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4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49화
#149화
‘그래…… 강호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진소천의 무용담을 들은 홍금부는 그런 상념을 떠올렸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찾아오듯…… 이제 강호에도 새 시대가 찾아온 것이겠지…….’
홍금부는 평소, 진소천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소천이 혜성처럼 등장해, 사도맹 인물들을 격파하고 호법이던 육광을 꺾었을 때도, 그의 가능성을 높이 사, 성장하길 바랐으니…….
‘나는…… 진 문주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홍금부는 오늘에야 깨달았다.
진소천은 애당초 강호의 유망주 따위가 아닌 완성된 대종사였음을.
‘언젠가는 제2, 제3의 진소천 또한 나타날 테지…… 허허!’
그 때문에 그는 결심했다.
‘나도 늙은 게야. 이젠 새로운 영웅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줄 때가 되었어.’
「목숨을 바쳐서라도 마도천하를 막겠다!」
비록…….
사도맹주 홍금부는 사파의 일원이며, 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사람이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땅에, 이 중원에, 마도의 물결이 범람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겠노라고.
“진 문주.”
“네, 홍 맹주님.”
“고맙네.”
“네?”
홍금부가 진소천을 향해 꾸벅- 고개 숙여 묵례하며 말했다.
“자네는 강호를 위해 큰 공을 세웠네. 혈혈단신으로 마교의 제단을 쳐들어간 것만으로도, 귀감이 될진대, 원로원의 철응을 없앴고 주 선배와 적마왕이란 거물을 생포했으니 이 공을 어찌 말로 치하할 수 있겠나?”
이러한 홍금부의 격렬한 치사에 진소천은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하면, 맹주님. 저한테 포상이라도 주실 생각이십니까?”
그러자, 홍금부가 특유의 광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하하하하하핫! 진 문주. 그렇게 나오니 말하기 편하군. 좋네. 포상하고 싶어 이런 거라 생각하게. 하면, 받고 싶은 포상이 있나? 말만 하면 가능한 선에서 뭐든지 들어주겠네.”
“역시 홍 맹주님다우십니다. 말로 때우는 법이 없으시니.”
“크흐흐흐흐! 그렇지. 내가 좀 화통하지 않은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남궁학 그 깐깐한 노인네랑은 차원이 다른 장부 중의 장부요, 사내 중의 사내라네!”
“지당하시고, 확실하십니다.”
“하하하하하하!”
“그런 의미에서 맹주님.”
“말하게.”
“낭낭하게 힘 좀 실어 주십쇼.”
“응?”
“돈 달라는 말입니다.”
“아……!”
“안 됩니까?”
“안 되긴…… 이 사람아! 주, 주겠네. 앞으로 마교도의 모가지를 비틀려면 이리저리 경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겠나? 험험!”
“정확하십니다.”
“……흐흐. 한데, 자네도 은근히 철면피로군?”
* * *
“진 문주. 나는 당장, 무림맹 본청에다 구룡산 제단과 관련된 일을 알리겠네. 하면, 본청에서 따로 기별할 걸세.”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홍 맹주님.”
“별말씀을. 아! 그리고 주 선배. 선배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혹, 이 길로 무당산에 돌아가시는지요?”
“헤헤- 말했다시피, 나는 마교 사냥꾼을 자처했으니……. 당분간 유랑하며 마교도를 패 죽일 생각이야. 일선에서 마교와 대치 중인 독고황 영감이나 홍자번 그 거지랑도 긴밀하게 연락 중이지. 하니, 도처에서 창궐하는 마교의 정보는 외려 내가 자네보다 빠를 걸세. 간혹, 거물의 부고 소식이 들리면 내 짓인 줄 알게!”
“크하하하핫! 주 선배. 무운을 빌겠소이다.”
“흐흐. 그럼 잘 있게나, 사파 영감탱이!”
나와 주 영감, 홍 맹주의 작별 인사는 단출했다.
사실…….
나는 두 사람과 성향상 꽤 잘 맞는 편이다.
주 영감은 세상이 노망난 영감이라 치부하지만 나는 그가 굉장한 관찰력을 지닌 사람임을 알며, 또 그의 순수함이 때로는 학식 깊은 먹물들의 지식보다 진리에 가까움을 안다.
