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5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8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0화
#150화
“진형……. 잠시 대화 좀 합시다.”
시간이 늦은 터라…….
동벽 선생, 석연우, 강일동, 백강은 진소천과 회포도 풀지 못하고 각자 침소로 돌아갔다.
하나 강백산은 할 말이 있었는지, 문주실로 향하는 진소천을 붙잡았다.
“그러자.”
이윽고, 두 사람은 연무장 한 편의 정자로 자리해 달빛 아래, 서로를 마주했다.
잠시 후, 나지막한 음성으로 강백산의 말문이 열렸다.
“진형.”
“무슨 일이냐?”
“하나 물읍시다.”
“뭘.”
“대체…… 그사이 얼마나 강해진 거요?”
뜬금없는 강백산의 물음.
하나 그 심경을 헤아린 진소천은 피식 고소를 머금고 답했다.
“뭐……. 내가 조화지경의 벽을 뚫을 징조가 나타난 건 오래됐다. 동벽 선생은 일 년 전부터 내가 환골탈태의 초기 현상을 겪는 중이라 했으니.”
“하면, 본래 완성된 상태에서 만귀곡의 기연을 얻어 화경의 개화에 도달한 거요?”
“그렇지.”
담담한 진소천의 답을 들은 강백산의 눈에 복잡한 감정의 빛이 떠올랐다.
‘하긴…… 백산이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낄만하겠지……. 무림맹에서만 해도, 감각에서 내게 밀릴 뿐 경지의 측면에선 나랑 비슷했으니까.’
진소천은…….
강백산이 표현하진 않으나 내심 상실감을 느끼고 있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나 이는 당연한 이치였다.
같은 선상에 있던, 무인이 하루아침에 따를 수 없는 고수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누가 그런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겠나?
그리고, 이는 타인의 성공을 시샘하는 소인배의 옹졸함이 아닌, 무인으로서 필연적으로 갖는 너무도 인간적인 감정이기에 진소천은 그를 독려하기로 했다.
“백산아.”
“네.”
“아마 단기간에 몇 곱절로 강해진 날 보며 말이 안 된다 싶을 거다.”
“…….”
“한데, 나도 하나 묻자.”
“뭘…… 말이오?”
“내 성장 속도는 차치하고. 네 성장 속도는 그럼 말이 되는 걸까?”
“……무슨 말이오?”
반문하는 강백산을 보며 진소천은 비릿하게 웃더니, 대뜸 힐난하듯 말했다.
“쯧쯧. 능구렁이 같은 놈…….”
“당최 뭔 이야기를 하는 거요? 갑자기 능구렁이라니?”
“닥쳐라. 네가 무슨 사술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천행을 나설 때만 해도, 네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니었어.”
“???”
“너는 그사이 더 강해진 거다.”
“진형.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딱 보면 안다. 너는 최근 공력이 비약적으로 늘었을 테고, 사물이 이전보다 완만하게 각인될 거야.”
“아…….”
“그러니까, 더 높은 경지의 호기심도 짙어졌겠지. 그래서 내 성장에 그토록 관심을 두는 거 아니냐?”
순간 강백산은 허를 찔린 사람처럼 뜨끔 하여 답을 잇지 못했다.
진소천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혹여라도, 나는 되는데 너는 왜 안 될까? 하는 패배감에 빠질까 봐, 하는 소리다만……. 너는 무공을 해석하는 이해력에서 날 따를 수 없어. 내가 너보다 성장이 빠른 건, 당연한 일이다.”
“진형…….”
“그러나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온다. 너도 조만간이다. 내가 느낄 정도니, 지금쯤 동벽 선생도 네가 환골탈태를 앞두고 있음을 아실걸?”
일순, 강백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정말이오?”
“물론. 그렇다고 자만하지는 마.”
“자만은! 난 그런 거 한 적 없소. 다만…… 나도, 진형처럼 하루빨리 강해지고 싶을 뿐이오.”
“할 수 있다, 인마.”
“진형…….”
“물론 그전에 죽을 고비는 한 번쯤 넘겨야겠지만.”
“그건…….”
“네 스스로를 초월할 정도의 싸움. 즉, 생사를 초월해 싸워보면…… 너는 널 가로막고 있는 벽을 부술 수 있을 거다.”
“후…… 그런 싸움을 언제 어디서 하겠소?”
“여기는 강호고 너는 마교의 뒤통수를 친 희대의 또라이다. 당장 살수가 네 멱 줄을 따러 와도 이상할 게 없는데 별걱정을 다하는군.”
“…….”
“내일부터 이 시간이 되면 연무장으로 와.”
