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4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45화
#145화
천마신교, 살수회-.
“방 군사님……. 어찌 오셨습니까?”
“26호.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왔소.”
천마신교 군사, 방태산이 살수회 본당을 찾았다.
본래, 교주를 제외한 외부 인사가 살수회 본당을 찾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것은, 전前 살수회 대장이던 7호가 교주를 제외한 모든 간부에게 배타적이었던 데다, 간부들 또한 진소천을 상대하기 껄끄러워했던 까닭.
그러나, 7호가 죽고 난 후.
살수회는 대대적으로 개편되었고 7호를 따르던 심복들은 모두 숙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윽고 방태산과 사천왕의 심복들이 살수회를 장악했으니 지금의 살수회는 사냥개로 전락한 신세가 되었다.
“잘 오셨습니다.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군사님.”
잠시 후.
회주실로 들어서, 찻잔을 홀짝이던 방태산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강백산을 암살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살수들의 행방이 파악되었소.”
그러자 살수회 회주, 26호가 대경실색하며 물었다.
“군사님! 그것은 본회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것인데 어찌?!”
“정보 수집이야 살수회보다 비응각이 뛰어나지 않소? 듣자 하니, 파견된 살수 중 대부분이 비명횡사했고, 생존자 하나가 무림맹 본청에 구금된 모양이오.”
“군사님……. 송구스럽습니다. 하나, 생존 중인 살수가 본교의 정보나 기밀을 누설할 일은 없을 겁니다. 심려치 마소서.”
순간, 방태산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뒤틀렸다.
“나 역시 그 점은 염려하지 않소. 파견된 살수 대부분 3급이던데. 3급 살수가 정보를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소? 그저, 조직도나 간부 이름쯤 외우는 수준일 테지.”
“군사님…….”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오.”
“…….”
“본교 살수회가 임무를 실패했다는 것. 진짜 문제는 그것이지.”
“인정합니다.”
“하면 회주는 어찌 수습할 생각이오?”
“속하가 직접 나서 강백산을 필살하겠나이다.”
“그건 아니 될 말이오.”
“어찌…… 그러십니까?”
“26호. 귀하는 현 살수회 대장이오. 당신쯤 되는 인물이 고작, 강백산 같은 조무래기를 암살하기 위해 나서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혹여, 교주님이 알면 경을 치게 될 일이지.”
“…….”
“또한, 그대는 특급 살수. 적어도 특급 살수의 칭호를 단 사내면 그에 합당한 일을 해야 하지 않겠소?”
“하면…… 저는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이렇게 합시다.”
“…….”
“임무를 바꾸는 거요.”
“어떤 임무든 맡겨만 주시면 기필코 수행하겠습니다.”
26호가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며 말했다.
현 살수회 대장, 26호.
그는 진소천이 천마신교에 남아있던 시절만 해도, 특급 살수는커녕 1급 살수 중에서도 특출날 것 없던 자였다.
하나 진소천의 숙청 후, 살수회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방태산은 진소천의 충신들을 없앴고, 꼭두각시로 만들기 좋은 26호에게 특급 살수 칭호를 부여한 뒤, 그를 전면에 세워 살수회를 장악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26호가 방태산에게 굴종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지금부터 귀하의 임무는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과 강백산을 동시에 없애는 것이오.”
“진소천……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대도 알지만 진소천은 무림 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현 강호 후기지수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오. 그자와 강백산을 동시에 없애는 일이라면…… 그대가 직접 나서는 명분이 될 테지.”
“그리하겠습니다.”
“또 하나.”
“말씀하십시오.”
“그대는 진소천과 강백산을 암살한 후, 사천 구룡산의 본교 제단으로 향하시오.”
방태산의 말에 26호가 고갤 갸웃하며 물었다.
“구룡산 제단엔 어인 일로……?”
“현재 구룡산 제단엔 적마왕이 있으니 그대는 임무가 끝난 후, 적마왕과 합류하여 아미파의 인물들을 제거하게 될 거요.”
“적마왕께서 사천에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그간 사천왕들은 두문불출해왔으나……. 현재 교주님도 직접 중원에서 무림맹을 격파 중이시니, 사천왕은 물론, 원로원의 노老 고수들도 본교를 위해 공을 세워야 하오.”
“알겠습니다.”