또한, 사도맹주 홍금부는 사파의 수장이지만 호탕한 성정의 소유자며 매사 진솔한 사내였다.
그 때문에 마음 같아선 두 사람과 술잔이라도 기울이고 싶지만.
아쉽게도 우리 세 사람은 현재, 모두 공사다망한 입장이었다.
“주 영감님. 그리고 맹주님. 두 분 다 강녕하십쇼. 또 뵙겠습니다.”
해서, 나는 두 사람과 헤어진 뒤, 곧장 장안으로 길을 나섰다.
우선…….
내가 구룡산 제단을 박살 냈다는 걸 알리고 싶었고, 생각지 못했던 거금을 홍 맹주로부터 건네받았으니, 이 또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소윤이가 보고 싶었다.
‘큰 거 한 건 했으니…… 소윤이 재롱 보면서 충전해야지.’
그렇다.
내게 소윤이와 보내는 고즈넉한 시간은 충전과 같았다.
돌이켜보면 전생 후의 나는 일 년을 하루처럼 바삐 보냈다.
동벽 선생의 산장에서 깨어난 후, 병X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고, 하산 후에는 고작 왈패들 데리고 소천문을 개파했으며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하고 싸우고 의뢰도 수행하고 …….
거기다 무림 대회라는 후기지수들의 영웅 놀음에도 참가했으니, 나는 할 도리를 다한 셈이다.
그러나…….
그런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나는 정작 나를 위한 시간에 인색했다.
때로는 수련을 위해.
때로는 의뢰 수행을 위해.
나는 끼니를 거르고 잠을 참아가며 살았으니 목표를 위해 달리는 경주마 같은 인생을 산 것이다.
고로, 천하에 나보다 열심히 산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그런 치열한 삶 속에서…….
소윤이는 언제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가끔은 나도 한량처럼 생각 없이 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소윤이는 의지를 잡아주는 존재가 되니, 사실 내가 소윤이를 양육하는 게 아니라, 소윤이가 나를 키우는 셈이다.
“…….”
딸내미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자, 좀이 쑤셨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소윤이 좋아하는 당과를 한 광주리 사가야 할 듯싶다.
파파팡-!
여느 때처럼…….
내 쾌경보의 잔상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 * *
축시(새벽 1시-3시) 무렵의 소천문-.
야심한 시각에도 어쩐 일인지 석연우 강백산, 강일동, 백강이 의약당에 모였다.
한동안 침묵하던 동벽 선생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무거운 입을 뗐다.
“자네들의 마음은 알고 있네. 해서, 이리 성토하는 것을 비난하고 싶진 않아.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네.”
그러자, 석연우가 고갤 저으며 말했다.
“어르신! 하지만…… 이 일은 묵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소천문 문주의 문제가 아닌, 청룡단주의 문제 아닙니까? 애당초 이 일이 소천문의 일이라면, 저나 백강 형님은 이런 말씀을 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백강 역시 석연우의 말을 보탰다.
“동벽 어르신. 연우 말이 맞습니다. 이 일은 엄연히 무림맹에서 청룡단 전체로 하달된 임무입니다. 저는 소천 형님을 존중하지만…… 이번에는 경솔하셨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천의 구룡산 제단으로 지원병을 보내야 합니다. 소천문이 나서지 않겠다면, 제가 청룡단의 간부 재량으로 단원들을 파견하겠습니다.”
그들이 늦은 시간에 의약당에 모인 것은 단신으로 사천행을 결정한 진소천의 문제를 의논하기 위함이었다.
‘음…….’
동벽 선생은 깊은 고민에 당면했다.
‘백강의 말에 일리가 있다……. 마교 제단을 급습하는 건 소천문의 일이 아닌 무림 청년단의 일이니까.’
하나, 동벽 선생은 쉽사리 석연우, 백강의 의견을 수락하지 못했다.
그것은 진소천에 대한 신뢰와 그에게 믿고 기다리겠노라 약조를 한 까닭이었다.
“강백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고심하던 동벽 선생의 물음이 강백산에게로 향했다.
“강백산 자네는 소천문의 교관이면서 동시에 철각문의 문주이자, 청룡단의 부단주일세. 하니, 자네 의견이 가장 객관적이지 않겠나? 생각이 궁금하군.”
