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1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3화
#113화
진소천 일행이 귀빈석으로 다가가니…….
그곳엔 당문의 가주인, 당문철도 자리하고 있었다.
“허……! 진 문주. 오랜만이외다.”
일전에 진소천과 안면을 튼 당문철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가주님.”
진소천 또한 정중히 포권하며 인사했는데, 진소천은 아직 전생에 그의 아들을 죽였단 죄책감을 온전히 떨쳐내지 못한 채였고, 그로부터 막대한 수고비까지 받은 터라 당문철을 대하는 태도는 공손할 수밖에 없었다.
“헤헤- 이제 시작할 모양이군!”
그때, 주영천이 비무대의 두 사람.
진후와 당맹호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8강 제3 경기. 시작!
동시에, 심판의 구호와 함께…….
진후와 당맹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출수하였다.
* * *
‘아예 칼을 갈았구먼…….’
나는 진후와 당맹호의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내심 놀랐다.
‘완전 작정을 한 놈들 같으니…….’
그것은 두 사람의 저돌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대개 진후 같은 도가 문파의 도사는 싸움을 하기 전, 기수식 같은 최소한의 격식을 행하기 마련인데 그것도 없이 맹렬한 공세를 퍼붓는 게 아닌가.
뭐, 당맹호는 말할 것도 없었고.
파파파파파-!
그렇게 두 사람은 적극적인 싸움을 치렀다. 진후는 무당의 제자답게 보검을 사용했고, 당맹호는 편(鞭 : 채찍)을 사용해 그의 검격을 쳐내는 형국이 펼쳐졌다.
“오호! 저 아이는 누구야? 회타연편십삼식(廻打軟鞭十三式)은 어려운 초식인데, 제법 잘 펼치는걸?”
순간…….
진후의 속공에 선전하는 당맹호의 편법(鞭法)을 보며, 주 영감이 나직이 감탄했다.
“아하, 주 선배님. 저 아이는 본가의 방계이나, 워낙 무공의 자질이 뛰어나 저나 가문의 원로들이 집중해 가르치는 당맹호라고 합니다.”
그러자 당문 가주 당문철이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뗐는데, 그 면면을 보아 나는 그가 얼마나 당맹호를 신뢰하는지 알 수 있었다.
“흐흐- 생각지도 못한 전개야. 진후가 고전을 할 줄이야…….”
“주 선배님. 고전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현재 진후 도장과 맹호는 비등비등하게 대치 중이잖습니까.”
“아닌데?”
“네?”
“두고 보면 알 일이지. 헤헤-.”
주영천의 말에 당문철뿐만 아닌, 귀빈석의 모든 원로가 의문 섞인 표정을 자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비무대 위에선 누가 우위라 할 것 없는 팽팽한 싸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 영감님이 정신이 이상해서 그렇지, 확실히 보는 눈은 대단해.’
나는 이내 주 영감의 말에 십분 공감했다.
‘진후의 검로(劍路)가 매끄럽지 않다.’
그것은 내 눈에도 진후의 검초에 실린 부자연스러움이 읽힌 까닭이었다.
파파파……!
확실히…….
진후의 검초는 다소 답답하고 막힌 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예컨대, 흉부로 쏘아지던 진후의 검봉이 매번 당맹호의 뱀처럼 휘어지고 감기는 채찍에 막혀 종내엔 힘을 잃고 길을 찾지 못한달까?
아니나 다를까, 내가 받은 그 느낌을 이내 사도맹주 홍금부도 인지했는지 화통하게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크하하하핫! 주 선배의 말대로 진후 도장이 당문 청년에게 혼이 나는군!! 내 알기로 진후 도장은 백도구봉 중에서도 발군이라 했던 것 같은데. 이번 대회는 백도구봉이란 말이 무색해지는 것 같소이다?”
그러자, 무당파의 장문인 허원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가시 돋친 말을 뱉었다.
“사도맹주.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지 않았소? 진후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으니 단정치 마시구려.”
“에이! 허원 진인. 웃자고 한 소리를 두고, 왜 그리 쌀쌀맞게 구시오? 안 그런가, 진 문주?”