“왜 그러오?”
“당분간 나랑 새벽에 명상한다. 명상을 통해, 가상의 적을 생각하고 그 안에서 죽도록 싸워봐.”
“그런 게 도움이 되겠소?”
“까라면 까자. 어른이 가르침을 내려주면 감사합니다- 할 것이지 뭔 의심을 하냐? 건방지게.”
“……나보다 어린 거 아니었소?”
“나이 많아서 좋겠다. 아예 영감님이라고 불러주랴?”
“됐소. 그만합시다.”
“너야말로 됐고. 내일부터 명상하는 거다? 불참은 허용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하시오.”
강백산은 더 이상 대꾸하길 포기했다.
어차피 주둥아리론 죽었다 깨어나도 진소천을 못 당할 테고,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진소천도 진심이니 우선, 그의 지침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근데…… 정말 나도 환골탈태를 할 수 있을까?’
* * *
돌아온 진소천은 한동안 매사를 제쳐두고 소윤이와 시간을 보내는 데 여념 없었다.
-진소윤. 그동안 공부 열심히 했고?
-당연하지, 아빠야!
-흰둥이랑 종일 놀기만 한 거 같은데?
-헤헤- 사실 리원이도 같이 놀았지!
-잘했다. 원래 네 나이엔 공부고 뭐고, 그냥 뛰어노는 게 최고야.
-히히……! 실은, 흰둥이랑 노는 게 너무 재미써요!
-오늘은 아빠도 끼워 줄래?
-응, 좋아!
그렇게 진소천은 소윤이, 리원이를 안고, 흰둥이가 된(?) 백호 신수를 대동한 채, 광양산 기슭을 제집처럼 넘나들었다.
비록 서릿발 내리는 설산이지만, 그간 소윤단을 장복한 소윤이와 리원이는 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이 됐고, 흰둥이를 너무 좋아한 터라 놀아주는 진소천은 한결 심신이 가벼웠다.
‘후……. 억만금을 주고도 못 사는 백호 신수가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들의 친구가 되다니…… 희한한 노릇이야.’
진소천이 본, 소윤이와 흰둥이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다.
소윤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앉고, 기고, 뛰고, 포효도 하고…….
마치 연륜 깊은 조련사와 개를 보는 듯한 광경에 내심 혀를 내두르게 되는 진소천이었다.
“문주님!”
그때…….
리원이가 똑 부러지는 음성으로 진소천을 불렀다.
“왜, 리원아?”
“있잖아요!”
“뭐?”
“그러니까…… 리원이도 소환수 사주면 안 돼요?”
“응?”
“소윤이가 그랬어요. 흰둥이는 소환수라고. 앞으로 흰둥이가 언제 어디서든 소윤이를 지켜줄 거래요. 리원이도 소환수 갖고 싶어요, 문주님!!”
그 모습에 진소천은 저도 모르게 코웃음 쳤다.
“리원아. 네 부친께서 섬서의 지부대인이신데,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면 어떡해? 이 문주보다 네 아버지가 훨씬 더 능력 있는 사람인데?”
“힝……! 아빠한테 말했는데, 아빠는 돈 없어서 그런 거 못 사준대요. 흰둥이는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신수라서 전 재산을 털어도 못 산다던데요?”
그러자 진소천은 어이가 없었다.
‘참나……. 지부대인은 대체 다섯 살짜리 애한테 무슨 소릴 한 거야? 그리고 고관대작이 돈이 없어?’
물론…….
진소천이 생각하는 고관대작은 석가장처럼 천금을 쌓아 놓고 사는 거부였지만.
리원의 부친은 청백리淸白吏 관료로서 실상 진소천의 반의반도 안 되는 재산밖에 가지지 못한 인물이었다.
‘본래 애들은 똑같이 가져야 안 싸우는 법이거늘…….’
하는 수없이…….
진소천은 리원이에게 약속했다.
“리원아.”
“네?”
“흰둥이 같은 신수는 바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힝! 그러면 리원이는 신수 못 가져요?”
“당장은 안 되지만, 다음에 꼭 구해주마. 그러니까 그때까진 소윤이, 흰둥이랑 재밌게 놀자?”
“헤헤! 문주님. 약속한 거예요? 리원이한테도 다음에 꼭 신수 주세요!!”
“오냐.”
그래.
약속을 하긴 했는데…….
‘평생 구경 한 번 하기 힘든 신수를 또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고! 아…….’
진소천은 압박감에 허탈했는지, 잠시 킥킥-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휘이이이이잉-!
눈보라 몰아치는 새벽녘 광양산…….
