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4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46화
#146화
적마왕(赤魔王).
3대에 이르는 교주를 모시며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생을 살았던 그는…….
‘대체…….’
현 상황에 당혹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당초, 그는 점진적으로 사천을 삼키기 위해 모처럼 속세로 나온 터였다.
한데 어이없게도 구룡산 제단에서 새파랗게 어린 침입자를 만났고, 그 침입자에게 모멸감을 느꼈으며 상상치 못한 호적수까지 만나게 된 것이었다.
“주영천……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었소?”
적마왕의 입에서 격앙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주영천은 장난기 서린 표정으로 답했다.
“헤헤- 적마왕. 너 같은 악인도 살아 있는데, 내가 죽으면 안 되지……. 이래 봬도 난 무당파 도사잖아? 나야, 때 되면 사조님 따라 우화등선할 테니 내 걱정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하렴.”
“…….”
“곧 처맞고 오줌을 질질 싸게 될 녀석이 남 걱정을 하다니! 너도 참 웃기는구나, 흐흐흐.”
주영천의 이죽거림에 적마왕의 당혹감이 분노로 화했다.
“주영천. 아직 노망은 못 고친 모양이군.”
“노망이 원래 늙으면 생기는 병 아니냐? 노부는 예전보다 더 늙었는데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을 리 없잖아? 이제 보니, 적마왕 네놈이야말로 늙어서 노망이 든 모양인걸?”
일순,
“크하하하하하!”
적마왕이 느닷없는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주영천. 네놈은 예전부터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데, 지금이라고 다를 성싶으냐? 기왕 이리된 거,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고 마도천하에 한 걸음 다가서겠다.”
“헤헤헤! 네가 언제 날 이긴 적 있다고 거들먹거리냐? 소싯적 위지 영감만 없었으면 사천왕 모두 내 손에 뒤졌을 텐데. 거짓부렁도 천연덕스럽다, 녀석아.”
“닥치지 못할까!!!”
적마왕이 노기를 가득 머금고 노호성을 내지르는 순간,
“자자……. 흥분은 잠시 멈추고.”
두 사람의 옥신각신을 보던 진소천이 끼어들었다.
“어차피 시원하게 한판 붙으면 그만이잖아? 적마왕, 이 빨갱이 새끼야.”
“…….”
“너는 주 영감님이랑 싸우고. 나는 철응 선생이랑 붙는다. 그러니까 칼이나 뽑아.”
“……미친 녀석 같으니라고. 주영천을 죽이고, 네놈의 오체를 분시해주마!”
“이하동문.”
동시에…….
파파팟!
주영천이 예고도 없이 제운종을 시전하여 출수를 감행했다.
‘주 영감님 화끈하네?’
그 모습을 본 진소천 역시 미소를 떠올리며,
채애애애앵!
소윤검을 뽑았다.
* * *
‘천만다행이지.’
그야말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내 원수를 내 손으로 죽이지 못해 애석할 따름이지만.
만약 주 영감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됐을지도 모른다.
‘주 영감님이 적마왕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나는…….
내 일에 집중할 때였다.
내 일은 바로, 철응 선생을 죽이는 것이다.
휘리리리리링-!
내가 소윤검을 발검하기 무섭게, 철응 선생도 병기를 끄집어냈다.
그의 병기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철륜(鐵輪)이었는데 일곱 개나 되는 륜을 허공에 띄운 채 출수를 준비하는 그 모습에 나는 고전을 예상하고 각오를 다졌다.
‘저 영감도 원로원 출신이니 쉬운 상대가 아니다. 공력 면에선 내가 밀릴 거고…….’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화경도 뚫지 못해 공력이 보잘것없던 시절부터 나보다 훨씬 공력 센 놈들을 개 패듯 패고 다닌 싸움꾼이다.
고작 철륜 따위에 기가 죽을 리 없다는 말씀.
“뭐냐? 삼초식은 양보해주는 거 아니었냐? 왜 출수를 준비하고 지X이냐?”
나는 이내, 륜법을 펼치려는 철응 선생을 도발했다.
물론 철응 선생이 진짜 삼초식을 양보해줄 거라 믿진 않았으나.
끝까지 놈의 신경을 긁고 싶었다.
하나, 철응 선생은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곧장 륜법을 퍼부었다.
쇄쇄쇄쇄쇄쇄쇄……!!!
‘……엄청난 회전력이군.’
륜은 거대한 파공음을 터뜨리며 쾌속하게 날아들었다.
까아아아아앙!