그때…….
“네?”
어이없게도 홍금부가 날 향해 대뜸, 물음을 던지는 게 아닌가?
“흐하하하핫! 무림 대회란 게 강호인들 즐기자고 만든 축제 아닌가? 그리 빡빡하게 굴 건 없단 뜻이지.”
그러니까…….
왜 허원 진인이랑 이야기하다가, 날 끌어들이냐고, 이 양반아.
“뭐……. 맞는 말씀이지요.”
나는 황당해서 기가 막혔지만, 진후와 당맹호의 싸움에 집중하고 싶어 대충 대답하고 넘길 요량이었는데.
“한데 자네는 왜 그런 건가? 녹림채의 이만기한테 들어보니, 자네가 죽여버리겠다며 겁박을 일삼았다지?”
“네?”
“크하핫! 물론 노부는 개의치 않네. 젊은이들의 기 싸움에 나 같은 늙은이가 끼어들면 재미없지! 다만, 나는 자네가 사도맹원을 괄시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물어본 것일세. 웬만하면 본맹에 적대감은 갖지 말게.”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홍금부는 사도맹 출신자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른 이만기를 왜 내가 겁박하느냐, 싸울 때 싸우더라도 원수 지진 마라.
대충,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정작 먼저 날 개무시했던 건 녹림채의 이만기였기에 나는 억울한 마음이 치솟았다.
“홍 맹주님. 제가 왜 사도맹에 적대감을 갖겠습니까? 전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과거는 청산하기로 했으니 사사로운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시비는 이만기가 먼저 걸었으니, 저는 그에 합당한 처신만 할 뿐입니다.”
내 말을 들은 홍금부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며 날 자극했다.
“흐하하! 진 문주. 만기가 결코 약하진 않을 게야. 아무리 자네라도 방심하면 큰코다칠지 모르니, 조심하게.”
나는 뭐라 대꾸조차 하기 싫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 순간,
촤르르르르륵-!
당맹호의 손에서 펼쳐진 회타연편십삼식(廻打軟鞭十三式)이 도합 열세 번의 변화를 거치며 빛살처럼 진후의 안면으로 쏘아졌는데,
채채채채채채챙!
진후는 채찍에 실린 경력을 견디지 못하고 3장 정도 신형을 물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은 채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자 당맹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약하더니, 외려 진후와의 거리를 더 벌리려 했다.
‘속전속결이 따로 없군…….’
그 순간, 나는…….
그가 연우를 꺾었던 만천화우를 쓸 것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 * *
-……!
그것은 창졸간에 펼쳐진 경악…….
‘세상에……!’
작금, 진후와 당맹호의 대결을 지켜보는 모든 군중은…….
‘대단하구나!’
하나 같이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당맹호의 손에서 방출된 만천화우의 위용 때문이 아닌,
타타타타타타타탕-!
천 개의 암기 폭풍을 완벽히 쳐내며 돌진하는 진후의 가공할 만한 검격 때문이었다.
‘…….’
타타타타타타타-!
살벌한 만천화우의 공세 속으로 외려 몸을 집어넣는 진후의 신형이 태극의 무리를 담았다.
패도적이진 않지만 부드럽고, 파도처럼 거칠진 않지만, 도도하게 흐르는 장강의 물살과 같이…….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
진후의 검격은 세간에 알려진 무당파 최고의 절기.
‘태극검’의 모든 기치를 그야말로 완벽히 보여주었던 것이다.
‘진짜 물건은 따로 있었군.’
그제야…….
진소천은 왜 진후가 소림사의 ‘각원’과 함께 백도구봉 중 최고라 손꼽히는지 깨달았다.
‘확실히…… 생각했던 것 이상이야.’
진소천은 지금껏 몇 번이나 백도구봉의 무공을 견식한 바 있다.
이번 경기 직전에 치러진 남궁윤의 대결에서 그의 탁월한 창궁무애검을 보았고, 그전엔 강백산과 소선의 경기에서 아미파의 난피풍검법도 목도하지 않았나.
게다가 화산의 백강과는 직접 겨루기도 했고, 최근엔 그를 지도하기까지 했으니…….