나는 지난 열흘간, 하루도 빠짐없이 백산이와 명상 수련을 펼쳤다.
명상 수련이란…….
육체 수련과 궤가 달라서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심신 수양. 즉, 불가와 도가에서 행해지는 ‘깨달음의 수련’과 같다.
고로,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명상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나 백산이는 달랐다.
녀석의 경우는 평생 초실전 지향의 박투만을 고집해 온 터라, 심신 수양적 수련은 한 번도 행한 적이 없었다.
그 때문인지 백산이는 정적인 명상 수련이 꽤 지루한 모양이었다.
“진형! 이런 고리타분한 명상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머릿속으로 가상의 적과 싸움하는 게, 무공 증진에 효과가 있긴 한 거요?”
그럴 때마다 나는 녀석을 나무라고 다그치고 또…… 쥐어박았다.
콰아앙-!
“아, 아악! 뭐 하는 짓이오!!”
“닥쳐라! 남만 촌구석에서 굴러먹던 촌놈 아니랄까 봐, 더럽게 무식하구나.”
“하……!”
“그거 아냐?”
“뭐요?”
“내로라하는 고수 중에 심신 수양 안 하는 놈은 한 놈도 없다.”
“…….”
“무당파든, 소림이든, 화산파든. 심지어 마교 교주도 수련 비중의 십분지 삼을 명상에 쓰는데, 너 같은 무지렁이 주먹잡이가 명상을 안 해? 그러니까 무식한 권사 소리 듣는 거다. 알겠냐?”
“참나! 대관절, 진형이 마교 교주가 명상하는 걸 직접 봤소? 거, 말도 안 되는 소릴 자꾸……”
“됐고. 하나만 기억해.”
“…….”
“본래 명상은 검수보다 외려 너 같은 권사에게 더 필요하다. 그 이유는 권사가 실전에서 훨씬 많은 변수를 겪기 때문이지.”
“……그건.”
“검수와 권사의 차이는 바로 이 변수다. 칼잡이가 칼을 한 번 휘두를 때, 너는 주먹과 다리를 동시에 쓸 수 있고, 칼잡이가 칼을 거둘 때도 너는 머리통, 어깨, 팔꿈치, 무릎에까지 전신의 모든 부위를 흉기로 쓸 수 있지.”
“…….”
“이처럼 권사는 변칙적으로 싸울 수 있고, 이는 강력한 장점이다. 명상을 통해 너는 불특정 상황에서도 여러 변수를 경험하고 또 배우는 거다.”
“아……!”
“살면서 경험한 모든 싸움을 복기해. 그중 가장 힘들었던 싸움을 떠올리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해.”
“알겠소.”
나는 그렇게 백산이를 독려했다.
내가 본 백산이는 지금 목적지를 코앞에 둔 방랑자 신세다.
분명 조금 더 오르면 정상에 다다를 텐데, 갈피 못 잡고 옆길로 새려는 멍청한 모습이랄까?
하나 기회는 언제나처럼 불현듯 찾아오는 법.
대성(大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생각보다 명이 긴 놈들이구나.”
백산이는 그 기회를 맞이했다.
“진소천……. 강백산. 오늘이 너희의 제삿날이 될 것이니라.”
명상을 통해 상상으로 마교도의 대가리를 깨던 나는.
거짓말처럼 현실에서 마교도의 대가리를 깨게 생겼다.
‘분명…… 저놈은 26호네?’
내 눈앞에…….
마교 살수회 1급 살수였던 26호가 나타났다.
“너…….”
“내가 누군지 알 필요는 없……”
“혹시, 살수회 대장이 된 거냐?”
“???”
내 기억이 맞는다면…….
26호는 비응각주였던 방태산의 신임을 받던 살수였다.
내가 살수회 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26호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그저 그런 놈이었지만.
방태산의 후광에 힘입어 어린 나이에 1급 살수가 됐고, 이후 혈령각 주로 승진했으니 나와 내 충신들이 숙청된 지금은…….
아마 살수회 대장이 되어 방태산이나 사천왕의 사냥개 짓을 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왜 대답이 없냐? 혹시 진짜 너 같은 병X이 살수회 대장이 된 건지 묻잖아, 이 새끼야.”
“네, 네놈…… 대체 누구냐?”
“끝까지 대답 안 하지?”
“……!”
“후……!”
설마…….
진짜 저 찌질한 새끼가 살수회 대장이 됐단 말인가!
하…….
죽은 전전(前前)대 천마, 위지록이 저승에서 이 꼴을 보면 기뻐서 관뚜껑을 열고 튀어나오겠구나, 시X
통탄할 노릇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