠던 사도맹의 호법 사자 육광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백산, 백강, 남궁윤에 육 호법까지.

 

죄다 나한테 처맞았던 놈들이구나.

 

나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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