은연중 그간 백도구봉을 ‘싸움 좀 하는 애송이들’ 정도로 묶어서 치부한 게 사실이었다.
하나 현재 진후의 태극검을 바라보는 진소천은…….
‘그냥 호랑 말코 도사는 아니었어.’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어쩌면…… 쉽지 않을 수도 있겠고.’
심지어 진소천은 자신조차 진후와 겨루어 쉬이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떠올리고 있었다.
그만큼 진후가 펼치는 검(劍)에는 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검의 성지(聖地).
무당파의 웅혼한 기개와 태산 같은 기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새삼 진소천은 왜 일전에 주영천이 진후의 이름을 들먹이며 자신의 강력한 맞수가 될 거라 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진후야!”
그때…….
무당파 장문인 허원이 진후의 부드러운 검로를 바라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물론 그 모습은 허원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경망스러운 모습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체면을 차리기보다 가슴에 끓는 벅찬 감정의 파문을 솔직히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다.
콰카캉!
동시에…….
만천화우의 공세를 와해시킨 진후의 신형이 잔상을 날리며 당맹호를 향했고, 이내 당맹호의 손에서 채찍을 쳐낸 그는 검면만을 사용해 당맹호의 천정-거궐-유문혈을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당맹호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제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 소협. 더 이상의 싸움이 의미가 있겠소? 나는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소.”
“…….”
진후의 말에 당맹호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 * *
-와아아아!
-검성이다! 진후야말로 훗날, 강호의 검성이 될 사람이다!
-역시 무당파 최고의 후기지수다! 당대 최고의 검수는 확실히 진후가 될 거야!!
진후와 당맹호의 대결은…….
단언컨대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로 누구나가 손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특히 막판에 진후가 선보인 도도하고 부드러운 태극검(太極劍)은 대회장의 모든 군중을 감동시켰는데, 지금껏 칭찬에 인색했던 주영천조차 진후를 들고 업은 채, 연무장을 뛰어다니는 일대 소란을 일으켰다.
“…….”
그런 진후의 태극검을 견식한 진소천은…….
심연 속에서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과 직면하였고, 그 묘한 감정 변화를 눈치챈 석연우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형님…….”
“응?”
“어때요?”
“뭐가?”
“아까 진후 도장을 보고 말이에요. 뭔가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게 충격을 받으신 거 같달까? 아무튼 그렇게 보여서요.”
그러자, 진소천은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연우야.”
“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해….”
“뭘요?”
“너는 진후의 무공을 어떻게 봤냐?”
“대단했어요. 정말 진심으로요. 아마 나는 평생 죽어라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저는 진후 도장의 무공을 보며 아! 저게 무당의 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랑 진후를 비교했을 땐 어때?”
“음……. 솔직히 저는 그래도 형님이 진후 도장께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하지만……. 진후 도장의 태극검은 워낙 형님의 싸움과는 양상이 달라서. 누가 강하다 확실히 비교하긴 어렵네요.”
연우의 말에 진소천도 공감했는지 고갤 끄덕였다.
“맞다. 진후의 무공은 나와 다른 궤를 하고 있다.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무당의 ‘정종 무학’을 구사했고, 내심 그를 얕보던 나도 놀랐지.”
“형님…….”
“빨리 붙어 보고 싶네.”
“진후 도장이랑요?”
“그래.”
“하하. 자신은 있으세요?”
“물론. 내가 적어도 호랑 말코 도사한테 질 수는 없지.”
“하하하! 맞아요. 형님이 호랑 말코…… 아니, 다른 사람한테 지는 건 상상이 안 돼요.”
“그 전에 일단 그 싸가지 없는 털보 새끼의 수염부터 몽땅 뽑아줘야겠다.”
“네?”
석연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진소천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다음 상대. 녹림채의 이만기 말이야.”
“아…….”
“일단 그놈은. 지릴 때까지 패줄 생각이다.”
그 말에, 석연우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진후 도장이 형님에게 자극을 준 모양인데…….’
어쩐지 석연우…….
진소천의 다음 상대인 이만기가 불쌍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