나는 재빨리 소윤검을 휘둘러 쳐냈지만, 무지막지한 경력이 실린 륜을 쳐내니,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별거 아니네? 이제 보니 원로원 출신이 아니라, 폐급이구먼.”
하나 나는 속마음과 전혀 다른 소릴 지껄이며 철응의 심기를 흔들었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철응 선생은 더욱 화가 치밀어 대갈성을 지르며 륜을 날렸는데, 일곱 개의 륜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아드니, 막아내는 나는 고역스럽기 짝이 없었다.
까가가가가가강!!!
다행히…….
소윤검의 내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보통…….
이런 강력한 경력을 담은 륜을 연속으로 쳐내면 검이 부러지거나, 날이 상하기 마련이지만.
소윤검의 내구도는 경이적이었고, 나 또한 륜의 폭발적인 공세에서 보신할 수 있었다.
쇄쇄쇄쇄쇄쇄쇄새-!
그러나 륜은 일곱 개요, 소윤검은 하나…….
게다가 날아드는 륜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이대로면 머지않아 내 기세가 꺾일 게 자명했다.
‘한 번만 빈틈을 노출해도 륜에 몸이 찢기고 만다!’
륜법이 이렇게나 무섭다.
륜법은 익히기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은 무공이지만 한 번 체득하면 그 희소성 때문에 파훼법을 찾기가 힘든 것이다.
‘……검을 고집하다간 당할 수 있겠어.’
해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까아아아아아앙!
우선…….
나는 품속에서 금강천잠사 장갑을 꺼내 착용한 후, 이내 팔방풍우를 수십 차례 연거푸 펼치며 검기를 뽑았다.
그러는 와중 조금씩 철응 선생과 거리를 좁혔는데, 이 싸움은 거리를 지배하는 자가 승리할 공산이 컸다.
까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약삭빠른 철응 선생도 그를 눈치채고 보법으로 다시 거리를 벌리려 했다.
동시에 일곱 개의 륜이 변칙적인 궤도로 더 신랄하게 쏘아졌는데, 그쯤 나도 전력을 다한 십초무적공으로 륜을 쳐내며, 돌진을 이어나갔다.
“이, 이 미친 자가!!!”
그때…….
신형을 물리며 륜을 날리던 철응 선생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거력을 담은 채 맹렬히 회전하는 륜을 내가 맨몸으로 쳐내버리니 놀라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물론,
“아……. 많이 놀랐냐, 영감?”
“……!”
내가 철응 선생의 륜을 십초무적공으로 쳐낼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준비성 덕분이었다.
“봐라. 나는 손목, 발목에 현철 팔찌, 발찌를 끼고 견갑도 착용했다. 게다가 이 장갑은 금강천잠사로 만든 거야. 하니, 륜을 쳐내는 게 별 대수겠어?”
역시…….
나는 운이 좋다.
현철 팔찌와 발찌는 수련 때문에 언제나 착용 중이고…….
이번 여정에 앞서, 동벽 선생의 권유로 나는 무림 대회의 우승 상품으로 받은 견갑을 찬 상태였다.
게다가, 당문으로 음양마고를 운송할 때 오원중을 졸라서, 얻은 금강천잠사 장갑이 공교롭게도 권갑의 대체재가 됐으니 검으로 미처 다 쳐내지 못한 륜을 몸으로 쳐낼 수 있었던 것.
“철응아. 철응 이, 병X 새끼야. 륜이 일곱 개라서 자만했냐? 그러게 강호에선 겸손했어야지, 인마.”
“닥쳐라! 그렇다 한들, 네놈이 날 이길 성싶으냐?”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고.”
“…….”
“이 마교도 새끼야.”
* * *
쇄쇄쇄쇄쇄!!!
철응 선생의 륜은 번뜩이는 빛을 연상시킬 만큼 빨랐다.
날카로운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중후한 공력에 회전력까지 가미되자, 모골이 송연할 정도랄까?
까아아아아아아앙!
만약…….
내가 아닌 또 다른 화경의 검수가 철응 선생의 상대였다면.
아마 철응 선생은 50합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득을 봤을지 모른다.
그러나…….
까아아아아아앙!
“슬슬…… 밑천 드러나지, 철응 영감?”
무공의 상성 상, 철응 선생의 륜법은 내게 그 한계점이 명확했다.
까아아아아아앙!
상성이란…….
본연의 실력만큼이나 승부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의 륜법에 상극이라 할 만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겁대가리를 상실한 인간으로 파공음을 터뜨리며 날아드는 무시무시한 륜을 보고 쫄지 않는 전사의 심장을 지녔다.