그러자, 강백산은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지원군을 보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미 진형이 출타한 지, 오래됐으니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고…….”
“하면 의견이 없는 게야?”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
“연우나 백강의 말 대로 청룡단을 파견하면 의미가 없겠으나…… 지금이라도 소수가 빠르게 사천에 당도할 수 있다면…… 진형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이를테면?”
“저 혼자 가겠습니다. 제 경신법이면 구룡산까지 이틀 안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형님!”
“백산 형님!”
“형님!”
석연우, 백강, 강일동이 항의하듯 소리쳤다.
“형님!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어찌 무거운 중임을 형님들끼리 짊어지려는 겁니까? 저도 청룡단 간부입니다. 이번 임무에 책임이 있으니 저도 가겠습니다.”
“저도 갑니다.”
“백산 형님! 나 또한 청룡단 간부요. 나도 갈 테니 막지 마시오.”
좌중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서로 진소천에게 가겠다며 악을 썼다.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그 모습에 동벽 선생은 내심 웃음이 흘러나왔다.
‘후훗……. 모두 마교 소굴로 들어가길 서슴지 않으니…… 소윤 애비가 좋은 동생들을 두었군.’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의약당의 문을 두드렸고…….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르신?”
의약당에 모인 전원의 귓가로 반가운 음성이 들어왔다.
“형님?”
“형님?”
“형님?”
“진형?”
이윽고, 그들의 눈앞에 득의양양한 표정의 진소천이 등장했다.
“뭣들 하고 있었냐? 이 늦은 시간에 웬일로 의약당에 모여들 있는 거야?”
* * *
“자네……!”
“형님!”
“형님!”
“형님!!!”
“…….”
오밤중에 동생들이 무슨 연유로 의약당에 모인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된 일이었고, 모처럼 녀석들 낯짝을 보니 반갑기도 했다.
“어르신. 다녀왔습니다.”
우선…….
나는 동벽 선생에게 포권한 뒤, 이윽고 그간 겪은 모든 일을 상세히 전달했다.
구룡산 제단에서 술법사와 괴인들을 죽인 일, 인신공양의 제물이 된 사람들을 풀어준 일, 이후 눈앞에 나타난 적마왕과 철응 선생의 모습에 당황했던 일, 때마침 구세주처럼 나타난 주 영감님.
끝으로 내가 철응 선생을 상대해 그의 모가지를 자르고 주 영감과 협력해 적마왕을 생포한 일을 말할 때…….
동생들은 모두 경악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며 경탄을 자아냈다.
“형님…… 진짜 그게 사실입니까? 네?”
“하……. 듣고도 믿을 수가 없군.”
“문주님. 정말…… 마교 원로원의 고수를 꺾었단 거요?”
“진형……. 알고 보면 만귀곡에서 환골탈태를 경험한 게 아니라, 등봉조극에 오른 거 아니요? 당최 말이 안 나오네…….”
하나 나는 대번에 녀석들의 호들갑을 잘랐다.
“닥쳐라. 니들은 아직 모르겠냐? 나는 기적을 창출하는 사나이, 패배를 모르는 남자, 임무 수행율 10할을 자랑하는 대大 소천문 문주, 진소천이다. 천마 모가지 딴 것도 아니고, 고작 원로원의 송장 하나 죽인 걸로, 네까짓 놈들한테 공치사 들을 마음 없다. 설레발은 그만 치도록.”
“…….”
“…….”
“…….”
“…….”
“그리고 이쯤 되면 좀 외워라.”
“뭘…… 말입니까?”
“강호에 불가능은 없다.”
“……!”
“애당초 나도, 너희도.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야.”
내 말에…….
일순, 녀석들은 혼이 빠져나간 얼굴이 됐다.
하긴…….
지금껏 내가 꺾은 이들로는 청방 멧돼지, 혈도마인 곽성호, 살마존 백귀호, 노정주, 노호영 부자, 육 호법, 해사파 장로 오지명과 장문인 오제견 등이 있지만.
마교 원로원의 철응 선생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거물이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하나 앞으로 나는.
또 우리는 이런 기적을 매번 만들어야 한다.
또한 나는 종내에 교주도 꺾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내.
원로원 영감 하나 패 죽인 건, 사실 별일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