“26호. 나는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대를 살수회 대장으로 임명했소. 이번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여, 체면을 세워주길 바라오.”
“꼭, 완수하겠나이다.”
“무운을 빌겠소.”
살수회 대장, 26호.
그는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반드시…… 반드시 특급 살수로서 이름값을 하고, 나 자신을 증명하겠다!’
* * *
“…….”
나는 대체로 재수 없는 편이면서 사실은 재수 좋은 인간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릴 적 재수 없이 마교에 납치당했지만, 그 지옥에서 용케 살아남아 살수회 대장까지 해 먹었고…….
재수 없이 숙청을 맞이해 개죽음당했지만, 또 전생자가 되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실은 억세게도 운빨 좋은 인간이 나, 진소천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현재, 나는 정말 재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여우 가면을 죽이자마자, 석실로 들어선 두 인영 때문인데…….
하필 그중 하나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놈이었다.
놈은 마도사천왕 중 1인이며 전생에 나를 죽였던 장본인, 적마왕(赤魔王)이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나는…….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절로 그리 물었다.
그러자, 적마왕 대신 그의 옆에 서 있던 초로의 노인이 대신 말문을 뗐다.
“네놈은……. 노부를 아는가?”
물론…….
나는 노인을 몰랐다.
그러나 내 직감과 사고는 어렵지 않게 노인의 무공과 신분을 파악해냈는데, 그는 구룡산 제단의 제단장인 동시에 원로원에서 파견된 고수임에 틀림없을 것이었다.
“여봐, 영감탱이.”
하나 나는, 노인장에게 관심이 없다.
내 관심은…….
전생에 날 죽였던 천고의 원수.
적마왕에게만 쏠려 있었으니까.
“당신한테 한 말 아니니까, 신경 끄고.”
“……?”
“영감 옆에 새빨간 장포 걸치고 있는 놈. 그래, 너! 너 말이다, 이 빨갱이 새끼야.”
“뭣이라?”
“적마왕赤魔王. 널 여기서 보는구나.”
일순…….
내 말에 적마왕은 물론, 노인장 또한 아연실색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나처럼 젊은 사람 중, 적마왕의 얼굴만 보고 그를 알아볼 식견의 소유자는 강호를 통틀어도 전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마왕. 웬만해선 중원에 발을 안 디디는 놈이……. 무슨 꿍꿍이로 사천까지 왔냐? 혹시, 뒤질 때가 돼서 묫자리라도 알아볼 생각인가?”
하나 나는 황당해하는 적마왕을 뒤로하고 계속 주둥이를 놀렸다.
왜냐면…….
‘일단…… 심기를 힘껏 뒤틀어 놔야 도망칠 각이라도 엿볼 수 있을 거야.’
지금, 나는 진짜 X됐기 때문이다.
‘왜 하필…….’
저 인간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역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시X!
“너는…… 나를 어찌 아는가?”
순간, 적마왕이 무거운 음성으로 물었다.
다행히 사자후 같은 음공이거나, 살기가 실린 음성은 아니었는데, 적마왕도 당혹스러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제부터 나는 현란하게 주둥이를 놀려 놈을 최대한 열 받게 만들 테지만.
“여봐, 적마왕.”
“…….”
“너는 꼭 똥을 처먹어 봐야 그게 똥인지 장인지 구분할 수 있냐?”
“무어라?”
“생각해봐라. 여기가 어디냐?”
“…….”
“여긴 마교 제단이다. 한데, 마교 제단에서 온몸에 피칠을 한 듯 붉게 물든 빨갱이 영감을 만났으니 그게 적마왕 아니면 뭘까?”
나는…….
내가 말을 하고도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대충 개소리 늘어놓을 심산이었는데 말하고 보니 은근 논리적이지 않은가?
“네놈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인가?”
뭐…….
받아들이는 적마왕 입장에선 아닌 모양이긴 하다만.
“왜? 이 정도면 합리적인 추론 같은데?”
“……아해야.”
“…….”
“나는 너 같은 애송이와 말장난하고 싶지 않구나. 보아하니, 네놈은 내가 두문불출한단 사실도 알고 있으니 본교의 사정을 아는 놈 같은데. 혹시 축출당한 교도쯤 되는 것이냐? 내가 알기로 너 같은 인물은 없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렇군.