둘째. 나는 ‘감각’에 의지하는 싸움을 고수하는데, 일견 대책 없는 것 같지만 이 같은 상황에선 동물적 감각이 륜의 쾌속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놈은 늙었고 나는 젊다.
말인즉슨, 공력에선 밀릴지언정 나는 체력에서 철응 선생을 압도했다.
“…….”
내 감각이 철응 선생의 미세한 호흡의 상태를 감지했다.
“철응아. 숨소리를 들으니 뒤지기 직전 같은데? 그러게 왜 륜을 일곱 개나 쓰고 지랄이냐? 하나 다루기도 힘든 무거운 철륜을 일곱 개나 기공으로 운용하니 체력이 남아나겠냐? 쯧쯧!”
싸움이 200 합을 넘어설 때…….
나는 철응의 체력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려 일곱 개의 거대한 강철대륜을 기공으로 다뤘으니, 검 한 자루 쥔 나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지치는 게 당연하겠지.
“닥쳐라!”
물론,
쉬이이이잉!
그는 자신의 한계를 애써 감추며 다시 허공으로 륜을 띄웠다.
‘나도 200 합이나 싸우면서 승기를 잡지 못했군. 저 영감도 대단하긴 하다, 진짜…….’
확실히 철응 선생은 전생 후 내가 상대했던 모든 이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절대 고수라 할 만했다.
그러나 나는 직감했다.
‘이번엔 꼭 모가지 썬다.’
이번 검격으로 철응 선생의 목을…….
파파팟!
썰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일순, 궁신탄영의 묘리로 쾌경보를 펼친 나는, 날아드는 철륜을 각법으로 쳐낸 후 석실 천장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일곱 개의 철륜 사이로 단 일점一點…….
철응 선생의 ‘빈틈’이 심등에 들어왔다.
‘놈이 거리를 안 내주면…… 내가 넓히면 돼.’
나는…….
파아아아아아앙!
일점을 향해, 소윤검을 던졌다.
“……그, 그것은?!
“이기어검(以氣馭劍) 처음 보냐?”
이윽고…….
낙하하는 유성처럼 찬란한 광휘를 흩날리는 소윤검의 검강劍罡이,
뎅겅-!
철응 선생의 모가지를 깔끔하게 갈랐다.
푸샤아아아악-!
철응 선생의 잘려나간 모가지 단면으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득의양양하던 놈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죽었다.
“후…….”
나는 숨을 고른 후, 곧장 놈의 잘린 머리통을 거머쥐었다.
그러고는 그를 휙휙- 흔들며 적마왕을 불렀는데,
“여어- 적마왕!”
주 영감과 석실을 박살 내며 살벌하게 싸우던 적마왕은 잠시 신형을 물린 채, 날 지그시 응시했다.
“이거 봐라? 어때? 근사하지?”
“…….”
“너무 인상 쓰지 마. 이제 곧 네 머리통도 이렇게 덜렁- 거리게 될 테니까.”
“네놈…….”
대충 짐작하건대.
적마왕은 자신이 X됐음을 느끼는 듯했다.
왜 안 그렇겠나?
그러잖아도 주 영감을 상대로 승기를 잡긴커녕 밀리는 모양인데, 나까지 철응 선생 머리통을 들고 조롱을 일삼으니 화도 나고 앞이 캄캄한 심정일 것이다.
“에에엥? 소형제! 그사이 무공이 더 늘었어? 나는 빨리 적마왕 죽이고 소형제를 도우려 했는데 …… 혼자서 그 무자비한 륜잡이 놈을 죽였네?”
그때, 날 바라보며 주 영감님이 탄성을 자아냈다.
“제가 그사이 좀 세졌습니다.”
“허…… 아무리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어찌 그리도 강해졌누?”
“환골탈태에 삼화취정을 겪으니 내력이 남아도네요?”
“허! 소형제는 무서운 사람이야. 그 나이에 환골탈태에 삼화취정이라니!”
“별말씀을. 진짜 무서운 건 보여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응?”
“물론, 지금부터 보여드릴 생각입니다만.”
“흐흐……. 하면 자네?”
“네. 적마왕한테 보여줄 작정입니다.”
그러자, 적마왕은 몸을 부르르 떨 만큼 분노에 휩싸인 채 내게 말했다.
“네놈……. 망종인 줄은 알았지만, 아예 사람 새끼가 아니구나. 이제 와서, 협공이라도 하겠단 것이냐?”
그 물음에…….
나는 고갤 세차게 끄덕였다.
“정확하다, 정확해. 틀림이 없다, 마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