“들켰냐?”
“……?”
“그래……. 까짓거 마교에서 축출당한 교도쯤으로 해두자.”
“……정체를 밝히거라. 하면,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을 선사하겠다.”
그제야 적마왕의 음성에 옅은 살기가 섞였다.
‘우선…… 놈을 분기탱천하게 만든 다음, 옆에 노인을 공격하여 변수를 만든 뒤, 탈출할 순간을 노리자.’
만약…….
눈앞의 상대가 적마왕뿐이라면 나는 싸움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내 힘으론 그를 죽이기 힘들겠지만, 정 안 되면 쾌경보를 펼쳐 도망을 쳐도 되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일대일이라면 나는 어떤 상황에도 목숨 보전할 자신이 있는 셈.
하나 문제는 제단장 노인이다.
딱 봐도 노인의 경지는 나와 비슷한 수준에, 공력 면에서는 외려 날 상회 할 것 같으니…….
‘저 둘을 모두 상대하다간 도망칠 각도 잡기 힘들다.’
진퇴양난에 빠진 나는 한숨을 내쉬다, 문득 묘책을 떠올렸다.
“적마왕. 그리고 제단장 영감.”
“…….”
“니들이 그러고도 사내냐?”
“뭣이?”
“니들은 무려 천마신교의 원로면서 나 같은 후배를 상대로 협공할 생각이 아니더냐?”
내 묘책은 두 사람의 자존심을 긁어 어떻게든 일대일의 승부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순간, 제단장으로 노인이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아해야. 아무렴 우리가 너를 상대로 협공하겠느냐?”
“오! 하면 협공하지 않겠단 걸로 받아들인다?”
“크흐흐. 미친놈이로고……. 좋다. 내 너와 정정당당히 승부를 벌이마. 적마왕은 끼어들지 마시오.”
노인의 말에 적마왕은 여전히 황당한 기색이지만…….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고갤 끄덕이며 풋- 실소를 터뜨렸다.
“좋소. 하면, 저자는 철응 선생 당신이 상대하시오. 단…… 죽이기 전에 고문해서 정체를 알아내야 하오. 필시 본교와 연이 있는 놈일 거요.”
“알겠소.”
그제야…….
나는 노인의 정체가 철응 선생임을 알았다.
‘……저 양반만 해도 쉽지 않은 싸움이겠군.’
비록 그와 초면이지만…….
철응 선생의 악명은 마도에 모르는 자가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었던 까닭이다.
하나 어차피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
나는 싸우기 전 철응 선생의 심기를 최대한 어지럽힐 작정이었다.
“영감탱이야.”
“…….”
“강호의 선배 된 도리로, 삼초식 양보 가능하겠냐?”
“크흐흐……. 좋다. 응해주도록 하지.”
“진짜?”
“그리하겠노라.”
“그럼 혹시 사초식은?”
“…….”
“안 되냐?”
“……말장난을 하려는 것인가?”
“안 되면 안 된다 해라. 지독한 영감 같으니라고. 딱 보니, 사초식 양보했다간 맞아 죽을까 봐 쫄았네…….”
“네놈…… 알고 보니 그냥 광인이었던 것이군.”
“네놈은…… 알고 보니 산송장이었고?”
“갈!!!”
끝없이 이어진 도발에 철응 선생이 분기탱천하는 순간,
“헤헤헤- 이거 참으로 일이 재밌게 됐구나?!”
석실 내부로 상상치도 못했던 인물이 대뜸 등장했다.
“어…… 어?!”
내 놀라운 외침에 그 역시 웃음을 머금고 반색했다.
“흐흐흐! 어찌 여기서 또 만나는군, 소형제?”
문득…….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분명 나는 재수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재수 좋은 인간이라니까?
“주 영감님!!!”
그는, 무당파의 괴도사 주영천이었다.
“크흐흐! 소형제. 혼자서 재밌는 걸 하려던 모양인데 끼워주겠나?”
“그러죠. 한데 자신 있으십니까? 쟤들 저래 봬도 마교 원로들인데. 저는 지금부터 놈들을 패 죽일 생각이거든요.”
“헤헤- 나도 동참하겠네! 본래 마교도는 패 죽여야 제맛이거든!”
캬!
정확하다, 정확해.
틀림없는 정답이로고.